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진부함 (얼굴, 이름, 목소리가 있는 개인을 위하여)

폭력의 진부함 (얼굴, 이름, 목소리가 있는 개인을 위하여)

$18.00
Description
성폭력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차별과 폭력은 특별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일상적 현상이다. 이처럼 문화화된 폭력은 폭력을 폭력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제도 바깥에서 일어나는 폭로는 이 문화화된 폭력을 보이게 만들려는 피해자 개개인의 분투이며 최후의 구조요청이다. 이 책은 그렇기에 사회구조에 맞서는 개인의 폭로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러한 발화가 가지는 맥락을 강조하는 작업이다.
습속이 되어버린 차별, 문화로 자리한 폭력은 일상적으로 인식하기가 더 힘들다. 또 이러한 폭력에 맞서기가 더 어렵다. 폭력은 흉악한 범죄자의 얼굴로만 등장하진 않는다.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한 ‘불법이 아닌 폭력’ 속에서 우리는 과연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할 수 있을까? 나아가 우리는 폭력에 참여한 적이 없을까? 혹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연대했을까?
폭력을 보이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사회의 약자와 소수자는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그렇기에 우선 폭력을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으로서의 인격’을 박탈당한 이들이 보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혹은 우리는 어떻게 얼굴, 이름, 목소리를 잃어버렸는가?
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대표자’들이 결국 자신이 대표하는 집단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남용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재현의 주체, 곧 대표자들은 재현의 대상을 지배한다. 대표되지 못하는 재현의 대상은 제도 속에서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 얼굴과 이름, 목소리를 상실한 재현의 대상이 스스로를 대표할 때 그들은 ‘보이는 인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저자의 사적 역사를 복기하며 일상의 폭력이 어떻게 우리의 문화를 구성하는지 다룬다. 2부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가 겪은 ‘개인적’ 사건들이 왜 개인적일 수 없는지에 대한 해석이다. 저자는 여성뿐 아니라 사회의 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이 ‘개인적인’ 경험들을 더 많이 발화하길 바란다고 쓴다. 사적인, 예외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그들의 경험이 공적인 영역에 더 많이 쏟아져야 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이라영

LEERa-Young1976~
예술사회학연구자.모든종류의예술을사랑한다.미술과예술경영을공부한후문화기획과문화교육분야에서일했다.개별의작품보다작품을둘러싼사회구조와역사에관심이많아프랑스에서예술사회학을공부했다.현재여러매체에기고하며예술과정치에대한글쓰기를이어가고있으며,저서로는『여자사람,사람』(전자책),『환대받을권리,환대할용기』(2016),『진짜페미니스트는없다』(2018),『타락한저항』(2019),『정치적인식탁』(2019),『폭력의진부함』(2020)등이있다.연극〈식사〉의공동창작자로참여했다.

목차

서문:보이지않는보통명사의존재들을위하여7

1부복기14
1980년대중후반20
1988년24
1989년28
1990년30
1991년34
1992년39
1994년41
1995년42
1996년44
1997년56
1998년61
1999년64
2000년69
2002년76
2003년78
2004년83
2005년85
2006년86
2007년89
2008년90
2009년95
2010년97
2014년102
2016년103
2018년104

2부얼굴,이름,목소리106

1장보이지않는인간107
보이지않는인간107
조심할필요없는권력115
얼굴의정치118
초상은어떻게운동이되는가:프레더릭더글라스의경우123
응시의권력과여성의눈127
총과카메라134

2장보여지는인간139
기술복제시대의폭력139
‘동영상’찾는행위가바로성폭력146
내부자들의시선151
얼굴없는여자들156
모욕과징벌을위한얼굴162
인형혹은시체:‘있기’에서‘되기’로165
조각상과시체사이:네크로필리아172

3장듣는인간에서말하는인간으로179
말을알아듣는꽃179
인어공주의목소리185
진압당하는목소리190
소문과폭로195

4장너는누구냐205
피해자의관등성명205
얼굴을보여라208
왜‘예외적인’신상공개인가211
나도말할수있다218
나는몰랐다224
에로스의불가능성229
성구매의일상화232
‘리얼’여성238
노벨상과공범들241
타오르는여성의초상249

5장싸우는인간으로254
‘나도당했다’254
선택하고결정하기258
이름없는여자들264
호명의정치269
몸과돈,성과계급에대한‘인간문제’273
소녀들이여,두려움없이말하라283
살아서말한다291
삭발과상의탈의297
재현의대상에서재현의주체로300

후주307

출판사 서평

성폭력과성차별은일상의문제다
2010년대후반이후한국사회를이해하기위해서는#metoo해시태그와아래로부터분출된여성들의목소리에주목해야한다.우리모두가목격자이고증언자였다.수많은고발들이있었다.지금도매일,매월,매년,폭로가계속되고있다.가해자들은고발당하고,일부는신상이공개되고,일부는수감되고,일부는벌금형을받았다.왜성폭력고발은끊이지않는가?
성폭력을비롯한여러종류의폭력은특별한사람에의해벌어지는특별한사건이아니다.누구에게나일어날수있는일상의문제다.저자이라영은“언론과사회관계망서비스를통해여러사람들의성폭력고발”이이어지는상황에서“성폭력폭로에대한글을쓰기가어려”웠고,“다른사람이겪은일에분노하다보면자꾸‘내얘기’가끼어든다.”(15쪽)고썼다.그래서이책의1부“복기”는증언자와고발자들에대한“말의연대”로서,저자가어린시절부터최근까지경험한폭력과차별의역사다.폭력과차별은가정에서,학교에서,학원에서,버스에서,지하철안에서,대학에서,엠티에서,동아리에서,지인의집에서,식당에서,사무실에서,출장지에서,일어난다.

문화화된폭력에어떻게맞설것인가
일상적폭력이반복해서발생하는상황에서,여전히피해자의말보다는가해자의서사가존중받는사회에서,무엇을해야할까?이책에따르면평범한얼굴로나타나는‘문화화된폭력’은훨씬더저항하기힘들다는것을이해하는것이중요하다.
문화화된폭력은제도적으로잘해결되지않는다.조직에서는성폭력피해자가‘조직과대의를생각하여’침묵할것을강요당한다.법은자주권력과자본,가해자의처지에동조한다.가해자에대해서는한사람의인생을복합적으로이해하려애쓰지만,피해자에게는단순한‘피해자다움’의기준을들이대진실을의심하곤한다.법앞에서피해자는수도없이‘진정한피해자’임을증명해야한다.수치심은늘피해자의몫이다.오히려피해자가폭력을유발한사람으로취급받기일쑤다.살고싶어시작한고발과소송이후에도백래쉬와마녀사냥이피해자를기다리고있다.

폭력에맞서는개개인의발화가중요하다
뜻밖에도,19세기미국에서초상사진을가장많이남긴사람은당시의미국대통령이아니라,미국의노예제폐지운동가프레더릭더글러스(FrederickDouglass,1818~1895)였다.1818년에노예로태어나,1838년탈출에성공하여스스로를해방한흑인으로서,더글라스의‘흑인의얼굴드러내기’는일종의“요구,곧발화였다.”(125쪽)저자이라영은이책의서문에서,2016년8월관람한‘프레더릭더글러스초상사진전’에서많은영감을받았다고밝힌다.저자는더글라스가1895년사망할때까지최선을다해자신의사진을남겼다는사실의의미에대해생각한다.어린시절노예였던더글라스는백인동년배들과달리자기나이가몇살인지,부모가누구인지정확히알수없었다.지배권력은피지배자자신이스스로누구인지모르게만든다.
저자이라영은더글라스의초상남기기가바로이지배권력에저항하면서“시각적재현의권력에균열을”(126쪽)내는행위였음을읽어낸다.노예제와인종주의문화의피해자였던더글라스는당당하게카메라를응시하는사진을남김으로써소수자로서의수치심을떨쳐버렸다.이책은프레더릭더글라스의일생에걸친노력처럼,폭력에맞서는개개인의발화가의미있다고주장한다.피해자에게덧씌운수치심의개념을전복시키는소수자들의발화가공론장에더많아져야한다는것이다.

보이지않는인간
복잡한사적서사를이해받을수있는개인이있는반면,흑인,여성,장애인등보통명사로뭉개지는사회의수많은소수자와약자들이있다.약자는개인이되지못한존재들이다.어떻게‘최소한의개인’이될수있을까?개인이되지못한존재는보편적인‘사람’도되지못한다.수시로‘보이지않는사람’이된다.이책의2부1장의제목이「보이지않는인간」인이유다.
사회적약자들은먹고살기위한노동이외에보이지않는노동을더해야한다.모멸을견디는것,‘약자다움’에서벗어나지않기위해자신의감정을조절하고상대의감정을살피는것등이다.예컨대“장애인이나흑인은착해야하고여성은친절해야한다.”여성이가사노동을거부하는순간‘쓸모없는여자’가되는것처럼,보이지않는노동을멈추는순간약자들은‘~답지않다’는공격을받게된다.소수자들의보이지않는노동에는‘보이지않기위한노동’도있다.청소노동자들이청소도구실에들어가휴식을하거나식사를하는모습이그들이청소하는시설의이용자들에게보이지않아야하는것처럼,약자들은자신들의“존재를투명하게만들어야한다.”(107~108쪽)

보여지는인간:기술복제시대의폭력
소수자들은어떻게‘보여지게’되는가?‘보기’와‘보여주기’가넘쳐나고,자기자신을노출함으로써관계를맺고생산활동을하는것이강제되고또당연시되는시대에,소수자들은어떻게‘보여지고’있는가?한국사회에서여성들은n번방,위디스크,불법동영상을통해‘보여진다.’저자에따르면이는‘기술복제시대의폭력’이다.전세계수십억사용자를거느리고있는페이스북의이름이창업자주커버그가만든여학생얼굴품평시스템인‘페이스매시’(Facemash)에서비롯되었다는점은의미심장하다.(162쪽)
오늘날심각한사회문제인디지털성폭력은소수자를억압하는사회에서보여주기가어떻게폭력이될수있는지를보여준다.“기술복제시대에‘비대면폭력’은양적으로증가하고대중화된다.‘몇번’이라는정확한숫자로기록되지않은폭력속에서여성들은죽어간다.”(144쪽)저자의말처럼기술복제시대에는‘보는폭력’이치명적이다.하지만법원행정처차장은딥페이크가‘예술작품’일수있다고말하고,국회의원은디지털성착취물을그림일기에비유하거나성착취물시청을‘남성의자기만족’이라고정의내린다.법무부차관은남성청소년들의‘관행’으로치부한다.저자에따르면우리시대에‘보는폭력’은긴급한사회적의제로논의되어야만한다.“‘동영상’찾는행위가바로성폭력”(146쪽)이다.

듣는인간에서말하는인간으로
이책에따르면보통명사로불리는이들은얼굴,이름,목소리가있는‘개인들’이되어야한다.소수자들의투쟁은그렇게보편적이면서도개별성을가진존재가되기위한싸움이었다.소수자와약자,피해자들은자주침묵을강요당한다.강요된침묵속에서소수자는“자신이누구인지,왜말하지못하는고통을견디고있는지설명할수없다.직접설명하지못하는고통은타자화되어해석당한다.착한사람이될수도있지만,마녀로취급받을수도있다.표현할수단을잃어버린사람은표현의자유와도무관해진다.이들은표현밖의존재다.”(189~199쪽)
저자는말하기의중요성을부단히강조한다.저항의언어는늘진압당한다.하지만저자는“사람이죽으면가장먼저사라지는것이‘목소리’”라고쓰면서,“최선의연대”는2016년강남역에붙은포스트잇이그러했듯이“‘아직살아있는’이들의목소리를멈추지않는것”이라고쓴다.

“침묵시키는권력에저항하기.이는해석의대상이아니라,자기이야기의주인이되기위한분투다.보이지않는것을보려하고,들리지않는것을들으려하고,이름없는자의이름을부르자.‘우리’는서로에게침묵하는목격자가되지않는용기가필요하다.”(306쪽)

[저자인터뷰]
Q.성폭력고발들의연쇄를보면서글을쓰려고하면“자꾸‘내얘기’가끼어든다”고쓴대목에서많은독자들이고개를끄덕이게될것같습니다.그렇기때문에이책의1부는“복기”일수밖에없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1부의복기를할수밖에없었던이유를조금더설명해주실수있을지요?

막연히상상한적이있습니다.세상의모든여성들이일상에서겪는크고작은성폭력을하나,하나말한다면어떤일이벌어질까.그래서써보고싶었습니다.상상만할게아니라내폭력의연대기를써보자고생각했어요.말이되어나오지않으니까세상에‘그런일’은없다고믿는사람들도많아요.어쩌다말하는사람이있으면그사람을아주특이한사람으로취급합니다.저는제가겪은일을이야기했을때‘너는왜그렇게이상한사람들이많이꼬이냐’는식의말이듣기싫었어요.누군가의경험을고립시키는말이니까요.결국‘내탓인가’자책하게만들어요.
지난몇년간이어진다양한방식의‘폭로들’을보면서공감되는순간이많았습니다.그러다보니자꾸‘나도겪었던일’에대해주절주절말하고싶었습니다.하지만공감한다는명목으로자신의이야기를쓰는것에대해항상고민이있어요.어떤방식으로‘말의연대’를해야하나생각하다가아예수십년에걸친개인의경험을모아보기로했습니다.파편적인하나의사건이아니라이어지는폭력의역사를엮어보면‘문화화된폭력’이잘보이리라생각했습니다.

Q.이책과전작들을통해서저자님이작가,예술가,활동가,연구자등여러경계를넘나든다는인상을받습니다.『폭력의진부함』을통해서도알수있지만오랜기간연극,미술등‘예술계’에몸담아오셨고최근에도연극〈식사〉에공동창작자로참여하신것으로알고있습니다.얼마전에는〈절멸,질병X시대동물들의시국선언〉에참여하셨다는뉴스를보았습니다.선생님의저술,예술,연구,액티비즘은어떻게서로연결되고중첩되는지요?

스스로‘경계를넘나든다’고딱히인식하진않았어요.제가할수있고,또하고싶은일을하는것뿐이라서요.운좋게꾸준히다양한기회들이찾아왔어요.책을쓰고,창작활동을하고,이런저런활동을하는게제게는그다지분리된일이아닙니다.매체와형식은달라져도제가담고싶은이야기는연결되니까요.예를들면먹는것과관련된글을쓰고,이에관한공연을하고,그러다보면점점더동물에대한생각이많아져서관련퍼포먼스에참여하듯이,전하고싶은이야기를다른방식으로변주해요.형식이바뀌면같은이야기라도전달하는방식이분명히달라져요.그과정에서새롭게배워야하는게있고,이전작업의한계를발견하기도하고,다른분야사람들을만나자극도받아요.앞으로제가또뭘할지는알수없습니다.

Q.이책은지금까지공론장에표현된여성과소수자들의목소리를지지하면서,사회적약자들에게앞으로도계속해서용기를내자고손을내밀고있다고생각합니다.책의마지막장“싸우는인간으로”라는제목에서메시지가잘드러나는것같습니다.저자로서어떤사람들이이책을읽기를바라는지요?

이책만이아니라다른책들도마찬가지지만,저는늘‘말하고싶은사람들’이읽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합니다.저역시다른사람의‘말하기’에서용기를얻거나위로를받아요.또내머릿속에흐릿하게뒤섞여있던것들을조금이라도정리할수있어요.나의‘말하기’도그렇게다른누군가의말하기를자극하거나혹은연결되었으면좋겠다고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