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혐오 (탈진실 시대에 공통진실 찾기)

증언혐오 (탈진실 시대에 공통진실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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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 고 장자연

2020년 3월 7일은 장자연 사후 11년째 되는 날이다. 이 책은 2019년 3월 7일 이후 1년 동안 윤지오의 증언을 통해 형성된 진실 공통장의 양상을 그려 보여주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증언 및 증언자에 대한 혐오와 탈진실의 경향이 어떻게 발생해 나오는지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저자

조정환

Joe Jeong Hwan, 1956~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와 그 후신인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거쳐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waam.net(연구정원), http://daziwon.net(강좌정원)]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연구사, 1989), 『노동해방문학의 논리』(노동문학사, 1990), 『지구 제국』(갈무리, 2002), 『21세기 스파르타쿠스』(갈무리, 2002),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갈무리, 2003), 『아우또노미아』(갈무리, 2003), 『탈영자들의 기념비』(공저, 생각의나무, 2003), 『제국기계 비판』(갈무리, 2005), 『비물질노동과 다중』(공저, 갈무리, 2005), 『카이로스의 문학』(갈무리, 2006), 『민중이 사라진 시대의 문학』(공저, 갈무리, 2007), 『들뢰즈와 그 적들』(공저, 우물이있는집, 2007), 『현대철학의 모험』(공저, 길, 2007), 『레닌과 미래의 혁명』(공저, 그린비, 2008), 『미네르바의 촛불』(갈무리, 2009), 『공통도시』(갈무리, 2010), 『플럭서스 예술혁명』(공저, 갈무리, 2011), 『인지자본주의』(갈무리, 2011), 『인지와 자본』(공저, 갈무리, 2011),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공저, 갈무리, 2012), 『옥상의 정치』(공저, 갈무리, 2014), 『예술인간의 탄생』(갈무리, 2015) , 『절대민주주의』(갈무리, 2017)

편역서 『오늘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C. 하먼, 갈무리, 1994), 『현대 프랑스 철학의 성격 논쟁』(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5), 『소련의 해체와 그 이후의 동유럽』(C. 하먼 외, 갈무리, 1995), 『이딸리아 자율주의 정치철학 1』(S. 볼로냐 외, 갈무리, 1997), 『자유의 새로운 공간』(A. 네그리 외, 갈무리, 2000)

번역서 『변혁기 러시아의 리얼리즘 문학』(G. 루카치, 동녘, 1986), 『오늘날의 세계경제 : 위기와 전망』(A. 캘리니코스 외, 갈무리, 1994), 『오늘날의 노동자계급』(A. 캘리니코스, 갈무리, 1994), 『디오니소스의 노동 1』(A. 네그리 외, 갈무리, 1996), 『디오니소스의 노동 2』(A. 네그리 외, 갈무리, 1997), 『사빠띠스따』(H. 클리버, 공역, 갈무리, 1998), 『신자유주의와 화폐의 정치』(W. 본펠드 외, 갈무리, 1999), 『권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J. 홀러웨이, 갈무리, 2002), 『무엇을 할 것인가』(W. 본펠드, 갈무리, 2004), 『들뢰즈 맑스주의』(N. 쏘번, 갈무리, 2005), 『다중』(A. 네그리 외, 공역, 세종서적, 2008), 『선언』(A. 네그리 외, 갈무리, 2012), 『크랙 캐피털리즘』(J. 홀러웨이, 갈무리, 2013),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H. 클리버, 갈무리, 2018)

목차

책머리에 10
문제설정 : 권력형 성폭력 사건(장자연의 경우)의 현 상태와 문제에 대한 4·23 메모 31

1장 예술인간 공통장
장자연 사건을 보는 두 종류의 눈, 두 종류의 전략 36
‘과거사 조사’를 둘러싼 두 가지 시간성의 투쟁에 대해 42
윤지오의 증언을 바라보는 가족주의와 순수주의 시각에 대하여 49
다시 순수주의의 위험성에 대하여 : 이른바 ‘〈지상의 빛〉 후원금 집단반환 소송’의 정치적 성격에 대해 72
윤지오 증언에 대한 반발 공세의 역사적 위치와 성격 78
공통장 감수성의 징후와 예술인간-예술체제의 동선 83

2장 공통장 다중과 영리함의 문제
영리한 다중 : 윤지오의 경우 100
윤지오가 “영리하게” 해보려고 했던 것 113
“당당하게”의 교활성과 “영리하게”의 진실성 123
덧글 1 : 윤지오의 “영리하게”와 관련하여 1987년 서울구치소의 봄에 대해 생각한다 128
덧글 2 : 신자유주의 이행 이후 진실 범죄화 방식의 변화양상 - 〈민중미학연구회〉와 〈지상의 빛〉의 비교 136
장자연 사건에서 국정원의 역할이라는 수수께끼 147

3장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
‘증언자 장자연’을 생각하며 ‘증언자 윤지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159
통계와 경험담이 뒷받침하는 윤지오 증언의 진실성과 신빙성 167
홍가혜의 투쟁과 윤지오의 투쟁 173
‘윤지오 마녀사냥’이 묻어버린 ‘증언자 윤지오’의 여섯 가지 핵심증언(2009~2019) 182
장자연 사건에서 리스트 공개 및 윤지오 증언의 중요성에 대해 187
진술과 이해관계 및 권력관계 문제 : 유장호의 진술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198
유장호의 양면성의 비밀 : 장자연의 죽음 앞에서 유장호는 왜 어쩔 줄 몰라 했나? 202
‘장자연 리스트’ 논란과 그 성격에 대해 206
‘성상납 강요’는 ‘성폭행’을 의미한다 219
덧글 3 : ‘성상납 강요’(성폭행)는 어떻게 ‘성상납’(뇌물)으로 되는가 243
특수강간죄 수사권고 없는 진상조사 보고에 대한 윤지오의 생각 247
후원금 집단반환소송에 대한 윤지오의 항변에 대해 생각한다 253
덧글 4 : 장자연 문건과 리스트의 필체 문제에 대하여 258

4장 진실혐오의 극장
“나는 숨어 살았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어떤 주석 261
“숨어 살던” 시기 윤지오의 공개 활동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지각적 착시에 대해 267
윤지오가 “숨어 살기”를 거부하고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진짜 이유 276
피해자다움의 강제적 수용에서 피해자다움에 대한 거부의 결단으로 280
거스를 수 없는 ‘민중의 힘’과 ‘처벌’을 통한 정의 287
진실혐오 극장의 등장 295
진실에 대한 혐오 303
증언과 신변위협에 대하여 312

5장 증언과 증여의 공통장 : 국가 공동체의 두 얼굴과 가능한 공동체의 징후들
장자연 사건에서 국가 공동체는 무엇이었나? 333
증언자와 국가 362
증여 공통장의 등장 : 윤지오의 신한은행 통장의 삶정치적 성격 405
증여 공통장에 대한 범죄화 시도 426
대안 공동체의 가능성 439
덧글 5 : 환대의 새로운 조건 ─ 야스민과 윤지오의 차이와 유사성 443

6장 에필로그
탈진실 시대와 증언의 운명 448

수록글의 초고 작성일 463

출판사 서평

봉준호의 〈기생충〉은 ‘냄새나는 사람’에 대한 혐오를 다룬다. “의심병이 정말 많은 사람”이 윤지오에 대해 처음부터 느꼈던 이질감, 이상함, 의문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또 정착되는가? 윤지오가 “한 번도 진실을 말한 적이 없는 사람”이며 “증인이 아니다”라는 방향이다. 이 혐오의 감각 양식 속에서 냄새나는 존재가 개, 돼지나 벌레이지 인간이 아니듯이, 이상한 여자는 증인일 수 없다. 항쟁하는 사람, 증언하는 사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혐오의 감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선을 넘는 사람들’이며 ‘선을 넘어오는 견딜 수 없는 냄새’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체제는 이들의 이 움직임을 견딜 수 없는 냄새로 경험하고 혐오로 대응한다.
- 본문 중에서

2009년 3월 7일 신인배우 장자연은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구절이 포함된 문건(증언조서)과 리스트(증언리스트)를 남긴 지 일주일 만에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윤지오는 신인배우 장자연의 후배이자 동료 배우였다. 윤지오는 언니 장자연의 고통 및 죽음과 관련하여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2018년까지 13번에 걸쳐 증언했다. 2018년에 윤지오는 국민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부응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귀국하여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세 차례 더 증언하였다. 총 23만 5,796명의 시민들이 “고 장자연의 한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며 국민청원을 통해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국가에 요청했고 그 청원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와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의 조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 『증언혐오』(그리고 이와 동시에 출간하는 『까판의 문법』)은 2019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5년이 되는 날에 시작된 증언선 윤지오호의 침몰이라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1년여에 걸친 집중적인 연구의 결실이다. 이 두 책은 하나의 사건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증언혐오』는 사람들을 위한 증언자의 증언증여와 증언자를 위한 후원자의 화폐증여에 의해 형성된 진실 공통장을 중심에 놓고 이에 대한 혐오의 경향이 변호사, 기자, 작가 등의 전문가 집단과 SNS 등에서 발생하는 모습을 그렸다. 『까판의 문법』은 공통장에 대한 반동으로 형성된 이 반공통장, 즉 까판의 논리가 사회 전체의 주류 담론으로 발전하면서 공통장을 해체하는 과정과 이 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방식의 테크놀로지를 분석한다.
‘다중’(多衆)이라는 새로운 탈근대 주체성 개념의 주창자인 저자는 『예술인간의 탄생』에서 다중이 예술가이기를 요구받고 있는 우리 시대의 역사적 경향을 분석한 바 있다. 또 저자는 『인지자본주의』에서 현대 자본주의가 물리적 신체에 대한 착취를 넘어 예술가, 연예인, 지식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인지노동을 비정규적 방식으로 착취/수탈하는 것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언혐오』에서 저자는 이제 우리 시대 다중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는 비정규직 연예 노동자가 어떤 사회적 체험을 겪고 있고 어떤 운명에 처해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저자는 장자연의 동료배우였던 비정규직 연예노동자 윤지오가 연예노동 과정에서 겪었던 폭력의 체험을 서술함과 아울러 자신보다 더 어려웠던 비정규직 연예노동자였던 장자연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을 계기로 위험한 증언자의 소임을 맡게 된 과정을 살핀다. 저자는 이 소임을 맡은 후 윤지오가 증언자이자 다중이자 예술인간으로서 지지자, 연대자들과 함께 일구었던 진실 공통장을 문학적 필치로 그려냄과 동시에 바로 그것을 계기로 가해권력으로부터 가해지는 반동들, 즉 탈진실과 가짜진실의 공세에 주의를 돌린다. 저자는 ‘증언혐오’라는 표제로 요약된 증언에 대한 왜곡, 조작, 비난, 협박의 실상을 통해 증언자가 우리 시대에 겪는 비극적 체험을 가부장적 성폭력 체제의 폭력성의 한 양상으로서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이 과정에서도 저자는 예술인간 다중들이 이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공통으로 찾고 다듬어 나가야 할 공통진실의 지평이 어떤 것인지를 더듬는 작업을 놓치지 않는다.

2019년 4월 16일 공격이 시작되다, 윤지오 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
2019년 4월 16일까지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증언하는 증언선 윤지오호는 나름대로 순항을 하고 있었다. 악성 댓글, 인신공격 등의 장애물이 없지 않았지만, 장자연을 죽음에 이르게 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그의 증언이 2018년 미투의 아우라 속에서 많은 사람을 증언에 대한 격려, 용기에 대한 감복, 진실에 대한 공명으로 직조된 진실 공통장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짧은 기간 6,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보낸 것은 증여를 통해 이 증언진실의 공통장을 지켜내려는 다중의 열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세월호 5주년을 맞는 이 날 4월 16일에 증언선 윤지오호는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힌다. 그것은 「윤지오 씨 말은 100% 진실일까요?」라는 김수민 작가의 포스팅이었다. 증언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암시를 넘어 증언자의 핵심 진술을 부정하고 증언자의 인격을 의심하는 주장을 담은 글. 이 글의 주장들은 근거가 취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언의 영향력이 컸던 바로 그만큼 언론과 다중의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 4월 23일과 26일, 박훈 변호사의 고소 고발
불과 일주일 만인 4월 23일과 26일에 그 역시 시인이기도 한 박훈 변호사가 이 쟁점을 고소·고발이라는 사법의 무대로 가져갔다. 김수민 작가를 대리하여 윤지오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그 자신이 윤지오를 다시 사기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시민사회 내에서 있었을 법하고 또 있어야만 했던 모든 토론 가능성들은 일거에 봉쇄되었다. 토론의 여지는 사법 세계로 넘어가 버리고 다중들은 그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구경꾼의 위치로 밀려났다. 요컨대 문화와 정치의 문제를 법률이 대체해 버린 것이다. 공자적 인치(仁治)의 공간을 한비자적 법치(法治)의 논리가 덮쳐 버렸다고 할까? 이로써 ‘누가 왜 장자연을 죽게 만들었는가?’라는 사회적 물음은 급격하게 ‘윤지오는 사기범죄자인가?’라는 사법적 물음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으로 증언선 윤지오호는 항행의 동력을 잃게 되었고 전자의 물음이 찾고 있었던 장자연에 대한 가해권력들은 이 센세이셔널한 후자의 물음 뒤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게 되었다.

윤지오의 증언은 다중지성의 현상 형태다
이 책 『증언혐오』, 그리고 동시에 출간하는 『까판의 문법』은 2019년 4월 16일 이후 증언선 윤지오호의 침몰이라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가 기울인 1년여에 걸친 집중적인 연구의 결실이다. 오랫동안 전문지성과 구분되는 다중지성의 자율성에 관해 탐구해온 저자는, 약 7개월간에 걸쳐 다양한 경로에서 입수한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하고 면밀하게 검토했다. 2009~2010년 관련자 진술조서, 증언자 윤지오의 인터뷰, 김수민과 윤지오의 카톡 대화록, 과거사위원회, 검찰, 변호사, 언론사 기자, 극장주 등과 증언자가 나눈 소통자료, 후원통장 거래 내역, 윤지오에 대한 고소고발장들, 이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처분결과통지서, 윤지오 인스타그램과 댓글들, 박훈·김대오·김수민·justicewithus를 비롯한 윤지오 반대자 측의 페이스북·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SNS 기록들과 댓글들, 과거사위원회의 심의결과 자료, 관련 언론보도 등이다.

증언자 마녀사냥은 반복되고 있다
증언자가 거짓말쟁이로 내몰리는 경우는 윤지오 전에도 있었다. 이와 매우 유사한 것이 홍가혜의 경우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직후에 홍가혜는 해경의 구조 소홀에 관한 인터뷰 증언을 했다가 언론에 의해 허언증 환자로 매도된 후 “해경 명예훼손”이라는 죄목으로 구속되었다. 지난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이 1, 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홍가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김용호 기자와 『조선일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홍가혜가 승소하여 각 1,000만 원, 6,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권력을 고발하는 증언의 힘을 무력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권력이 애용하는 것은 증언을 두고 진위 논란을 벌이는 것보다 증언자를 범죄자로 만들어 사법처리하는 방법이다. 경찰과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가해권력과의 공모 유혹에 빠져든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촛불집회 당시 권력의 금융정책에 대한 예리한 비판을 제시했다가 구속되었고 역시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미네르바’도 다중지성 범죄화의 희생자였다. 당시 검찰의 수사권과 공소권 남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드높았던 것은 바로 이 공모에 대한 비판이다.

탈진실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다중지성의 범죄화 문제를 탈진실 현상이라는 미디어철학의 문맥 속에 위치 짓고, 이것을 증언혐오라는 정치심리학적 맥락과 결부시켰다. 윤지오의 증언을 거짓말로 만들고 증언자를 혐오하는 데로 나아가는 과정은 탈진실 현상의 하나이다. 그런데 탈진실 현상은 한덩어리의 과정이 아니라 여러 경향과 동력이 뒤섞여서 만들어 내는 현상형태이다.
저자에 따르면 탈진실 현상은 근대의 훈육사회가 만들어온 진실체제에 대한 거부를 함축한다. 이는 근대의 진실체제가 권력 동기에 의해 규정되어 왔다는 것에 대한 비판에 기초한다. 진실권리를 독점한 전문가·지식인이 법학으로 범죄자를 규정하면 권력은 그들을 감옥에 가둔다. 전문가·지식인이 정신병리학으로 정신병자를 규정하면 권력은 그들을 정신병원에 가둔다. 이 독점적 진실주체들은 자신들이 규정하는 진실을 누구에게나 보편타당한 진실이라는 의미에서의 객관적 진실로 주장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타당한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필요에 부합하는 진실일 뿐이라는 점은, 소위 그 객관진실이 권력으로 인해 피치자의 위치에 놓인 다수의 사람들을 고통 속에서 살게 하는 권력의 무기라는 사실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자각을 통해 비로소 드러났다. 객관진실 체제에 깊이 포섭되면 될수록 삶이 더 고통스러워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들은 각자의 특이한 진실을 말하는 비전문가·비지식인 다중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진실과 권력의 근대적 동맹체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