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으로평등하고자율적인‘객체들의민주주의’를위하여
브뤼노라투르가강조한대로,근대성은문화와자연,인공적인것과자연적인것,혹은인간주체와비인간객체사이의구분이라는이분법적구상에의해특징지어진다.사실상이런근대적구상으로인해주체로서의우리인간은우리자신에너무몰입하고세계를단지‘우리에-대한-세계’로서만파악함으로써비인간객체들의존재자체를도외시하게되었다.퀑탱메이야수에의해‘상관주의’로명명된이런경향은데카르트이래로칸트를거쳐20세기의문화적비판이론에이르기까지지속하는‘인식론적헤게모니’를뒷받침한다.
특히20세기대륙철학을주도한문화적비판이론이세계에서“바람직한변화를산출하는데상당히성공적이지못했음”을자각하고서최근에비인간객체들에주목하는철학적운동이‘사변적실재론’혹은‘객체지향존재론’이라는기치아래객체들의실재론적존재론을전개하려고시도함으로써인식론적헤게모니에이의를제기하기시작했다.그레이엄하먼과함께객체지향철학운동을적극적으로이끈,이책의저자레비브라이언트는2011년에대륙철학의새로운실재론적경향에대한독본으로서『사변적전회:대륙유물론과실재론』을편집하는데참여했다.같은해에출판된『객체들의민주주의』에서브라이언트는아리스토텔레스의실체개념에서니클라스루만의체계이론에이르기까지다양한이론을함께엮음으로써주체와객체,문화와자연사이의인위적인간극을용해하고객체들의실재로서의동등성을단언하는비근대적인‘평평한’존재론을체계적으로제시한다.
또한,들뢰즈에기반을두고서‘기계지향존재론’을제시한『존재의지도』의전편에해당하는시론으로서의이책에서브라이언트는,하이데거에의한‘존재론적’탐구와‘존재자적’탐구사이의구분에의거하여,존재자체가아니라존재하는것들로서객체들의특성과본질을밝히는일종의객체지향존재론으로서‘존재자론’(onticology)을상세히전개한다.특히,각각의객체는현실화되지않은역능들혹은잠재력들인‘잠재적고유존재’와세계에서관계를맺음으로써현실화되는성질들인‘국소적표현’으로나뉘어있다는객체의이겹구조가정립되는데,저자는이것이『객체들의민주주의』가가장유익하게기여한것이라고짐작한다.브라이언트는잠재적고유존재와국소적표현을구분함으로써“우리에게존재자들이서로관계를맺고상호작용할때일어나는일에주의를기울이도록요청한다.”게다가,라캉의성별화그래프에의거하여,저자는존재자론이‘초월성’의존재론이아니라‘내재성’의존재론에해당함을밝힌다.
저자에따르면,『객체들의민주주의』는“그정치적제목에도불구하고,객체들의존재론에관한책”이지만,이책곳곳에서존재자론에기반을둔정치및사회이론과윤리학을구축할실마리들이시사된다.이책이신기술의증식과기후변화로특징지어지는이시대에“사물들이우리의삶과사회에영향을미치는사태를생각할수있게하는개념적자원”을제공하는동시에“한국에서객체지향존재론과그수용을둘러싸고서새롭고생산적인논의가생성되”는데에도기여하기를브라이언트는기대한다.또한,이책에서브라이언트는로이바스카,슬라보예지젝,질들뢰즈,니클라스루만,알랭바디우,자크라캉등의관련작업에대한엄밀하고흥미로운논평도제시한다.
『객체들의민주주의』는,하먼이평가하는대로,“장점이많은책이면서…다양한사상가를종합한점에서가장주목할만한책일것이다.그책은…향후수십년동안읽힐법하게만드는참신함과명쾌함으로특징지어진다.”기후위기가확연해지고불평등이심화하는우리시대에근대성을성찰적으로비판함으로써발흥한사변적실재론,객체지향존재론,신유물론등의새로운철학적경향에관심이있는모든독자에게일독을권할만한책이다.
존재는평평하다:평평한존재론의네가지논제
브라이언트가제시하는객체지향존재론으로서의‘존재자론’이옹호하는‘평평한존재론’의네가지논제는다음과같다.첫째,모든객체는물러서있다는논제인데,그리하여현전혹은현실태에의해전적으로규정되는객체는전혀없기에모든객체는환원불가능한독자적인실체성의여지를언제나갖추고있다.둘째,‘유일한’세계는존재하지않는다는논제인데,말하자면모든객체의‘단일한조화로운통일체’는없으며다양한관계를이루는다수의회집체가있을뿐이라는주장이다.이렇게해서평평한존재론은전체론을배제하게된다.셋째,객체들사이의어떤종류의관계도여타종류의관계보다특권적이지않다는논제인데,여기서브라이언트가구체적으로염두에두고있는것은인간/세계혹은주체/객체가어떤의미에서도근본적이지않다는주장이다.마지막이자넷째로,모든규모에서온갖종류의객체는그존재론적지위가동등하다는논제인데,그리하여어떤존재자(혹은어떤종류의존재자)도여타존재자의근원으로서의특별한지위를부여받지못한다.
이렇게해서브라이언트의존재자론은“존재한다는점에서모든객체가동등하”기에존재자들사이에어떤주어진위계도허용하지않는존재론적평등주의로서‘객체들의민주주의’를구성한다.평평한존재론이라는틀을통해서브라이언트는“사회적·정치적·문화적이론및철학안에서인간적이고주관적이며문화적인것들에대한강박적인집중을줄이”고“비인간행위자들에대한더올바른이해를계발하”는활동을고무하고자한다.
객체의이겹구조:객체=‘잠재적고유존재’+‘국소적표현’
객체지향존재론으로서의‘존재자론’은독자적인개체로서의객체라는개념을견지하기마련이다.그리하여첫째,객체는자신이맺은관계들과자신의성질들로부터독립적인데,브라이언트는이들특성을각각‘물러서있음’과‘자기타자화’라고일컫는다.또한,객체는자신의성질이변화하는동안에도여전히지속하는데,이는실체로서객체의개별성을가리킨다.요컨대,객체는자신의성질을나타내는한에있어서다른객체들과관계를맺는동시에언제나그관계들로부터물러서있기에어떤객체도자신의성질들혹은관계들로환원될수없다.따라서존재자론은,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과마찬가지로,상관주의를비롯하여모든종류의관계주의를배격한다.
브라이언트는실체로서객체의개별성을규정하는것을‘잠재적고유존재’라고일컫는데,어떤객체의‘잠재적고유존재’는어떤주어진환경에서그객체가성질들을나타낼수있는역능들혹은역량들의체계를가리킨다.한편으로,브라이언트는어떤객체가어떤주어진환경에서나타내는성질을‘국소적표현’이라고일컫는데,그이유는주어진환경이바뀌면그객체가표현하는성질도바뀌기때문이다.어떤객체의‘국소적표현’은그객체가주어진환경에감응하는정동활동의결과물로이해될수있다.다시말해서,어떤객체의환경이달라지면그객체가자신의잠재적고유존재를유지하는한편으로다른성질을나타내기에브라이언트는어떤객체가처한환경을그객체의‘끌림체제’라고일컫는다.요컨대우리는,브라이언트의객체모형에따르면,‘객체=잠재적고유존재+국소적표현’이라는이겹구조를얻게된다.
이책에서브라이언트는객체의이겹구조모형을이해하는실례로서청색머그잔의색깔에관해고찰한다.그머그잔은밝은햇빛아래서는파란색을나타내지만빛이없으면검게되는데,말하자면그머그잔은햇빛아래서는파란색을나타내는역능이발휘되지만빛이없으면색깔을나타내는역능이발휘되지않는다.또다른예로서,햇빛아래서사파이어와루비는각각파란색과빨간색을나타내는데,이는사파이어와루비의색깔을나타내는역능,즉‘잠재적고유존재’가각기다름을뜻한다.여기서어떤객체의성질은어떤주어진환경에서발휘되는그역능이산출하는독특한사건이고그객체가세계에드러내는것은성질밖에없다는사실을참작하면,어떤객체의실체성은‘끌림체제’와결부된‘국소적표현’을관찰함으로써추정될수있을따름이다.
그러므로어떤객체의고유한역능을제대로파악하려면겉으로드러난표현만으로는불충분하고그객체가처해있는국소적환경을반드시고려해야한다.이런결과는존재자론의존재론적통찰이사회사상과정치사상과연계될가능성이있음을시사한다.
부분은전체로부터자율적이고전체는부분으로부터자율적이다:‘기묘한’부분전체론
존재자론에따르면,모든객체는다른객체들로이루어진회집체이면서모든객체는환원불가능하게도물러서있다.하나의전체로서내몸은세포들의회집체이고내몸의부분들로서세포들도각각내몸에못지않은객체이며,그리고기업,정부,국가등다양한규모의수많은인간및비인간존재자로이루어진사회적체계도마찬가지다.내몸을이루는세포들은끊임없이교체되고사회적체계의구성요소들도정기적으로교체되지만내몸과사회적체계는하나의독자적인전체로서유지된다.그러므로전체는자신의부분들로환원되지않고전체의실체성을조성하는것은그부분들이이루는조직이다.마찬가지로어떤전체의부분들도각각나름의조직을갖추고있기에부분과전체는독자적인잠재적고유존재를갖추고있고,따라서“현존하는것은부분과전체가서로별개이고자율적이면서도서로관련된의존성의관계들”이다.
이로부터도출되는통찰은전체가저절로유지되지않으며자신의조직이해체됨으로써자신이소멸하지않도록부분들이서로조화를이루게하는작업을끊임없이실행해야한다는것인데,사회적체계의경우에이런안정화작업이주로비인간객체들의하부구조에의해수행된다.따라서사회적변화가좀처럼일어나지않는이유는,비판이론가들이예상한대로,“이데올로기적으로속아넘어간인간주체들에서비롯되는것이아니라우리가생활에얽혀있는방식에서비롯될개연성이높다.”또한,이런통찰에당연히수반되는것은전체를변화시킬수있는추동력이부분들에본질적으로내재하고있다는‘희망적인’결론이다.그리하여브라이언트는,사회및정치이론가들은“비인간행위자와끌림체제에대한자신의공명역량을증진해야한다”라고주장한다.
1.책의구성
이책은서론과여섯개의장으로이루어져있다.서론에서브라이언트는,“마침내주체없는객체를향하여”라는제목이가리키는대로,이책을저술하게된동기와지향점을서술한다.여기서브라이언트는데카르트와칸트를거쳐20세기의문화적비판이론에이르기까지‘인간주체에대한세계’에관한고찰로특징지어지는인간중심적인근대성철학이바람직한사회적변화를만들어내지못했을뿐더러비인간객체들이증식하는현시대의위기에제대로대처하지못하는현실을지적한다.그리하여이책에서저자는우리가살아가는세상에서비인간행위자들이수행하는역할에주목하게만드는포스트휴머니즘적인세계관을고무하고자“인간의응시에서풀려나서독자적으로현존하는객체들의본질”을반영하는실재론적존재론으로서‘존재자론’의윤곽을제시한다.특히저자가추구한목표는“폭넓은독자들이이해할수있을뿐만아니라매우다양한분과학문과실천에종사하는사람들이새로운물음과기획을생성하는데에도활용할수있는책”을저술하는것이었음을밝힌다.
1장「실재론적존재론에대한근거」에서저자는,인간의응시와무관하게“세계는실험활동이가능하고이해할수있는것이되도록특별한방식으로조직되어있어야한다”라는로이바스카의초험적실재론에의거하여존재론적실재론에대한근거를상세히제시한다.그리고인간중심적이고상관주의적인인식론적실재론과반실재론을고찰함으로써현시점에존재론적실재론을구축하는의의와당위성이제시된다.
2장「실체의역설」에서는아리스토텔레스의실체개념과더불어실체와성질들사이의관계가탐구된다.“성질들은변화할수있지만실체는지속한다는점에서실체는자신의성질들과구분”되는한편으로,객체의바로그존재,즉특이성으로서의”실체는자신의성질들을통해서표현될따름”이다.그리하여저자는“실체의바로그본질이물러서있음에있는동시에자기타자화에도있다”라고주장한다.
3장「잠재적고유존재」에서저자는들뢰즈의존재론을소개하면서잠재적인것과현실적인것을구분한다.저자는“개별적인것이잠재적인것에선행하기에잠재태는언제나실체의잠재태”라고주장하면서이것을객체의‘잠재적고유존재’라고일컫는다.여기서‘잠재적고유존재’는객체의실체성을규정하는것으로서객체의역능들로이루어져있다.저자는‘잠재적고유존재’에서산출되는성질을‘국소적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