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론적 마술 (객체, 존재론, 인과성)

실재론적 마술 (객체, 존재론, 인과성)

$29.00
Description
생태학자, 문학 이론가, 객체지향 철학자 티머시 모턴은 객체들의 마술적 밤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사물들은 내적으로 물러나 있고, 그것들에 대한 지각이나 관계나 사용으로 환원될 수 없다. 사물들은 오직 흔적과 발자국의 낯선 영역, 즉 미적 차원에서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객체는 부재와 함께 반짝인다. 감각적인 것은 객체의 사라짐에 대한 애가(哀歌)이다. 이것은 미적 차원에 관한 무언가를, 철학자들이 종종 미적 차원을 악의 영역이라고 여긴 이유에 관한 무언가를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가?
『실재론적 마술』은 객체지향 존재론의 관점에서 인과성을 탐구한다. 모턴은 인과성이 미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미적 사건은 인간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인간과 화폭 사이의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과 드라마 속 대사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미적 사건은 톱이 새로운 합판 조각을 베어 물었을 때 일어난다. 미적 사건은 벌레가 축축한 흙에서 배어 나올 때 일어난다. 미적 사건은 거대한 객체가 중력파를 방출할 때 일어난다. 우리가 예술을 만들거나 연구할 때 우리는 인과관계를 만들거나 인과성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턴은 미적 차원은 인과적 차원이라고 말한다.
저자

티머시모턴

TimothyMorton,1968~
미국의철학자,영문학자,생태이론가.옥스퍼드대학마들린칼리지에서영국낭만주의시인퍼시비시셸리의시에나타난음식과섭생,소비의문제를다룬논문“Re-ImaginingtheBody:ShelleyandtheLanguagesofDiet”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미국라이스대학영문학과의리타시거피(RitaSheaGuffeyChair)교수로재직중이다.그레이엄하먼,레비브라이언트,이언보고스트와함께‘객체지향존재론’(OOO)이라는사변적실재론의한갈래에속하며,객체지향존재론이생태학적으로함의하는바를주로탐구한다.2013년에출간한『실재론적마술:객체,존재론,인과성』(갈무리,2023)은모턴의대표적인객체지향존재론저서로객체-객체관계의인과적차원에초첨을맞춘다.2016년작『어두운생태학:미래공존의논리를위해서』(갈무리,근간)는객체지향존재론의생태학적함의를탐구하면서독자적인“어두운생태학”을전개한다.2021년에출간한『저주체:인간되기에관하여』(도미닉보이어와공저,갈무리,근간)에서는새로운주체성에관해탐구한다.그밖의저서로EcologywithoutNature(2007),TheEcologicalThought(2012),Hyperobjects(2013),『인류』(2017;2021),『생태적삶』(2018;2023)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7
감사의말9
서론:사물이거울에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음11

1장환상과같이57
콘크리트블록의신비60
대균열91
주체라고불리는객체104
기이한인과성108
상호사물성의심연113
둔탁한부딪침없는인과관계124
허상의문제128
실체의역사133
객체는위선자이다147
현상의놀이155

2장마술의탄생186
샘플링으로서의인과성193
상호사물성재고206
개구:왜곡으로서의시작211
숭고한시작들220
새로움대창발237
사물들한가운데서254

3장마술의삶261
현재순간의디스코265
유보기계273
용암의문제283
디스플레이서비스트:운동의신비306
바르도[중유]1312

4장-마술의죽음326
닫힘:아름다운친구여,이것이끝이라네336
바르도[중유]2342
하마르티아347
현전없는객체:현재없는객체367

결론:기묘한아리스토텔레스388
그림목록399
부록:모든것이온다400
참고문헌445
인명찾아보기457
용어찾아보기460

출판사 서평

천의얼굴을가진사상가티머시모턴
티머시모턴은그레이엄하먼,이언보고스트,레비브라이언트와함께“객체지향존재론”(OOO)경향에속하는사상가이다.OOO는철학에서의인간중심주의에도전하는운동인사변적실재론의한갈래에속한다.모턴은생태학,문학,예술,음식,불교,해체주의등다양한연구관심사를가지고있다.그레이엄하먼과함께오늘날가장영향력있는50인의철학자중한명으로언급되는모턴은아이슬란드의싱어송라이터비요크,미국의뮤지션퍼렐윌리엄스등과협업하고사운드아트조직〈소닉액츠〉와어두운생태학예술프로젝트를진행하는등예술방면에서도다양한활동을해왔다.특히시공간적으로대량분산되어우리가결코완전히포착할수없는객체를가리키는모턴의“초객체”(hyperobject)개념은수많은예술가들에게영감을주었다.
철학자이자생태이론가로서모턴은객체지향존재론의생태학적함의를탐구하며“어두운생태학”이라는독자적인생태이론을전개해왔다.“어두운생태학”이라는용어는모턴의가장잘알려진저서『대자연없는생태학』(EcologyWithoutNature)에서처음제출되었다.모턴이“자연”(nature)이아니라첫글자를대문자로쓰는“대자연”(Nature)을언급하는이유는그개념이생태학에서라캉의대타자와유사한역할을수행하기때문이다.대자연개념은자연적인것과자연적이지않은것사이의구별에의존한다.모턴은“대자연”이라는것은없다고주장하면서다음과같은질문들을던진다.“달팽이는아마도대자연에속할것이다.그런데조리된달팽이는그렇지않은가?만화속달팽이는어떤가?방사능에노출된달팽이는어떤가?”(64쪽)모턴은생태학에서대자연개념의사용이문제를해결하기는커녕문제를자초한다고진단하고새로운생태이론을전개한다.『실재론적마술』은모턴의어두운생태학의철학적기초를보여주는책으로도읽을수있다.

실재론적마술RealistMagic
이책의제목『실재론적마술』은마술적리얼리즘(magicrealism)이라는문학장르에대한언어유희다.『백년의고독』으로잘알려진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같은작가들은마술과역설의요소들을연계하는글쓰기를했고그방법론은마술적리얼리즘이라고불렸다.모턴에따르면마술적리얼리즘의서사에서인과성은기계적기능에서벗어난다.『실재론적마술』에따르면이는제국주의적“실재”의필연성처럼보이는것에저항하기위해서,그리고말할수없는것,혹은제국주의이데올로기에따라서는말하기가거의불가능한것들이목소리를낼수있도록하기위해서채택된전략이었다.
이와유사하게『실재론적마술』은실재자체가기계적이거나선형적인인과성으로조직되어있지않다고본다.우리는인과관계가어떤자명하고타당한사실이라고여기지만,모턴에따르면“인과성은하나의비밀스러운사태임에도드러난것,공공연한비밀”이며“신비로운것”이다.인과성이신비로운이유는사물의실재성이말할수없음,밀폐됨,물러남,비밀스러움등다양한의미에서의어떤신비와결부되어있기때문이다.즉사물은암호화되어있다.그래서모턴은헤라클레이토스의격언“자연은숨기를좋아한다”를책에서자주인용한다.

인과성(causality)과마술
한국어에서‘인과’는‘원인’(因)과‘결과’(果)를아우르는말이다.보통마술은상식적이거나과학적인인과관계를숨겨신비한일이일어났다는효과를공연하는것으로이해된다.관객의눈에보이지않을뿐,마술의이면에는언제나인과관계가있을것이라고가정된다.인과관계이론이원인과결과를추적하여마술의비밀을풀고,“신비”를“이해”로해명해줄것이다.그러나이책은인과성과관련된결정적인어떤것이마술의속임수그자체의수준에있다고말한다.마술이실재한다는것이다.
모턴에따르면수세기동안인과성은,기업경영진의사무실에있을법한장식품의금속공들이서로둔탁하게부딪치는방식으로상상되어왔다.물질이금속공들처럼서로부딪치는것,사람들은일반적으로인과적사건이그와같이일어난다고생각한다.그러나모턴에따르면인과적사건은금속공들의부딪침으로환원될수없다.인과관계는은유적이다.모턴은이러한주장이“원인들이중층결정되었다”는의미라고설명한다.예를들어서사무실장난감속의금속공들은와이어프레임에의해고정되어있다.와이어프레임은책상위에놓여있다.그책상은대기업사무실의일부이다.지금까지언급한이모든존재자는사무실장난감의공이내는둔탁한부딪침소리의원인들이다.즉금속공들이서로부딪치기위해서는사무실장난감,책상,방,그리고업무에서지루함을느껴잠시장난감을가지고노는적어도한명의사무원이포함된전체적설정이있어야한다.둔탁한부딪침의인과성은이모든사실을누락시킨다.그래서모턴은둔탁한부딪침으로인과성을상상하는것은미신적물신화에불과하다고까지이야기한다.인과성에관해지금까지제기된여러이론은객체들이가진신비의핵심적인요소를잘라낸다는것이다.

인과성은미적이다
장난감공들이둔탁하게부딪치는현상이인과적사건의전부가아니라면,인과성은무엇일까?모턴은‘인과성이미적’이라고말한다.그는다음과같은예를든다.회화는언제나인간이상의것으로만들어져있다.회화는물감으로만들어져있고,물감은다시계란흰자위나기름같은어떤매개체로형성된가루결정이다.회화작품을벽에걸면그림은벽과도관계를맺게된다.파리한마리가그위에앉고,먼지가그림위에쌓인다.화가가의도한것이무엇이든색소가천천히변해간다.모턴에따르면우리는이모든비인간의개입을그자체로일종의예술이나설계로생각할수있다.비인간도항상예술을하고있고,우리는그것을예술이아닌인과성이라고부를따름이라는것이다.칼슘결정들이구석기동굴벽화를덮을때그결정들도설계하고있으며,그림을그리고있다고말할수있지않을까?모턴은“아주간단히말해미적차원은인과적차원”이라고정리한다.(29쪽)
객체지향존재론의창시자그레이엄하먼은그의유명한사중체모델에서,실재객체들은물러나있다고말했다.실재객체들이물러나있기에그들사이의인과관계를설명하는유일한방법은매혹이라는일종의미적과정을통해서라고하먼은말한다.모턴은하먼의이러한통찰을수용하면서한객체가다른객체에영향을미칠때,그것은어떤미적차원을통해서이루어질수밖에없다고말한다.“공룡은진흙속으로들어가발자국을남긴다.공룡은진흙을공룡어로번역한다.공룡은적확히나,한명의인간이진흙을만지고진흙에관해말할때불가피하게진흙을의인화하는것처럼그것을공룡화한다.6천5백만년후,한고생물학자가화석화된공룡발자국을조사한다.고생물학자는비시간적인구성공간,내가상호사물성이라부르는곳속에서공룡및고대진흙과함께공존한다.이공유된감각적공간속에서,고생물학자는발자국에영향을미칠수있고,발자국은고생물학자에게영향을미칠수있다.실재의이러한수준은마치교차하는선들,표시들,상징들,상형문자들,수수께끼들,노래들,시들,그리고이야기들로구성된거대한그물망인것만같다.”(144쪽)모턴에게미학,지각,인과성은모두사실상동의어이다.

객체는위선자이다
모턴에따르면우리가어떤사물이나객체에대해서‘그것은어떠어떠하다’라고말하는것은그사물또는객체와같지않다.모턴은콘크리트블록을예로든다.콘크리트블록은파리에게는딱딱하고차가운것이고,인간의손가락에는까칠한것이고,숙련된무술유단자의내려치는손에는잘부서지는약한것이다.또중성미자에게는비가시적인것이다.이처럼객체의성질은그객체가아니다.이로부터모턴은객체는객체자신인동시에객체자신이아니라고말한다.그리고데카르트를비롯한많은전통철학자들이집착해온‘비모순율’(어느사물에대하여같은관점에서동시에,그것을긍정하면서부정하는것은불가능하다)은실재세계에서설명력을잃는다고본다.모턴에따르면양자역학같은최신의현대과학또한이점을뒷받침한다.객체는객체인동시에비-객체라는기묘한사실을우리는받아들일수밖에없다.
모턴은전통철학이비모순율이라는이한번도검증되지않은원리를고수하며곤경에빠졌다고말한다.문지방에서있는사람은방안에있는것인가방밖에있는것인가?어떤시의제목은시의시작인가시의외부인가?벽에걸린그림의액자는그림의끝인가,그림의일부인가?어떤사물이죽어갈때,그사물은현존해가고있는것인가아니면현존하기를멈추어가고있는것인가?그사물이죽어갈때,그사물은자기자신과얼마나동일한것인가?모턴은우리가비모순율을고수할때이러한물음에답할수없게된다고말한다.
모턴에따르면우리는객체의본질과나타남사이에균열이있다는점을받아들일때만이러한의문에답할수있다.객체는물러나면서나타난다.사물은항상적모순의상태에있다는바로그이유때문에현존하기를계속한다.또는어떠한사물이된다는것은모순으로가득차는것이다.그래서모턴은객체가위선자,객체내부에영구적인갈라짐을품고사는위선자라고말한다.모턴은“냉소적인우주에서사느니위선적인우주에서살겠다”(154쪽)고말한다.

책의구성:마술의생애주기
이책은서론과네개의장,결론,부록으로구성되어있다.「서론」에서모턴은P.M.던의노래〈기억의축복속에표류하다〉와유쿨찌나팡가티의〈무제〉등여러예술작품을고려하며객체지향존재론에서인과적차원이미적차원인이유를보여준다.1장「환상과같이」에서는책전체의범위를설명한다.모턴은콘크리트블록이블록을구성하는입자로환원되지않고블록에대한지각으로도환원되지않는방식을보여주며콘크리트블록의신비를고찰하고,이를통해각각의객체가고유한것임을설득력있게주장한다.또한,모턴은실체의역사를논하며논리학과수사학이분리된이유를보여주고,수사학과논리학을같이생각할수있었던시간으로의회귀를제안한다.2장「마술의탄생」은객체가시작되는방식을다룬다.논의가진행되며객체의시작은숭고임이밝혀진다.새로운객체는객체들의총회를왜곡함으로써탄생한다.3장「마술의삶」에서는객체가존속하는방식을다룬다.객체는본질과나타남사이의균열을유보함으로써존속한다는것이밝혀진다.객체는객체자신과모순될때살아간다.4장「마술의죽음」에서는객체가끝나는방식을다룬다.객체의죽음은객체가자신의나타남으로환원될때일어난다는것이밝혀진다.객체는현존하는것만으로도이미죽음의문턱에있다.객체의시작이숭고라면,객체의끝은아름다움과관련이있다.「결론」에서모턴은마술의생애주기를되돌아보며목적인과비모순율에집착하지않는기묘한아리스토텔레스로의회귀를제안한다.부록에는객체지향존재론에관한티머시모턴의논문「모든것이온다」가한국어판독자들을위해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