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들) (소설의 윤리와 변신 가능한 인간의 길)

문학의 역사(들) (소설의 윤리와 변신 가능한 인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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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문학의 역사(들)』은 문학평론가 전성욱의 네 번째 책이고, 『바로 그 시간』(2010) 이후 두 번째로 출간하는 문학평론집이다. 기존의 글을 단순하게 수합하여 내는 관행화된 평론집과는 달리 나름의 일관된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이 비평집이 단지 ‘문학평론집’이 아니라 ‘문학론집’으로 읽히기를 바란다.

비평집의 제목과 목차의 체제는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을 차용하고 변형하였다. 영화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고 있을 때, 그는 이 영화의 제작에 착수했다. 그에게 영화의 쇠퇴는 단지 한 예술 장르의 퇴락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거나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저자는 소설의 쇠락을 목도하며 고다르의 역사적 사색을 떠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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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전성욱

저자전성욱은문학평론가.동아대학교한국어문학과조교수.계간『오늘의문예비평』편집위원과편집주간으로일했다.동아대학교국문학과의학부와대학원을졸업했다.경성대에서소설론과지역문화론을,부경대에서문예비평론을,한국해양대에서북한문화론을,동의대에서글쓰기를강의했다.지은책으로비평집『바로그시간』(2010),산문집『현재는이상한짐승이다』(2014),연구서『남은자들의말』(2017)이있다.

목차

책머리에:문턱을넘는동안8
서문:도착하지않은문학들14
보론:지성과반지성65

I모든역사
chapter1A:모든역사들82
변이하는세계,변태하는서사-소설의힘에대하여83
변신하고갱신하는자의사상-염무웅과그의시대109
익명의비평-미시마유키오와신경숙,심층근대의갈림길153
위악의유산-마광수의『즐거운사라』와장정일의『내게거짓말을해봐』가남긴것178

chapter1B:하나의역사들196
만년의글쓰기-김원일의『비단길』과윤후명의『강릉』에이르는길197
이인자의존재론-윤정규소설집『얼굴없는전쟁』에남아있는것208
아비들의역사-조갑상소설집『다시시작하는끝』의재출간에붙여229
자기로부터멀어짐으로써,돌아갈수있는-비평가권성우의자의식244

II도착해야할시대의역사
chapter2A:오직문학만이275
자기를구원하는사람-황정은소설집『아무도아닌』276
박람강기의저작술,넝마주이의글쓰기-정지돈소설집『내가싸우듯이』301
아,개인은영원히어리석다-편혜영장편소설『홀』333
믿을수없는공동체-윤대녕장편소설『피에로들의집』352
나르키소스의끈질김에대하여-손보미장편소설『디어랄프로렌』365

chapter2B:치명적인것들382
내안의장님이여,시체여,진군하라!-권여선소설집『안녕주정뱅이』383
연결되어야만하는-정이현소설집『상냥한폭력의시대』402
박해받는자들을대신하다-조해진소설집『빛의호위』419
농담처럼,그렇게슬픔은웃음이되고-고은규장편소설『알바패밀리』438

III고독의역사
chapter3A:드러나지않는것들452
역사의끝에서드러나는것-재난의상상에드리운것들453
이물감에대하여-이주노동자는어떻게드러나는가?493

chapter3B:우리사이의기호518
교통,소통,교환,그불투명한열의-정영수소설집『애호가들』519
정치적인것이아니다-조남주장편소설『82년생김지영』534
실패한자들의실존-김사과장편소설『풀이눕는다』543
바깥에서찌르고들어올때,안에서일어나는일들-김애란소설집『바깥은여름』555

후기:비천함의아방가르드569

감사의글594
참고문헌595
텍스트찾아보기602
인명찾아보기605

출판사 서평

종언이후에도문학이존재할수있는가,라는물음은천박하다.이제라도모든것을무릅쓸수있는가,에대하여물어야한다.우리가진정모든것을무릅쓸수있는용기가있다면,문학은수전손택이믿었던바의그자유를가능하게해줄것이다.물론그자유는자유주의자의그것으로한정되지않는다.…문학은아직오지않은세상,도착해야할세계에대한적극적인무위의기다림이다.

‘근대문학의종말’을근대적인주체의포스트모던한갱신속에서읽어낸다
이비평집은근래에나온한국소설들을집중적으로독해함으로써,문학의그질적인변화에서역사적전환의기미를포착하고있다.예술의종말혹은근대문학의종말이란예술과문학그자체의종말이아니라,역사의거대한전환속에서낡은것들이허물어지고새로운것이나타나는어떤전회내지는갱신을일컫는다.근대라는한시대의역사적종막을‘역사의종말’이라고한다면탈냉전,액체근대,인지자본,포스트휴먼과같은어휘들은그이후펼쳐진포스트근대의시간과밀착된개념들이라할수있다.‘포스트모던’은그전면적이고급진적인역사의전환을단적으로집약하는어휘이다.
이문학론집의핵심은한국소설을통해바로그역사적전환의요지를근대적인주체의포스트모던한갱신속에서읽어내는데있다.근대적주체란모든전제적구속으로부터자유로운개인이다.정치적권력과경제적분배로부터의배제,합리적지성과문화적향유로부터의배제로부터자기의몫을요구하고역사에등장한것이근대적주체로서의자유주의적개인이다.근대문학은바로그리버럴한주체의지성과정감을바탕으로성립된일종의제도였으며,그러한근대적주체는곧네이션이라는국민국가의이념을정초하는핵심이었다.근대문학은신의섭리라는초월성으로부터독립한세속적인개인의예술이었다.그세속적개인이독창성과자율성의이념으로고고하게자기를신성화하다가마침내파국에이른것이근대문학의종말이라는것이다.독창성의이념이새로운것의창조라는강박을낳았고,그강박이낡고진부한것들의부정이라는증상으로표출되었으며,그렇게극단적인부정을거듭하다가끝내는자기의존재론적기반까지말소해버리는파국에이르렀다.그것이바로모더니즘의파국,다시말해근대적예술의종언이다.

지성의문학,공감의문학,자유주의문학에대한포스트모던한비판
지금한국문학은근대에서포스트근대로,역사적인문턱을건너고있는중이다.근대적인주체의존재론적근거가무너짐으로써새로운주체가탄생할수있는가능성이열리고있다.확고부동하고나르시시즘적인근대적주체는,유동적이고개방적인주체로변신가능하다.그렇게변신가능한포스트모던한주체는아집과독아론을극복하고외부의타자와접속함으로써자기를그무엇으로도변이시킬수있는잠재성의주체이다.문턱건너의문학,근대문학종말이후의문학은바로그변신가능한잠재성의주체에대한모색과성찰로드러난다.이평론집의부제로삼은‘소설의윤리와변신가능한인간의길’이라는구절속에그런뜻이집약되어있다.그것을극기복례(克己復禮),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는의고적인표현으로대신할수도있을것이다.전체를위해서멸사(滅私)하는주체가아니라,자기이외의다른세계와만나기위해아집을극복하는극기(克己)의주체.그주체가이세계의정의와공익을위해자기를극복하는것이곧윤리인것이다.
그러므로이문학론집은한국에서근대적인문학의주도권을쥐고있는지성의문학,공감의문학,그러니까그부르주아적인자유주의문학에대한포스트모던한비판을함축한다.여기서특히주의할것은그비판이계급주의에입각한프롤레타리아적인비판이나배타적인민족주의적비판이아니라는것이다.강조하기위해거듭밝히지만,이는자유주의문학에대한포스트모던한비판이다.‘지성’의한계를보완하는‘또다른인지적역량’의발굴,‘공감’하는데머무르지않고‘적대’의현실에민감하게맞서는주체,‘개체의자유’를넘어‘공공의정의’로도약하는정치,‘서구적근대성’에서비서구적인가치를포괄하는‘다원적근대성’으로,이러한것들이그포스트모던한비판의대략적요지이다.그리고그것을한국소설의맥락에적용하면다음과같이정리할수있다.

◇타자와의충돌을감당할수있는주체,그충돌을통해스스로를갱신하는주체
◇낯섦을소비하는새로움이아니라낯섦으로부터새로워지는진부함
◇조화로미봉되는여행이아니라불화로파열되는여행
◇세상의이치대로교양되지않는아이들
◇도래하는것이아니라도달해야만하는것
◇재현의불가능성으로부터불가능의무릅씀으로
◇찬란한하나의별빛에서별무리의미약한반짝임으로

이책의구성
이책은근래에출간된한국소설들에대한정밀한비평이면서,그작품들의저류를흐르는역사적맥락에대한(인)문학적고찰이다.서문과뒤이은보론에서는역사의전환이라는거시적차원에응대하는새로운문학의논리를구상하였다.서구적근대성에치우쳐온자유주의문학론을향한포스트모던한비판을수행하면서,우리가도달해야할규제적이념으로서의문학적이상을‘소설의윤리와갱신가능한주체’라는논리를통해개진하였다.
본문은모두한국문학의구체적현장을파고든평문들이다.염무웅,미시마유키오,신경숙,마광수,장정일,김원일,윤정규,조갑상,권성우등이등장하는I부는한국의파행적근대화가낳은굴곡들이낙인처럼찍힌한국문학의표면과심층에대한탐구이다.황정은,편혜영,윤대녕,손보미,권여선,정이현,조해진,고은규등의작품을비평한II부에서는최근의한국소설에서드러난역사적변화의기미를포착하면서앞으로가능할새로운문학의미래를예감한다.I부가지나간시간에대한성찰이라면,II부는현재의시간에대한비판과미래의모색이다.정영수,조남주,김사과,김애란등의작품을다룬III부는II부의주제중에서도‘현재의시간’에대한심화된접근으로서,세속의현실에감응하는소설의예민함을윤리적인고미학적인힘이라는관점으로독해하였다.

저자인터뷰
1)현재제목은이책이“문학사”를쓴책이라는느낌을줍니다.부제“소설의윤리와변신가능한인간의길”을보면문학사보다는좀더큰기획을염두에두고쓰인책이아닐까,라는생각도듭니다.제목과부제에대해서책을처음접하는독자들에게간단히설명을해주실수있을까요?
이책의제목인‘문학의역사(들)’에는공허하고균질적인시간을흐르는연대기적인문학사에대한비판이담겨있습니다.서구적근대성으로부터주조된한국문학은‘근대’나‘한국’과같은거대한환영으로부터조금씩벗어나고있습니다.이제문학은그들각자의것으로쓰이고또읽혀져야할것입니다.부제가의미하는바는,다른그무엇과기꺼이접속할수있고,그접속으로써자기를또다른무엇으로갱신할수있는윤리적인간,우리가도달해야할소설의미래는그런인간형의모색을통해가능하리라는믿음입니다.

2)『82년생김지영』처럼2016~2017년에독자들에게많은호응을얻은소설들에관한비평문이책에수록되었습니다.독자들이『문학의역사(들)』에좀더쉽게다가갈수있도록몇몇소설에대한저자의독특한관점을소개해주실수있을까요?
『82년생김지영』은많은이들로부터공감을얻었던소설입니다.그공감의요지는지금의한국사회에서여성으로산다는것의의미를대단히사실적으로그려냈다는것이었습니다.그러나저는이소설의서사구조가갖는상투성이여성의현실을통속화한다고비판하였습니다.소재나주제로여성을전면화하였으나정치적으로는대단히반여성적인소설이라는것입니다.
신경숙의「전설」을두고벌어졌던표절시비에대해서도저는좀다른입장에서접근하였습니다.저는한작가의인격에대한도덕적비난혹은그를옹위하는세력에대한반권력적비판에동의하지않습니다.이른바‘문학권력’을비판하는이들은자주권력을실체화하는오류를범하였습니다.권력은누군가움켜쥐고있는것이라기보다관계의배치속에서발휘되는것입니다.신경숙표절논란은그런관계의배치가한국의파행적근대성과깊이연루하고있다는것에주의를기울일수있는소중한성찰의기회였던것입니다.일일이다거론할수없지만,이책의평문들에는제가놓인위치에서발생한시차(視差)를통해각각의작품들을독해하려는분명한자의식이담겨있습니다.

3)이책을어떤독자들이읽었으면하는지요?
널리읽히기보다는깊이읽히기를바랍니다.자기의지를공고하게하려는이들보다자의식이깨어지기를원하는이들이읽었으면합니다.공감하려는이들보다반론하는이들에게읽히기를바랍니다.혹은공감하면서도반론할수있는이들에게읽히기를바랍니다.문학을사랑해서그문학에분노하는이들이읽어주었으면합니다.지방에서읽고쓰는저자에대한도도한편견없이읽어주기를바랍니다.

4)우리시대에문학이“불가능을무릅쓰는”방법이무엇인지에대해조금구체적으로말씀해주실수있는지요?
무릅쓰는것,그자체가불가능에응대하는방법입니다.무릅쓴다는것은다가올위험과고통을감수한다는것입니다.그러므로자기의이익에몰두하는자는무릅쓸수없습니다.자기를드높이려는의욕에몸이달은자들이불가능성을소리높여이야기하곤합니다.자기의이해관계가아니라공공의이해에대한책임을갖는윤리적인간만이무릅쓸수있습니다.재현불가능하므로그아포리아를표현해야한다거나,대의불가능하므로직접참여해야한다는식의발상은가혹한경험의부담이없는공허한언술이기십상입니다.자기스스로재현과대의의좌절을그자체로생생하게겪어내는이가무릅쓰는사람입니다.겪어내고견뎌내려는자,그러니까자기로부터망명하는이가곧무릅쓰는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