이책에서랏자라또는현대사상의급진적정치성을되살리면서현사회를지탱하고있는권력에저항하고사회를변혁하는길을모색한다.그는들뢰즈/가타리와푸코등의급진적인현대사상을바탕으로바흐친과빠졸리니,라이프니츠와타르드와같은이들의사상을재평가하고‘구제’하며현실화한다.
랏자라또는타르드의‘신모나드론’에서,미시와거시의영역을횡단하면서사회의변화를사유할수있는개념들과방법론을찾아낸다.이‘모나돌로지’는사회와개인,전체와부분,보이는것과보이지않는것의관계를구조주의와는다르게사고할수있는길을열며,최근논의되고있는‘정동이론’을심화시킬돌파구를마련한다.
랏자라또에따르면,현대자본주의는발명과창조가이루어지는자신의외부를포위·감금하고포획하여사유화함으로써부를축적하고있다.저자가말하는‘사건의정치’란,자본과권력에의해포획된발명의사건성과그가능성을자유롭게해방시키는것이다.그것은저항과함께차이화를증폭하여현대사회의통제와관리를넘어서면서‘구성권력’의힘을증대하는정치다.
랏자라또는다수자의척도로부터탈주하고차이를생성하면서자신의삶을자유로이구성하는‘소수자-되기’에서대안적인정치적주체화를찾아낸다.이관점에서볼때,랑시에르의‘평등의정치학’은다수자의척도자체를문제삼지않고있으며평등의요구를넘어서서전개되는차이화의운동을생각하지않는다.랏자라또는평등의쟁취와함께차이의생성을추구하는정치학을,즉‘평등의정치학’을넘어서‘소수자의정치학’또는‘차이의정치학’을우리에게제시한다.
출간의의미
이책의저자인랏자라또는정치철학자안또니오네그리의제자로서,잡지『뮐띠뛰드』(Multitudes)지의창간발기인이자편집위원이며,반(反)WTO·반G8운동과(이책에도등장하는)엥떼르미땅이나불안정생활자(프레카리아트)등의연대조직활동에참가하는등실천적인지식인이기도하다.최근그의책『부채인간』과『기호와기계』의한국어판출간으로,랏자라또는한국에서도꽤알려져있는현대사상가이다.2004년에원서가출간된이책『사건의정치』는랏자라또의이론적·철학적바탕을다진책으로평가받는다.
랏자라또의책이가지는미덕중하나는,그의이론적탐구가항상사회현실에서벌어지는‘사건’에대한성실한대응속에서그사건을이해하고,급진적인입장에서대안적인전망을찾아나가면서이루어지고있다는점이다.이책도역시그러한데,‘사건의철학’은이책의서두에서사건의예로서소개되고있는1999년의‘시애틀봉기’에서촉발되어사유되고있다.랏자라또는시애틀봉기라는사건에대해사유하면서,주체의철학은더이상이러한사건들이열어놓는정치적시공간을사유하거나적절히대응하지못한다고평가한다.이에그는사건의특이성에대해사유해왔던라이프니츠와가브리엘타르드의모나드론,미하일바흐친의대화주의의의의를들뢰즈의잠재성의철학을경유하여재조명하고재구성한다.
또한그의정치철학과실천이론은현대자본주의사회의변동과긴밀한관련을맺는다.포스트포디즘과신자유주의로특징지을수있는현자본주의에서는,예전과는다른양상의사회가펼쳐지고있다.사회적·경제적약자에대한사회적배제가이루어지고있으며,노동에관한여러규제가없어지면서비정규고용이확대되고,홈리스,워킹푸어등이문제로나타났다.정규직노동자들역시치열한경쟁속에서우울증에빠지거나과로로인한자살을하는경우가많아졌다.정규직과비정규직노동자들이분리되어협력하지못하고있는상태에서는기존의대기업정규직노동자의노동조합을중심으로하는노동운동은변화된자본주의아래에서보수적인성격을띠게되는경향이생기고있다.『사건의정치』를관통하고있는것은인지적노동과다운사이징,고용의유동화를특징으로하는포스트포디즘시대의현자본주의에서,이시대를극복할대항책은기존의노동운동의연장선상에서는찾을수없다는문제의식이다.
변화된자본주의에대항하기위한이론을모색하는일은매우어려운과제로,근본적인(radical)사유가필요하다.이책의많은부분이철학적논의로채워지고있는것은이때문이다.하지만이점이야말로이책이지닌장점으로,이책이노동문제에관한일반적인책이나아카데믹한철학서와는그유를달리하는요인이기도하다.책의앞부분인1~2장에서전개된철학적담론은3장과4장의현대사회와문화에대한구체적인분석,그리고5장에서의프랑스에서전개된‘엥떼르미땅’의투쟁이지닌현대적의의의도출과‘차이의정치학’에대한논의와긴밀하게결합된다.그의책은현대사회에서나타난사건들에대한이론적응답이며그사건이열어놓는지평에서대안을찾아가는작업의산물이다.
사건이란무엇을의미하는가?사건의철학에대하여
랏자라또사상의철학적바탕을가장잘보여준부분은1장「사건과정치」이다.1장은주로라이프니츠와타르드의모나드론,그리고들뢰즈의철학을통해‘사건’과‘가능성’에대해철학적으로해명하고있다.랏자라또는사건의철학을‘헤겔-맑스’의전통이제시한‘주체의철학’과선명하게대조하면서설명한다.주체의철학이동일성의철학이라면사건의철학은차이의철학이다.노동을핵심개념으로삼고있는주체의철학에서가능성은결국동일성의반복에불과한것으로취급된다면,사건의철학에서가능성은차이의생성과반복으로인식된다.주체의철학은사건을‘객체’로서인식하여주체의동일성으로회수하고그사건의차이성이지닌역능을박탈한다.이와는달리사건의철학은사건이열어놓는시공간에서그차이성을더욱가동하여새로운일관성을구축해나간다.
랏자라또의사상에서사건이란,계획된것이아니라예측불가능한것,조리에맞는것이아니라부조리한것,필연적인것이아니라우연적인것이다.또한사건은균질적이고정지된공간에서일어나는것이아니라이질적인것이서로혼합된동적인공간에서일어난다.균질적이고정지된공간으로보여도,거기에이질적인것이혼입된다면혼합에의해예상밖의사건이일어나면서공간전체가변모될수있다.그러한의미에서사건은앞으로어떠한꽃을피울지아무도모르는식물의종자와비슷하다.그종자는모두가이종혼교적(異種混交,hybrid)이고각자가고유의미래의꽃-바꾸어말하면고유한가능세계-을자신안에숨기고있다.사건을그와같이포착할때,우리들은‘가능태’로부터‘현실태’로의이행으로서세계를포착하는,예전의자연철학계보에발을들여놓게된다.
근세말의철학자라이프니츠는개개의사건(모나드)이내포하고있는무수한가능세계는신의은총에의해‘유일한세계’안에서조화된다고생각했다.그리고근대가되면,이번에는국가가그때까지의신을대신하여초월적인입장에서개개의사건(주체)을총괄하고무수한가능세계를‘규율훈련’에의해균질화하고,관리하게된다.-“여러규율사회는라이프니츠의신처럼작용한다.”푸코의‘생명권력론’이보여주듯이,탄생,노화,병,죽음이라는인간의삶에얽혀있는사건(결국‘삶’은사건이다)은권력에의해관리되어야할대상이된다.또노동은계획에의거하여‘유일한세계’를표현하기위한본질적수단이된다.
통제사회의도래와인지정치
19세기말부터진행된미디어와교환수단의급속한발달은그이전과는이질적인노동과사회의상태를부상시켰다.19세기말의사회학자타르드는거리를둔사람들사이의‘뇌의협동’으로서의노동과미디어를통해사고하는다양한‘공중’들의등장을밝혔다.그와같은세계는국가와당이라는초월자의계획에의해변화되는것이아니라‘집합화된뇌’가산출하는사건(발명)에의해변화되는세계이며,무수한가능세계가공립(共立)하는세계이다.‘유일한세계’에입각한권력은그와같은가능세계의증식을막아야만한다.그때미디어는‘유일한세계’와‘무수한가능세계’사이의투쟁의무대가된다.즉그것은‘단일언어주의’와‘복수언어주의’사이의투쟁(바흐친)이다.랏자라또는이러한상황에서생겨나는새로운정치를‘인지정치’라고이름붙이고,독자적인분석을행한다.
그와같이새로이등장한사회의잠재성은자본주의생산양식이변화하여공장노동의모델이기능하지않게되고,권력의움직임이외재적인작용양식(규율훈련)에서내재적인작용양식(통제)으로이행하면서뚜렷하게현재(顯在)화했다.이러한시대변화에맞추어자본주의는노동양식을크게변화시켰지만(포디즘에서포스트포디즘에로),이에대해노동운동쪽은변함없이공장노동모델에의거하면서예전의자본주의와의타협의산물(복지국가)에그대로매달려있다는문제를갖게되었다.자본주의가이미사건을‘포획’하여자신의것으로만들려는(무력화하는)것에비해노동운동쪽은여전히사건을이해하지못하고있다는것이랏자라또의진단이다.
오늘날자본주의기업은무엇을착취하는가?
랏자라또는오늘날의자본주의‘기업’을공장과구별한다.기업은미리가능세계를생산함으로써‘대안은없’는세계를창출하여이를통해착취를행한다.다시말하면,기업은자신이만든가능세계만이가능하며다른세계의도래는불가능하다고생각하도록사람들을변조하고,그들이그한정된세계속에서만욕망하게만들며,그럼으로써착취의우주를형성한다.(그래서이에대항하여대안세계화운동은“다른세계는가능하다”는구호를내세웠다.)가능성을한정하여절취하는작금의자본주의는부채로운영되는현금융자본주의시스템과직결된다.이는이제현대자본주의는노동자의현재시간만을착취하는것뿐만아니라미래의시간을착취함으로써작동한다는것을의미한다.
랏자라또는,현자본주의가마이크로소프트사나구글에서도볼수있듯이‘뇌의협동’이형성한공통적인것을절취하면서가치를축적하고있다는점도지적한다.그에따르면,기업보다먼저존재하고있는것은자본주의시스템외부에서형성되는집단적뇌의공통적인발명과창조이다.기업은이를통해창출된공통재를포획하여사유화하고,발명되고있는가능성을회수하여가치회로속으로구깃구깃집어넣는다.이에따라이루어지는가능성의봉쇄란자본주의시스템에의한‘외부의감금’이라고할수있다.
자본주의시스템과기업은,발명과창조가이루어지는자신의외부를포위·감금하고포획하여사유화함으로써부를축적한다.사건을발명하고구성하는정치를생각하는랏자라또에게‘사건의정치’란,이렇듯자본과권력에의해포획된발명의사건성과그가능성을자유롭게해방시키는것,그러니까저항과함께차이화를증폭하여현대사회의통제와관리를넘어서는동시에‘구성권력’의힘을증대하는것이다.정치에서가능성의발명과그사건성을증폭하기위해서는정치의실험이필요하다.
‘사건론적전회’-바흐친의대화이론에대하여
랏자라또에따르면,사건을이해하기위해서는‘바흐친의사건론적전회’를인식할필요가있다.바흐친에게서모든발화행위는사회적행위이다.바흐친에의하면,언어행위(즉‘발화행위’)와분리된낱말과문법형식,명제는단순히잠재적인의미작용에봉사하기위한‘기술적기호’에불과하다.이러한언어의잠재성은언어행위에의해개체화되고,특이화되며,현실화되는(달성되는)것이며,그것은우리들을또하나의존재영역,즉‘대화’의영역으로들어가게한다.언어를구성하는단어와명제를하나의완전한언어행위로,즉하나의‘전체’로변용하는것은전(前)-개체적인정동의힘,논리-정치적인힘이다.그것은언어의바깥에있으면서언표행위의안쪽에있는힘이다.
모든언표행위는그속에이해와‘능동적책임’,‘입장표명’,‘관점’,‘적극적평가’등의내용을포함하고있다.그러한내용은화자가그때기대하고있었던것과는무관하게야기된다.이와같은대화성의개념을사용하여우리들은공공(公共)공간의변천을생각할수있다.봉기와같은사건에서,우리들이발견하는것은바흐친이기술한것처럼전략적행위이다.즉한편으로언표는다른언표와서로대립하지만,다른한편으로그것들은서로보완하고기댄다.바흐친의대화주의는,언표는그자체가다른언표에대한응답임을밝힌다.그것은다른언표와의차이를분명히하면서다른언표를확인하고,다른언표에의거하면서공공공간안으로파고든다.그래서언표행위를언어안에폐쇄하는것은불가능하다.
포스트사회주의정치운동-평등의정치를넘어차이의정치로
들뢰즈/가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