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과 젠더 (집합감정의 행방과 새로운 공동체의 구상)

광장과 젠더 (집합감정의 행방과 새로운 공동체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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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문학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소영현의 5년 만의 신작. 이 책은 광장을 구축하는 자리마다 작동해온 한국사회의 통치술을 ‘감정’이라는 렌즈를 통해 톺아본다. 광장의 계급적·젠더적 탈구축을 시도하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즉 포스트 민주화 시대로의 이행 가능성을 모색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 등장하는 비인간들 - 외계인, 유령, 시체, 로봇, 게임 캐릭터, 좀비 등 - 은 타자의 얼굴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에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의 무게가 결합되어 등장한 조각난 개인 혹은 그 파편들이었다. 개인의 내적 차이에 대한 관심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차이‘들’ 속의 보편적 지층을 마련하려는 일, 그것이 개인에 대한 사유가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난제인 것이다. 권력과 돈의 기이한 결합이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애도되지 못한 사회적 공분과 그것을 동력 삼아 유지되는 ‘열폭’사회에서, 부끄러움의 회복은 신자유주의적 주체의 감수성 회복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분의 예기치 못한 향배를 이끄는 전환적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선정 및 수상내역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저자

소영현

한국문학연구자.문학평론가.성공회대동아시아연구소와연세대국학연구원을거쳐,한국문학번역원교수로있다.『문예중앙』,『작가세계』,『21세기문학』,『문학웹진뿔』기획및편집위원을거쳐,현재『웹진비유』에서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올빼미의숲』(문학과지성사,2017),『하위의시간』(문학동네,2016),『프랑켄슈타인프로젝트』(봄아필,2013),『분열하는감각들』(문학과지성사,2010),『문학청년의탄생』(푸른역사,2008),『부랑청년전성시대』(푸른역사,2008)가있으며,공저로『#문학은_위험하다』(민음사,2019),『비평현장과인문학편성의풍경들』(소명출판,2018),『감성사회』(글항아리,2014),『문학사이후의문학사』(푸른역사,2013),『감정의인문학』(봄아필,2013)등이있다.

목차

서론:광장이후를상상하는,방법으로서의‘감정’6

1부사이:장소와다른장소
1장흐르는성찰성과은폐된미래19
2장감염의상상력과공동체구상43
3장고통과기대:경제불황과전시호황‘사이’,‘사이보그-되기’의역설73

2부패턴:속물사회의발생학
1장전쟁경험의역사화,속물시대의인간학106
2장‘헝그리정신’과시민사회의불가능성122
3장냉전시대의속물들,한국중산층의기원156
4장인간은어떻게인간이될수있는가:이청준의『자유의문』에대하여176
5장포스트IMF시대,누가취향과교양을말하는가191
6장불확정적인것들:개인,가족,속물,비인간207

3부연결:감정사회의윤리와집합감정의정치학
1장‘열폭’사회와수치를모르는‘자동인형’218
2장풍속금서와허용된감정236
3장풍자정신의계보와집합감정의장소244
4장열풍시대의문화적감염력과노이즈의감정정치257
5장감정이우리를행동케하리라281

4부상상:공공감과광장의젠더
1장차마하지못하게하는마음은어디에서오는가300
2장신자유주의형신인류의역습:‘헬조선’에서‘탈조선’을꿈꾼다는것325
3장목격하는증인,기록하는증언:이후의삶혹은문학346
4장혐오사회와디아스포라의젠더365
5장참여과잉시대의비-시민정치와광장의탈구축394
6장광장의젠더와혁명의성정치:1996~2016,혁명의기록과기억’들’422

참고문헌453

출판사 서평

감정연구의부상
소영현평론가는전작『올빼미의숲』(문학과지성사,2017)에서‘비평의위기’시대에문학이가진공감의힘을복원하고이를통해공적인힘을회복하는것으로서‘사회비평’이필요하다고제안했다.신작『광장과젠더』에서저자는위와같은문제의식을이어받아‘감정’을경유한삶,사람,사회읽기를시도한다.
저자가1부1장「흐르는성찰성과은폐된미래」에서서술한것처럼인문학계와출판계전반에서최근몇년간정동(affect),감정,느낌,감수성등에대한연구와관심이폭발적으로증가했다.저자가보기에는그간‘감정’이란무엇인가에관해서다양한오해가있었다.감정연구가관심을갖는‘감정’은개인적인감정이거나문학작품이자아내는어떤분위기의의미가아니다.저자에따르면감정에대한관심은보이거나들리지않지만삶을‘총체적으로’지배하거나조형하는힘에대한관심이며,보이지않고들리지않으며만져지지않았던것들의외화를가능하게할방법론적모색이다.또한,감정에대한관심이학술장으로확장되는현상은분화와단절이강화되고있는학술장이사회와접속할수있는접면을넓혀가고있는기미로읽을수있으며,사회와학술장의유의미한소통가능성을엿볼수있게한다.

광장의유동하는힘을추적하는감정연구자소영현
저자는이책에서감정연구와광장을연결시킨다.광장에서일어난사회적힘의폭발을어떻게바라볼것인가?우리가경험한것은혁명이었나?연대와공존의느낌만은아니었던잉여의감정들을무엇이라불러야할까?광장에대한익숙한사고방식은축적된갈등과모순이임계점에도달하여제어할수없는힘으로광장에서터져나왔고,그힘이야말로사회변혁을이끄는동력이된다고분석한다.저자는2000년대한국사회에서여러차례분출한광장과봉기의시간들을돌이켜보면이러한기존의설명방식은부족함을드러낸다고본다.
그래서광장에대한감정연구가필요하다고저자는본다.저자에따르면광장의시간은떠도는유동적힘들이상호적으로전염되고증폭되어파동이되는과정이었다.2008,2016,2022년의광장이입증하듯이그힘들은때로는예측하지못했던장소에가닿기도하였고,내부에서다양한흐름들의충돌이있기도했으며,끝끝내가시화되지못했던부분도있었다.2016년촛불봉기내부의여성혐오와성차별을가시화하는,광화문광장에꾸려졌던‘페미존’을사례로들수있다.

미래를상상하려면광장속의다양한흐름들에관심을기울여야한다
광장은다양성들로들끓고있다.2008년에도,2016년에도,2022년에도광장에모인우리들의목소리는단일하지않았다.하지만광장의다양체로서의성격은지금까지충분히진지하게사고되지못했다.광장의내부에는각기다른방향으로움직이는개별적흐름들이존재할뿐이기에,광장을하나의머리,하나의방향성을가진것으로규정하며미래를예측하려는시도는무익하다.오히려‘광장’이후를상상하고만들어내려는사람이라면,‘광장’에서일시적으로출현한듯보이는방향성이아니라각기다르게움직이는다양한힘들의흐름에주목해야한다.저자는여기서‘감정연구’가제역할을할수있다고본다.감정연구는녹아내리고흘러넘치는힘들의흐름을섬세하게들여다보는과정이다.「서론」에서저자는이러한과정없이는우리가어디로가고있는지어디로갈수있는지에대한그어떤이해나전망도하기어렵다는사실을알게되었고,그리하여감정연구에착수하게되었다고설명한다.

1부「사이:장소와다른장소」
저자에따르면감정을통해포착되는것은운동성이다.그것은곧보이지않으며잡히지않는세계와존재를규정하고또변화시키는‘수행적’과정자체이다.‘감정’연구가가닿고자한미래는유동하는힘이만들어내는변화와그것이조망하게하는다른현실이라고이책은말한다.책의1부1장에서는그간감정연구가특히한국사회에서어떤지도를그리며전개되고있는지를충실하게살펴보고,축적된문헌자료들속에서저자자신의문제의식과연결되는것들을선별하여비평한뒤,운동성,변화,미래에대한책의논지의근거를마련한다.
2장과3장에서는미래에대한구상이근대이후를조망하는것이었음을보여주는,근대초기한국의사례들을비평한다.2장에서는김기진의‘프로문학’제창을,실패한사회주의실험의일환으로서보다는‘개인의집합체’로서의전체에대한관심의확장으로이해해본다.3장에서는1940년대전후경제불황과전시호황을한몸에겪은비엘리트조선인들의부정합적감각경험에대해고찰한다.

2부「패턴:속물사회의발생학」
2부는한국전쟁에대한이야기로부터시작한다.광장통치술의계보를추적하는자리에서한국전쟁경험이생성한사회변동적힘의흐름을외면하기는어렵다.한국전쟁은한국사회의성격을규정짓는자리에서빼놓을수없는중요한사건이자경험이기때문이다.저자가한국전쟁과관련하여포착한키워드는‘속물성’이다.한국전쟁의경험은‘생존을위해서는무엇이든할수있다’는인식이사회전반에유포될수있는토대가되었고,‘나’의생존을최우선으로하는태도는공공적이슈에무심한탈정치적태도를야기했으며,죄의식과수치심을상실한속물적태도를불러왔다는것이저자의설명이다.저자는이것을계층적위계구조와그틈새를메우는교양이라는알리바이,사회의차별화정동으로부르기도한다.
저자에따르면속물시대의개시란,성찰없는개인이근대적주체모형의실질을채우기시작한다는것을의미한다.사회의속물화경향이양극화와맞물려사회는죄의식과수치심을상실해갔고,한국사회감정구조를관통하는속물성은외환위기를통과하며글로벌리즘시대를맞이한2000년대이후폭발하기에이른다고저자는진단한다.

3부「연결:감정사회의윤리와집합감정의정치학」
3부에서는한국사회에서‘87년체제’이후나타난부정적집합감정의흐름을추적한다.저자에따르면이는집합감정의행방을파악하기위한필수적선결작업이다.감정의행방을통해저자가확인하고자한것은,나와타인사이,개인과전체사이의틈이자거기로부터드러나는본래적관계성이다.연결아니감염의정치학의의미에대한모색이3부에서펼쳐진다.
특히3부에서는〈나꼼수〉열풍의사회정치적배경과그한계에대한날카로운통찰이눈길을끈다.풍자적유머는경계를유연하게하고그과정에서해방감을느끼게한다.그렇지만풍자가자신이유연하게만든경계를새로운틀로대체하지못할때,풍자의유연하게하는힘은다시기성장벽들속으로포섭되거나심지어벽을세우는동력으로활용되곤한다.저자는실상〈나꼼수〉에대한관심의급격한소멸은바로이지점,즉그것이실정적대안으로나아가지못하고다시현실의진영논리에휘말릴수밖에없는풍자적비평의한계와무관하지않다고쓴다.

4부「상상:공공감과광장의젠더」
2010년대중반이후한국사회는소용돌이의시간을지나왔으며여전히통과하는중이다.저자가보기에신자유주의시대를통과하면서한국사회는온통부정적사회감정으로채워져왔다.적대,증오,무시,모욕,혐오등의감정이증폭되었고,혁명에대한기대와열망이체념과무기력에가닿았다.저자에따르면이러한변화는신자유주의적인간형으로의개조과정에서벌어진일이다.
4부에서저자는‘그렇다면무엇을할수있는가’를질문한다.4부1장「차마하지못하게하는마음은어디에서오는가」에서저자는무시와모욕이횡행하는시대의한가운데에서문학과인문학은‘차마하지못하게하는마음’은어디에서오는가에대해이야기해야한다고본다.그리고그러한윤리적성찰이지금이곳의집합감정아니광장연구가해야할일이라고제언한다.

[저자인터뷰]
Q.이책은한국근현대사속광장의통치술을추적하면서이제는하나의광장이아니라‘광장들’을사유하고가시화해야한다고말하는것처럼읽혔습니다.이책이말하는‘광장’은어디입니까?무엇입니까?
구체적인하나의사례를말씀드리자면,2016년의광화문광장과광장내의‘페미존’을들수있을것같습니다.지금이곳의체제를중지시키고더나은미래를상상하는자리가광장이라면,광장을구성하고움직이게하는것은내부의집합감정입니다.그런데집합감정은균질적인힘으로만존재하는것이아니고들여다보면방향성도지향도다른힘들의충돌이자공존의상태라고할수있습니다.말하자면광장내부에서로다른집합감정의흐름들이있는것이고그것사이에권력의차이가존재하며,그권력의차이에대한관심이광장자체의지향이나방향성을바꾸기도하는것이죠.따라서광장에대한관심은내부의서로다른힘들에대한것으로집중되어야합니다.
조금추상적으로말하자면,광장은지금여기이자동시에지금여기의다음에오는미래의공간입니다.광장은모두에게동등하게허용된,목소리를낼수있는권리(자리)가보장된곳으로,한나아렌트가말하는정치적공간이라고도할수있을것같습니다.그런데현실에서그자리는처음부터확보되지도제대로보장되지도않습니다.목소리를내거나권리를주장하는것은더어려운일이고요.권리도권력의위계속에서누구의관점에서보느냐에따라권리가아닌것으로치부될수도있고요.사실상현실이나사회를구조화하고작동시키는힘은실제로는권력관계속에놓여있고그런의미로언제나위계화되어있습니다.제가강조하고자하는것은,그런위계를모두철폐해야한다는것이아니라,(우리가아나키한사회나현실을원하는것은아니므로)사회라고하는체계내부즉공동체를구성하는일원으로좀더눈을돌려야하고그구성원의자리와목소리를더많이보장할수있는방향으로움직여가야한다고생각하고또믿는다는점입니다.모든자리를보장하는일,모든목소리를들리게하는일,이것은사실아무런갈등도없거나평화롭기만한상태는아니겠지요.수많은갈등이지속될것이지만,그러한갈등이사라지는시공간이더위험하다고생각하는편입니다.그러니까광장을채우는‘광장’들은지금현실에서는‘광장’이라기보다,있지만보이지않거나지워진혹은잊힌골목일수도지하통로일수도있습니다.요컨대,광장은사회이고현실이며삶이라고할수있으며,무엇보다정치투쟁의장이라고할수있습니다.광장이정치적장이라고할때제가강조하고자하는바는다음과같은것과관련되어있습니다.광장에대한고민은민주주의에대한고민이기도합니다.민주화이후민주주의에대해계속생각해왔는데요.‘민주주의란무엇인가’와같은질문이아니라,수행성의차원에관한것입니다.민주주의가획득되는것이아니라지속시켜나가는것이라는점,정치체가아니라(정치체이기도하지만)실천이고운동이라는것에대해생각해왔습니다.한국사회가직면한많은문제들이신자유주의로구현된전지구적인경제상황과무관하지않지만,그것은경제문제와결합한,경제문제로가시화되는정치적문제라는생각입니다.이런차원에서광장에대한관심은민주주의의열망과닿아있다고할수있을것입니다.

Q.한국사회에서광장과젠더의관계는어떠한것이었고,앞으로는이에대한어떤관점전환이필요하다고생각하십니까?
오랫동안소수자와타자에대한연구를해왔습니다.청년,학생,속물,잉여,하층민,하녀,식모,어멈,촌부,‘위안부’,범죄자,팜므파탈,디아스포라,탈북여성,이방인,결혼-이주노동자등,그들의얼굴을발견하고자리를복원하고자해왔습니다.과거의기록물들,다양한형태의아카이브에서그들은흩어진조각정보로만발견되고그자체로온전한모습을발견하기어려워서재현이나복원자체가언제나고민거리였습니다.그런고민은오랜축적의시간끝에점차그들의자리를배치하는통치술에대한관심으로이동해갔습니다.시야의확장이라고도말할수있겠습니다만,이러한이동은버틀러가환기한것처럼재현의방법론에대한통찰이결국재현을허락한범주내에서만가능한것이라는사실을인지하는것,그리고그것을직시(혹은돌파?)해나가고자하는과정이라고도할수있을것같습니다.
가부장제를중심으로논의하는것도가능할것같은데요.전근대에서근대이후로신분적위계구조는해체되지만노동하는주체의정상성을중심으로계급적,젠더적,지역적위계구조가재편되고강화되었다고도할수있을것입니다.근대적자본주의가가부장제를적절하게활용하고변형시키면서민족-엘리트-남성중심의정치체를구축했다고할수있는데,적어도한국사회를두고말하자면,이때그러한체제를구축하면서규율과조절과배치의대상이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