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영화란 무엇인가에 관한 15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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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화가 동굴을 탈출하지 못한 게 아니다.
그는 동굴에 머물기를 스스로 선택했다.
그에게 동굴 안은 이미 이 세계의 일부가 아닌
또 다른 세계 전체로서, 탈출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닫음의 예술이다. 동시에 개체화의 예술이다.

김곡 지음

이 책은 『투명기계』의 보론처럼 의도되었다. 거기서 동원되는 세부사항들에 비해 그 대전제에 대한 논의는 인색했다는 나름의 판단에서였다. 그만큼 이 책은 영화의 태생적인 근본전제를 다루며, 그에 대한 질문이자 답변이다. 심히 근본적이어서 우리가 종종 잊는, 혹은 다 알고 있다고 종종 착각하는 ‘영화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 말이다.
영화에 관한 많은 편견은 저 질문의 공백에서 자라난다. 영화는 다른 예술의 종합이라느니, 영화는 개인의 표현이란 점에선 예술이고 대중의 수요충족이란 점에선 상업이라느니, 한술 더 떠서 예술영화는 진실을 추구하는 반면 상업영화는 환영을 추구한다느니 하는 편견들 말이다. 하지만 이런 편견들을 면밀히 뜯어보면 거기엔 〈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 오래된 전제가 숨어있음을 발견하게 되며, 이는 이 책이 밝히려고 하는, 또 이 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오늘도 극장에서 몸소 경험하고 있는 영화의 존재방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 서문 중에서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영화는 문학, 사진, 미술과 어떻게 다르기에, 관객은 책상 앞이나 갤러리 안에서 비명을 지르진 않아도, 스크린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 이에 대답하기 위해 이 책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을 보다 구체적이고 촉각적인 문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선택한다. ‘영화의 몸무게는 몇 kg인가?’ ‘영화의 나이는 몇 살인가?’ ‘영화의 살은 몇 겹인가?’ 같은 엉뚱하지만, 실질적인 질문들 말이다. 작가의 전작 『투명기계』를 위한 보론 같은 책이다.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아직 프레디 크루거나 T-1000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가 그 무대를 무한히 연장시키기로 마음먹는다면, 우리 공주님은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여, 진화론을 부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드리 크루거나 A-1000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영화는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미디어학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대한 영화의 응답은 이것이다. 영화는 미래가 두렵지 않다. 이미 그 자신이 미래 시제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곡

(KimGok)
본업은영화감독이다.공동작업자김선과함께‘곡사’라는이름으로활동하며,〈고갈〉〈방독피〉등으로베니스영화제,부산영화제,로테르담영화제에초청된바있다.상업영화로는〈화이트〉〈앰뷸런스〉〈보이스〉같은장르영화들을연출하고있다.제한상영가등급을받은〈자가당착〉으로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와소송투쟁하기도했다.『투명기계』(갈무리,2018)를썼다.

목차

서문6

1장영화는빛나는가?8
2장영화는사진인가?17
3장영화는문학인가?30
4장영화는연극인가?48
5장영화는TV인가?66
6장영화감독은실재하는가?81
7장스크린은평평한가?95
8장관음증자는누가죽였나?116
9장멀티플렉스에도비가오는가?132
10장영화는땅인가,바다인가,하늘인가?158
11장영화는몇kg인가?183
12장영화는몇살인가?212
13장영화는몇겹인가?234
14장영화는몇그릇인가?또는“삼켜도삼키는자의것이되는것은아닌가?”264
15장영화는영원한가?293

참고문헌316
인명찾아보기318
영화찾아보기324

출판사 서평

영화란무엇인가,라는불편한질문
영화란무엇인가?이오래된화두는사실불편하다.그대답이어려워서가아니다.반대로너무많은대답이이미나와있고,또그들중몇몇은정답처럼굳어져서더는질문할필요가없어져서다.그러나이책의저자,영화감독이자철학자인김곡에따르면,영화에대한많은편견은바로그런질문의공백에서자라난다.영화는사진,문학,연극같은타예술을종합한종합예술이라느니,예술영화는진실을추구하는반면상업영화는환영을추구한다느니하는말들은저자에따르면영화에대한편견들이다.
이책은이런편견들이모두영화의본질을간과한소산이라고주장한다.이책은영화의본질을‘연장성’(extensiveness)이라는화이트헤드의개념에서찾는다.이에따르면영화의본성은‘연장적’이며,고로영화는‘나눠지기위해서만이어지고이어지기위해서만나눠진다.’는본성을가진다.그런점에서영화는‘종합예술’이기는커녕‘분석예술’이다.또한‘환영’을추구하기는커녕‘분위기’를추구하는예술이다.

영화는분위기를추구한다
저자에따르면분위기는단지환영이나환상이아니다.그것은연장성에대한느낌으로서,극장안에들어서자마자우리가본능적으로느끼는,얼마든지나눠지고또이어질수있다는가능성에대한실질적예감이자감각이다.그것은사진,문학,연극,미술등의다른예술매체들이각자의방식으로추구해오던어떤것이나,영화가유독잘할수있는어떤것이다.
이책이실증적사례로드는예가흥미롭다.유독영화에서만관객이비명을지른다는것이다.사진,문학,연극,미술,TV에서관객은아무리감동을해도비명을지르지않는다.사진,문학,연극,미술,TV가영화만큼강렬한분위기로관객을옥죄진않기때문이다.하나의컷만으로도사진,연극,미술보다갑절의분위기를단숨에형성해내는능력,그것이야말로20세기태동기부터오늘날멀티플렉스까지도영화가간직해왔던그만의특출난재주라고이책은주장한다.

‘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플라톤주의적구도
그렇다면왜우린영화가종합예술이라느니,진실을추구하는예술이라느니하는식의그릇된편견을가지게되었을까?이책은그런편견들을자세히들여다보면,오래된공통전제에입각한다고말한다.그것은스크린뒤에송신자가있고,매체는메시지이며,관객은그수신자가된다는‘송신자-메시지-수신자’의구도다.분명그주범은동굴의우화를말했던플라톤이지만,2천년이지난오늘날에도우린‘송신자-메시지-수신자’라는플라톤주의적구도를은근슬쩍교육받고,또아무런의심없이남용하면서,영화를체험해야할분위기보다는해석해야할대상으로만든다.이러한사고법은이미지를관객스스로뛰어드는또하나의실재보다는비평가나전문가가대신해석해주기를기다려야하는숨은메시지로만든다.
영화는옹알이를반데카르트적으로했고,걸음마는반플라톤적으로했다.그러나결국그를다시플라톤주의로되돌려보내는것은,모세를참칭하며송신자의메시지를별점으로채점하고또심판하려는비평의언어였다고이책은쓰고있다.

영화는몇kg인가,영화는몇살인가
그렇다면,‘영화란무엇인가?’라는추상적인질문을분위기라는본성을고려하여좀더실질적이고체감적인질문으로바꾸어다시던져볼필요가있다.이책은‘영화란무엇인가?’라는오래된질문에숨어있던몇가지질문들을‘분위기’를촉매제로해서추출해내고,그것을각챕터의제목으로삼는다.가령‘영화의몸무게는몇kg인가?’,‘영화의나이는몇살인가?’,‘영화의살은몇겹인가?’,‘영화의밥상은몇그릇인가?’등등의질문이그것이다.
영화의몸무게를묻거나,영화의나이를묻는질문들은일견엉뚱해보인다.그러나‘분위기’라는영화의본성을고려할때엄정한질문들이된다.분위기는이미지를동굴안의실재로만들면서,그안에위치한육체를촉구하고압박하는가능성이나힘자체이기때문이다.
결국영화는몇kg인가,영화는몇살인가,영화는몇겹인가,영화는몇그릇인가등의엉뚱한질문들을분위기의질량,분위기의시간성,분위기의다원성,분위기의일원성을묻는질문들로전환하면서,이책은영화는‘군중의예술’이라고결론짓는다.왜냐하면영화는그분위기의질량을군중의무게로부터빌려오기때문이다.
이책이많은철학자나영화이론가들의개념을동원함에도불구하고결코이론서가아닌것은,이처럼영화를하나의감각이자질량감으로사유하는/느끼는방식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