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물론:위계적이고인간중심주의적인서양근대성을극복하기위하여
우리는기후위기,생태위기,경제위기,정치위기,사회위기등다양한위기가동시다발적으로진행중인시대를살아가고있다.현재우리의시대는‘탄소자본주의’에역사적기반을둔인간활동에서비롯된극심한기후변화로특징지어지는시대,이른바‘인류세’시대로일컬어진다.현재의국면에서이시대는인간문명의종말과생물의대멸종으로귀결될소지가다분하다.‘인간의시대’를지칭하는인류세라는용어는인간을중대한지질학적행위자로자리매김하지만,역설적이게도실제로드러나는현실은비인간자연이독자적인역능과행위성을갖추고있음을보여준다.
최근들어이런현대적위기들의근원이위계적이고인간중심주의적인이원론에기반을둔서양근대성에자리하고있다는반성적성찰이활발히이루어지고있다.브뤼노라투르가강조한대로,서양근대성은인간정신과비인간물질,인간문화와비인간자연,또는인간주체와비인간객체사이,즉통칭하여‘인간’과‘비인간’사이의구분이라는이분법적구상에의해특징지어진다.게다가서양근대성은비인간에대한인간의우월성을전제함으로써‘비인간’에대한‘인간’의지배를정당화하는위계적이고인간중심주의적인심성구조와태도를낳게되었다.우리인간이세계를단지‘우리에-대한-세계’로서만파악함으로써비인간들의존재자체를도외시하게된이런경향은데카르트이래로칸트를거쳐20세기의문화적비판이론에이르기까지지속하는인간중심주의적인‘인식론적헤게모니’를뒷받침했다.이렇게해서우리는현대사회들이직면하는중요한위기들에대처하지못하는사상적·정치적·사회적곤경에처하게되었다.
이런역사적·이론적이중교착국면을타개하기위해,즉비-인간중심적인비근대적구상을정립하기위해최근에인간과비인간사이의위계를제거하고비인간존재자들의‘물질성’과그‘행위성’을부각하는철학적운동이‘신유물론’이라는기치아래전개되고있다.신유물론자들은,물질자체가수동적이고활성이없는것이라기보다는오히려능동적이고역동적인것으로구상될수있다는생각을개진한다.신유물론자들은문화와자연,정신과물질,인간과비인간사이의분열을비롯한서양근대사상의중추적인이원론들을재구상할것을제안한다.물질의활력과역동성에대한신유물론자들의강조는자연,여성,식민지를지배와수탈의대상으로삼는온갖차별주의적실천들과연관된불변의영원한형상/본성개념에이의를제기한다.또한신유물론자들은자연과학의발전을수용하거나또는심지어그발전에기반을두는경향이있다.
토머스네일과움직임의철학
토머스네일(ThomasNail,1979~)은현대과학의발견결과를적극적으로수용하여활용하는신유물론사상가이다.네일은미국오리건대학교에서프랑스철학자질들뢰즈와펠릭스과타리의작업에나타난정치혁명과멕시코치아빠스의사빠띠스따봉기를주제로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고,그것은네일의첫번째저서로서『혁명으로의귀환:들뢰즈,과타리,그리고사빠띠스모』(ReturningtoRevolution:Deleuze,Guattari,andZapatismo)라는제목으로2012년에출간되었다.
토머스네일의독특한점은,운동을어떤부동의것에서파생된것으로간주해온서양전통에맞서,정지상태에대한운동의수위성을방법론적출발점으로수용한다는것이다.그리하여토머스네일은자신의철학을‘움직임의철학’으로명명한다.물질의흐름과과정을강조하는‘움직임의철학’에따르면세계는‘비결정적’과정들로이루어져있고,그과정들의준안정한반복들이우리주변의현상들을생성한다.사물들은비결정적운동의창발적인준안정한패턴들이다.그리하여네일의‘움직임의철학’을특징짓는세가지주요개념은‘흐름,’‘주름,’그리고순환‘장’이다.그의철학에서세계는물질적흐름,주름,순환장의재귀적운동의준안정한구성체로간주된다.네일의‘움직임의철학’은들뢰즈와화이트헤드와유물론의통찰을참조한일종의‘운동유물론’으로간주될수있다.
지금까지토머스네일은두개의시리즈(총서)라는구상속에서저서집필작업을해왔다.첫번째총서는‘움직임의철학’의핵심개념들과운동패턴들을방법론적틀로사용하여인간지식의다섯가지주요차원(정치,존재론,미학,과학,지구)을다루는여섯권의책으로이루어져있다.두번째총서는‘움직임의철학’의역사적선구자들(루크레티우스,맑스,울프)에관한다섯권의책으로구성되어있다.첫번째총서의세번째책『존재와운동:움직임에대한철학의역사』는2021년에한국어로번역이되었고,이책에서네일은운동에관한독창적인역사적존재론을전개한다.이번에도서출판갈무리에서출간된『객체란무엇인가:운동적과정객체론』(2024)은첫번째총서의다섯번째책으로,이책에서는객체들과객체들을연구하는과학에관한운동적과정이론이전개된다.
객체:운동중인물질의준안정한구성체
네일의세계상에따르면,이세상은마치끊임없이흘러가는강물속에서잠깐생겨났다가사라지는다양한소용돌이의회집체와같다.감각되고감각하는이산적인객체는“소용돌이처럼비교적안정한패턴또는사이클로‘접힌’물질의흐름”이다.각각의객체는운동중인물질의순환적흐름에의해재귀적으로생산되는운동적주름이다.물질은끊임없이흐르기에객체들은연속적으로생산된다.이런물질의흐름들은쉼없이반복적으로접혀서준안정한객체들의순환장을생산하고재생산한다.그러므로세계의존재자들은물질적과정을통한상호의존성과공-생산의관계들속에서함께엮인다.다시말해서,세계는자체적으로내부작용하고객체들은서로조명한다.
요컨대,운동적과정객체론에따르면,내부작용하는객체들의생성과존속은물질적·운동적삼중과정에의해조건지어진다.첫째,운동중인물질의흐름이있어야한다.세계가정적인것이라면생성은불가능하고,그리하여생성은운동을전제로한다.둘째,물질의흐름이접혀서주름을형성하지않고그냥흘러가기만한다면국소적이고이산적인객체의생성과잠정적인존속은불가능할것이다.셋째,세계속에서객체들이서로영향을미칠수있으려면물질의흐름과주름들이공-변환과공-생산의관계들을맺고있는객체들사이에서순환하는장을형성할수있어야한다.요컨대,객체들의세계는물질적흐름과주름과순환장의재귀적운동의준안정한구성체이다.객체들의외관상개별성은객체들을생산하는연속적인물질적과정들에의해형성된주름들의국소적이고잠정적인준안정성에서비롯된다.이는객체성의토대가형이상학적이고보편적인실체가아니라역사적이고물질적인과정임을뜻한다.그리하여특정한종류의객체는특정한유형의역사적운동패턴에서생겨난다.
과학:운동중인객체들의창출과분배의실천
이책의핵심특징중하나는운동유물론적견지에서과학에관한새로운과정철학을제시한다는것이다.네일은과학과철학사이의위계를구축하지않는다.오히려그는“역사,철학,그리고과학을가로질러서로관련지음으로써각각의분과학문이대개독자적으로제시하는것보다더큰그림을추구하고자”하며,그리하여과학을통해서만들어지게되는객체들에관심을기울이게된다.네일은“운동중인객체들의창출과분배로서의과학과지식에관한과정이론”을전개한다.다시말해서네일은“‘과학’을상당히광범위하게양(量)으로서의객체들의창출과정렬”로정의한다.
네일은객체들과그관계들이물질의흐름들로부터직조된다는운동유물론적관점을바탕으로,개별적인과학적지식과객체들이상이한운동패턴들에서나타난다는점을역사적실례들을통해서예증한다.과학적지식은“복잡한한점의자수작품처럼객체들과그관계들의반복적인조율”이다.그리하여과학적지식은“세계를재현하지않고오히려세계의일부”이다.그것은“세계가자신을직조하고정렬하는방식”이다.이런의미에서과학과세계는결코분리되어있지않고오히려재귀적으로서로공-생산하는되먹임고리를형성한다.또한,과학은예술및철학과다르다.“좋든나쁘든간에과학은객체들을새로운방식으로제작하고배열하기위해사물들의양적차원에집중하는인간의실천이다.예술은사물들의질적차원에강렬히집중함으로써유사한작업을수행하는경향이있고,정치는사물들사이의관계적차원에집중함으로써유사한작업을수행하는경향이있다.”
네가지지배적인역사적운동패턴=네가지지배적인과학적객체
지금까지토머스네일은여러권의저서에서,현대이전의서양역사에서순차적으로나타난네가지지배적인운동패턴에의거하여서양사를구분했다.그네가지지배적인운동패턴이란구심적운동,원심적운동,장력적운동,탄성적운동이다.네일은이네패턴이역사속에서각각선사시대,고대시대,중세시대,근대시대에나타났다고보고,이러한역사구분을토대로정치,존재론,예술,과학,그리고지구의지배적인양식들과그역사적·물질적조건들을탐구했다.
예를들어,운동존재론(kinology)에관한『존재와운동』이라는책에서는네가지운동패턴에따른물질의흐름과조율된네가지지배적인존재론적관념,즉공간,영원성,힘,시간이상세히탐구되며,운동미학(kinesthetics)에관한『이미지의이론』이라는책에서는네가지지배적인이미지,즉기능적이미지,형식적이미지,관계적이미지,변별적이미지가탐구된다.이와유사한취지로,운동측정학(kinemetrics)에관한『객체란무엇인가』라는책에서는각각의지배적인물질적운동패턴에조율된네가지지배적인과학적객체,즉서수적객체,기수적객체,강도적객체,그리고잠재적객체들이예시된다.
서수적객체는선형적순서열을통해서전개되는객체이고,기수적객체는완전체또는단위체를창출하고조직하는객체이다.강도적객체는고도로분화된내부구조를갖추고있는객체이며,잠재적객체는특정되지않거나아직-결정되지-않은다양한가능성을지닌객체를가리킨다.당연하게도,역사적으로발흥한이런객체들은존속하면서새로운종류의객체들과혼합되었다.이런역사적고찰을통해서네일은“객체의종류가단하나만있는것은아니라는점과객체가불변하는형상이아니라오히려물질적역사의창발적특성이라는점”을보여주고자했다.그리하여관념과이미지와객체는그것들이출현하게되는국소적인역사적·물질적조건들과결코분리될수없으며오히려서로재귀적으로순환의장을형성함으로써공-생산하게된다는점이부각된다.
현대객체=고리객체=방행적객체=‘비결정적’객체
네일은혼종성,방행,그리고되먹임의현상들을연구하는양자(장)론,범주론,혼돈이론이라는세가지현대과학에의해창출된운동패턴에따라생성된현대객체를고리객체또는방행적객체라고일컫는다.전적으로무작위적이지도않고전적으로결정적이지도않은‘비결정성’으로특징지어지는이새로운객체종류는우리로하여금“객체들의핵심에자리하는비결정적움직임을대면하게”하면서이전의모든객체의세가지감춰진차원,즉혼종성,방행,그리고되먹임의차원들을부각한다.이를통해서네일은비결정성,관계성,과정을중시하는자신이운동적과정객체론이“최근의과학적발전과정합적”인이론으로서현대의역사적·물질적조건을파악하는데도도움이될것이라고희망한다.게다가,이런역사적탐구를통해서네일은“과학이기존객체를찾아내는것이아니라오히려객체들을공-창조한다음에사물들의세계를재조직하는데사용하”는활동임을보여준다.
객관주의,구성주의,관계적객체론,객체지향존재론의한계
토머스네일은‘움직임의철학’이객체를정적인것으로간주하는이론들의한계를극복할수있다고주장한다.그네가지이론은객관주의,구성주의,관계적객체론,객체지향존재론이다.
저자에따르면객관주의는객체를발견과관찰로인해변화하지않는것으로간주한다.이견해는객체의역사와관계,행위성을무시하면서객체를철저히수동적인것으로간주한다.객체가수동적인것에불과하다면객체들은어떻게서로영향을미치고자신과상호작용하는관찰자에게영향을미칠수있겠는가?
구성주의의문제는객체가인간이그것에관해생각하거나진술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고봄으로써객체는자신의행위성과다른객체들에영향을미칠수있는역량을모두빼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