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통치』에서랏자라또는질들뢰즈,펠릭스과타리,안또니오네그리,미셸푸코에서부터데이비드그레이버,칼슈미트에이르는광범한분야의사상가들과대면하면서,극도로비참한현상황에대한집단적거부를하기위해우리가연합할때가왔다고주장한다.
모든전문가,정치가,언론인이한목소리로말하는것은다음과같은단언이다.부채가공적재정을파탄시키고,성장을저해하며,실업을야기한다!시장을살리고번영을구가하고싶은국가는어떤대가를치르더라도부채로부터벗어나야한다.그러나마우리치오랏자라또의진단은이와는정반대이다.자본주의체제하에서의부채는결코경제적·재정적문제에그치지않으며,늘예속화·종속화로귀결되는하나의정치적관계이다.부채는무한한것,상환불가능한것,결국조절불가능한것이되어,사람들을길들이고구조개혁을강요하며권위주의적통치를정당화하는도구,달리말해자본의이익을따르는‘기술적통치’의이름으로민주주의를억압하는도구로기능한다.
2008년의경제위기는조세정책을통한사회적부의거대한몰수행위를조직적으로수행하는‘새로운국가자본주의’의형성을촉진했을뿐이다.양차대전직전의불안한상황으로복귀하는듯이보이는오늘의상황에서,실로모든것은-교육의경우처럼-이제까지는상대적자율성을누리던영역마저도삼켜버리며자신을삶그자체와동일시하는데에이른금융자본에의해전적으로통제되고있다.오늘날눈앞에가시화되는위기와재앙에직면한우리에게자본주의적가치화그자체로부터의근본적일탈이긴요하고도시급한문제로떠올랐다.이는우리의삶,실존,기술을다시금우리의것으로되돌리기위해,거부의가능한전선을재구축하기위해,실로필요불가결한일이다.
[출간의의미]
하느님에대한죄(부채)와은행에대한죄(부채)
마우리치오랏자라또의『부채통치』는니체의『도덕의계보』를잇는책이다.니체는무엇을말했는가?니체는중세의하느님에대한죄(부채)가근대에들어서면서사회에대한죄(부채)가되었다가,오늘날은행에대한부채(죄)로바뀌었다고말한다.
중세의인간은하느님의은혜로태어나서살다가‘어리석게도’죄를짓는다.죄를지었으니갚아야한다.그것이벌이다.그는생전지상의온갖불행을겪고사후의지옥을가게될것이다.하나님이없는근대의인간은사회의은혜로태어나살다가‘악하게도’죄를짓는다.모두가다같이잘살고자만들어놓은사회의규칙을어떤개인이어기는죄를범한것이다.이는기본적으로자기만잘살고타인을배려하지않으려는이기심에서나온것이니악한것이다.따라서악한인간은공공의적이다.공공의적은사회외부의적과마찬가지로사회를파괴하고공격하는자이다.우리가사회외부의적들에게관용을베풀지않듯이우리는사회내부의적들에게관용을베풀어서는안된다.사회내부의적인악한개인들은모두가합의한사회계약의위반이라는가장큰죄를지었으니벌을받아야한다.그는감옥에가게되거나또는목숨을잃게될것이다.
중세의신과근대의사회계약을모두부정한니체이후,오늘날사람들이죄(부채)를짓는대상,따라서죄(부채)를갚아야할대상은은행이다.오늘날죄를지은자들,곧부채를가진자들은어리석은자들이자,악한인간이자,그무엇보다도‘한심한’인간이다.한심한인간인오늘의개인곧채무자는은행곧채권자에대해자신의죗값,곧빚을갚아야하는한심한인간이다.그가한심한이유는오늘날현대세계의은행이가정하는인간,곧경제적인간(homoeconomicus),달리말해스스로와타인,그리고세계를관리하는인간,합리적인간이되지못한죄를지었기때문이다.부채를진자,곧채무자는경제적인간,곧관리하는인간이자합리적인간이어야만할자신의의무를다하지못한자이다.
죄인을만드는기준에대해질문을던져보자
이제빚을진자에게는온갖종류의비난이쏟아진다.자기돈,자기씀씀이도관리하지못한자,자기관리도못하면서그저자기욕망의즉물적충족에눈이먼자,욕망의노예,아직정신못차린자,현실을모르는자,따라서그는어리석은자이자,부도덕한자,한마디로,여러모로한심한놈이다.
그러나니체를따라이렇게생각해보자.아니,이런질문을스스로,그러니까나의힘으로,던져보자.나는신의자식인가,나를신이창조한것이맞나?신이자신들의권력을정당화하기위한사제계급의장치라면?나는나를착취하는자들의신을믿고그들에의해원죄를지었다고심판받고결국은그들의신앞에서벌까지받아야하는것일까?내가원죄를짓긴지었나?나는따라서벌을받아야하나?아니하느님이란게확실히있긴있나?이렇게말하는자는사회의평범한정상인들에의해죽임을당했을것이다.근대의사회계약론에서도프랑스바칼로레아철학시험을보는고3처럼질문을던져보자.내가계약을한적이있나?그계약은누가했나?내가북한에태어났으면나는그사회의계약을믿고준수하고따라야만하는가?질문을던지면왜안되나?그러나여기는남한이니그렇게세뇌된조작이아니라모두가자유롭고민주적으로합의한것이므로경우가다른가?그런데,그건누가정했나?어떤기준으로어떻게정해진걸까?실은사회계약이신없는사회의자기정당화장치가아닐까?진실과정의그리고민주주의에대한해석의독점,자연과당연에대한해석의독점이야말로민주주의적이지도자유롭지도평등하지도않은방식으로이미정해져내게부과되는것이아닐까?민주주의에대하여나와다른정의를가지고있으면민주주의자가아닐까?나와다른방식으로사랑하면사랑하는게아닐까?민주주의와사랑에대하여,자유와정의와평등에대하여,너는나와다른정의를가지면안되는것일까?
빚진자에대한비난은정당한가?
오늘날은행에대하여부채를진자들은어떨까?상환능력이한달에500만원인사람에게1000만원의한도를갖는카드를발급해주고1년후결국이사람이카드값을내지못해신용불량자가되는것은그가경제적인간,합리적인간이못되어서만그런것일까?또는이사람이신용불량자가되기직전에장기대출,카드론대출을받아일단위기를넘기고향후상당기간동안,오로지,엄청난이자가붙는이카드론대출을갚기위해고군분투하는삶,저녁이없는삶을사는것은온전히이사람만의책임일까?또는,그결과를정확히모른채,이사람이자기아파트를사기위해,또는대학을들어가기위해,다니기위해,졸업하기위해학자금대출을받아졸업을하고10년동안그빚을갚는것은남의돈을썼으니갚아야하는것,그러니까당연한일일까?혹은이똑같은사람이부모님과자식이아프고정말급한돈이당장필요하여다급한심정,그러니까자포자기의심정으로‘제2금융권’대출을받아평생을그늘에서살며주민등록이말소되어조폭들에게쫓기며산다면,‘주제파악도못하고’대학을간이사람,‘자기욕망을조절하지못하고’미리미리충분한저축을못해놓은이사람은다만어리석고한심한판단력을가졌기때문에그렇게된것일까?
99%가빚쟁이인사회의구조적원인은무엇일까
신자유주의는경제적자유주의의확장버전이다.신자유주의는삶의일부인경제적부분의가치를삶의여타영역모두에대한전면적인평가기준으로격상시킨다.이러한논리에따르면,다음과같은논리가성립한다.오늘네가경제적안정을갖지못했다면,너는비합리적인삶을살아왔다.또는너는비합리적인간이다.경제적합리성이없다는것은현실감각이없다는것이고,현실감각의결여는이경우경제적합리성,나아가합리성자체의결여와같은말이다.너는비합리적이다.그러므로너는할말이없다.네죄는네가잘못해서일어난일이므로온전히네가갚아야한다.아무도너에게그런일을강요하지않았다.네가한일은온전히네가한일이다.소비도네가한것이고,대출도네가받은것이다.너는자유고네가한모든일은너의책임이다.그러니네게일어난모든일,너의현실은온전히오롯이너의책임,너만의책임이다.
그런데,이런논리에무슨문제라도있다는말인가?조금야박하기는하지만,그럼자기가자기소비규모를관리를못하는자,자기수입이상의돈을쓴자,갚을수있는능력이상의돈을먼저빌려써놓고갚지못하는자를어쩌란말인가?그것이신의책임인가,국가와사회의책임인가,그것도아니면은행의책임인가?결국당사자의책임이아닌가?이러한합리적질문에대해랏자랏또는이렇게말한다.좋다,다맞는말이다.그런데신용불량자가한사회의1%또는5%가아니라,20%,30%,50%,나아가대다수라면,그래도이것이오직개인의문제인가?가난한가족은일을안하고놀기만해서가난한가?가난한나라는일을열심히안하고놀아서못사는가?이미수십,수백년,아니수천년동안쌓여온사회와국가내부의,또는국가들사이의구조적문제는아닌가?
은행과부자의안위를최우선하는사회에문제제기를하자
은행이가장좋아하는고객은돈을빌리지않는고객이아니라,돈을많이빌리고(원금은물론이고,특히,이자를,이자까지)착실히갚는고객이다.그러나실은갚지못하더라도좋다.가령단기대출,현금서비스를갚지못하는고객은돈을갚지않을수없으므로,다른데서체면을구겨가며빌리는것이아니라,자신의카드에서고리의장기대출,카드론대출을받아단기대출현금서비스를갚을것이다.어떤경우에도은행은손해를보지않는다.국가간의경우에도마찬가지다.독일은행에대한빚을갚아주기위해스페인과그리스가국가부도사태를맞는다.그리스와스페인의국민들은독일국민보다훨씬더많은시간을일하는데도,그들이버는돈은자신들의복지가아니라독일의은행부채를갚는데사용되었다.
그런데이모든것은당연한가?그런데,사실은좀이상하지않은가?왜열심히일하는자가덜일하는자보다여유롭고풍족하게사는가?어떻게해서덜일하는자,보다정확히말하면잘사는집안,잘사는나라에태어난자,한마디로‘금수저’를물고태어난자가더많은시간을일하는자,더열심히일하는자보다더여유롭고안락한삶을누리는가?대안도없으면서이런책을쓰는저자는무엇인가?이모든것은이세계의변화불가능한‘필연적’운행법칙,또는‘불가피하게받아들일수밖에없는’자본의운동법칙인가?
그렇다.정말‘대안’은없는것일까?원래없는것일까?아니면,아직없는것일까?마우리치오랏자라또의『부채통치』는그대안이‘원래’있을수가없는것이아니라,다만‘아직’없을뿐이라고말하는책이다.이책은그대안을사유하려는책,세계의지금과는다른운동법칙을사유하려는책,아직도래하지않은미-래(未-來)를사유하려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