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시대적 객체 (객체지향 철학과 고고학)

반시대적 객체 (객체지향 철학과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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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한 비주류 철학자와 한 이례적인 고고학자가 시간을 주제로 ‘반시대적인’ 객체지향 관점에서 협연하는 이중주이다. 시간의 본성 및 시간을 개념화하는 가능한 방식들에 관해 철학자와 고고학자가 협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담고 있다.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과 고고학자 크리스토퍼 위트모어에 따르면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하는 것이지, 시간이 객체들을 생성하거나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실재가 끊임없는 유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많은 현대 철학자들의 확신에 맞서 그레이엄 하먼의 객체지향 존재론은 온갖 종류의 객체가 시간이 창발하는 실재의 기반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시간이 역사적 사건들의 행로라고 믿는 서사적 확신에 맞서서 고고학과 연관된 마주침들 및 객체들은 고고학적 객체들을 규정한 바로 그 시간적 한계 설정에 반발한다. 『반시대적 객체』는 우리로 하여금, 객체를 인간의 범주들을 담기 위한 용기로 쓰일 수 있는 불활성 물질로 여기는 근대적 관념을 재고하자고 제안한다.
‘객체들이 시간을 생성한다’는 공리는 이산적인 객체들이 존재의 스펙터클의 일차적 작인이라는 견해이다. 즉 이 책에서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끊임없이 진전하는 시간에 관한 선형적 구상은 거부되며, 시간에 대한 다양한 비선형적 개념들로 대체된다. 위트모어는 ‘삼투하는 시간성’ 개념이 자신이 옹호하는 새로운 고고학의 목적에 적절하다고 본다. 시간을 사물들 내부와 사이에 있는 활동력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는 삼투를 이런 활동력들의 총합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트모어는 말한다. 하먼은 선형적 시간에서 서로 떨어진 거리와는 무관하게 객체들 사이의 형태적 유사성에 의지하는 ‘위상학적 시간’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그레이엄하먼,크리스토퍼위트모어

저자:그레이엄하먼GrahamHarman,1968~
미합중국아이오와출신의철학자.2000년부터최근까지카이로소재아메리칸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쳤고현재남가주건축대학교철학특임교수로재직중이다.사변적실재론운동을선도한핵심인물이다.『아트리뷰』에의해세계예술계에서가장영향력이있는인물100인중한사람으로,또존재론분야파올로보찌상의2022년수상자로선정되었다.주요저서로는『네트워크의군주』,『쿼드러플오브젝트』,『브뤼노라투르』,『비유물론』,『반시대적객체』(공저),『사변적실재론입문』,『예술과객체』,『건축과객체』,『반시대적객체』(공저)등이있다.

저자:크리스토퍼위트모어ChristopherWitmore,1974~
미합중국노스캐롤라이나출신의고고학자.현재러벅소재텍사스공과대학교에서고고학및고전학교수로재직중이다.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의렌즈를통해고고학을‘사물들에관한연구로서의고고학’으로재구성하는‘대칭적고고학’을선도하는적극적인현장고고학자로알려져있다.그의작업은고대그리스의물질적유산,현대고고학이론,사물연구,인류세의인간/비인간실존에관한물음들,인간-기술-환경의관계들을주요주제로삼는다.고고학을먼과거에전적으로집중하는분야에서현재,과거,미래에개입하는분야로재정립하는데주된역할을수행하고있다.주요저서로는Archaeology(공저),ArchaeologyintheMaking(공동편저),OldLands,『반시대적객체』(공저),PastsOtherwise(공저)등이있다.

역자:김효진
서울대학교에서물리학을공부하였으며인류세기후변화와세계관의변천사에관심이많다.옮긴책으로『네트워크의군주』,『생명의그물속자본주의』,『객체들의민주주의』,『질들뢰즈의사변적실재론』,『#가속하라』,『사물의통치』,『실재론의부상』,『반시대적객체』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들서문4
감사의글10
사진목록11
서문12

1장―시간과객체/그레이엄하먼,크리스토퍼위트모어21
2장―시간의고대성:그리스의객체들/크리스토퍼위트모어83
3장―2장에관한논의169
4장―시간의근원으로서의객체들/그레이엄하먼253
5장―4장에관한논의325
시간모형에관한단상419

참고문헌426
인명찾아보기451
용어찾아보기456

출판사 서평

객체들이시간을생성한다

“세월앞에장사없다”라는속담이있다.이속담이시사하듯,일상적으로우리는시간이과거에서현재를거쳐미래로흘러가면서삼라만상의흥망성쇠를관장하는하나의독립적인객관적작인이라고생각한다.『반시대적객체』에서그레이엄하먼과크리스토퍼위트모어는시간이란그안에서‘존재의스펙터클’이연출되는어떤선재적무대라는직관적견해를거부한다.
이책은시간및시간과객체들의관계에관한사유에서혁명적인전환을이루어낸다.하먼과위트모어는객체들과무관하고객체들에선행하는하나의텅빈용기로서의시간안에객체들이‘담겨있다’는견해를거부한다.저자들에따르면오히려객체들이시간에우선하는것이며다양한방식으로시간을형성하는것이다.

‘반시대적’(untimely)의의미

하먼과위트모어는『반시대적고찰』이라는니체의유명한에세이모음집의제목에서‘반시대적’(untimely)이라는형용사를차용했다.이러한표현은저자들의생각이철학과고고학의주류사조들에어긋나고또시대의유행을거스른다는점을표현하고있다.
‘비주류철학자’그레이엄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Ontology,OOO)은“실재는끊임없는유동으로이루어져있다”라고믿는많은현대철학자들의확신에도전한다.하먼은오히려객체들이‘실재의기반’이라고단언한다.또하먼에따르면“시간은실재의심층에자리하고있다”고생각하는경향도오늘날지배적이다.하먼은이에맞서서객체들로부터창발하는‘표면적인’시간을부각함으로써시간의‘비실재성’을말한다.따라서『반시대적객체』는‘연속적인’유동이나과정을우선시하는철학에맞서‘이산적인’객체들을옹호하는그레이엄하먼의철학적행보를부각하는또하나의에피소드라고볼수있다.

공저자이자고고학자인크리스토퍼위트모어의경우는어떨까.통상고고학은“인간이남긴물질적유물을통해서인간의과거를연구하는학문”으로간주된다.이책에서위트모어는고고학에관한이런일반적인견해가여러가지점에서적절하지않다고주장한다.그이유는고고학에대한이런통념이고고학자들이발굴하고연구하는객체들을“어떤과거로의운반체라는부차적인지위”로격하함으로써현실적객체들의역할을경시한다는것이다.

위트모어에따르면고고학적객체들은현재의인류가과거에도달하는데사용하는‘운반체’에불과하지않다.오히려고고학적객체들은다양한시간적차원들을포함하면서‘현재여기에있는’객체들로서그자체로관심을받을만하다.위트모어에게고고학은“과거의모습을구상하기위해우리가아직입수할수있는단서로부터과거를탐구하는현재에관한분과학문”이다.
보통고고학자들은“유적지들을오늘날의모습으로변형시킨형성과정,엔트로피적과정,그리고누적과정”을무시하는경향이있다고위트모어는말한다.위트모어는새로운고고학에서는그러한변형과정,엔트로피적과정,누적과정이포괄적으로고려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

‘시간’의다양성

우리는보통시간에대한선형적구상에대해의문을가지지않는다.우리는시간이란,“과거를뒤에남기는식으로전진하는어떤것”이라고생각한다.하먼과위트모어의생각은다르다.그들은“일반적으로자신의외양및용도와관련하여정위된객체들의기반을배경으로삼고서”시간성을비선형적방식으로개념화하는다양한방식을논의한다.무엇보다이들은프랑스철학자미셸세르를참조하면서‘삼투하는시간성’개념과‘위상학적시간성’개념을중점적으로검토한다.

위트모어와‘삼투하는시간성’

위트모어는‘삼투하는시간성’개념이자신이옹호하는‘새로운’고고학의목적에적절하다고본다.“조용한가속,우레와같은가속,그리고역류와맴돌이의시기들로특징지어지는시간은‘삼투한다.’선형적시간에서매우멀리떨어져있는것들이삼투하는시간의관점에서바라보면꽤가까이있을수있다.”위트모어는삼투로서의시간을“저수지에고여있거나주머니속에들어있는시간,걸러지고흡수되는시간,갑자기가속하고서서히흘러가는시간,참신성과반복의소용돌이내에서파열되고되돌아오는시간”이라고설명한다.

위트모어는삼투하는시간성의일례로서그리스의카자르마(Kazarma)에서발굴된고대무덤을고찰하는데,여기서는미케네문명의유물이그이후문화들의잔해및최근의객체들과공존한다.“미케네에서는역류또는소용돌이가그방,그품목들,그그릇,그내용물,이전에그것들을품은토양,그리고그것들을발굴하기위해작업한고고학자들의내부에그리고그것들사이에서형성된다.”위트모어는‘삼투’로서의시간개념이“시간에관한격동적인이미지,심지어날씨같은이미지를불러일으킨다”라는이유로그개념을좋아한다고말한다.
위트모어는이렇게말한다.“저에게삼투는현실적객체들보다아무튼더깊거나그것들과분리된어떤원초적유동을수반할필요가없습니다.오히려,우리가시간을사물들내부와사이에있는활동력으로간주한다면,우리는삼투를이런활동력들의총합을표현하는방식으로이해할수있을것입니다.”

하먼과‘위상학적시간’

그레이엄하먼은위상학적시간이라는개념에초점을맞춘다.위상학적시간은선형적시간에서서로떨어진거리와는무관하게객체들사이의형태적유사성에의지한다.이개념은그레이엄하먼이형태(형상,form)개념을선호하는것과일맥상통한다.하먼은“형태의이동,존속,그리고번역에매혹되었다”라고말한다.심지어하먼은물질(질료)이라는범주를철저히경시하는데까지이른다.“당신이사물들에관해작업하고있다면당신은그런사물들의형태들에관해작업하고있는것입니다.물질과같은것은결코있었던적이없습니다”(373쪽).

위상학적시간에서는“연대기적으로멀리떨어진시점들이형식적유사성을통해서서로가까워진다.”예컨대,하먼에따르면“1950년대에‘치킨’게임을벌이는두명의만취한십대청소년과중세기사들사이의연대기적거리를제거함으로써위상학은시간을수축시킬수”있다.또한,위상학은“외관상공존하는요소들사이의방대한시간적차이를강조할수”있다.하먼은선사시대기술(불),신석기시대기술(바퀴,유리),19세기기술(피스톤),그리고20세기기술(컴퓨터,에어백)의회집체로서의자동차를위상학적시간의일례로서제시한다.그리하여“삼투는주로,시간이앞으로도뒤로도움직이게함으로써선형적시간을뒤엎는반면에위상학적시간은다른방식으로,시간적거리를증가시키거나감소시킴으로써선형적시간을뒤엎는다”라는결론에이르게된다.

객체지향존재론의사중체모형과시간론

『쿼드러플오브젝트』,『예술과객체』등한국어판이출간된하먼의많은주저들을통해이제는국내독자들에게도널리알려진그레이엄하먼의사중구조는다음과같이존재를설명한다.
우선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ObjectOrientedOntology,OOO)에따르면생명체든생기없는사물이든추상적·상상적존재자든사회적집합체든간에현존하는모든것은객체이다.객체는모두두가지‘균열’에서비롯되는어떤한공통적인존재론적구조,하나의사중구조를공유한다.
첫번째균열은실재적인것(Real,모든관계에서물러서있는것)과감각적인것(Sensual,관계적인것)사이에있다.두번째균열은객체(Object)와성질들(Quality)사이에있다.OOO는이두가지균열로써우주속의모든객체를특징짓는데사용할수있는하나의사중체모형을구성한다.

그모형은실재적객체(RO),감각적객체(SO),실재적성질들(RQ),그리고감각적성질들(SQ)이라는네가지극(pole)을포함한다.하먼의사중체모형에서가장중요한부분은그네개의극사이에서형성되는네가지긴장또는상호작용(SO-SQ,RO-SQ,RO-RQ,SO-RQ)이다.『반시대적객체』의주제이기도한OOO시간은바로그네가지긴장중하나이다.
OOO시간은SO(감각적객체)극과SQ(감각적성질)극사이에서생성된다(SO-SQ시간).즉시간은어떤한감각적객체와그감각적성질들사이의긴장에서비롯된다.하먼과위트모어는이렇게설명한다.“시간성은모든것이생겨날수있게하거나,무언가가생겨날수있게하거나,또는아무것도생겨날수없게하는,객체들과성질들의상호작용이다”(268쪽).또는,다르게서술하면,“우리가시간이라고일컫는것은변화하는우유적인성질들을갖춘어떤오래가는감각적객체의표면현상일따름이다”(423쪽).하먼은,시간을개념화하려면안정적인것뿐만아니라일시적인것도필요하기에감각적객체(SO)와감각적성질(SQ)의쌍이제격이라고주장한다.

OOO시간과실재적변화

이처럼OOO는전적으로시간을객체들의‘감각적’영역에위치시키며,그로써시간을실재의‘표면’에위치시킨다.OOO시간은실재의‘심층’에속하지않는다.오히려OOO에서시간은관계적인감각적객체들사이에서생겨난다.OOO는시간을심층적인것으로여기는최근의경향과직관에맞서표면적인시간을부각한다.
그렇다면시간속에서일어나는변화를OOO는어떻게설명할까?OOO는시간이“인과적상호작용의유일한현장”이라고말한다.OOO에따르면,감각적객체들과달리실재적객체들은본성상서로직접접촉할수없다.실재적객체들은감각적영역의매개를통해서상호작용할수있다.“감각적영역에서어떤실재적객체는그밖의사물들의우연한배치들및음영들과접촉한다”(268쪽).감각적객체들과성질들사이의감각적상호작용들은객체들의숨겨진실재적핵심들에관여하지않을수있다.그런데때때로이런감각적상호작용으로인해“한실재적객체와다른한실재적객체사이에순간적인연계”가이루어짐으로써실재적변화가생겨나기도한다.그리하여OOO시간은간헐적으로생겨나는‘획기적인’사건들에의해특징지어진다.“사실상장기적으로아무일도일어나지않고안정성이지배하는시기들이있다.그밖의시기들에서는하나의위기가그다음위기를초래하고,심지어는혁명이일어날수도있다”(268쪽).

책의구성과성격

『반시대적객체』는여러가지측면에서이례적인책이다.이책은“어떤한철학자와어떤한고고학자가객체들이시간을생성하는방식들에관해진행한협동연구”의결과물이다.현대에이와같은철학과고고학의협동연구는매우드물다.그리고철학과고고학분야에서최근시간의본성및시간을개념화하는가능한방식들이이책에서처럼명시적으로다루어지는경우역시드물다.시간이란두분야에서매우근본적인주제임에도자주탐구되지않는다.

그레이엄하먼은객체지향존재론(OOO)이라고불리는고유한형이상학적체계를발전시키는데헌신하고있다.크리스토퍼위트모어는고대그리스의물질적유산을주로연구하는고고학자이자고전학자이다.두저자의주목할만한공통점은그들이각자의전문분야에서주류와거리를두고있다는것이다.대륙철학및분석철학의지배적인사조들에순응하기를거부하는하먼은현재철학과가아니라남가주건축대학교에재직하고있는사실에서짐작되듯이,현대철학의풍경에서예외적인인물이다.

또위트모어역시‘전형적인’고고학자라고할수없다.그는브뤼노라투르의행위자-네트워크이론(ANT)을채택하여고고학의작업을재고찰하는연구자로알려져있다.위트모어는고고학의작업이“인간의물질적유물을통해서인간의과거를조사하는것”이라고규정하는전통적인정의를수용하기보다는오히려고고학이란“과거,현재,그리고미래에유용한이야기,알레고리,교훈,또는이해를생성할목적으로사물들을연구하는것”이라고재규정한다.그레이엄하먼역시브뤼노라투르에대한여러권의책을썼고라투르의이론을중시한다.이런점을고려할때우리는라투르가하먼과위트모어의또하나의연결고리라고추정할수있다.

또한,이책에서하먼과위트모어는다양한구체적인사례를제시한다.위트모어가드는사례들은주로고대그리스문명과그것이현대펠레폰네소스반도의풍경과얽혀있는방식과관련되어있다.하먼은철학적문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