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온전히기계들로이루어져있다
레비브라이언트는이책에서사실상두가지작업을수행한다.우선브라이언트는,하이데거에기반을둔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OOO)과는달리,들뢰즈에기반을두고서“세계는온전히기계들로이루어져있다”라는‘기계지향존재론’(MOO)을제시한다.세계의존재자는“입력물에역동적으로작용하여출력물을생산하”기에기계로지칭되고,따라서조작과정으로서의기계가강조된다.그다음에브라이언트는기계지향존재론을바탕으로하여포스트휴먼주의적인해방적정치이론의틀로서‘존재지도학’을전개한다.
존재지도학을뜻하는온토-카르토그라피(Onto-Cartography)라는낱말은‘존재’를뜻하는‘온토’라는낱말과‘지도’를뜻하는‘카르토그라피’라는낱말을합성한용어다.우리가살아가는억압적인세계에서해방할탈출경로를구축함을목적으로삼는존재지도학은무엇보다도세계를구성하는기계들사이의상호작용과관계들에관한‘존재의지도’를제작하는실천과관련되어있다고강조된다.
새롭고아름다운해방적전환을위하여
더욱이브라이언트는,세계에서작동하는권력의구조를파악하려면,기표,의미,믿음,이데올로기등인간에게서비롯된관념적인것들의역능뿐만아니라비인간사물의역능역시고려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또브라이언트는관념적인것들의작용은물질적매체를통해서만이루어진다고주장함으로써철저히유물론적인포스트휴먼매체생태론을전개한다.
브라이언트는“사람들이자신의탈출경로를구축하는데도움이될개념적도구들을제공하리라는희망을품고서”한국독자들이“새롭고아름다운해방적전환을이루는데”이책을사용하리라기대한다.일종의정치적플랫폼으로기획된이책은,하먼이평가하는대로,“사유를촉발하는책이자해박한지식을담은책일뿐만아니라,대단히재미있는책이기도하다.”
인간사회는인간과비인간이어우러져구성된회집체다
사회/문화는자연과별개로존재한다는이른바근대성의이분화사유양식에따라대다수사람은,특히인문학자와사회과학자는,인간의사회적관계가기호,담론,의미,믿음,이데올로기등의비물질적인것(무형기계)들에의해조직된다고여겨서물질적인것(유형기계)들이미치는영향을무시하는경향이있다.그런데최근에사람들은코로나19바이러스가지구적으로유행하는사태에직면하여‘사회적거리두기’를비롯하여사회적관계가바이러스라는사물에의해급격히재편되는상황에부닥침으로써비인간사물의역능을불쑥깨닫게되었다.다시말해서,사회/문화는더넓은자연에묻어들어가있는생태임을떠올리게되었다.
사물의역능을도외시한철학은정치적으로무능할수밖에없다
그런데사람들이,심지어이른바유물론자로자처하는포스트모던한문화적유물론자들도사물의역능을기꺼이무시하고담론적존재자들에만의거하여사회를이해하는이유는무엇일까?그이유는사물적행위주체들의관계망인물질적조건이비교적안정적으로유지되기때문일것이다.그러므로현재의권력구조는비물질적행위주체에의해유지된다기보다비교적안정되어있는그물질적조건에의해유지된다고할수있다.그런점에서사물의역능을도외시한철학은정치적으로무능할수밖에없을것이다.
애초에확고한‘담론주의자’였던브라이언트는〈심시티〉라는비디오게임을접함으로써자신이‘강건한유물론’으로개종한사건을이책에서당혹스럽게털어놓는다.이를테면,“도로를잘못설치하면,교통혼잡이발생하고,시민들이화를내게되고…다른사업에투자할수있게하는과세기반을잃게된다…발전소를잘못된장소에건립하면,시민들이화를내고아프게되며,그리고떠나기시작하고건강문제를겪으면서일을하지못하게된다.”그리하여여기서브라이언트는“개종자의열정”을품은채로사물의역능을온전히고려하는“뻔뻔스럽게도소박한”유물론에바탕을두고서기계지향존재론과존재지도학을개진한다.
기계는‘역능’으로개체화된다
‘기계지향존재론’에따르면,세계는기계들로이루어져있고,기계는다른기계들의회집체(assemblage)다.브라이언트가객체대신에기계라는용어를사용하는것은주체/객체라는근대적이항구조를탈피하고자하는시도이면서객체들이서로영향을주고받는정동적작용을반영하고자하는노력이다.요컨대기계지향존재론은인간/비인간의간극과격차를없애버리고서모든기계가‘존재한다는점에서동등하다’는의미에서의‘평평한’존재론을수반한다.
여기서기계는“입력물을변환하는작업을수행함으로써출력물을생산하는조작들의체계”로규정된다.그리하여기계는입력물을수용하여그것에조작을수행할수있는내재적능력,즉역능의체계로규정되는데,브라이언트는이런역능의체계를“가상적고유존재”라고일컫는다.이런역능에의한연쇄적조작들이기계의내부에서이루어지기에기계는“조작적폐쇄성”을갖추고있는데,요컨대기계의이런특성이기계의내부를규정함으로써그존재자는별개의것으로개체화된다.더욱이,기계는다른기계들의회집체라는사실을참작하면,어떤기계의역능은그기계를구성하는다른기계들이맺는관계들에의해창발되는데,그런관계를내부관계라고한다.그결과,어떤기계는그기계를구성하는다른기계들과그기계들이형성하는내부관계들로구축된회집체다(예를들면,탄소원자들이형성하는내부관계들의구조에따라다이아몬드가되거나흑연이되고,다이아몬드와내부관계들의구조가같더라도구성원자들이실리콘이라면다이아몬드와구별되는실리콘결정이된다).
그리하여기계는엔트로피,즉해체의위협에대항하여한개체로서존속하려면그회집체의통일성을유지하는조작에끊임없이관여해야한다.이런점에서기계는곧‘과정’이라고이해될수있다.다른한편으로,각기다른두기계가개체성을유지하면서서로맺는관계는외부관계이고,당연히외부관계는내부관계와는달리해당기계들에비본질적인것이어서그기계들은당연히그관계를끊을수있다.이런점에서객체지향존재론은전체론을지향하지않는다.
기계는‘국소적표현’으로현시된다
어떤기계가입력물에조작을가하여생산하는출력물은성질과활동,물질적생산물로현시될수있다.브라이언트는이것을“국소적표현”으로일컫는데,그이유는입력물이바뀜에따라,즉주변환경이바뀜에따라해당기계의역능에의한생산물,즉표현이바뀌기때문이다.여기서반드시인식해야할사실은우리가직접지각하는것은어떤기계의역량이아니라그기계가외부로현시하는국소적표현일뿐이다(그리하여어떤기계의고유역량은주변환경이바뀜으로써변화하는국소적표현을통해서추론할수있을따름이다).
그러므로,대개사람들이그렇듯이,현시되는결과물만갖고서해당기계의역능을절대판정하지말아야하고,반드시주변환경과더불어그역능을판정하려고시도해야한다.이런점에서,어떤기계의국소적표현이일정하다는것은그기계의주변환경이일정함을뜻한다.더욱이,어떤기계가주변환경에서비롯되는어떤입력물을맞닥뜨림으로써그기계의역능이바뀔수있는데(가소성으로불린다),이때그기계는되기를겪게된다.예를들면,이책의저자가〈심시티〉라는비디오게임을실행함으로써강건한유물론자로개종한사건을들수있다.
세계가다른기계에어떠한지를탐구하는‘에일리언현상학’이필요하다
어쨌든어떤기계가주변환경에서수용할수있는입력물은한정되어있기에이런특성을그기계의‘구조적접속의선택성’이라고일컫는데,어쩌면그기계의감성으로여길수있는또다른역능이다.다시말해서,어떤기계는‘구조적접속의선택성’과‘조작적폐쇄성’으로특징지어지는역능으로개체화된다.이런‘선택성’과‘폐쇄성’으로인해기계들의소통은어김없이어긋나게되고,따라서세계가다른기계에어떠한지를탐구하는‘에일리언현상학’이필요하게된다.
기계는크게비물질적인무형기계와물질적인유형기계로구분된다.“물질로만들어지고이산적인시간과공간을점유하며일정기간존속하는기계는무엇이든유형기계”이고,무형기계는“반복가능성,잠재적인영원성,그리고자신의동일성을유지하면서다양한공간적및시간적위치에동시에나타날수있는능력으로규정된다.”그런데모든무형기계는‘현세적’세상에현존하려면반드시신체가필요하다.예를들면,숫자라는무형기계가이세계에현존하려면“뇌속에서생겨나거나,컴퓨터데이터은행에기입되거나,연필혹은분필등으로쓰여야한다.”
이렇게해서브라이언트의기계지향존재론은이세상의모든기계가신체를갖추고있는존재자로서현존한다고주장함으로써‘비환원적’유물론이된다.이렇게해서무형기계와유형기계는물질적매체를통해서상호작용하게되고,따라서기계지향존재론은포스트휴먼매체생태론으로이어지게된다.
『존재의지도』의명령은지도제작,해체,그리고대지형성이라는실천이다.
어떤회집체내에서수행하는기능적역할또는행사하는중력에따라기계들은어두운객체,밝은객체,위성객체,희미한객체,불량객체,혹은블랙홀객체가될수있다.어떤기계는자신이속한조립체속기계들의배치,즉중력관계가변함에따라이객체에서저객체로이행할수있다.예를들면,부모와어린자식은각각밝은객체와그궤도에포획된위성객체가된다.현재세상에서가장밝은객체는‘석유’로상징되는자본주의-기계일것이다.랑시에르를좇으면,정치란‘몫이없는부분’으로서중력이약한희미한객체를나름의중력을행사하는더밝은객체로이행시키는기획이된다.그리하여존재지도학의해방적정치기획이란억압적인회집체에서중력관계를변환할수있도록기계들의배치를전환하는일이된다.
정치이론의메타적틀이자하나의실천으로서의존재지도학또는지리철학은해방적전환을이루기위해서는‘구체적인것’에주목해야한다고요청한다.다시말해서,‘자본주의’,‘제국주의’.‘인종주의’등의물화된추상관념의근저에놓여있는회집체들이실제로회집하는방식과그중력관계를주목해야한다는것이다.따라서존재지도학은,우선믿음직한존재의지도를제작하고(지도제작),억압적관계를단절하거나제거하고(해체),새로운해방적관계를구축하거나추가하는(대지형성)세가지실천과관련되어있다.
책의구성
이책은서론,두개의부로이루어진본문,그리고부록으로이루어져있다.
서론에서브라이언트는,「유물론의갱신을위하여」라는제목이가리키는대로,이책을저술하게된동기와목적을서술한다.여기서브라이언트는‘사물의역능’을도외시한,사실상관념론의일종인포스트모던한문화적유물론의분석적미흡함과정치적무능을비판하면서물질적인것들의행위주체성을온전히수용하는‘갱신된’유물론을추구하게된국면을개괄한다.그리하여인간사회/문화는비인간자연에매끈하게묻어들어가있는생태라는포스트휴먼주의적인생태적시각(이른바‘기계지향존재론’)을바탕으로물질적인것들과비물질적인것들의‘상호작용’에주의를기울이는‘존재지도학’의윤곽을제시한다.특히저자는이책이철학적이론서로구상되었다기보다는오히려구체적인‘정치적플랫폼’으로사용되도록저술되었음을시사한다.결국,『존재의지도』(존재지도학)가지향하는목표는“권력이작동하는방식을더잘이해하고다양한형태의억압을극복하기위한전략을고안함으로써우리가세계에개입하여변화를만들어낼가능성을확대하는것”임을선언한다.
이책의본문은각각네개의장으로이루어진두개의부로이루어져있다.1부에서는,「기계들」이라는제목이시사하듯이,『존재의지도』의존재론적틀로서“세계는온전히기계로구성되어있다”라는‘기계지향존재론’이제시된다.여기서브라이언트는이른바기계들의존재양식과상호작용에관한독자적인존재론을‘매체’와‘회집체’라는개념에의거하여전개한다.「세계들」이라는제목의2부에서브라이언트는,기계지향적패러다임을바탕으로세계및시공간의구조를탐구한후에인간이포함된‘사회적회집체’를분석하고개선하기위한정치사상의존재지도학적틀을개진한다.여기서『존재의지도』의명령은지도제작,해체,그리고대지형성이라는실천이라고선언된다.사실상이책에서브라이언트는“우리자신이그속에갇혀있는억압적인회집체들에서벗어날‘탈출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