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이십년에걸쳐이루어진인터뷰원고들을한데모으는이유가무엇인가?협상이너무오래지속되어아직전쟁중인지아니면벌써평화상태인지알수없게되는일이일어난다.철학이시대에대한분노와불가분하다는것이사실이지만,시대가보장하는평온함과도분리되지않는다.하지만철학은권력이아니다.종교,국가,자본주의,과학,법,여론,텔레비전은권력이지만철학은아니다.철학에커다란내부전투들이있을수는있지만(관념론-실재론등),그것은그저웃자고하는전투들일뿐이다.철학은권력이아니기때문에권력들과전투할수는없지만,그대신철학은그들에대항하여전투없는전쟁,게릴라전을벌인다.또한철학은그들과대화할수없는데,이는그들에게할말도소통할것도없기때문이다.철학은오직말을할뿐이다.권력들이외적인것에만족하지않고우리각자의내부로침투하기때문에,우리는각자철학과함께스스로와게릴라전을벌이고끊임없이말해야한다.
-질들뢰즈
1부『안티-오이디푸스』에서『천개의고원』까지
『대담』의1부에수록된「『안티-오이디푸스』에대한대담」(1972)은『안티-오이디푸스』의프랑스어판이출간된해에들뢰즈와가타리가함께한대담이다.여기에서두사람은『안티-오이디푸스』집필과정,1968혁명과책의관련성,분열-분석기획이목표로하는것이무엇인지등을설명한다.「『천개의고원』에대한대담」(1980)은『천개의고원』의프랑스어판이출간된해에들뢰즈가프랑스일간지『리베라시옹』과진행한대담으로,들뢰즈는크리스티앙데캉,디디에에리봉그리고로베르마지오리등세명의대담자의질문에답하면서『천개의고원』의특이한목차와그책이언어학,과학,역사학과맺는관계를설명한다.
2부영화
2부‘영화’에서는들뢰즈의영화에관한생각들을만날수있다.「〈6곱하기2〉에대한세가지질문」은장-뤽고다르에대한들뢰즈의인터뷰로영화잡지『까이에뒤시네마』1976년11월호에실렸다.2022년9월작고한프랑스의영화감독장-뤽고다르는1976년〈6곱하기2〉라는제목의텔레비전프로그램을제작했는데『까이에뒤시네마』는이프로그램과고다르의작품세계전반에대한들뢰즈의생각을묻는다.
들뢰즈는1983년에『시네마』1권(운동-이미지)을그리고1985년2권(시간-이미지)을출판했고,2부에는이두권의책에대한인터뷰들이실려있다.『시네마』1권에대한인터뷰는1983년10월『까이에뒤시네마』에실린것으로,들뢰즈는영화사와분류학의차이,철학과영화의관계,자신이언급하거나언급하지않은영화들에관한질문들에답한다.『시네마』2권에관한대담에서는영화비평의역할,정신분석과영화,전쟁과네오-리얼리즘,영화에대한평가의근거는무엇이어야하는지등의주제가논의된다.
3부미셸푸코
3부에실린세편의인터뷰「사물들을쪼개기,단어들을금가게하기」,「작품으로서의삶」,「푸코의초상」은모두푸코사망2년뒤이자들뢰즈가저서『푸코』를발표한1986년에진행되었다.들뢰즈가푸코에대해책을쓴이유,둘사이의관계,특히‘인간의죽음’을둘러싼논란이나말년에푸코가‘주체’로회귀한것이아니냐는의혹등에대한들뢰즈의입장을들을수있다.
“언젠가,아마도,이세기는들뢰즈의세기가될것이다”라는미셸푸코의말은들뢰즈를소개하는데널리활용되는유명한문장이다.일간지『리베라시옹』에실린로베르마지오리와의대담에서마지오리는들뢰즈에게푸코의이말에대해질문한다.들뢰즈는“나는푸코가말하려고했던것이무엇인지모르겠어요.물어본적도없고요.그는악마적유머를가지고있어요.”로시작하는흥미로운답변을들려준다.
4부철학,5부정치
4부에는「중재자들」(1985),「철학에대하여」(1988),「라이프니츠에대하여」(1988),「스피노자에대하여,레다벤스마이아에게보내는편지」(1989)등네편의인터뷰와편지글이실려있다.4부에서독자들은라이프니츠,스피노자,푸코같은사상가들과영화,철학사,문학에대한들뢰즈의생각을읽어볼수있다.
5부에는들뢰즈가1990년봄정치철학자안또니오(토니)네그리와진행한대담「통제와되기」,그리고1990년5월에잡지『로트르주르날』에실린글「통제사회에대한후기」가실려있다.특히네그리와의대담은33년전에진행된것임에도불구하고우리의현재상황을적확하게묘사하는것처럼느껴진다.
『대담』역자인터뷰
Q.들뢰즈의『대담:1972~1990』의새로운번역본을기다려온국내독자들이굉장히많은것같습니다.갈무리출판사에서도새로운한국어판의출간일정을문의하는전화를지난몇년간여러차례받았습니다.들뢰즈학계에서는『대담』이어떤책으로받아들여지고있습니까?더불어선생님께서이책을번역하기로결정하신특별한이유가있다면말씀해주실수있을까요?
『대담』은들뢰즈의주저가모두출판되고,『철학이란무엇인가?』를제외한가타리와의공저가모두출판된후에나온책이기때문에자기저술에대한들뢰즈의포괄적이고전체적인관점을엿볼수있다는점에서,또한1972년부터1990년까지의인터뷰와편지등을모았다는점에서는가타리와공동작업을하기시작한그의후반부저술들을들뢰즈자신의생각을통해일별할수있다는점에서,마지막으로한편이기는하지만가타리와들뢰즈의공동인터뷰가실려있다는점에서,매우흥미롭고중요한참고문헌입니다.크리스티앙데캉,디디에에리봉,로베르마지오리,끌레르빠르네,레이몽벨루어,프랑수아에발드,토니네그리등인터뷰어들의질문도당시들뢰즈를둘러싼평가와문제의식을담고있기때문에역시참고할가치가있습니다.
도서출판갈무리가이책의판권을확보하고오래전에번역을의뢰받았으나당시개인적인사정으로번역을고사했었는데,작년에이책5장을다시읽다가꼭번역해보고싶은생각이들어번역의사를출판사에전했습니다.옮긴이서문에언급했듯이이책은들뢰즈에대한우리말최초의번역서라서접한지오래되고내용도익숙하다고생각하고있었는데문득그내용이아주새롭고매우현재적이라는강한임팩트가있었기때문이었습니다.
Q.선생님께서는들뢰즈연구자로서『들뢰즈로말할수있는7가지문제들』,『들뢰즈의드라마론』등들뢰즈사상에대한여러권의책을쓰셨습니다.가장최근에출간된『들뢰즈의정치-사회철학』(23년8월)의내용혹은주장(“새로운시대에는새로운정치철학이필요하다!”)과이번에번역하신『대담』이어떤내용적연관성이있는지설명해주시면그간선생님의들뢰즈연구서를읽어온독자들에게도움이될것같습니다.
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다보면20대의전반적인우울과무기력을경험합니다.여러진단이가능하겠지만정치에대한냉소가중요한이유중하나라고생각했습니다.정치는우리의희망과요구가우리사회에반영되는경로여야하는데,현실정치는정치인들의이합집산과선거를둘러싼이전투구가되어버렸죠.이는혹시기존의정치철학이우리시대를따라잡지못하고항상같은논쟁속에갇혀있기때문이아닌가하는생각을했습니다.제가『대담』을읽으면서꼭번역하고싶다고생각한,5부에실린정치에관한네그리와의인터뷰와「통제사회에대한후기」라는짧은글은이런오래된문제의식에강한영감을주었습니다.들뢰즈는『자본주의와분열증』1,2권이프로이트-맑스주의의시도들과결별했으며,미래는프로이트와맑스의종합에있지않다고말하면서,네그리와의인터뷰에서는오늘날정치에대해서대의의실패와제도에대한관심을피력했습니다.『들뢰즈의정치-사회철학』은이문제의식과『대담』으로부터의영감을중심으로저의연구들을배치하고재구성한것으로들뢰즈의정치철학에대한소묘같은책입니다.들뢰즈를읽으면서가지게되는실천철학의문제의식을여러차원에서곱씹을수있으며,『대담』과함께하면더풍부한독서가가능하리라생각합니다.
Q.마지막으로는조금가볍게,이책을통해들뢰즈에입문하는독자들이있다면이책의어느부분부터읽는것이좋을지,어떤대목에특별히주목하면좋을지몇가지경로나시작점,독서포인트를추천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이책이다룬1972년부터1990년을보자면,1972년은『안티-오이디푸스』가출판된해이고1988년에는프랑수아샤틀레에대한아주짧은책이발간되었습니다.프랑스포털에서찾아볼수있는들뢰즈소개글에는들뢰즈가초기에철학사가의면모를보였다가[흄,니체,칸트,베르그손,스피노자]자신의철학을전개하고난후,후기에다시철학사로돌아갔다고되어있는데,1972년부터1990년사이에들뢰즈가다룬철학사는전기에다루었던스피노자에대한대학생들을위한간단한책과라이프니츠를바로크와더불어다룬책외에는없으며그가다룬철학자는무엇보다우선적으로는그의친구들로서,푸코와샤틀레의죽음이후‘추모시’와같은책을쓴것으로보아야할것입니다.이시기는또한‘예술’에대한저술들이한축을이루어‘영화’,‘프란시스베이컨,미술’,‘라이프니츠,바로크’,‘카프카,소수문학’을발간한시기입니다.그러므로이책은크게‘자본주의와분열증’을둘러싼정치철학,영화와철학사그리고친구에대한추모로이루어져있다고볼수있겠습니다.까다롭다고여겨지는부분에얽매이지말고개략적으로읽은후에마음에가는부분을섬세하게읽으시기를추천드립니다.크레솔에게보내는편지에서들뢰즈가‘독서’에대해말하는부분이있는데,그는어떤책이‘작동’하지않으면버리고다른책을읽으라고하더군요.이말을이책에도적용할수있겠습니다.독서가아무런감흥을불러일으키지않는부분은넘기시고어떤감흥을불러일으키는부분,독자에게작동하는부분,그부분에집중해서읽으시면어떨까요?매줄모든문장이이해되지않더라도말입니다.되돌아다시읽으면그부분이달라질수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