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논리 (능동적인 환자와 선택권의 한계)

돌봄의 논리 (능동적인 환자와 선택권의 한계)

$22.00
Description
아네마리 몰의 『돌봄의 논리』는 ‘선택의 논리’와 대비되는 ‘돌봄의 논리’를 주장한다. 당뇨병과 함께하는 삶을 사례로 삼아 저자는 환자와 의료진, 기술과 제도가 상호작용하는 구체적 장면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돌봄이란 단순히 타인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조정되고 구성되는 윤리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이 책에 따르면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지 탐구하는 것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이다.
몰은 자유로운 선택과 자율성이라는 근대적 이상이 실제 의료 현실과 잘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적인 의료 제도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들은 자주 고객이나 시민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의료 서비스에 필수적인 사고와 행동 방식을 훼손한다. 환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곧 좋은 치료가 되는 것이 아니며, 돌봄의 실천은 다양한 요인들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좋은 돌봄이란 병든 신체와 복잡한 삶에 적합하게 지식과 기술을 조정하려는 협력적이고 지속적인 시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돌봄의 감각을 재구성할 기회를 준다. 몰은 돌봄을 통해 인간과 기술, 제도, 감정이 서로 얽히는 과정을 드러내며, 우리 사회가 돌봄의 논리를 갖추기 위해 어떤 실천들이 필요한지를 사유하도록 이끈다.
저자

아네마리몰

저자:아네마리몰AnnemarieMol1958~
암스테르담대학교의몸인류학교수.네덜란드의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의학과철학을전공한후,흐로닝언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취득.그이후로과학·기술·사회학분야에서독창적인철학적통찰력을펼쳐온인류학자이자철학자,과학기술학자이다.행위자네트워크이론에행위자와돌봄모두에주의를기울이는페미니스트적감수성을결합하여실천과존재론으로발전시켰다.첫단독저서『바디멀티플』은2004년루드비크플레츠크상과〈건강과질병의사회학재단〉의도서상을수상하였다.2012년에는네덜란드최고학술상인스피노자상을수상하였고2024년에는〈과학사회학회〉에서수여하는버널상을수상하였다.최근저서인EatinginTheory(2021)와EatingisanEnglishWord(2024)에서는철학적으로엄격하면서도일상적인실천에기반을둔방법으로언어와식사에접근하였다.

역자:김로라KimLaura
부산대학교치과대학(현재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학사,석사,박사졸업.대학졸업후부산에서개인치과의원을개원.개업의사로살다가2015년에폐업하고동경해왔던‘다른삶’에대한호기심을실천에옮겼다.수유너머104에서들뢰즈및여러다른철학자들을접하게되었고관심이생명의진화와인류의역사로확장되면서이런저런책들과씨름하며희망하던백수생활을하고있다.

감수:임소연LeemSoYeon1977~
서울대학교자연과학부졸업.텍사스공과대학교박물관학석사학위,서울대학교과학사및과학철학협동과정에서과학기술학전공으로박사학위.인간향상기술과몸,기술정동과인공지능윤리,이공계여성과페미니스트과학기술,현장연구방법론등에관심이있다.저서로『신유물론×페미니즘』(2023공저),『나는어떻게성형미인이되었나』(2022),『신비롭지않은여자들』(2022)등,역서로『바디멀티플』(2022공역)이있다.현재『과학기술학연구』편집위원장,동아대학교융합대학조교수이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4
프롤로그12

1장두개의논리21
서구사회의클리셰들25
능동적인환자34
방법39
책48

2장고객인가,환자인가?55
제품또는과정60
대상집단또는팀구성원70
꿈또는지원77
건강하기를희망하기또는질병과함께살기84
내려놓는행위자88

3장시민그리고신체91
통제하기또는주의기울이기98
길들이기또는키우기104
결정되기또는생존하기111
누구의책임인가또는무엇을할것인가119

4장관리하기대의사노릇하기123
유익한사실또는목푯값126
수단또는수정134
계산하기또는조율하기144
의사관리하기또는의사노릇공유하기154

5장개인그리고집단161
미리-가정된개체또는신중한개체화167
같은사람추가하기또는공들여범주만들기175
건강한행동또는도움이되는조건들186
숨어있는용감한사람들195

6장실천속의선201
행위에서의도덕성203
능동적인환자218
의료서비스개선하기229
번역243

감사의말257
옮긴이후기264
후주270
참고문헌300
인명찾아보기312
용어찾아보기315

출판사 서평

‘돌봄의논리’란무엇인가

‘돌봄의논리’는의료서비스현장에서환자와의료진이맺는관계,그리고질병과함께살아가는삶의방식을이해하는새로운관점을제시한다.환자권리보호운동의결과로알권리,자기결정권,선택권,동의권,정보접근법등의환자권리들이획득되었다.이책은그중에서선택권의문제에초점을맞춘다.

‘선택의논리’는환자를소비자로여기고환자개개인이각자확보한정보를바탕으로최선의결정을내릴수있다고본다.반면,돌봄의논리는환자와의료진이함께상황에맞게조정하고,예측불가능한몸의변화에신중하게반응하는것,문제가생기면조정하고다시조정하는것,‘표준화된해답을부과하기’가아니라‘계속해서조율하면서함께살아가기’를중요하게여긴다.“이약과저약이있으니,선택하세요.선택의결과는환자당신의책임이에요.”가아니라,“이약을써보고함께경과를보면서조정해봅시다.”는태도가돌봄의논리에가깝다.

선택의논리와돌봄의논리의차이를도식화해보면다음과같다.①선택의논리에서는환자가자신의치료법을선택하는반면,돌봄의논리에서는환자와의료진이함께일상을조절하며,예상치못한문제들을함께조율한다.②선택의논리는‘최선의선택’을강조하지만,돌봄의논리는‘지속적인조정과함께살아가기’를강조한다.③선택의논리는환자를‘능동적소비자’로보지만,돌봄의논리는관계맺고있는모두를‘함께살아가는존재’로본다.

몰은이러한돌봄의태도가의료서비스이외의분야에도적용가능할것이라고조심스럽게전망한다.“시장창출로인해고통이야기되는곳에서는돌봄의도입이고통을완화하는데도움을줄수있다.”최근의철학운동들이지적하듯이현대인의사고방식에는‘우리인간’이세상을지배한다는환상이뿌리깊이내재되어있다.그런환상은삶을‘통제’하려는시도로이어진다.그러나당뇨병과함께하는삶이보여주듯이삶은순종적이지않다.그럼이제어떻게,무엇을할것인가?환상에사로잡혀있거나통제하려하지말고,“그대신,돌보자.”라고몰은제안한다.

능동적인환자와의사노릇

흔히능동성은스스로선택하고책임지는개인의자질로이해된다.선택함으로써자유가주어진다고말이다.선택의논리에서능동성이여러제조사의혈당측정기중하나를선택하는것이라면,돌봄의논리에서능동성은인슐린을주입하고,저혈당상태를느끼거나측정하고대응함으로써저혈당을피하고,먹는양을계산하는것이다.돌봄의논리에서‘능동적인환자’는의료서비스전문가들과함께자기신체의변화와어려움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일상의문제를전문가들과함께조율하는존재이다.이는환자를둘러싸고있는여러관계속에서책임과실천을나누는태도와연결된다.돌봄의논리에서능동성은개인의선택이아니라,관계속에서조율하며함께실험하는태도다.

이와관련해서이책에서아네마리몰이제시하는주요개념은‘의사노릇’(doctoring)이다.여기에서도환자가의사를하나의상품처럼‘선택’하여‘관리’하는것이좋은돌봄으로이어지지못한다는점이지적된다.몰에따르면의사노릇은의사만하는것이아니다.의사,환자,간호사,환자의가족과지인,관계기관등돌봄팀전체가관여된다.의사노릇을공유하기위해서는관련된모든사람이서로의기여를진지하게받아들이고동시에신체,기계,식품및기타관련기관이하는것들을조율해야한다.의사노릇을공유하는사람들은창의적이고신중한실험에참여하면서서로의경험을존중해야한다.의사노릇이라는개념은돌봄이단순히도덕적의무가아니라실천적이고맥락적인행위임을강조한다.

한국사회와돌봄의위기:모든것,모든사람이행동해야한다

한국사회는초고령화,만성질환증가,가족돌봄의부담등으로돌봄의위기를겪고있다.이위기역시한국의의료환경이‘선택할수있는환자’를중심으로설계되어있는것과무관하지않다.정보는과잉되고시간은부족하며,환자는전문가가아닌이상자신의삶에적합한결정을내리기어렵다.이때환자는자기자신이‘판단할수없는무능한존재’라고느끼거나,반대로모든부담을떠안은채무기력에빠지게된다.

몰은이러한현실을돌봄의논리를통해해소해나갈수있다고본다.환자에게선택을강요하기보다는환자의상황을중심으로의료,간호,그리고복지현장이재구성되어‘돌봄의논리’가실천될때환자와가족,의료진모두가좀더잘견딜만한(!)삶을영위할수있을것이다.

특히기후위기,생태위기,감염병,전쟁등생존자체가위협받는오늘날,돌봄은더이상사적영역에머물수없는문제다.‘돌봄의논리’는소외된존재,상처받은몸,예측불가능한상황을함께살아낼수있는연대와실천의윤리를제시한다.몰은『돌봄의논리』에서돌봄을일상의실천일뿐아니라공동체를유지하는사회적감각으로제안한다.이책은우리가서로를돌보고,함께위기를견디는힘이사회적으로얼마나중요한지일깨워준다.

“누가언급되고,누가계속노력해야하며,누가행동해야할까?”라고아네마리몰은질문한다.저자에따르면정답은‘모든사람,모든것’이다.왜냐하면돌봄의논리에서는행위자들이고정된역할을가지지않기때문이다.

의료현장을사유의출발점으로삼다-아네마리몰의학문적궤적

아네마리몰(AnnemarieMol,1958년~)은네덜란드의인류학자이자철학자,과학기술학자이다.위트레흐트대학교에서철학과의학으로석사학위를,흐로닝언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1996년부터네덜란드트벤테대학교에서정치철학(소크라테스)교수로재직했으며,2010년부터현재까지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몸의인류학’교수로재직중이다.몰의연구는구체적인의료현장을출발점으로하며,이론이아닌실천에서철학이발생할수있다는점을일깨운다.2002년에첫단독저서인『바디멀티플』(2022년한국어판출간)을출간했다.이번책『돌봄의논리』는2006년에네덜란드어판이,2008년도에영어판이출간되었다.

『바디멀티플』은동맥경화증의사례를통해“다중적실재”(multiplerealities)라는개념을설명하면서실재가고정된것이아니라다양한행위와맥락속에서수행된다는점을강조한다.특히의료현장에서질병은단일한실체가아니라다양한실천과상호작용속에서다르게정의된다고몰은주장한다.이러한주장은의료인류학과과학기술학의중요한전환점으로평가받았다.

이번책『돌봄의논리』에서는당뇨병을앓고있는환자를모델로환자와의료진의상호의존성과현실적인돌봄의중요성,선택중심의의료모델비판,돌봄의실천적논리등을제시하였다.최근에출간한두권의저서『이론에서의먹기』(2021)와『Eating은영어단어이다』(2024)에서는먹기(eating)라는행위를중심으로인간과환경,지식그리고존재의관계를재고찰하였다.아네마리몰은의료현장의실천과존재론,복잡성,돌봄의문제에주목해왔으며,국내에서는의료사회학,과학기술학(STS),페미니스트연구,간호학등의분야에서폭넓게참조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