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자율적인객체이자독자적인예술장르로서의건축을위하여
현재객체지향존재론(OOO)은20세기후반사상계와문화계를지배한이른바‘포스트모더니즘’의한계를극복하기위해대륙철학에등장한‘포스트휴머니즘’적철학운동에서,주목할만한하나의사조로서자리매김하고있다.대륙철학의일반적인시류에맞서서인간의사유및맥락과독립적인객체(존재자)의실재성을단언하는비관계주의적인실재론적OOO는객체의온전한자율성과독자성을강조하는동시에미학을제일철학으로표방한다.
이런까닭에OOO는사실상예술의자율성과미적경험의회복을희구하는철학외부의예술분야에서열렬히수용되고있으며,그중에서도특히건축분야에서가장빠르게또열심히수용되고있는실정이다.객체지향존재론의철학자인그레이엄하먼은세계적인건축학교SCI-Arc(남가주건축대학교)의교수로재직중이며,한국에서도이미지난2021년에‘서울과학기술대학교건축학부’의‘아키포커스_건축이론’시리즈의일환으로‘건축과트리플오’(OOO,Object-OrientedOntology)강좌가개설되었고,〈다중지성의정원〉에서는2019년10월부터‘객체지향철학과건축미학’세미나가진행되고있다.
건축분야에서OOO가인기를끌고있는이유중하나는건축가들이인문학과사회과학에서진전되는이론적사조들에깊은주의를기울이는성향을갖고있기때문이기도하지만,그레이엄하먼이말하는더중요한이유는OOO가현재건축을지배하는추세들에대한평형추역할을할수있으리라는건축가들의기대때문이다.하먼에따르면“2010년무렵에건축계가마침내들뢰즈에게다소싫증이나게되면서많은건축가가참조할만한자원으로OOO를”꼽게되었다고한다.
또건축가데이비드루이(DavidRuy)의비판적평가에따르면,1990년대중엽이후로건축은건축적객체에관한담론에서건축적장(field)에관한담론으로점점더빨리이행했으며,이렇게해서건축은그특이성을상실하고자신을사회문화적환경의부산물로,조성된하부구조나환경의잠정적인성분으로간주하게되었다.또한,관계조작의견지에서건축을설계자가통제할수없는힘들과고려사항들의결과인것처럼보이게만드는기법이선호되는현재의추세에대하여불평하는건축가도있다.
일부동시대건축가들이맥락의장에구속된모든관계주의적모형에의구심을갖는OOO철학을기반으로‘하나의자율적인객체이자독자적인예술장르로서의건축’이라는‘객체지향건축’테제를표방하는객체지향건축이론에깊은관심을기울이게된것은바로이런배경아래서이다.이런견지에서하먼의『건축과객체』는객체지향건축테제를체계적으로고찰하고자하는최초의시론으로간주될수있다.
건축과객체지향존재론
하먼은철학자로서자신이『건축과객체』라는이책을저술한이유는“건축이인간실존이이루어지게하는주요한매체”이고“건축이‘제일철학으로서의미학’이라는OOO원리와직접관계가”있기때문이라고명시적으로표명한다.인간실존이철학의주요한주제중하나라는사실을고려하면,“인간에게주요한현실감각을제공하”는건축은철학의엄연한대상으로서의자격을갖추고있다.
또한,하먼은건축을공학으로도환원되지않고조각으로도환원되지않는하나의독자적인예술장르로,“미학적명령도받으면서작업하는실천활동”으로간주한다.그렇기때문에하먼은건축을‘제일철학으로서의미학’테제를내세우는OOO철학이전개될수있는안성맞춤의대상으로여긴다.더욱이하먼은건축이“실재의본성에관한암묵적언명”이라는점을고려할때건축과철학사이의대화는지속적으로이루어질것이고,이로부터철학은더많이배우게될것이라고말한다.
‘객체지향건축에관한시론’으로서이책을읽는독자들은객체지향존재론과미학이론에대한약간의배경지식만으로도건축과철학사이에서전개된대화를,특히20세기에하이데거,데리다,그리고들뢰즈에게서각각비롯된‘건축현상학,’‘해체주의건축,’그리고‘들뢰즈주의건축’의전개상황을중심으로건축및건축이론의역사를흥미롭게읽어나갈수있을것이다.
객체지향건축=‘반직서주의’+‘형식주의’
하먼의객체지향미학에따르면무언가가‘예술’이되기위해서는‘미적경험’을유발할‘형언할수없는것’을생산할수있어야한다.다시말해서객체와그성질들사이에긴장이,즉반직서주의적상황이구축되어야한다.하먼에따르면,직서주의란“우리가어떤주어진존재자도적절한일단의성질을나열함으로써제대로서술할수있다”라는관념이다.예를들면“객체는성질들의다발에불과하다”는철학자데이비드흄의생각이직서주의의사례이다.
직서주의적상황이구축되면객체가성질들로환언됨으로써객체와성질사이의균열이사라진다.이는미적경험이유발될수없는‘지식’을생산하는것일뿐이며,그럴때철학과예술은직서적객체만을생산하는과학으로환원될수밖에없다.이런점에서직서주의는철학과예술의적이며,하나의독자적인예술장르로서의건축의적이기도하다.따라서미학을극구부정하는건축,직서주의적건축은단지공학이되거나어떤다른분과학문이될뿐이다.
다른한편으로,하먼의객체지향미학은우리가예술을경험할때“감상자와작품이함께융합하여”하나의자율적인혼성객체를구성한다는‘기이한’형식주의를주장한다.다시말해서예술은미적경험을생산할채비를갖춘존재자인작품과그것을대면하여미적경험을겪는감상자로구성된관계로서의독립된객체,즉그밖의맥락으로부터독립된자율적인객체가된다.건축의경우에,이책에서하먼은그것을‘건축적세포’라고일컫는다.그러므로“인간없는예술이존재하지않는것과마찬가지로인간없는건축도존재하지않는다.”요컨대객체지향건축미학은반직서주의라는날실과형식주의라는씨실로직조된다.
객체지향건축=‘제로-형태’+‘제로-기능’
이책에서하먼은“형태는기능을따른다”라는기능주의건축의준칙을환기시키면서‘형태’(form)와‘기능’(function)을건축의핵심적인이원성으로설정한다.하먼은‘형태’를단순한“시각적외관”이라기보다는“자신이관여하는모든관계로부터떨어져있는사물의실재”로규정하고,‘기능’을“사물의협소하게실제적인효과”뿐만아니라“사물이맺은관계라면무엇이든”가리킨다고규정한다.하먼은,건축이기능주의의주술에서벗어나서하나의자율적인객체이자독자적인예술장르로서의객체지향건축으로현존하기위해서는형태와기능을‘제로화’해야한다고,다시말해서형태와기능을탈맥락화하여비관계적인것들로만들어야한다고주장한다.그리고탈맥락화된비관계적형태와기능은각각‘제로-형태’와‘제로-기능’으로일컬어진다.요컨대객체지향건축은‘제로-형태’와‘제로-기능’을달성함으로써구현된다.
이책에서하먼은건축물의자율적인비관계적형태,즉‘제로-형태’를발견하려면“건축물과마주치는모든특정한방식과독립적인건축물의심층구조를찾아내야한다”라고말하면서,형태의‘제로화’는비직서주의적으로또는심미적으로이루어질수밖에없다고단언한다.다시말해서,객체지향건축은형언할수없는것을유지해야한다.
다른한편으로,하먼은탈관계화된자율적인종류의기능,즉‘제로-기능’을찾아낼수있는방법의관건은“모든특정한기능과분리된어떤추상적인종류를찾는것”이라고주장한다.이런견지에서기능의제로화기법으로여겨질수있는‘기념물적건축’의두가지실례,즉알도로시의책에서찾아볼수있는사례와콜하스의설계가검토된다.여기서‘제로화’는‘탈관계화’를뜻하는것이지,‘무화’를뜻하지는않음을유념해야한다.예컨대,건축에서기능의무화는불가피하게도건축을시각예술의한장르인조각으로환원시키게된다.다시말해서,객체지향건축이론에따르면,“건축의명예를지키는올바른방법은기능을형태화하는한편으로여전히형태와구분되는것으로유지하는것이다.”물론,철학자로서하먼은“다양한제로화기법은건축가들자신에의해발굴되어야하고추구되어야한다”라고선언한다.
책의구성
미합중국미네소타대학교출판사가기획한‘자연이후의예술’총서의한권으로출판된이책은서론과다섯개의장,결론으로이루어져있다.
「서론」에서하먼은『건축과객체』라는이책을저술한이유가“건축이인간실존이이루어지게하는주요한매체”라는것과“건축이‘제일철학으로서의미학’이라는OOO원리와직접관계가있다”는것임을내세운다.그리고이책은두가지의물음,즉“(1)건축과철학의관계는어떠한가?(2)건축과예술의관계는어떠한가”라는물음에의해견인된다고규정하면서“이제는건축이미학이론을주도해야한다”라고천명한다.
1장「건축가들과그들의철학자들」에서는기능주의적모더니즘건축이론의위기가심화된1950년대이후이른바‘포스트모더니즘’건축이론에새로운원동력을제공한세명의철학자,마르틴하이데거,자크데리다,그리고질들뢰즈의사례들을중점적으로살펴봄으로써일부동시대건축가들이객체지향철학을열심히수용하게되는배경을부각한다.하이데거에의해고무된‘건축현상학,’데리다에게서깊은영향을받은‘해체주의건축,’그리고들뢰즈주의적인연속적흐름을패러다임으로삼은이른바‘연속주의건축’의원리들과대비하여‘반직서주의’와‘형식주의’로특징지어지는‘OOO건축’의기본원리들을제시한다.
2장「형언할수없는것」에서는‘형태’와‘기능’이라는건축의핵심적인이원성의견지에서건축의본성과건축의역사가개관된다.여기서‘형태’는“시각적외관”이라기보다는“자신이관여하는모든관계로부터떨어져있는사물의실재”로규정되고,‘기능’은“사물의협소하게실제적인효과”뿐만아니라“사물이맺은관계라면무엇이든”가리킨다고규정된다.특히,비직서적인미적경험을촉발하는예술로서의건축은환언될수없는‘형언할수없는것’이없다면단적으로존재할수없다고논증되며,그리고형식주의의견지에서건축의자율성을지키는방법은형태와기능을‘제로화’또는‘탈관계화’함으로써독자적인‘제로-형태’와‘제로-기능’을확보하는것이라고공표된다.게다가하먼은“모든건축은시간상으로경험되어야한다”는점에서건축적형태의고유양태로서의시간역시비관계적방식으로다시구상되어야주장한다.
3장「객체지향성」에서는OOO의객체지향적관점이압축적으로제시된다.인간중심주의적이고반실재론적이며맥락주의적인포스트모더니즘의그늘에서여전히빠져나오지못하고있는대륙철학에서‘실재론’의황야에자리하고있는OOO는사유/세계라는근대주의적인분류학적기초를철저히거부하고“모든것은객체이다”라는‘객체들의민주주의’테제를견지하면서인간및비인간객체들의자율적실재성을강조한다고요약된다.특히,객체와그성질들사이에형성되는네가지형태의긴장,즉실재적객체-감각적성질(수직적긴장),감각적객체-감각적성질(수평적긴장),감각적객체-실재적성질(형상적긴장),그리고실재적객체-실재적성질(인과적긴장)에관한OOO의핵심논점이건축과관련하여간략하게소개된다.
4장「건축의미학적중심성」에서는“인간없는예술은어떤모습일까요?”라는질문을화두로삼고서OOO의‘형식주의적’미학이론의핵심논점들이검토된다.요컨대,‘예술(건축)=작품(건축물)+감상자’라는자율적인독립된혼성객체를기초로하는이른바‘기이한형식주의’를기반으로예술(건축)의세포적구조와더불어직서주의의근본문제가논의된다.여기서하먼은건축미학과관련된열가지논점을정립한다.
5장「건축적세포」에서는건축에서형태와기능을제로화하거나탈관계화하거나미학화하거나혹은실체화하는방법에대한시론이제시된다.특히,하먼은이런견지에서1988년MoMA의‘해체주의건축전’이후에등장한건축적경향을검토하면서현실건축에서실현될수있는‘제로화’기법들을모색한다.
마지막으로,「결론:객체지향건축의준칙들」에서하먼은반직서주의적인형식주의적객체지향건축과관련하여이책에서이루어진논의에서도출되는원리들을열일곱가지로정리하여제시한다.이책은건축과철학사이의지속적인대화의불가피성을역설하는발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