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의 문학 (구조 요청의 동역학)

대피소의 문학 (구조 요청의 동역학)

$18.31
Description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평론가 김대성의 두 번째 비평집. 저자는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누구라도 무너지고 쓰러질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절실한 것은 미래나 희망이 아니라 오늘을 지켜줄 수 있는 대피소라고 주장한다. 대피소에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것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 한 잔의 물, 한마디의 말, 몸을 덮어줄 한 장의 담요, 각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 한 토막, 소중했던 기억 한 자락. 대피소에 당도한 이들은 그제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마음 놓고 몸을 벌벌 떨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대피소의 희미한 불빛은 회복하는 존재들의 몸(flesh)이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발열에 가깝다. 누군가의 작은 ‘두드림’만으로도 금세 깨어나는 힘들이 서로를 붙들 때 그 맞잡음이 온기가 되어 대피소를 데운다. 세상의 모든 대피소는 오늘의 폐허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회복하는 세계를 비추는 등대이기 때문이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대성

1980년부산출생.2007년계간『작가세계』평론부분에「DJ,래퍼,소설가그리고소설」이라는글로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부산대국어국문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고한국노동자글쓰기에대한박사학위논문을쓰며동아대와한국해양대에서강의하고있다.2013년생활예술모임〈곳간〉을열어활동하면서제도바깥에서사람들과어울리고부대끼며사는삶으로이행할수있었다.2015년부터생활글을근간으로〈회복하는글쓰기〉모임을기획및진행하고있으며구성원들과함께『문이야,무늬야』(chaaak,2016)를함께썼다.문화이론계간지『문화/과학』의편집위원으로참여하고있으며생활예술모임〈곳간〉과모임〈회복하는글쓰기〉의대표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무한한하나』(산지니,2016)가있다.

목차

머리말7
들어가는글:도움을구하는이가먼저돕는다15

1부대피소의건축술:구조요청의동역학
바스러져가는이야기를듣는것,구조요청에응답하는것28
익사하는세계,구조하는소설46
불구의마디,텅빈장소의문학64
아무도아닌단한사람73
거인의이름을부른다는것83
‘두번’의이야기:발포하는국가,장전하는시민92
“괴물이나타났다,인간이변해라!”106

2부대피소너머:추방과생존
한국문학의‘주니어시스템’을넘어113
‘쪽글’의생태학:비평가의시민권126
생존의비용,글쓰기의비용:우리시대의‘작가’에관하여148
잡다한우애의생태학169
아직소화되지않은피사체를향해쏘아라:1인칭Shot,리얼리티쇼와전장의스펙터클177
박카스와핫식스197

3부대피소의별자리:이모든곳의곳간
세상의모든곳간(들)206
Hellostranger?Hellostranger!:새로운우정의물결,코뮌을향한열정233
이야기한다는것,함께살아가는힘을기른다는것250
고장난기계261
텃밭과마당270
모두가마음을놓고빛/빚을내던곳에서:〈생각다방산책극장〉을기리며278
발견하고나누고기록하는실험의순간들:생활예술모임〈곳간〉을경유하여284
2가아닌3으로292
곳간의사전,대피소의사전301
‘을’들의잠재성:〈데모:북〉1회를열며310
어딘가에있을또다른우리들의존재:〈데모:북〉2회를열며315

나가는글-대피소:떠나온이들의주소지327
김대성의구원의문(門)학에부쳐_한받(자립음악가)332
수록글출처335

출판사 서평

재난이일상화된시대
‘생명’이있어야할자리를‘생존’이대체했다.『대피소의문학』은존재의고유한삶이아닌‘살아남는것’이목적이되어버린재난의일상화라는상황인식속에서출발한다.눈앞에서사람이죽어가지만누구도사람을구하지못하는무력감속에서읽고쓰는문법도파괴되어간다.이제문학은현실을진단하는것이아니라현장의목소리를구해내는것을통해재발명되어야한다.『대피소의문학』은제도화된문학장만이아니라참사의현장에서,가만히들여다보지않으면알아차리기어려운생활의현장에서지금이순간에도길어올려지고있는목소리에귀를기울인다.곳곳의현장에서사력을다해지켜내고있는사람의말,그목소리에잠재되어있는힘이야말로새로운문학의역능이라는것이다.

현장에서발현되는문학과구조요청에응답하는목소리들
『대피소의문학』은참사의언어라고할수있는‘구조요청’이가까스로지켜지고있는희망의목소리임을문학내외부텍스트를넘나들며발굴해내고있다.즉각적으로대응하기어렵고현실과의낙차라는심연을극복하는것이쉽지않은기왕의문학과달리현장에서쓰이고있는수많은기록과구조요청에응답하는목소리에서누군가에게독점되는것이아닌모두가공유할수있는‘문학적인것’의가능성을발견하고또발명해낸다.
현장에서발현되는문학은작가라는개별적인정체성이아닌집단적인기록노동의모습으로,마치여럿의목소리가합창하는것처럼사방으로울려퍼지며진동한다.이책의1부가즉각적인응답을위해쓰이는‘순간문학’인르포적인글쓰기를주목하는것은이때문이다.르포적인글쓰기는장르적인영역에국한되지않고한국문학장내부에서도진동하고있다.용산참사이후다른방향을향해나아가고있는김애란뿐만아니라윤이형,김이설,이주란,조해진등의소설에서도참사이후기왕의문학적질서로는말할수없는영역을개척해나가려는시도를확인할수있다.『대피소의문학』은재난이일상화된시대에문학이어떤형질변화를일으키고있는지,또어떤새로운문학이요청되는지를삶의현장과문학내부를오가며구체화한다.

한국문학내부의‘추방과생존’의구조
언제라도추방될수있다는공포때문에그저살아남는생존이최우선과제가되어버린삶의조건은문학의영역또한그사정이다르지않다.이책의2부는눈에잘드러나지않는한국문학내부를장악하고있는‘추방과생존’의구조를비평가의실존적목소리를통해선명하게구현해낸다.자신의목소리를전면에내세우기보다작품을통해서만겨우말할수있는기왕의비평적글쓰기와달리문학성(文學性)이구성원들을관리하고통치하는장치로기능하는구조를전면화하고있다.
개별적인목소리를지워야만들어갈수있는문학성(文學城)이아닌각자의고유성을지켜내면서현재와다른삶으로이행할수있는가능성을과감하게탐색하고있는글들은그자체로용기있는비평적시도이기도하다.‘주니어시스템’이나‘쪽글’과같은모두가알고있지만누구도말하지않은문학제도의내부적문제를가시화하고이종격투기와오디션프로그램,사무라이영화,1인칭시점의영화및게임과같은동시대의문화적환경을접속시키며,점점더왜소해지고무용한것이되어가는비평영역을활성화하고자하는비평적모색은다른삶을요구하고욕망하는삶-문학의실천적사례로읽을수있다.

부산의대피소들에서길어올린것
이책의백미로읽힐수있는3부는재난의현장에서발현되는유토피아의가능성을의미하는‘재해유토피아’(리베카솔닛)의구체적인사례인현장의목소리를담아내고있다.저자가활동해온부산에서오랜시간다종한현장을누비며만나고함께작업해온생활예술에관한생생한보고는1부에서주목한르포적인글쓰기의실제적인사례이자새로운비평의언어를예감할수있는흥미로운글이다.전문가가아닌생활속에서익힌고유한이력을무상으로나누며이루어지는만남과사귐의순간을충실하게기록하고그현장속에잠재되어있는가능성을비평적언어로길어올리고있는글에서우리는‘대피소’가‘곳간’이라는공통장으로재발견되는체험을하게된다.3부에수록된글엔퇴거명령을받은재개발지구에서한달간이어진재(능)계발의축제가,함께책을읽고쓴문장이주거지를지켜내기위한투쟁의현장에서그들을지지하고응원하는울타리로,사소해보일수있는각자의이야기가모여전시장에서고유한작품으로재탄생하며,주거지가콘서트현장으로,각자가일구고있는생활이라는텃밭이모두가자유롭게어울려사귐과나눔을이어갈수있는마당으로변화한이력이차곡차곡쌓여있다.

대피소와곳간이라는공통장의테크놀로지
미래나희망이아닌오늘을지킬수있는대피소의필요성을전면화하고있는이책은자격을가진특정한이가아닌누구나드나들수있고,드나드는이가많을수록풍족해지는‘곳간’이라는이미-도착해있는공통장을발굴하고또발명해냄으로써새로운문학의가능성을생생하게구현하고있다.‘대피소’는도피를위한장소라기보다그곳에사람이있으며주고받음의역사를이어갈수있다는희망의증표다.대피소가존재하는것은그곳에여전히지켜야하는가치가있기때문이다.사람곁으로다가서려는애씀과사람곁을떠나지않고버텨내려는안간힘으로대피소는구축된다.수직적인위계질서가와해되는곳,몫의재분배와자리바꿈이일어나는곳이기도하기에대피소는분명정치의장소다.바리케이드도,문턱도,경계도없는대피소엔생생한삶과유동하는에너지가있다.곁(beside)이라는관계성의장소가대피소와곳간의결(texture)을만든다.이대피소와곳간이라는공통장의테크놀로지는문학의다른이름이기도하다.

[저자인터뷰]

1)문학의역할이나소명에대한기대가회의적으로변하는시대에‘대피소’라는긴급한장소와‘문학’을연결시키고있습니다.이책에서왜‘대피소의문학’이라는표현을사용하시는지요?

저뿐만아니라참사의시대를살아가는많은이들이더이상읽을수도,쓸수도없는무기력을경험했을것입니다.한동안‘구조요청’에누구도응답하지못했다는부채감속에서지냈습니다.참사의사회적의미나현실을진단하는것이아닌참사현장에관한글들을찾아읽으면서‘현실’과‘현장’의온도차가크다는것을알수있었습니다.바깥을향해도움을구했던이들이외려또다른누군가를구해내는장면을목격하면서(가령,유가족들의투쟁이나참사현장에관한증언)아무도구하지못했다는무기력이야말로재난시스템이재생산되는구조임을알아차릴수있었습니다.더불어2013년부터부산을거점으로생활예술모임〈곳간〉이라는모임을열면서만나고사귀었던제도바깥의현장에서배우고익힌것들에이름을붙이는것이어려웠는데,일상과생활이라는낮은자리에서발현되는힘들이기왕의것과는다른장소를만들어내고있음을알게되었습니다.참사의시대를살아가는오늘,우리에게필요한건자격을따지지않고누구나기거할수있는‘대피소’라는생각에이르게되었습니다.기왕의문학또한대피소라는공통장속에서새롭게발명되어야한다고생각했습니다.‘대피소의문학’은곳곳에편재한참사의현장(아울러생활예술의현장)에이미도착해있는모두의역량을가리키는이름이었습니다.

2)대피소의문학은어떤작가들에게서어떤모습으로나타나는지요?특히주목할만한작가는누구이며어떤작품인가요?

이책에선김애란,윤이형,김이설,이주란,조해진,조갑상,가수김윤아등을거론하고있지만‘대피소의문학’은작가라는정체성보다는익명의목소리들로부터출현한다고생각합니다.먼저‘구조요청’을했던이들의목소리에우리가어떻게응답했는가라는물음앞에서야하겠습니다.한명도구하지못한‘416세월호’이후를살아가면서우리가여전히‘구조요청’이라는말을쓸수있는이유는도움을구했던이들이먼저도왔기때문입니다.가라앉는세월호안에서그들은외침에응답하며누군가를구했습니다.유가족또한세월호의진실을규명하기위해힘겨운투쟁을이어가면서침몰하는한국사회를구했습니다.자신의언어를전면에내세우지않고사람들의목소리를기록하는기록노동자들또한‘대피소의문학’을보여주는사례라하겠습니다.작가중에선『비행운』(2012)부터애도의글쓰기로이행하는김애란소설가의행보를주목하고있습니다.용산참사이후김애란의소설은잘알지못하지만더이상이곳에없는존재들을부르는목소리로채워지고있기때문입니다.참사이후를살아내는소설가들은소설이라는양식에얽매이지않습니다.작가의발언과같은절대적인목소리를신뢰하지도않습니다.잡다한기록이나상념을분산적으로늘어놓는이주란의소설이어떻게변모해가는지도주목하고있습니다.

3)책의3부에는대피소의지도들이부산지역을중심으로그려져있는데부산만의현상인가요,다른지역에도유사한경향들이있나요?

지도라고하셨지만걷고있을때만나타나는길처럼보인다고할까요,언제라도다시찾을수있는공간과는다르다하겠습니다.모임도생명과같아서누군가가돌보지않으면수명을다합니다.물질적인기반이충분하지않거나제도적인체제가갖춰지지않은대부분의모임은그곳에서오랫동안우리를기다려주지않습니다.이책에서이야기하는모임또한부산의일부분에불과하다생각합니다.그곳에입회하지않는한영영알수없는‘대피소’가곳곳에서명멸하고있다고생각합니다.당연히부산이라는지역에국한되지도않겠지요.이미사라진모임도많지만그것이실패인것만이아니라먼곳에서도착하는별빛처럼여전히이곳을향해오고있고,어두운이곳을비추는희미한빛의역할을하고있음을느낍니다.요즘은규모가작은모임조차‘지원사업’이라는후원없이운영하는것을상상하기어려울만큼국가행정시스템이일상적인현장까지침투해있음을알게됩니다.나눔과증여의가치가활성화되었던자리를교환과성과라는지표가빠른속도로대체하고있기때문입니다.저또한이런현장에서자유로울수없습니다.

4)생활예술모임〈곳간〉에서열고있는‘문학의곳간’이라는모임형식은‘대피소의문학’으로서어떤의미를갖고있나요?

문학작품전체를관통하는혜안이나전문가적인관점이아니더라도각자가살아온이력을바탕으로작품을읽고,작품을경유해자신의생활과삶의가치를발굴해그가치를공유하는것이‘문학의곳간’을열때품었던생각이었습니다.문학은누군가가독점하는특권적인영역이아니라저마다의생활속에서길어올린삶의이력이쟁여져있는보고이기에모두가나눠야할‘공통적인것’임을모임을통해증명해나가고싶었습니다.문학은저너머에있는것이아니라곁에있으며,자물쇠를채워독점해야할것이아니라누구나누릴수있어야합니다.읽고쓸수있는권리는언제라도,누구와도교류할수있는만남의권리와이어져있습니다.문학을‘읽기’의대상이아닌‘잇기’의매개로삼을때떨어져있는것들을이어주는‘다리’의역할만이아니라제한되고감금된현실의장벽을뚫어내는‘굴착기’로급진화할수있다고생각합니다.

5)어떤독자들이이책을꼭읽어주길바라시나요?

각자의현장을보살피며지켜내고있는이들이읽어주기를바라고있습니다.속박과핍박받는이들,결별과추방사이에서갈팡질팡하는이들에게작은힘이되었으면합니다.자립하며살고자하는이들,축적이아니나눔의방식을고민하는이들에게가닿았으면합니다.더불어지속적으로자립하는살수있는삶의생태계를구성하는데작은보탬이되었으면합니다.낯선이들과도기꺼이만나우정의장소를일구는놀이의현장과운동의현장에서,또축제와투쟁의현장에서잠깐의보금자리로,대피소로,곳간으로자리할수있다면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