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공통장 - 아우또노미아총서 84

예술과 공통장 - 아우또노미아총서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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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는 임금 노동이 숙명처럼 부여된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임금 없이 잘 곳도 먹을 것도 입을 것도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임금에 의존하는 삶은 우리를 일의 늪에 빠뜨린다. 우리는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삶의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바치며 어떤 의미에서 삶을 포기한다.
이 책은 노동에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고 자율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모색하기 위해 쓰였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에만 의존하는 삶에서 벗어나 기댈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다른 무언가가 이 책에서 공통장(commons)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용할 수 있는 물질 자원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도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통장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살피는 도시 공통장은 예술가들이 점거한 공간, 스쾃(squat)이다. 예술가 공동체는 스쾃을 통해 공동의 터전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공간의 공통화), 예술을 모두의 것으로 만들었으며(예술의 공통화), 상호부조하는 관계를 형성했다(네트워크의 공통화). 예술가들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재생산하고, 지역 사회에서 공유되는 문화적 환경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공통의 부를 생산한다. 다른 한편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예술을 차용하는 도시 정부가 있다. 문제는 창조도시 전략으로 대표되는 그 과정에서 예술가의 활동이 도시 정부에 의해 왜곡되거나 흡수된다는 점이다. 다른 삶을 위한 욕망으로 시작했던 스쾃-공통장은 이제 도시를 ‘문화적으로’ 치장하는 투어리즘의 명소가 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의 동력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다른 삶의 기반으로서 공통장이 지닌 의의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자본의 공통장’이 될 위험에 빠져 있음을 함께 지적한다. 집 안에서 비임금 노동을 통해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여성들처럼, 예술가들은 도시에서 ‘문화적 풍경’을 생산하는 비임금 노동자가 된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공통장이 대안 담론으로 부상하는 오늘날 그것이 처한 위험에도 주목할 것을 요청하며, 공통장을 기초로 한 대안적 삶을 꾸릴 방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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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범철

저자:권범철

집안의연구자,계간『문화/과학』편집위원,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부소장,동아대융합지식과사회연구소연구원,한신대생태문명원연구위원,서울시립대도시사회학과강사.서울시립대학교에서도시예술가들의공통장에대한연구로도시사회학박사학위를받았다.2000년대중후반부터서울영등포구문래동에서오랫동안다양한프로젝트와연구를했다.공통장,돌봄,생태,예술을함께엮어서사고하며활동하는데관심이있다.저서로『예술과공통장』(2024),공동저서로『돌봄의시간들』(2023),『지식을공유하라』(2022),『서울의공간경제학』(2018)이있고,옮긴책으로『역사의시작』(2019),『로지스틱스』(2017),『빚의마법』(2015),『텔레코뮤니스트선언』(2014)이있다.스쾃-공통장에대한또다른연구를구상중이다.

목차


서론6

1장공통장에대한논의들
제3섹터로서의공통장49
반자본주의적공통장56
체계로서의공통장81

2장도시,공통장,예술
신자유주의와공통장92
창조도시라는공장121
도시공통장을둘러싼갈등:전술공통장대전략공통장158

3장전술공통장:오아시스와문래예술공단
공통화의배경172
공통장의생성과변화190
공통장의성격208
전술공통장의함의268
전략공통장의출현282

4장전략공통장:창의문화도시와서울시창작공간
서울시의전략공통장286
공통장을둘러싼갈등316
자본의요인으로서의공통장342
전략공통장의함의354

에필로그:도시공통장과‘우리’의삶371
감사의글375
참고문헌378
인명찾아보기391
용어찾아보기394

출판사 서평

이책은예술가들의활동과그것에개입하는도시정부의전략을사례로도시공통장(commons)의생산과전유라는문제를다룬다.우선이책에서이야기하는공통장이무엇이며그것의생산과전유가가리키는상황을간단하게살펴보자.

자본주의에서노동력을팔지못하는사람들
자본주의는무엇보다노동을강제하는시스템이며따라서우리에게노동력을팔지않을자유는없다.즉임금노동을해야만살아갈수있다.그러나노동력을팔지않을자유를가진것은아니지만노동력을팔지못하는사람들이있다.구조조정으로일터에서쫓겨난실직자,거리의노숙인,극심한취업경쟁을이기지못한이른바취업준비생,은퇴한노인,아직어린아이들등자신의의사와는무관하게임금으로부터배제된이들이그러하다.
그렇다면이들의삶은어떻게유지되는가?물론이들을지원하는다양한사적·공적제도들이있다.실업급여,쉼터,각종구직지원금,부모의돌봄등이그러하다.그러나이형태들이각각의주체에게위로부터주어지는것이라면,이와다르게아래로부터구성된다른무언가를통해삶을재생산하는이들이있다.이다른무언가가바로이책에서공통장으로부르고자하는것이며,이것은임금에서배제되었다는사실이비참함만을의미하는것이아니라다른가능성의발현으로나타날수도있음을보여준다.이책은그러한주체들중에서특히예술가에주목한다.

예술,예술가와도시
도시의예술가와예술의관계는매우기묘하다.예술가가제도적환경이거의부재하다시피한까닭에비공식적인영역에서활동하는데반해,예술그자체는도시의‘재생’,‘발전’혹은‘경쟁력’을위해요구되며각광받는실천이기때문이다.이처럼주변화된예술가와각광받는예술이라는대조에도불구하고예술가가예술의주요생산자라는점에서둘은연결되어있고,그런까닭에도시정책상의예술은예술가를계속불러낸다.이책에서주요하게주목하는지점중하나는이과정에서예술가의활동이도시정부에의해왜곡되거나흡수된다는점이다.이것이이책에서다루고자하는도시공통장의생산과전유라는문제다.즉한편에는다른방식으로삶과예술을꾸려나가는예술가들의자율적인활동이있고(공통장의생산),다른한편에는도시발전전략을위해예술을차용하는도시정부가있다(공통장의전유).

전술공통장:아래로부터대안적인삶의가치를지향하는실천
이러한문제에서공통장은두가지수준으로나타난다.첫째는이책에서전술공통장이라고정의한,도시의틈새에서아래로부터대안적인삶의가치를지향하는실천들이다.이책은스쾃(squat)을그주요한사례로살핀다.그곳의예술가들은‘정상적인’삶의경로를거부하고“자유의새로운공간”을만들어자율적인삶을살아가고자했다.그에따라예술가들은임금이아닌다른무언가에기대야했고그것은이들이공통장을형성한중요한계기였다.이들은공통장을통해필요한자원을공유하면서삶과예술을이어갈수있었다.문래예술공단(예술가들의네트워크)의사례에서그공통장은각자의재생산에충분한조건은되지못했지만임금에대한의존을줄여주었고,그만큼각자의욕망을실현할수있는,새로운삶의양식을시도할수있는여건이마련되었다.또한그들의활동은사적인작업실내에만머무르지않고사회적으로확산되었다.그들은공간과예술을공통화하면서문래동내·외부를오가는다양한흐름을생성했고이는그곳이‘새로운예술의발신지’로부상하는효과를낳았다.이러한‘아래로부터의재생’은도시정부가그들의활동과잠재력에주목하는계기가된다.

전략공통장:공통의부를흡수하거나모의하는행동체계
그지점이이책에서전략공통장이라고부른,사회적으로생산되는공통의부(commonwealth)를흡수하거나모의(simulation)하여경제발전으로연결하고자하는행동체계가개입하는곳이다.문래동에서그개입은창의문화도시라는도시정부(서울시)의계획에따라시작되었다.이계획의모태가된창조도시담론을먼저살펴보면,그전략은오늘날사회문제해결을위해동원되는공동체의활동을보다‘생산적으로’활용하려한다.다시말해서사회적으로생산되는창조성을경제발전의토대로삼고자하는창조도시전략은창조성이라는비물질적특질이오늘날경제에서점점더중요한자리를차지한다고전제하면서,그것을어떻게사회적으로배양할것인가에관심을둔다.이러한창조도시담론은사회전체가생산의계기가되었다고이해하는사회적공장및삶정치적생산개념과유사한지점을공유한다.그러나창조도시담론은자율주의적맑스주의계열의논자들이비판적으로접근하는실질적포섭의상황(사회적공장)을오히려긍정하면서‘생산적으로’활용하려한다는점에서두관점은결정적인차이를보인다.이러한점에서이책은창조도시를,삶활동을노동으로통합하는삶정치적기계,즉‘생산적인’안전장치로이해한다.

예술공장(아트팩토리)은누구를위한것인가
요컨대도시정부는도시를바꾸어가는예술가들의잠재력에주목하면서그것을경제발전의동력으로끌어안으려고한다.도시민의삶이아니라각종도시지표의순위에집착하는도시정부에게예술가들의잠재력은경쟁력향상에중요한자원으로인식되었다.도시공간에“문화의품격”,“문화의이미지”를입혀서울만의“매력”을만드는것은관광객과외국인투자를유치하기위해꼭필요한일로여겨졌다.그일에예술가들은필수적인인력이었지만그들의활동은외부에서조직할수없는것이었다.그에따라―즉생산과정자체에개입할수는없으므로―그들이‘노동’할수있는환경을조성하는사업이시작되었다.창의문화도시마스터플랜의첫번째핵심사업은서울시곳곳에예술공장(아트팩토리)을짓는것이었다.그공장은레지던시와기금이라는두가지방편을통해적은비용으로,예측가능한방식으로도시곳곳에예술을공급할수있었다.그두방편은노동유연화의극대화된형태로서,예술가들을경쟁하는주체로만들고그들의불안정함에의존하며그것을지속시킨다.그과정에서예술가들의공통장은자율적삶의기반에서도시경쟁력향상의도구로흡수되고있다.

공통장이라는전장
이러한지점은오늘날공통장이복합적인상황에처해있음을말해준다.신자유주의의위협과더불어대안으로부활한공통장에주목한것은운동하는주체들만이아니었다.축적전략으로서신자유주의프로그램의한계가뚜렷해지면서공통장은그에대한하나의대안으로고려되기시작했다.이때공통장은(자본이아니라)신자유주의에대한대안으로서자본이선택한출구였다.공통장은국가와시장의대안으로서굳건한담론이아니라,자본주의아래의다른많은언어들처럼오염되고있다.사회적재생산이위기를맞은오늘날공동체가사회문제를해결하는주체로호명되는일은그대표적인사례라고할수있다.
그러나그러한포섭은일방적인과정일수없다.이책에서다룬예술가들의활동에서주목해야하는지점은그들이그러한전유의전략들을재전유하는실천을수행했다는것이다.이것은전략공통장의성격이도시정부나자본의의도에따라일방적으로결정되는것이아니라,상충하는가치실천들의힘관계에달려있다는것을뜻한다.따라서우리에게필요한것은전유메커니즘의포섭을인식하면서도그것을재전유하는힘을고찰하는것이다.우리는공통장과자본의상호작용을포섭이나탈주라는양극단이아니라끝없는교전으로이해해야한다.

각장의내용
1장「공통장에대한논의들」은먼저역사상의공유지가어떻게작동했는지를살핀뒤현대의공통장담론을크게두부류로나누어서검토한다.공통장을제3섹터로바라보는관점과반자본주의적인대안으로이해하는관점이그것이다.첫번째관점에서는주로볼리어와바우웬스가,두번째관점에서는네그리와하트,데안젤리스,페데리치등이중점대상이된다.이들은공통장을바라보는관점에서차이와공통점을드러내는데이책에서는이들의논의를검토하면서도시공통장분석에필요한이론적자원들을취한다.특히페데리치를중심으로한페미니스트들의논의는이책에서도시의예술가를이해하는데결정적인관점을제공한다.예술가를사회적공장의노동자로이해하는이책의관점은여성을노동자로재발견한이들의논의에크게기대고있다.이러한관점에서이책은도시의예술가를집안의여성과유사한존재로이해한다.두주체모두사회적공장의비임금노동자들이기때문이다.
2장「도시,공통장,예술」은플로리다의창조도시가어떻게사회적공장을조성하기위한전략인지분석한다.이새로운공장에서예술가들이수행하는노동과그들이생산한공통장이전유되는과정을이론적수준에서검토하는것이주된내용이다.여기서창조도시전략은도시경쟁력강화를위해예술가들의공통장에의존할뿐아니라그것의생산양식을차용한다.이책은이두수준을구별하기위해미셸드세르토의전술과전략개념을빌려공통장에적용한다.전술공통장이아래로부터공통의부를생산하는자율적인집단의행동양식이라면전략공통장은사회적으로생산된부를흡수하거나모의하는행동체계다.전술공통장이사회주의의쇠퇴와신자유주의의위협속에서새롭게주목받았다면,전략공통장은전술공통장의저항에대한대응으로출발했다.또한노동의비물질화경향에따라생산과정이사회로확장되면서자율적인그과정을관리하고흡수하는것이자본의핵심적인문제로대두한것도중요한배경이다.전략공통장은이러한자본의관심사에따라출현한다.그것은전술공통장의대안적삶을위한가치들을경쟁력강화의마디로절합하려고시도한다.공동체의협력을사회적문제를해결하기위한저렴한방편으로전유하고,‘대안적인삶과예술’활동을도시의스펙터클로흡수한다.그러나이러한시도들에서조차생산하는능력은공통장의주체성인공통인(commoner)들의네트워크에있다.즉전략공통장은전술공통장에기생한다.
3장「전술공통장:오아시스와문래예술공단」은1장과2장의논의를바탕으로국내에서처음으로예술스쾃이라는이름으로진행되었던점거프로젝트인<오아시스프로젝트>와서울영등포구문래동일대에서활동하는예술가들의네트워크인<문래예술공단>을각각하나의전술공통장으로이해하면서그것의배경과진행과정,성격,함의를분석한다.가장중요한것은각공통장이무엇을,어떻게공통화했고그것이어떤의미를가지는가이다.이를위해공통화의범주를공간,예술,네트워크로나누고실제사례를중심으로분석한다.이러한전술공통장은누군가에게무엇을요구하지않으며스스로의활동자체가목적이된다는점에서자기준거적이며구성적인새로운운동으로서의성격을갖는다.또한예술가들은공통장을구성함으로써임금노동을거부하고다른삶의양식을시도할수있었다.
4장「전략공통장:창의문화도시와서울시창작공간」은서울시의창의문화도시마스터플랜과그실행계획인서울시창작공간,그중에서도특히문래예술공장의문제를다룬다.우선전략공통장으로서창의문화도시가가진성격을검토한뒤그것의구체적인실행단계에서나타나는갈등양상을분석하는것이주된내용이다.이를통해도시정부가어떻게전술공통장에기대고있는지,또한그것의전유를위해어떻게전략공통장이라는장치를가동하는지검토한다.서울시창작공간이라는이름의이전략공통장은예술가의부불노동에기생하며,이때예술가의노동은도시정부가무상으로누리는공통재와같다.이것은예술의숭고화로가능해지는데이것은가사노동이사랑의이름으로숭고화됨으로써경제외적인지위를가지게된것과유사하다.즉‘예술이라는선,그리고그것을위해자신의내적욕구에따라활동하는’도시의예술가는‘사랑이라는숭고함,그리고그것을위해자신의본성에따라행위하는’집안의여성과유사한위치에있다.그러한자연화는두사회적노동자의노동을자본이자신의공통재로,즉무상으로활용하기위한전제조건이다.여성이임금에서소외되면서남성에게종속되는것처럼,예술가는불안정한상태로유지되면서국가에흡수된다.전자가공장의노동력을저렴하게재생산하기위한메커니즘인것처럼,후자는도시라는사회적공장의경쟁력을저렴하게강화하기위한메커니즘이다.이를통해여성과예술가는불안정하고주변화된비임금노동자로(재)생산된다.
그러나아래로부터의전술공통장과자본(과도시정부)의전략공통장의관계는일방적이지않다.공통장과자본의관계는착취와재전유,갈등과야합의지속적인뒤얽힘속에있다.우선필요한일은그관계에서누가기생하는가를밝히는일이다.생산이사회로확장될때누가가치를생산하며,누가기생하는지식별하는일은점점더어렵게된다.노동과정자체가수면아래로가라앉아무엇이노동인지구별하는일조차쉽지않기때문이다.그에따라누가기생체인지를밝히는일은가치생산자를복권하기위한노력에서,그에따라공통의부를재전유하기위한싸움에서점점더중요한일이되고있다.

저자인터뷰
Q.공통장개념이생소한독자들을위해서공통장이무엇인지알기쉽게설명해주실수있을까요?그리고책의제목이‘예술과공통장’인데예술과공통장은어떤관련이있습니까?

이책에서공통장은무엇보다삶을대안적으로재생산하는양식을의미합니다.여기서대안이란,자본주의가우리에게생계를유지하기위한유일한방편으로강제하는임금노동과는다른방식이라는의미입니다.자본주의는우리에게서생계수단을박탈하는과정(인클로저)에서출발하여우리에게일하느냐/죽느냐의선택을강제하는시스템입니다.이러한강제속에서우리가수행하는임금노동은우리삶의대부분의시간을우리가별다른의미를찾지못하는일에바치게만들어우리의삶을궁핍하거나권태롭거나무의미하게만들뿐아니라궁극적으로는자본주의의과정자체를재생산하여이세계를파괴(생태위기)합니다.그러니까우리가살기위해하는일이우리삶을무의미하게만들고결국에는우리삶의터전까지파괴하는셈입니다.따라서우리삶의의미를되찾고현재진행중인이위기에서벗어나기위해서우리에게는다른식으로삶을재생산하는방식이필요하고그방식이바로이책에서이야기하는공통장입니다.요컨대공통장의공통(共通)이라는말이가리키듯이공통장은우리가서로연결되어새롭게만들어가는삶의방식입니다.
그러나임금노동에서벗어나는일은결코쉽지않습니다.우리에게임금노동은너무나도정상적인삶의방식이기때문에그바깥의삶을상상하기도어렵습니다.하지만임금노동을강제하는이사회에도그로부터배제된사람들(대표적으로집안의여성,거리의노숙인,일할능력이없다고간주되는장애인,지역자체가저발전되어일자리가부족한지역주민들등)이있습니다.그사람들도어쨌든살아가고있다는것은그들이(임금노동이아닌)다른무언가에기대어살고있다는이야기가됩니다.우리는그다른무언가에서공통장을찾을수있습니다.그러니까공통장에기대어사는삶의양식을찾는가장쉬운방법은임금노동에서배제되어다른기댈것을만들도록강제되는사람들,즉(조금어색한표현입니다만)비임금자(theunwaged)들이어떻게사는지살펴보는것입니다.
이책은이러한점에서예술가들의삶에주목합니다.예술가들은다른전문직종종사자들과는다르게많은경우공식적인제도적환경외부에서활동하는데,이들을위한제도자체가상대적으로부족하기때문입니다.즉이들역시비임금자입니다.이책은예술가들의활동중에서도스쾃(squat)에주목합니다.스쾃은본래비합법적인방식으로점거한공간혹은그행위를가리키는말인데요.이러한스쾃은사실어디에나어느시대에나발견됩니다.사람들이자신의필요를다른어떤수단으로도충족하기어려울때혹은자신의주장을관철하기위해어딘가를점거하는일은과거에도그랬고지금도흔한일이기때문입니다.
하지만이책에서주목하는스쾃은68혁명이후공장에서사회로확산된새로운흐름과함께한점거운동과유사한성격을공유합니다.이시기점거운동은유럽각지에서전개되면서공장점거에서빈공동주택을점거하는공동체투쟁으로확장되었습니다.그과정에서일일보호센터,공동취사,인민건강센터등새로운집합적생활방식이개발되었고,이러한점거운동은1970년대중반이후주택에한정되지않고정치문화적센터(사회센터)로사용할수있는공간의점거로확산되었습니다.이러한공간은지역에서대안식당,카페,서점,술집,도서관,공연장,회의실,극장,주민학교,진료소등의기능을하면서자율적이고집합적이며대안적인사회적관계를만들어갔습니다.이러한스쾃은점거를통해사적소유권을부정한다는점에서저항적인성격을가지며또한새로운집합적인삶의관계를만들어간다는점에서구성적인성격을갖습니다.이렇게스쾃은저항과구성의성격을동시에갖는대안적인삶의양식,즉공통장이라볼수있고,이책은그러한스쾃의국내사례를주로분석합니다.

Q.이책은특히오아시스와문래예술공단을주된사례로분석하고있는것같습니다.이두가지고유명사가무엇인지간단한설명을해주실수있을까요?그리고그안에서의저자님이함께한활동은어떤것이었는지도궁금합니다.

말씀드린것처럼이책은예술가들이구성한공통장의구체적인사례로스쾃에주목합니다.‘오아시스프로젝트’(이하오아시스)는국내에서처음으로예술스쾃이라는용어를사용하며2004년8월15일목동예술인회관(현:대한민국예술인센터)을점거한예술가집단의이름이자그들이수행한프로젝트를가리키는명칭입니다.목동예술인회관은본래1992년대선당시문화예술인종합복지공간조성이라는공약으로시작되었으나여러문제로인해점거당시53%의건설공정이진행된상태로수년간방치된상태였습니다.예술인회관은개인이아닌공공기관이추진하는사업이라는점,한국사회에서일반화된부동산임대사업을향한욕망이노골적으로노출된장소라는점(사업의취지가본래예술가를위한“종합복지공간”임에도불구하고사업을맡은예총은지상20층건물의15개층[6~15층]을오피스텔로임대할계획을갖고있었습니다),그로인한공간의사적전유와사회적필요의모순이드러난곳이라는점,그리고무엇보다본래예술가를위해계획된공간이라는점이예술가들에게점거의명분을제공했다고볼수있습니다.오아시스는2004년8월15일이곳을점거하고‘예술가독립선언서’를낭독한뒤경찰에의해쫓겨났습니다.이들은목동예술인회관외에도홍대앞에서거리를점거하여예술포장마차를운영했고,동숭동문화예술위원회소유의빈공간을점거했으며,이를통해현대사회에서예술의문제를,자본주의도시에서공간의문제를제기하며스쾃담론을널리확산시켰습니다.
문래예술공단은2000년대후반서울시영등포구문래동철재상가및인근에서활동하던예술가들의모임을가리키는말입니다(물론문래동에는여전히많은예술가들이있지만이용어는이제거의사용되지않습니다).이들은당시반상회를통해조금씩동네에서관계를구축하기시작했습니다.문래동에작업실이출현한것은2000년대초반으로알려져있는데요.본래이지역은철재상과소규모가공업체가밀집하여왕성한생산활동을벌이던곳이었으나서울시산업구조의전환과정에서조금씩쇠락해가는중이었습니다.1990년을전후로문래동의많은철재상이경기도의각종공단을비롯한수도권외곽으로이전하였으며,그로인해문래동3가에있는철재종합상가건물2,3층의대부분이비기시작했습니다.이공간은소음과먼지,냄새가거리를에워싸는외부환경탓에오랫동안비어있었고찾는사람이없는까닭에임대료가매우낮게유지되었는데요.이런까닭에예술가들이빈공간을찾아조금씩모이기시작했고그렇게들어온예술가들이다시다른예술가들을끌어들이기시작했습니다.오아시스프로젝트를주도했던예술가들도프로젝트가끝난뒤문래동에작업공간을구해서활동을펼쳤습니다.이곳은스쾃의일반적인의미처럼비합법점거공간은아니지만스쾃을대안적인삶의실험으로이해할때문래동의많은작업실역시스쾃으로이야기할수있다고봅니다.이곳들역시대안적인형태의전시장,극장,부엌,도서관,카페,레지던시등을운영하면서기존의여러예술스쾃과유사한활동을펼쳤기때문입니다.
앞에서스쾃이저항과구성의두측면을갖는다고말씀드렸는데,이두사례에서오아시스가저항에집중한스쾃이라면문래예술공단은구성에집중한스쾃입니다.이러한점에서이책은그두사건을,스쾃의두선을각각대변하며연결되는하나의흐름으로이해합니다.
저는2006년5월오아시스프로젝트가거의끝나갈무렵참여했습니다.당시오아시스는점거프로젝트를거의끝내고연속토론회를진행중이었는데,토론회에청중으로갔다가아주우연한계기로이후오아시스가출간하게되는책,『점거매뉴얼북ArtofSquat:자율적공동체를위한실천지침서』(2007)의편집회의에참석하게되었고그이후부터책을함께편집하며활동을시작했습니다.이후오아시스주요구성원들은문래동에서LAB39와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라는이름으로활동을했는데저는이두곳의주요구성원으로서시작과끝을함께했습니다.이책은그시기동안있었던많은프로젝트와프로그램,연구,토론회,회의,모임,대화등에바탕을두고있습니다.그런점에서저는이책이그오랜시간동안함께했던사람들과의공동작업이라고생각하고있습니다.

Q.페미니즘과공통장의관계가이책에서도언급되고현재실비아페데리치의『세계를재주술화하기:페미니즘과공통장정치』라는도서를공동번역중이신것으로알고있습니다.저자님이생각하시는페미니즘과공통장의관계는어떤것입니까?

언급하신실비아페데리치는그책에서(뿐만아니라이미국내에출간된저작들에서)집안에서재생산노동(페데리치는가사노동이라는말보다재생산노동이라는표현을선호합니다)을하는여성들이자본주의에서가장중요한상품이라할수있는노동력을(재)생산한다는점에서,그러나무상으로그일을한다는점에서(공장의노동자와마찬가지로)착취받는생산적노동자라고주장합니다.자본주의는자신에게꼭필요하며지구상의노동중가장많은비중을차지하는그재생산노동을무상으로전유함으로써어마어마한비용을절감할수있고이과정을통해서만지탱되는시스템이라는것입니다.그러한무상전유가가능해지는것은여성이집안에서수행하는그노동이사랑의이름으로숭고화되기때문입니다.따라서돈을주는일은상상도할수없는일이됩니다.그리고마리아로사달라코스따가주장했듯이임금이주어지지않는다는사실자체가그일(재생산노동)이착취받는일이라는일을효과적으로감추기때문입니다(우리는돈을주지않는일을일이라고생각하지않습니다).이러한맥락에서페데리치가주장하는전략은,현재자본주의의기둥으로기능하는재생산노동(최근주목받고있는돌봄도이에속한다고볼수있겠습니다)을거부하는것이아니라다른식으로,집합적으로재구성하여다른삶의토대로만들자는것입니다.이것이바로페데리치가이야기하는재생산공통장입니다.페데리치는여성들이역사적으로그일을담당해왔고현재도그러하기때문에(페데리치는이와관련하여아프리카,남미,아시아등지에서진행중인투쟁과공동체실험을사례로인용합니다)여성들의재생산공통장과이들의잠재력에주목합니다.이것은집안일을여성의일로자연화하는것이결코아니며,우리의생명을재생산한다는점에서버릴수없는그일,재생산노동을다르게재구성하자는것입니다.

이책은이러한논의를이어받아도시의예술가역시집안의여성과마찬가지로착취받는생산적노동자라고주장합니다.이들은비임금노동자라는점에서비슷한성격을공유합니다.예술역시사랑과마찬가지로숭고화되면서‘예술이라는선,그리고그것을위해자신의내적욕구에따라활동한다’고여겨지는도시의예술가는‘사랑이라는숭고함,그리고그것을위해자신의본성에따라행위한다’고여겨지는집안의여성과유사한위치에있기때문입니다.이책이예술가를이해하는방식은페데리치가여성을이해하는방식에크게의지하고있습니다.이런점에서페미니즘과공통장,그리고(이책에서다루는)예술가는밀접한관련을갖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