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체지향 교전

객체지향 교전

$28.00
Description
현대 대륙철학의 흐름을 뒤흔든 사변적 실재론과 객체지향 존재론의 형성 과정을 회고하고, 그 속에서 제기된 수많은 비판과 논쟁에 응답하는 책. 객체지향 존재론의 창시자 그레이엄 하먼은 1990년대 말부터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새롭게 해석하며 객체 중심의 사유를 발전시켜 왔다. 그는 2007년 런던의 첫 사변적 실재론 워크숍을 거쳐 2009년 브리스틀의 두 번째 회의까지, 레이 브라시에, 이에인 해밀턴 그랜트, 퀑탱 메이야수와 함께 사변적 실재론 운동의 한 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적 충돌과 의견 대립 속에서 그룹은 해체되었고, 이후 각자의 사유 방식으로 흩어졌다. 하먼은 이러한 갈라짐 속에서도 철학적 대화를 이어갔고, 그 궤적이 『객체지향 교전』에 응축되어 있다.
이 책은 하먼이 직접 받은 주요 비판들(톰 스패로, 스티븐 샤비로, 피터 그래튼, 피터 울펜데일의 네 권의 저서)에 대한 일종의 ‘응전’으로 시작된다. 그는 친구이자 동료인 스패로와 샤비로의 비판에 응답하며, 그래튼과 울펜데일의 공격적인 논의에도 논리적으로 맞선다. 2부에서는 알베르토 토스카노, 크리스토퍼 노리스, 단 자하비, 스티븐 멀홀 등 여러 비평가의 논문과 서평에 대응한다. 하먼은 논쟁을 기회로 삼는 철학자다. 그는 “정열적인 의견 충돌은 냉정한 논증보다 철학의 기본 문제를 더 명확히 한다”고 말하며 논쟁의 과정 자체를 철학의 생산적인 동력으로 삼는다. 덕분에 독자는 이 책에서 하먼의 사유가 다듬어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하먼이 자기 철학을 방어하고 상대의 비판을 조목조목 해체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제련하기 때문이다.
저자

그레이엄하먼

저자:그레이엄하먼(GrahamHarman)
미합중국아이오와출신의철학자이며현재로스앤젤레스소재남가주건축대학교SCI-Arc철학특임교수로재직중이다.1999년에시카고의드폴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취득한후에2000년부터최근까지카이로소재아메리칸대학교에서철학을가르쳤다.현대철학의사변적실재론운동을선도한핵심인물로널리알려져있다.하이데거와라투르를기반으로하여객체의형이상학에관해연구함으로써발전시킨객체지향존재론(OOO)덕분에『아트리뷰』(ArtReview)에의해세계예술계에서가장영향력이있는인물100인중한사람으로선정되었다.주요저서로는『도구-존재:하이데거와객체의형이상학』(Tool-Being:HeideggerandtheMetaphysicsofObjects,2002),『네트워크의군주:브뤼노라투르와객체지향철학』(PrinceofNetworks:BrunoLatourandMetaphysics,2009;갈무리,2019),『네겹객체』(TheQuadrupleObject,2011),『기이한실재론:러브크래프트와철학』(WeirdRealism:LovecraftandPhilosophy,2012),『브뤼노라투르:정치적인것의재조립』(BrunoLatour:ReassemblingthePolitical,2014),『비유물론:객체와사회이론』(Immaterialism:ObjectsandSocialTheory,2016),『객체지향존재론:새로운만물이론』(Object-OrientedOntology:ANewTheoryofEverything,2018),『사변적실재론입문』(SpeculativeRealism:AnIntroduction,2018)등이있다.

역자:안호성
와세다대학교에서서양철학을전공하고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을중퇴하였다.사변적실재론에관심이많으며,옮긴책으로는『사물들의우주』와『탈인지:SF로철학하기그리고아무도아니지않은자로있기』,『저주체:인간되기에관하여』,『어두운생태학:미래공존의논리를위하여』,『자연의개념』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5
서론8

1부

1장톰스패로『현상학의종말』12
2장스티븐샤비로『사물들의우주』56
3장피터그래튼『사변적실재론』116
4장피터울펜데일『객체지향철학』238

2부

5장알베르토토스카노368
6장크리스토퍼노리스378
7장단자하비393
8장스티븐멀홀410

옮긴이후기433
참고문헌442
인명찾아보기458
용어찾아보기461

출판사 서평

『객체지향교전』(영어판2020년출간,한국어판2025년출간)은사변적실재론을둘러싼10여년의논쟁을총정리하고,비판속에서더욱단단해진하먼사유의궤적을보여준다.하먼은이책의한국어판을위한서문에서“지금까지쓴24권의책중가장애착이가는책”이라말한다.『객체지향교전』은공격과방어,비판과응답이교차하는철학적전투의기록이자,사변적실재론이후의사유가어디로향할것인가를묻는책이다.

톰스패로와스티븐샤비로는하먼의철학에균형잡힌비판을제시한동료이자대화상대이며,피터그래튼과피터울펜데일은더강한비판적입장을취하는논객들이다.그러나하먼의철학적관계망은단순히‘적과친구’의구도로환원되지않는다.초기사변적실재론의동료였던레이브라시에는냉철한비판자로돌아섰고,반대로자크랑시에르같은사상가는의외의지점에서공명한다.레비브라이언트처럼중립적입장을지키던철학자가논쟁의한복판으로들어오기도하고,크리스토퍼노리스나단자하비처럼예상밖의강한반대자들도등장한다.『객체지향교전』은이처럼복잡하게얽힌철학적대립의장을일종의사유지도처럼펼쳐보인다.하먼은서로다른입장들이부딪히는현장에서사유가더정밀하게다듬어지고,철학의핵심문제가새롭게드러난다고믿는다.이책은바로그철학적긴장과응답의기록이다.

톰스패로―현상학과객체지향존재론의대화

현상학을자신의철학적출발점으로삼은톰스패로는『현상학의종말』이라는도발적인제목의저서에서현상학이직면한한계를날카롭게지적한다.그는현상학이“사물그자체로”나아가겠다는선언에도불구하고,실제로는반실재론의틀안에머무르고있다고본다.스패로에게현상학은실재를향한통로라기보다,실재에대한접근을끊임없이지연시키는제도적체계에가깝다.하먼은스패로의이러한분석을진지하게받아들이면서도,실재론과관념론의구도를단순히대립으로환원하지않는다.그는“인간의정신과독립된사물의현존”만으로는실재론을정의하기에부족하다고말한다.스패로가“사변적실재론은현상학에서본질적으로불가능한방식으로실재의현수막을달았다”(13쪽)고말하듯,하먼에게서사변적실재론은현상학이후의새로운실재사유를모색하는시도다.

그렇다면논쟁은어느지점에서벌어질까?우선스패로는현상학이지키지못할사명을내려놓고헤겔주의관념론과새로운동맹을맺어야한다고제안하지만,하먼은이에동의하지않는다.하먼에게현상학은관념론일지라도‘객체지향관념론’이기때문이다.하먼은빵,라이터,집,영수증등일상의구체적사물들이현상학의서술속에자리한다는점에서,객체지향존재론이현상학으로부터중요한자극을받았음을인정한다.후설은얼마간존속하는지향적객체를경험외부가아닌경험내부에서발견했다.이객체는시간의흐름속에서도변화와안정성을동시에지니며,지향성은“경험된내용”이아니라“객체-부여행위”의문제임이드러난다.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은현상학의성과를계승하면서도,그것을인간경험의범위를넘어확장한다.

1장의후반부에서하먼은스패로가언급한리브레이버의‘파계적실재론’을비판한다.스패로는이이론이실재론과반실재론의중도를찾는시도라고보지만,하먼은그러한중도는존재할수없다고단언한다.하먼이보기에브레이버가끌어들이는철학자들,특히레비나스의‘절대적타자성’은결국칸트적숭고개념의문제를되풀이할뿐이다.만약영수증과철학자가모두‘무한한타자’라면,그무한은결국차이를소거해버린다.또하먼은브레이버의논의가인간중심의트라우마개념에머무르며,객체간관계라는실재의핵심을간과한다고지적한다.그는이를“존재-분류학”(Onto-Taxonomy)이라부르며,진정한의미의실재론은인간의경험이아니라객체들간의관계속에서만가능하다고강조한다.

스티븐샤비로―생성의철학인가객체의독립성인가

스티븐샤비로는화이트헤드와들뢰즈의철학을토대로과정철학의입장에서『사물들의우주』를집필했다.그의사유는여러측면에서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과맞닿아있지만,결정적인차이또한분명하다.세계의숨겨진깊이를매혹의개념으로설명하는하먼과달리,샤비로는화이트헤드적관점에서사물의변화를‘변태’의개념으로이해한다.변태는사물의변화무쌍한패턴놀이에집중한다.그는변화를존재의본질로보며,사물들이끊임없이관계속에서재구성되는과정을강조한다.

하먼은매혹과변태에관한샤비로의미학적논의에결함이있다고지적한다.하먼에게매혹은칸트의숭고가아니라‘아름다움’의영역에속한다.하먼에따르면관찰자는자기힘의한계에도달하기위해“절대적으로”크거나강력한것을찾을필요는없으며,“초객체”(티머시모턴)는절대적으로큰것이아니라아주큰것,무한성이아니라아주큰유한성에관한것이다.또샤비로는생성과과정을강조하며정적인존재론을비판하지만,하먼은이러한입장이객체를위로환원하거나아래로환원하는위험을짊어지게된다고본다.하먼에따르면한세기이상동안우리는관계가실재를더충실히반영한다는반복되는주장을들어왔다.그러나하먼은이주장이실체적존재의독립성을충분히설명하지못한다고본다.

하먼은샤비로가영원한객체를무시하는대가로직접적인과관계를말하게되며,『객체들의민주주의』의저자레비브라이언트가이점에서샤비로와중첩된다고본다.샤비로와브라이언트는지각의하층에서는직접적인과관계를,상층에서는고립된실재를말하지만,하먼은이를“불성실한해결책”이라지적한다.만약처음부터지각의하층부에서는실재에직접적으로연결되어있다면,왜사물은지각의상층부에서고립된세계를스스로구성하는불필요한노동을해야하는가?“브라이언트와샤비로모두놓치고있는것은간접적관계가결과일뿐만아니라출발점이라는점이다.우리는사과와코끼리가어느지점에서접촉하고나서야그것들내부에갇힌다고말할수없다.”(94쪽)

피터그래튼―객체지향존재론은플라톤적형상론인가

『사변적실재론』의저자피터그래튼은자크데리다의해체주의적유산을바탕으로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을비판적으로검토하는철학자이다.하먼은그래튼에관한3장을시작하며“언제나내가잘되기를바라지는않는비평가들이점령한영역으로들어간다”(117쪽)고말하면서,그래튼과의논쟁이철학적대립이상의것임을인정한다.그래튼은하먼의사유속에서플라톤적영원성의잔재를발견하고객체지향존재론이정적인형상론으로회귀한다고본다.그러나하먼은이에정면으로반박하면서객체지향존재론에는플라톤적형상과같은절대적원형이존재하지않으며,“두개의세계가아니라수조개의세계가존재한다”고단언한다.하먼은“두자동차의충돌은그것들의외견뿐아니라실재적자동차를파괴할수있다.반면,플라톤이자동차의형상을허용했다면그것을결코파괴될수없는것으로취급해야했을것이다”(149쪽)라고말하며,플라톤의형이상학이현실의물질적작용을설명하지못함을지적한다.그래튼의비판이하먼을플라톤주의의진영으로밀어넣으려는시도라면하먼은객체지향존재론이실체의독립성을통해오히려플라톤적영원성과결별하고있음을보여준다.

그래튼은하먼의사유를레비나스의타자성개념을통해해석할것을제안한다.하먼은이것이통찰력있는주장임을인정하면서도,그래튼이데리다주의적비판을위해타자성을강조하면서길을잃는다고말한다.그래튼이하먼을‘타자성’개념과연결하는요점은“데리다가레비나스로부터드러내는것과같은불가능한순수타성에객체지향존재론이전념한다는것을함의한다”(172쪽).그러나상황은그와정반대임을하먼은드러낸다.데리다는“무한한타자는그것이긍정적무한이라면,그리고그자체의내부에무한정성,즉아페이론의부정성을유지하지않는다면그것은그것그자체,즉타자일수없다”라고말한다(177쪽).

하먼은이것이레비나스의무한한타자성에대한OOO의비판을데리다가선취하는것이라고말한다.OOO가레비나스속에서발견하는진가는무한한타자성에있지않다.하먼은개체들의진실성속에서레비나스철학의새로운가능성을발견한다.“하이데거는(존재자와그존재작용의)결투를존재와존재자사이에위치시키지만…레비나스는존재자야말로사이라고말한다”(184쪽).레비나스는모든현전으로부터의물러남과현전의결투를하이데거의일원론적존재에서다자,즉개체들사이에서일어나는것으로전환하며객체지향존재론의개체적실체를위한회전력을제공한다.

피터울펜데일―과학주의와합리주의의전제에기댄비판

『객체지향철학』의저자피터울펜데일은하먼의객체지향존재론에대해가장강도높은비판을가한인물이다.그는“거의모든단락에서오류를찾거나새로운실수로추정되는것을지적하는비판융단폭격”(230쪽)을퍼부으면서하먼의철학을전면적으로문제삼는다.그러나하먼이보기에울펜데일의비판은화려하지만실질적인타격에는이르지못한다.그의논리는과학주의와합리주의의전제에기대어있으며하먼이구축한존재론적토대에는닿지못하기때문이다.

하먼은객체지향철학의출발점이된하이데거의도구-분석을재해석하면서자신의해석이하이데거의‘의도’를충실히따르려는시도가아님을명확히했다고밝힌다.그는“우리는어떤철학이그철학자가자신의철학에수반된다고생각한것과동일하지않음을기억해야한다”(76쪽)라고말했다.반면울펜데일은여전히“그것은저자의의도가아니기때문에그렇게읽을수없다”는입장을고수하며하먼이제시한해석의개방성을수용하지못한다.
하먼에따르면울펜데일의비판은인식론에서출발해야한다는철학의전통적전제를따른다.그러나하먼은이전제자체를거부하며,오히려그것이철학적사유를제한한다고지적한다.

하먼은인과성의문제를통해이를구체화한다.초기이슬람신학자들로부터데카르트,말브랑슈,스피노자,라이프니츠,그리고화이트헤드에이르기까지의기회원인론(occasionalism)은사물간의인과를매개하는존재로‘신’을상정했다.흄과칸트역시습관이나선험적범주를통해인간정신이인과를매개한다고여김으로써,사실상신의자리를‘정신’으로대체했을뿐이다.“우리에게주어진것에서출발하여그늘진저너머를사변하지않기로한결단자체가존재론적학설이다”(339쪽).인식론자는통상적으로세계속여러관계에관해말하기전에세계속인과관계들에대한증거를제공할수있는인간정신의능력을먼저의심해야한다고말하지만,“이의심자체가우리의경험과그외부에있는세계사이에차이가있을수있다는추론을요구한다.”(340쪽)

울펜데일은합리주의자의입장에서사물의초과성은양적인것에불과하다고본다.우리가아직모를뿐,원리적으로사물에대한모든사실을알수있다는것이다.그러나하먼은이에근본적으로반대하며장미와장미에관한지식은동일한것이아니라고말한다.하먼은존재와인식사이의근본적인비대칭성을강조한다.하먼은“소크라테스의무지선언은‘나는3천가지만알고나머지5천4백만가지는모른다’는의미가아니다”(306쪽)라고말한다.객체지향존재론이권하는대안은장미의형상과장미에관한지식의형상은매우다른두사물이라는것이다.“객체는한번에하나씩벗겨서직접적으로알수있는수천가지형상의다발이아니라,다른형상이되지않고는그객체로부터추상될수없는형상들의체계이다.”(311쪽)

알베르토토스카노―신단자론혐의에대한반박

『객체지향교전』의2부에서는하먼이보다짧고응축된형태로네명의비평가들과논쟁한다.알베르토토스카노는하먼과브뤼노라투르의사유를“신단자론적”이라고규정하며,두철학이라이프니츠의단자론을현대적으로계승한것이라주장한다.하먼은이에대해자신과라투르,그리고라이프니츠사이에는결정적인차이가있다고지적한다.그는토스카노가단자론적사유가오늘날다시유효성을갖게된이유를제대로이해하지못했다고비판하며,그가인간사고를다른모든존재로부터분리시키는전형적인‘존재-분류학자’임을드러낸다.하먼에게서존재는인간과비인간,사유와비사유의구분이전에이미작동하는관계의장이다.

크리스토퍼노리스―상관주의의또다른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