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생태학 : 미래 공존의 논리를 위하여 - 카이로스총서 108

어두운 생태학 : 미래 공존의 논리를 위하여 - 카이로스총서 108

$25.00
Description
어두운 생태학은 생태적 알아차림이다. 그것은 어두운 우울함이며, 어두운 기이함이고, 어두운 달콤함이다. 오늘날 차트에서 언제나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허무주의이기에 우리는 통상적으로 첫 번째 어둠인 우울을 통과하지 못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생태적 알아차림은, 우리를 둘러싸고 침투하는 수많은 존재자와 우리의 불가분한 공존과 관련된 비극적 멜랑콜리 및 부정성이라는 특징을 띤다. 그러나 이 책은 두 번째 어둠인 기이한 것을 거쳐 세 번째 어둠인 달콤한 것에, 어떤 역설적으로 아나키적이고 희극적인 공존의 감각에 도달하고자 한다.
모턴은 신석기 이래로 아무런 의문 없이 실행되어온 ‘농업로지스틱스’에서 생태위기의 원인을 찾는다. 농업로지스틱스는 처음부터 인간과 다른 생명체에게 유독했지만, 인간종은 알고리즘의 실행을 멈추지 않았고 오늘의 행성적 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긴급한 생태위기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물학적이고 화학적인 환경과 우리를 관계 맺게 하는 다종다양한 사물들, 우리의 인간 자아와 비인간 반려와 이웃 사이의 관계 네트워크들, 그것들 사이의 유대, 그것들을 갈라놓는 갈등들을 다시 깊이 숙고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생태적 알아차림은 우리에게 다수의 규모들, 즉 현재, 생명, 인간, 자연, 사물, 사고, 논리 같은 규범적 개념을 어지럽히는 규모들에서 생각하고 느끼도록 강제한다. 『어두운 생태학』은 끔찍한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문화적 조건에서 탈출하기 위한 환희의 여정이다.
『어두운 생태학』은 티머시 모턴이 2014년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진행한 웰렉 강의를 엮은 책이다.
저자

티머시모턴

저자:티머시모턴
철학자,영문학자,생태이론가.옥스퍼드대학마들린칼리지에서영국낭만주의시인퍼시비시셸리의시에나타난음식과섭생,소비의문제를다룬논문“Re-ImaginingtheBody:ShelleyandtheLanguagesofDiet”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미국라이스대학영문학과의리타시거피(RitaSheaGuffeyChair)교수로재직중이다.그레이엄하먼,레비브라이언트,이언보고스트와함께사변적실재론의‘객체지향존재론’(OOO)갈래에속하며,주로객체지향존재론이생태학적으로함의하는바를탐구한다.2013년에출간한『실재론적마술:객체,존재론,인과성』은모턴의대표적인객체지향존재론저서로,특히객체-객체관계의인과적차원에초첨을맞춘다.2018년작『어두운생태학:미래공존의논리를위하여』에서는객체지향존재론의생태학적함의를탐구하며,자신의독자적인“어두운생태학”을전개한다.2021년에는도미닉보이어와함께새로운주체성을탐구하는『저주체:인간되기에관하여』를썼다.그밖의저서로『생태적삶:티머시모튼의생태철학특강』,『인류:비인간적존재들과의연대』,『하이퍼객체:세계의끝이후의철학과생태학』,EcologywithoutNature,TheEcologicalThought등이있다.

역자:안호성
와세다대학교에서서양철학을전공하고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을중퇴하였다.사변적실재론에관심이많으며,옮긴책으로는『사물들의우주』,『탈인지』,『실재론적마술』,『저주체』,『어두운생태학』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9
끝난이후에시작하기14

첫번째실17
두번째실113
세번째실199

시작전에끝내기281
감사의말287
부록:생태학을생각하기-그물망,낯설게낯선자,아름다운영혼291
옮긴이후기326
후주343
찾아보기389

출판사 서평

시동걸기의기묘함:내가형사이자범인이다
지난50년간야생동물개체군의73%가사라졌다고한다.(한겨레,2024.10.10.)2024년의폭염과긴여름은한국사회가지금껏경험해보지못한것이었다.기후위기는이미이행성과인류를덮쳤다.다양한분석과대안이제출되는가운데많은과학자와논평가가화석연료산업을주요원인중하나로꼽고있다.
그런데매일같이차에시동을걸고있는우리가있다.티머시모턴은『어두운생태학』의여정을이일상의사례에서시작한다.예년같지않은폭염을겪고난우리에게시동걸기같은행위는예전같지않다.시동을걸때마다“슬금슬금다가오는무언가가있다.”(26쪽)모턴에따르면시동을걸고있는‘나’라는개인이,대량으로분산된어떤사물의구성원이고,이사물이종이라고불린다는것,그리고인간종에게기후재난에책임이있다는것은기묘한일이다.이기묘한사태를어떻게해야할까?
내가차에시동을걸때,혹은화석연료를에너지원으로사용하는교통수단에오를때,나는45억년의지구사에서‘여섯번째대멸종’사건을일으키려는의도가없다.‘지구’에해를끼치고이미73%가사라져버린야생동물개체군을더살해하고자하는의도도없다.게다가내차한대의시동걸기는통계적으로무의미하지않은가?온갖생각을더해보지만,한수준위로올라가면매우낯선일이벌어진다는것은피할수없는귀결이다.하루에이행성전체에서이루어지는수십억번의시동걸기와수십억번의석탄삽질을합산하면내가시동을걸때일어나고있는일은‘지구’에해악을가하는것과다르지않다.이종의구성원으로서나는인류세에대해책임이있다.물론나는내가지구온난화를이해하는범위내에서만형식적으로책임을질것이다.그렇지만내가범죄자인것은틀림없다.그리고나는과학수사를통해이것을발견한다.그래서모턴은이사태가누아르소설과도같다고말한다.내가형사이자범죄자이다!나는하나의인격체이면서이제는행성규모의지구물리학적힘이된한존재자의부분이다.모턴은“생태적알아차림은서술자가자신이비극적범인임을알아내게되는순간”(27쪽)이라고말한다.

농업로지스틱스라는1만2천년이된기계
내가차에시동을걸때마다“슬금슬금다가오며”기운을내뿜는이숨은기계의이름은무엇일까?화석연료가본격적으로사용되기시작한18세기의‘산업혁명’일까?15~18세기에수십만명의여성을마녀로몰아학살하며태동한‘자본주의’일까?모턴에따르면“증기와기름의시대보다더거대하게떠도는이구조”는“농업그자체인기계,산업시대의기계보다앞선기계”(83쪽)이다.그는이것을농업로지스틱스라고부른다.
농업로지스틱스는“초승달지대에서발생하여여전히앞을향해쟁기질을하고있는농업의특정한로지스틱스”이다.물류나병참이라는뜻을가진단어‘로지스틱스’를모턴이사용하는이유는농업로지스틱스가“만들어진공간에대한기술적이고계획적이며완벽하게논리적인접근법”이기때문이고,“물러서서논리를재고함이없이진행되기”때문이다.애석하게도농업로지스틱스는“너무도성공적이어서이제는행성규모로농업기술을지배하는농업프로그램”이며“전지구적농업”이라는초객체를창조하기에이르렀다.(83쪽)(모턴의개념인‘초객체’는시간과공간에걸쳐대량으로분산되어있어서우리가완전히이해할수는없는사물을뜻한다.)
농업로지스틱스는어떤결과를가져왔는가?모턴은‘어두운달콤함’으로나아가기위한필수단계로서농업로지스틱스의논리와귀결들을세밀하게탐구한다.모턴에따르면농업로지스틱스는인간세계와비인간세계사이에경계를그었고현존을순전한양으로환원했다.브뤼노라투르를비롯하여많은학자들이문제로삼고있는자연-문화분열은그보다앞선자연-농업분열의결과라고모턴은본다.농업로지스틱스는사회적이고물리적이고존재론적인두려움,불안,모순을제거할것을약속했지만그것은유독한방식이었다.농업로지스틱스는가부장제,빈곤,엄격한사회적계층구조,전염병같은인간-비인간상호작용의피드백고리로빠르게이어졌다.(87쪽)

우울증내부에서찾는장난감과놀이의길
우울증은『어두운생태학』을관통하는키워드중하나이다.모턴은『어두운생태학』의한국어판을위해작성한서문에서,웰렉강의를준비하던2013년에자신이심각한우울증을겪고있었다고밝힌다.나아가모턴은현재우리가객관화된우울증의세계속에살고있다고진단한다.모턴은“우울증의가장어려운점은시야를매우작은관으로좁혀서선택지들을볼수없게만든다는것”(272쪽)이라는신경학자애덤캐플린의글을인용한다.그리고우리가이행성적위기에서빠져나갈길을찾기위해서는약1만2천년간지속되어온농업로지스틱스를사고할수있어야하는데농업로지스틱스는바로그러한장기간의시간을사고불가능한것으로만드는짧은시간터널을확산시키는기계라고말한다.즉지금의세계는사람들의시간창을아주짧은기간으로좁히려고한다.모턴에따르면이것이야말로자신이경험한우울증의가장끔찍한점중하나이다.우울증을겪는사람의시간창은직전5분과직후5분으로까지축소될수있다.이렇게한존재가사고할수있는시간폭이축소되면그존재는생존하기가어렵다고느끼게된다.그렇다면농업로지스틱스는인간들을비롯한생명체들이생존하기가어렵다고느끼는위험한지름으로그들의시간성을압축하는프로그램이다.이대목에서모턴은매년34,000명이자살한다는‘세계보건기구’의통계를인용한다.
무력감에휩싸이기좋은상황인것같다.어떻게해야할까?모턴은“행복한허무주의에서어두운허무주의로”가자고말한다.그리고우울증과싸우기보다는우울증내부에서달콤함을찾자고말한다.여기에서는위로의‘초월’대신에아래로내려가는‘저월’의방법론이제시된다.이것은모턴이공저자도미닉보이어와함께『저주체』라는책에서탐구한방법론이다.“터널을뚫어내려갈길을찾읍시다.사물이전적으로스스로반짝이는방식을볼수있는길을찾읍시다.사물들이의도에도아랑곳하지않고놀이하는방식을찾읍시다.”(209쪽)
우리에게는웃음,놀이,심지어어리석음을포함하는정치가필요하다고모턴은말한다.예를들면아이슬란드에서〈최고당〉이실험했듯이,정치체계들을장난감같은것으로생각하면서억압적인정치형태들과경제구조들,심지어신자유주의마저도장난감으로여길수있지않겠냐고제안한다.책을닫는글인「시작전에끝내기」에서모턴은자신의장난감사유를플루토늄보관이라는난제에적용해보는듯하다.자동차시동걸기가인간종으로서의나의연루를기묘하게환기하듯이“인간이플루토늄을만들었고,인간이그것이무엇인지이해할수있기때문에인간에게책임이있다.”(285쪽)이위험한물질을어떻게하면좋을까?모턴은방사능이새지않게만드는물체에작은플루토늄조각들을넣어서모든마을광장의한복판에놓고,그것을위한순례를개시해보는것은어떠냐고묻는다.혹은플루토늄조각을뉴욕시현대미술관에전시하는것은어떠냐고묻는다.“공포와우울증은슬픔과즐거움으로바뀔것입니다.우리는플루토늄적으로곤두섭니다.혹은우리는플루토늄적으로자살충동을느낍니다.혹은우리는플루토늄적으로웁니다.혹은우리는심지어플루토늄적으로춤춥니다....거기에는언제나이미비인간과의어떤관계가있습니다.”(285쪽)

책의구성:운명의실타래
이책은「한국어판지은이서문」,「끝난이후에시작하기」,세개의본문장,「시작전에끝내기」,부록으로구성되어있다.
모턴은세개의장을세개의실(thread)로구상했다.책이진행되면서이실들은운명의여신이운명의거미줄을엮듯이함께짜인다.「첫번째실」에서생태적알아차림은어둡고우울한통로를지나간다.이통로에서는기묘함이라는용어에관한자세한고찰이이루어진다.그리고신석기이래로아무런의문없이실행되었으며이제는행성표면을뒤덮고있는농업로지스틱스가발견된다.「두번째실」에서생태적알아차림은어둡고기이한정류장으로들어선다.여기서생태적알아차림은농업로지스틱스라는프로그램의실행이맹목적이었던이유를탐색한다.그과정에서“문명”이비인간들을지워왔음에도결코증발한적이없는인간과비인간의원초적관계성,즉“원-석기”(arche-lithic)가발견된다.「세번째실」은어둡고달콤한장소로들어선다.이곳에서생태적알아차림은희극의가능성공간에발을들인다.부록에수록된논문「생태학을생각하기:그물망,낯설게낯선자,아름다운영혼」에서모턴은상호의존성정리와그것이함축하는바를상세히탐구해나간다.생태학은내밀성에관한것이고세계에대한올바른미적전유를위해거리를유지하는아름다운영혼은더는없다는것이여기서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