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투명기계』간략한소개
영화가또하나의철학일수있을까?단지철학적해석의대상이아니라,그자체로영사되고감상되고심지어편집되는빛의철학일수있을까?『투명기계』는그대답이다.라이프니츠,니체,화이트헤드,맑스등을가로지르며,소비에트,네오리얼리즘,누벨바그,뉴저먼시네마등영화사의굵직한사조들을아우른다.장르영화(공포,SF)뿐아니라실험영화(애니메이션,구조주의)도다룬다.한국영화도놓치지않았다.유현목과베르히만,임권택과타르코프스키의비교뿐만아니라,한국뉴웨이브와신파에대한최초의철학적접근.영화의세기에영화의홍수속에서표류하던사람들이애타게찾고있던책이드디어출판되었다.이제부터이책을읽지않고영화에대해논하는것은불가능할것이다.
2.『투명기계』상세한소개
이책은아주구체적인경험으로부터시작한다.‘영화를본다’는결코추상적이지않고,구체적일뿐더러어제도오늘도또내일도체험하는상황이다.스크린앞에앉아보라.막이오르고,이미지가투사되면,내온몸과정신이그속으로빨려들어가는듯,내신체와내가속한세계가잠시잊히는것과같이,나의시간은소멸되어영화의시간속으로그야말로‘빨려들어간다.’혹은‘흡수된다.’이‘빨려들어간다’는사태를지시하기위해우리는‘분위기’라는아주좋은단어를이미가지고있다.분위기는스크린에풍경을실질적으로펼쳐냄으로써,다른예술장르(문학,연극,TV…)와는차별화되어,영화만이가지는,진정영화적인요소다.이책은바로저사태로부터영화사를다시한번읽어내려는시도다.
영화가또하나의철학일수있을까?
이책은‘영화가또하나의철학일수있을까?’라는질문으로부터시작되었다.‘단지철학적대상이아닌,그자체로영사되고감상되고심지어우리머릿속에서,혹은우리의몸과함께편집되는빛의철학일수있을까?’라는질문.
저질문에답해왔던책들이없던것은아니다.하지만저질문에좀더엄격하게답해보려한다면,영화의철학은매우비본질주의적철학이어야할것은분명해보인다.왜냐하면영화에서는시간마저편집되며,(그것이샷이든,몽타주든)순수한관계만으로직조되는예술이기때문이다.우리는이때문에‘시간은지속이다’라는익숙한정식을버리고(왜냐하면그것은아직시간을실체로남겨놓고있기때문이다),‘시간은소멸이다’라는정식으로부터영화를다시읽고자한다.그것이바로이책이화이트헤드의철학에호소하는이유다.화이트헤드의철학이야말로세계에어떤실체도남기지않으려는,순수한관계의철학,비본질주의철학이기때문이다.
화이트헤드의시간론:시간은소멸이다.
‘시간은소멸이다’라는화이트헤드의시간론은다른어떤시간론보다도영화의시간성을가장잘해명한다.영화의몸통이라할수있는필름스트립이바로‘시간=소멸’의메커니즘으로이루어져있기때문이다.그것은표면과표면이부딪혀서운동을창발해내는메커니즘으로서,최소한근대이후엔원자론이란이유만으로탄압당해온시간의구도다.
이책은그것을영화에서다시찾으려한다.그러니까,이책은영화를하나의원자론으로다시읽으려는책이기도하다.단,원자론의정수가‘시간=소멸’과동의적인‘원자들에는마지막원자가없다’라는비본질주의적정식이라는한에서말이다.
최소한베르그송의사상이유행하기시작한이후,우리는이제껏영화의시간을지속으로사유해왔다.이사유습관에비추어보면영화의몸통이필름스트립이란이유만으로영화사를원자론적으로재해석한다는것은매우어색한일이며,심지어불쾌한일일수도있다.하지만인식이사실보다앞설순없다.따라서우리는우리가그동안열광했고또투쟁했던수많은영화들이얼마나원자론적이었나,우리가느꼈던그흥분과비애는또얼마나‘시간=소멸’이라는정식에입각해있었나를분석해보려고한다.
영화사를수놓았던표현들에이름을붙인다
이책은영화사를수놓았던수많은표면들에이름을하나씩붙여보고자한다.또가능하다면,그유형들을분류하여시간의상이한회로들을분류해보고,또그각각안에서유사하거나대립하는작가들을다시분류해보고자한다.이분류법이또다시어색할순있겠다.
하지만그것은우리가흔히말하는시간의네가지회로다(과거,현재,미래,영원).우리는영화의시간을네가지회로들(폐쇄,스트로크,병렬,변신)로나누었고,영화사를각각의회로에대응하는사조나장르로분류하고,또그안에서세부분류될수있는작가나작가군으로재차분류하였다.각각의회로는특유의표면양태(각각퇴행,모방,평행,변신)를가질뿐만아니라끊임없이변주되는일반적문법(각각풋티징,플릭커,프린팅,이멀전)또한가진다.반대로각영화는각자만의존재론적회로와그고유한기법들로각기상이한시간의실현에참여하고있다.이런점에서이책은평론집이아니라,유형학혹은계통학에가깝다.단그것은원자론적유형학이다.
변신은모든영화의공통패턴이며,영화철학은연극철학으로귀결된다
아마도이네가지회로가공통적으로지시하는구체적사태는아마도‘시간=지속’보다는‘시간=소멸’로서더잘해명되는‘변신’이라는사태일것이다.변신은모든영화의공통패턴으로서,비록그것이기억,위장,전이,변형등상이한양태로나타날손치더라도,어떤영화의어떤회로도직조하는영화의가장근본적인핵심속성이다.비록4부에서본격적으로다루게되겠으나,변신은우리가고전몽타주에서도그흔적과징후를찾을수있으며,또그것이어떻게고전몽타주에서현대몽타주로,그리고네가지회로들을횡단하는지를관찰할수있을것이다.
변신이라는테마가이르는영화적결론은,불행히도영화적이라기보다는연극적이라는게이책의또다른결론중하나다.왜냐하면변신은배역과무대를필요로하기때문이다.영화철학이끝내연극철학으로귀결된다는사실이또다시어색하고불쾌할수도있겠다.하지만이역시우리가스크린이상상과실재,이미지와세계,배우와관객,결국순간과지속을나누는차단막이라는본질주의적구도에익숙하기때문이지,결코영화의본성이연극적이지않아서가아니다.반대로영화는연극적일때,그의시간을가장잘소멸시킨다.그때가장잘변신하기때문이다.
이변신을지시하기위해우리가택한단어가,화이트헤드가자신의가능태개념을설명하기위해썼던그,“투명”이란개념이다.
모든영화는투명하다
모든원자가투명한것처럼,모든영화는투명하다.변신을너무잘하기때문이다.투명하다는것,그것은단지보이지않는다는의미가아니다.그것은합생과변환의과정이외엔더숨길것도,더보여줄것도없다는의미다.변신이외에다른정체성이없다는의미다.이런의미로라면,심지어우리가으레경멸조로말하는신파영화마저투명하다.
편집되고미장센되는과정으로서의시간의회로안에서,그것이펼쳐내는투명성안에서잘난영화와못난영화의구분따위는없다.소위예술영화뿐만아니라,상업영화와실험영화도최대한포괄하려고노력했다.또한어떤측면에서도서구영화들에결코뒤지지않을,동양의영화들도최대한포괄하려고했다(특히한국:유현목,김수용,김기영,임권택,이원세,이유섭,박윤교,변장호,심우섭,남기남,하길종,이장호,배창호,장길수,이명세,정지영…).
큰틀에서이책은리얼리즘에반대하고,연극학에동의한다.또한모더니즘비평에반대하고무속학에동의한다.후자쪽이네가지회로의공통목표인‘변신’을더잘해명하기때문이다.고로이책의부대목표는영화와함께화이트헤드철학이얼마나현대퍼포먼스인류학에가까웠나를보여주는것이다.
3.저자인터뷰
Q.‘투명기계’라는제목이강렬하고인상적인데그것의의미에대해독자들이이해할수있도록설명해주실수있을까요?
‘기계’란말은이제익숙합니다.생명과비생명의경계를가로지르거나,그둘모두를아우르는개념입니다.문제는‘투명’일것입니다.이책에서투명이란말은단지안보인다는그런통례적용법으로쓰이고있지않습니다.이책에서투명은,항구적변신을지칭하는개념으로서,변함이라는사태이외엔어떤다른정체성을지니지않음을의미합니다.(화이트헤드는이개념을가능태의실현방식에관련해서사용했는데요,이책에선그것을가능태의한속성처럼업그레이드해서쓰고있습니다.)영화는너무투명합니다.변신을너무잘하기때문이죠.영화는투명기계입니다.
Q.책이목차만훑어보아도대작이라는느낌을줍니다.영화세계에관해거의전면적으로검토하고있는이작품을쓰게된동기가무엇인가요?
영화가단지철학적대상이아닌,또하나의철학일수있을까?라는질문에많은저자들과책들이대답해온건사실입니다.허나대부분이‘시간=지속’이라는구도속에서그런생각들을전개하였습니다.이책은반대로‘시간=소멸’이라는구도로부터시작하고자합니다.그러한시간관이변신이라는사태를더잘해명하기때문입니다.변신은이전의정체성을소멸시키지않으면일어나지않는,매우운명적인사태입니다.영화는그걸너무잘합니다.
Q.영화를투명기계로사유하는이책을접하거나읽는독자가쉽게떠올릴수있는책은들뢰즈의『시네마』일것같습니다.들뢰즈의『시네마』는각장마다베르그송을전유하고응용하면서스크린을불투명한것으로,우주의빛이투과하지못하는불투명한막으로사유하는것으로보이기때문입니다.저자께서는이책에서화이트헤드를주요한준거로삼는데그이유가무엇이며들뢰즈『시네마』와의차이는무엇인지요?
영화의시간은지속되기전에편집되기때문입니다.변신하기위해섭니다.그런점에서영화는베르그송적이기전에화이트헤드적입니다.영화의몸통을이루는필름스트립은정확히그구조로짜여있습니다.여러장의스냅사진들이운동을창발하는형식으로.영화의본성이지속이고그고유함이베르그송적이라고말하려면,영화의이물질적조건을사상한뒤출발해야합니다.이책은그러려고하지않았습니다.반대로모든것을그로부터시작하려고합니다.불쾌한유물론의혐의를뒤집어쓰더라도.
분명아니땐굴뚝에연기가나진않습니다.하지만,굴뚝의구조에따라연기의색깔이달라지지,결코그역이아닙니다.
Q.국내외에서출간된다른영화서적들과비교할때이책『투명기계』가갖는차별점,이책의특이성과고유함도설명해주시면고맙겠습니다.
글쎄요.이책이지시하고자하는영화의본성,투명성에거의예외가없음을보여주고자했습니다.그리고그예외없음은단지경우의수가많다는것이아닌,우리가단지실용적이거나때로는권력적인목적을위해서작위적으로나누어놓은범주들(리얼리즘/판타스틱,예술영화/상업영화,극영화/실험영화…)의경계선을무력화시킴을의미합니다.
이책이소비에트영화,독일표현주의부터,미국건국영화들(서부극,느와르…)과현대할리우드영화들(SF,공포,액션…),반대로종교적이거나금욕적인예술영화로부터도발적이고혁명적인실험영화까지모두를,같은식으로서양영화뿐만동양영화까지아우르려고한다면,그것은단지모든영화가평등한투명기계임을보여주기위함입니다.
그리고이러한관점에서만이우리스스로영화에대해서양산해내는편견과경멸,먹물먹고맴맴하는자의식엘리트주의에저항할수있습니다.심지어우리가경멸조로말하곤하는신파영화조차,그것이영화로서는,르느와르와타르코프스키의영화만큼똑같이투명하다고말할수있어야합니다.
영화의투명성,이앞에서예술영화와상업영화,극영화와실험영화,리얼리즘영화와장르영화의구분따위는없습니다.그건영화가불투명하다고쉽게가정해버리는이들의머릿속에서나가능한사태입니다.
이책은이론적으로접근하는책들이범하기쉬운오류들은무조건피하려고노력했습니다.서양영화에너무매몰되지도않고,그렇다고섣불리오리엔탈리즘으로도망치지않으려분투했습니다.실제로영화는그둘중어느것으로도작동되지않으며,단지우리의펜촉과뇌세포,그리고입버릇이그둘중하나를선택하라고강요할뿐입니다.
또하나,영화의본성이우리가통상적으로생각해오던영화적이란개념과는너무나다름을,심지어그것은연극적임을강조하려했습니다.그러다보니,연극학의도움은필수적이었고,특히통일성을피하면서도이야기를직조하는현대적몽타주의경향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