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바다에서만들어졌다:“육지중심주의”비판
마커스레디커는지난50여년간바다에서벌어진투쟁을연구해온역사학자다.한국어로번역된『노예선』,『히드라』,『악마와검푸른바다사이에서』를비롯하여그가쓴10여권의책은17개의언어로번역되어전세계에서읽히고있다.선원,해적,노예,계약하인,하녀,아이들이그의책들의주인공이었다.
레디커는많은사람들이바다를“텅빈공간”,“미학적관조에나걸맞은거칠고숭고하며상상의모습으로가득한장소”(17쪽)로간주한다고말한다.바다를실제로존재하는장소,역사가만들어지는장소로생각하지못하고‘아무것도없고아무데도없는곳’으로여긴다는것이다.저자는이런시각을“육지중심주의”(terracentrism)라고부르며,이는우리가극복해야할관점이라고본다.
저자에따르면바다는텅빈곳이기는커녕상품,사람,생각들이역동적으로움직이는현장이자계급의형성,인종의형성이일어난곳이다.1768년런던항의선원들은항구를누비며함선에서함선으로옮겨다니면서돛을내렸다(strike).임금삭감에대한집단항의의표시였다.영어로“파업”을뜻하는단어“strike”의어원이여기에있다.이렇게파업이탄생했고이런저항은전세계노동자들사이에급속히퍼졌다.이는바다노동계급의삶과투쟁이전세계의대안상상력에영감을준하나의사례이다.해양사가우리현실속에생생하게살아있음을보여준다.이책에따르면이런연결고리들은아직우리에게충분히알려지지않았다.
육지중심적역사에서는땅과땅에묶인사람들이역사를만들어가는것으로서술된다.레디커에따르면육지는거대한산맥과사막,광활한바다에가로막혀있기에역사를보는관점을제한한다.레디커는육지중심적역사에도전한다.바다를바라보는낭만주의적접근을벗어나,영토와국가사이를가득메우고그공간을거대한서사로가득채운선원과해적그리고잡색부대의역사에주목한다.『대서양의무법자』에서바다는인간노동과거주를위한실제적공간이자주체성이형성되고역사가만들어지는장소로탈바꿈했다.
왕조와영웅의역사에서“아래로부터의역사”로
지난몇년간아메리카대륙에서는“블랙라이브스매터”운동의활약으로크리스토퍼콜롬버스를비롯한제국주의“영웅”들,로버트E.리장군같은노예제옹호“영웅”들의동상을끌어내리는운동이벌어졌다.최근한국의한정치인은학살자를옹호하는발언을사과하려다시민들의항의로5.18광주국립묘지분향에실패했다.이런사건들은영웅과권력자를중심에두는역사에의문을제기한다.레디커의말처럼“누군가는영웅으로보는역사적인물이다른이에게는범죄자로보일수”(244쪽)있기때문이다.
레디커에따르면해군제독,사령관,선장,기업가,상인들의모험과국가의영광,국가의신화에초점이맞춰진역사는“위에서아래로내려다본역사”(245쪽)이다.우리가교과서와미디어에서주로접하는왕들의역사,영웅들의역사는“망원경을거꾸로들고본역사”이기에뒤집혀야한다는것이저자의단호한관점이다.이는점점더전지구적영향력이커져가고있는“아래로부터의역사”(historyfrombelow)경향의저자들이택하는관점이다.레디커는대서양전역에서활동하는선원,계약하인,노예,해적등의잡색부대는역사를구현하는힘을가지고있었지만,그들의공헌은주류역사서술에서는충분히다뤄지지않고있다고본다.
『도둑이야!』의저자피터라인보우와함께쓴『히드라』에서레디커는국민국가경계에국한되지않는“대서양프롤레타리아”라는개념을제출하였고자본주의의기원에다중적인해상노동계급이있음을보여주었다.그전까지의노동자역사가백인남성산업노동자의역사에집중했다면『히드라』는노동계급의범위를넓히면서자본주의부상에결정적인역할을한“잡색부대”(motleycrew)에주목했다.이책『대서양의무법자』도『히드라』의관점을이어받으며이다채로운“잡색부대”에관한이야기를하고있다.이책의잡색부대는심해범선의선원들,노예,해적,도시의반란자등이다.
잡색부대의활동을강조하는하나의예로서레디커는심해범선의선원들이전세계적의사소통의매개체라고보았다.17세기후반에서19세기초반까지대서양과카리브해를다니던함선위의무법자들은“철학,정치적사고,극예술,시그리고문학의고결한역사”에다양한영향을주며전세계혁명의시대를여는데중요한역할을담당했다.그래서당대의뱃사람들은국경을넘어서는관점을갖고있었고세계주의(cosmopolitan)노동자라할만했다.레디커에따르면이잡색부대의사상과행동은대서양전역에서민주주의와평등주의적사고를형성하고,아메리카혁명과노예제도의폐지에도크게기여했다.주류세계와대륙으로부터주변화되고버림받은사람들이세상을변화시키는급진적힘을발휘했던것이다.
각장의내용소개:대서양의무법자는사회의적단이자세계주의적소통의매개체다
1장「선원의허풍」은선원을세계전역의의사소통매개체인이야기꾼으로묘사한다.“대항해시대에그들은나무로만든작은세계의노동자였고그들의마음과몸이전세계적소통의방향타였다.”이장은선원의허풍(yarn)이해양문학에영향을미쳤을뿐만아니라철학,정치적사고,극예술의역사에서흥미롭고도결정적인역할을했음을보여준다.
2장「에드워드발로우,“가엾은바다사나이”」는1세대국제자유임금노동자를구성하는가장크고중요한직업집단의일원이었던선원에드워드발로우의일지를토대로노동의장소로서의바다를살펴본다.17세기선원발로우는고된노동으로점철된삶을살면서자신의생계를좌우할권력을가졌던상인과선주의악독함을통렬하게비판했고“배에있는이들중선장을제외한모든이들은명령을따르고있다는점에서노예보다나을것이거의없었다”고가감없이서술했다.발로우의일지는17세기후반선원들의정신세계,그리고그것이당대의도덕적,정치적요소와어떻게결합하고불화하였는지를엿볼수있게해준다.
3장「헨리피트먼,“탈주반역자”」의주인공헨리피트먼은특권층출신이었지만1685년영국몬머스반란후에전쟁의부침으로인해“계약하인”이라불리는상품으로팔렸다.바베이도스에서그는탈출을도모했고바다를도피의장소로활용했으며동료들과함께무인도에서여러달을체류하였다.현대의역사학자중에서는피트먼의실화가소설『로빈슨크루소』에영감을주었다고보는사람들도있다.레디커는소설이묘사한크루소의무인도생활과피트먼의실제일대기에는결정적인차이가존재한다고말한다.자본주의신화의한축을이루는로빈슨크루소의개인주의적무인도생활과는대조적으로,실제피트먼의탈주는모든종류의탈출이그럴수밖에없듯이반역자들이협력하여이뤄낸‘집단행동’이었다는것이다.저자는여기에서‘탈주’에대한개인주의적신화에서벗어날필요가있다는결론을끌어낸다.
4장「망자왕의깃발아래:해적」은1710년대에서1720년대까지의해적을주제로삼으면서대안적인사회구조구축을위한장소로서의바다를분석한다.마커스레디커는‘해적전문연구자’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레디커는당대의해적에관한모든문헌을검토했고“개별해적의이름,활동시기,연령,이전직업,계급,가족배경그리고기타사항”을기록한데이터베이스를작성하였다.해적은진압당하고교수형당했지만“졸리로저”깃발을비롯하여해적이라는상징은(마녀사냥으로집단학살당한마녀들이혁명적으로귀환하고있듯이)오늘날그어느때보다인기있는대중의영웅으로생생하게살아있다.해적들은배위에서정의와평등을구현하려했고,특권을거부했으며,위험을외면하지않았다.이장에서저자는해적들이비록지속가능한안정된기제를만들어내는데는실패하였을지몰라도,교회,가족,국가에서벗어난강력한대안세계를실험했고그들의경험에서우리가배울점이많음을보여준다.
5장「아메리카혁명의잡색부대」에서바다는급진적사상의발생지로그려진다.“하향식”역사에서는잘알려지지않았지만,대서양선원과아프리카인노예그리고다인종집단은아메리카독립혁명에서혁명적인역할을했다.선원들은바다와항구에서혁명소식을전파했고탈주선원들은해상시위와노예반란,도시봉기에참여했다.1783년이후대서양전역으로흩어진노예와자유인흑인들은위협적인혁명의벡터를형성했다.1800년즈음자메이카총독이킹스턴의흑인들을일컬어“철저하게수평화정신에사로잡힌가장파렴치한계급”이라했을정도로1780년대후반이들은카리브해전역에서반란의기운을퍼뜨렸다.이밖에도영국노예제폐지운동에서활약했던선원과노예집단,그리고근대적범아프리카주의를창시한아프리카의흑인들의움직임에주목하면서이장은“잡색부대”가어떻게혁명시대의개념을창출하고실현했는지를설득력있게보여준다.
6장「아프리카인의반란:노예에서뱃동지로」는18세기서아프리카인에대한탐구로,이들이어떻게“노예”라는상품으로불리면서도노예라는개념자체와그관습에강하게저항하였는지보여준다.노예선은바다가역사의현장임을보여주는또다른사례이다.노예선에서인종이형성되었다.노예선은오늘날‘아프리카계아메리카’문화라고불리는창의적인문화의해상기원이다.저자가특히주목하는것은“집단정체성을형성하는데있어서저항”이얼마나중요한역할을했는지이다.“대서양노예무역은여러의미에서400년간지속된단식투쟁이라고할수있다.”(173쪽)흑인들은노예로삶을지속하느니음식을거부하고,배밖으로뛰어내려영혼이라도고향으로돌아가고자했다.하갑판에서시작된노예들의선상봉기도드문일이아니었다.저자에따르면노예선에서는저항그자체가새로운언어였다.바다는반란의장소였다.
마지막7장「“검은해적”:1839년아미스타드선상반란」은6장의주제를이어받는다.노예선에서일어난대부분의선상반란은실패로끝났지만,1839년노예선아미스타드호의이야기는드문승리중하나였다.1839년8월24일뉴욕해안에서25마일떨어진곳에서발견된아미스타드호에는무장한수십명의흑인들이타고있었다.이“검은무법자들의의심스러운항해”는신문들의표제를사로잡았고곧전국으로확산되었다.이례적인일이었다.수천명의사람들이입장료를내고감옥에들어가아미스타드호죄수들을구경할정도였다.반란의리더였던흑인‘싱케이’는미합중국역사상이와같은대중적인인기를얻은최초의아프리카출신인물이었다.이장은아미스타드호의인기와싱케이에대한다양한당대의재현방식을살펴보면서,아미스타드호의법정싸움이승리로끝나기까지이들을해적으로바라보는관점이어떤영향을미쳤는지,아미스타드호반란자들이육지사회의법과문화적망들을어지럽히고아래로부터의노예제폐지운동과접속하면서어떻게사회변화를이끌었는지를흥미롭게보여준다.
우리에게는아직“아래에서부터”이루어갈역사가많이있다
이책은전통적으로부유층과지배계급의이익을따르는왕조와영웅의역사에서벗어나가난한자와노동계급의이야기를다루는‘아래로부터의역사’라는하나의장르를따르고있다.브레히트는자신의시「역사책읽는노동자의의문」(AWorkerReadsHistory)에서역사기록이전통적으로“왕의이름”을다루고있지만“울퉁불퉁한돌덩이를나른이들”이누구였는지물으면서알려지지않은사람들의이야기가위대한역사의저변에숨겨져있다고지적했다.이러한접근방식은역사를통해드러난정치적,사회적과정에중요한시사점을제공하며,아래로부터의저항역사는현재에도진행중인투쟁에많은정보와영감을줄수있을것이다.
이책은무법자들이선택의의지를가지고대안적인사회구조를형성하여반자본주의및평등주의문화를형성한이야기를쓰고있다.오늘날의세계화는자본주의왕조와부유층영웅들의이야기로채워지고있다.평범한사람들의항의와저항은묵살당하는일도빈번하다.하지만레디커는강탈당한자,주변화된인물들,사회로부터버림받거나사회를버리고나온자들이역사를움직이는힘이라고말하고있다.거대하지만하나로연결된바다는무법자선원,잡색부대,세계주의자노동자들이연대하고힘을키우는소통의장이었고이들이활약하는역동적인무대였다.더많고엄정한법이온세상땅과바다를뒤덮고있는오늘날,이책은우리가살아가는또다른“바다”에서저항을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