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인종주의와 젠더 정치 (젠더사로 보는 전시 동원 체제)

역사적 파시즘 체제의 인종주의와 젠더 정치 (젠더사로 보는 전시 동원 체제)

$30.00
Description
이 책은 역사적 파시즘 체제를 주요 대상으로 하면서 이 시대의 경험이 체제가 사라진 이후에 법이나 제도, ‘사회통념’이나 집단 무의식, 재현의 정치와 감정과 정동 등의 형태로 재생산되고 변용되는 과정을 살핀다. 식민지 조선에서 파시즘의 시대는 젠더, 인종, 지역과 학력, 문맹의 정도, 연령과 세대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르게 경험된다. 총후부인이라는 파시즘적 정체성은 신여성과 구여성을 적대하고 부정함으로써 구성되었다. 조선의 애국부인과 일본의 애국부인은 ‘자매’라는 ‘여성적 연대’의 어휘를 전유하여 일본 여성의 우위를 구축한다. 조선은 식민지로서 ‘아우’인 대만과 막 새로 진입한 만주 및 남방의 각 지역과 죽을힘을 다해 경쟁해야만 식민지로서의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조선에 대한 일본의 파시즘 통치에서 ‘중국’은 제거해야 할 ‘암종’, 바이러스, 조선을 병들고 타락하게 하는 온상으로 여겨졌다. 적대의 반복적 수행만이 강요되는 체제에서도 빈틈과 파열의 공간들 역시 생성되었다. 이런 파열은 단지 주체의 의도나 의지의 산물만은 아니었고, 그런 점에서 정동적이고 물질적이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역사적 파시즘의 시대는 적대와 증오의 내면화 경험만 남긴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이탈하는 대안적 정동 생성의 실험장이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파시즘은 젠더, 인종, 계급, 지역, 세대의 차이를 적대로 전유하는 감정 및 정동의 정치이며, 전시 동원 체제에서 조선은 일본, 중국, 남방, 다른 식민지와의 다층적 위계 속에서 파시즘화를 경험했다. 이 경험은 강제와 자발의 경계, 가족국가주의, 여성화 공포, 청년 주체화, 식민지 간 경쟁, 중국에 대한 정동적 적대 등으로 분기되며, 그 유산은 오늘 한국 사회에도 깊이 남아 있다.
저자

권명아

KwonMyoungA
동아대학교한국어문학과교수.대학연구소를대안제도로정립하고자하는실험으로〈젠더·어펙트연구소〉를2018년설립,현재소장을맡고있다.2011년대안연구모임〈아프꼼〉을만들었고,갈무리출판사와의협업으로공동번역서『정동연구지도제작』(2025)등지금까지총여섯종의책을출간했다.역사적파시즘연구에서시작하여헤이트스피치비교연구를지속해왔고,소수자연구에기반을두고어펙트이론을재구성한젠더·어펙트이론을제안하여젠더·어펙트총서6권『대안적연결체의테크놀로지』(산지니,2025)등지난6년간총서를발행했다.또지방소멸론에대해다각도로비판적인연구방법을모색하고제안하고있으며,그일환으로일본,타이완,중국과의비교연구를통해서지방소멸론이어떻게정착민식민주의를재구성하는담론적,정책적,정동적기반이되고있는지를비판하는연구를이어가고있다.다양한지역의연구자들과함께〈젠더·어펙트연구회〉를구성,함께세미나와번역,출간등을지속하면서공부와실천을이어가고있다.저서로『가족이야기는어떻게만들어지는가』(2000),『맞장뜨는여자들』(2001),『문학의광기』(2002),『탕아들의자서전-가족로망스의안과밖』(2008),『식민지이후를사유하다-탈식민화와재식민화의경계』(2009),『무한히정치적인외로움-한국사회의정동을묻다』(2012),『음란과혁명-풍기문란의계보와정념의정치학』(2013),『여자떼공포,젠더어펙트-부대낌과상호작용의정치』(2019),『역사적파시즘체제의인종주의와젠더정치-젠더사로보는전시동원체제』(2025)등이있으며여러권의공저서,편저서가있다.

목차

개정증보판서문8

1부파시즘,제국의판타지,젠더정치-논쟁과논점들

1장역사상을둘러싼투쟁-젠더사의시각과파시즘이론22
1.일제말기,파시즘,젠더정치와인종차별주의비판을둘러싼논란들22
2.파시즘의정치학과젠더-1930년대이후논의의역사적전개26
3.한국사연구방법론에대한문제제기-젠더사의시각과질문45

2장파시즘경험과유산을둘러싼논쟁비판57
1.‘일상’은동의의공간인가57
2.사회의준내전체제화-일제말기와해방후의연속성71
3.파시즘의유산과‘골칫덩어리들’-난센스의의미75
4.‘살아남아야한다’는것의의미-파시즘의마지노선,자본주의와근대적규율화96
5.대중은누구인가-주체개념의한계와파시즘적주체화의문제98

3장이론적실천과소비의경계-‘문학속의파시즘’연구와대중독재론의문제100
1.임지현은누구와싸우는가-탈신화화와이론의경계100
2.이론의소비와알리바이들103
(1)이론의소비와제도화103
(2)돌림병,유행병,제도화된주체들의자기방어기제들106
3.제도화된민중주의의담론적무능력과자기정당화112
4.다문화주의,차이의정치학과차이의마케팅의경계에서115
5.탈신화화의모호함과제도화의명확함119

2부제국의판타지와젠더정치-역사적파시즘체제의경험과유산

1장총후부인,신여성,그리고스파이-황민화와여성정체성집단간의위계적차이화의과정122
1.한국사회의젠더정치의기원을고찰하기위해122
2.전선과가정,그리고‘국민’의안과밖124
3.총력전체제와모성이데올로기134
4.가족국가주의의확대와정치단위로서의가정의구성142
5.총후부인과스파이-무능력자와‘정치적주체’사이의균열146

2장여자스파이단의신화와‘좋은일본인되기’-인종주의와젠더공포154
1.‘좋은일본인되기’의엔진으로서의스파이담론154
2.여자스파이단의신화-‘대동아’의신체와여성157
3.국민방첩과스파이담론-잠재된적과현실의가상화164
4.스파이담론과‘좋은일본인되기’-가상의현실화170
5.좋은일본인되기-좋은일본인으로죽거나나쁜일본인으로죽거나180

3장황민화와여성정체성집단간의지역적·계급적차이화의역사-엘리트여성과비엘리트여성의파시즘체제경험의차이183
1.파시즘체제와문학,여성,국가183
2.파시즘적주체화와젠더정치-조직,교육,경험과여성정체성189
3.식민지경험과여성정체성209

3부모던보이비판과애국청년의구성-전위와퇴폐분자사이에서

1장입신출세와‘일본인되기’사이의간극과딜레마220
1.청년담론의역사화와파시즘적주체화의문제220
2.입신출세와‘일본인되기’사이에서222
3.청년이되는것과‘일본인’이되는것
-선택과신분,황민화기획과자발성의문제230

2장남성정체성집단간의적대적위계화-모던보이비판과‘애국청년’의구성234
1.혁신의이념과전위로서의청년234
2.청년의정체성과모던보이비판241

3장참가의환상은측정가능한가263
1.전시동원체제와언어공간의재편263
(1)국책의이념과언어공간의현실사이의간극263
(2)언어공간의재편-연설공간,문자미디어,라디오269
2.균열로서의내선일체와‘언어’275
3.전시동원체제와미디어의독본화-입신출세주의와‘대중’의황민화286
4.전시독본미디어와언어공간292
5.‘참가의환상’은측정가능한가?299

4부남방종족지와제국의판타지-경쟁,살아남기라는‘도덕’으로남겨진파시즘의유산

1장‘네이티브’의위치와대역본의세계-제국들의사이에서,식민지들의사이에서304
1.영일대역본을보는조선인학생의내면에서일어나는일304
2.재현의권력,재현의정치309
3.“깜둥이나의여인아”-인종주의의시학화와제국의판타지313
4.확장되는영토,포섭·배제되는주민들-남방의자원과원주민,그리고‘화교경제’327
5.남방관심의개관-관심의복합성,제국의판타지에서일상적이해관계까지332
6.‘땅의아들’로서의‘원주민’과피식민주체성의문제333

2장‘남방’,중국,화교와의경쟁,식민지‘사이’의경쟁이남긴것338
1.대동아공영의이념과가족국가주의-인종과젠더,그리고민족338
2.신생식민지의출현과피식민주체의불안-제국의시선과식민지의시선사이에서346
(1)대동아기획과아시아의위치변화346
(2)‘전선’과‘시장’으로서의남방과개척자로서의조선351
(3)식민지토인으로서의남방과문명기획자로서의조선359
3.피식민주체의불안과인종공포371

3장남방종족지와제국의판타지-다시‘최소한의도덕’을위하여373
1.재현의스펙터클,관객과연기자-파시즘과‘최소한의도덕’373
2.잉여로서의남방담론과과잉된응답의역설381
3.남방이주는실감의두차원387
4.남방선전의특성과식민지로서의종족지398
5.남방종족지와제국의판타지409
6.독일파시즘의유태인과일본파시즘의남방원주민-기술적·행정적조치의대상으로변용된적군과증오없는전쟁417

5부중국적인것의정동화와조선적인것의인종화-전시동원체제연구와전파매개적신체연구

1장중국정동과전파매개적신체연구422
1.중국적인것과정동422
2.전시동원체제와중국적인것의변화423
3.전파매개적신체와중국적인것429

2장조선적인것의중국지향성과중국의정동화-배일적태도와폐풍의통제432
1.감정과정서의체계로서의조선적인것과중국지향성432
2.배일적태도와중국적인것436

3장조선의기운과공기로서의중국-분발심없는종족집단과중국적인것의전파매개성440
1.전시동원체제의인종주의와조선의소중화의식440
2.실체성을상실한전파매개물로서의중국과그파생물로서의조선448
3.하위지각적힘혹은잠재성으로서의중국적인것449

4장역사적파시즘체제와젠더·어펙트연구의과제들-정동연구를통한정보이론,인종과학연구를위하여454
1.중국정동과‘반중정서’454
2.소수자연구의국가감상주의프로젝트비판과중국정동연구459

참고문헌463
찾아보기492

출판사 서평

역사적파시즘체제,전시동원체제
한국에서일제강점기,일제말기,암흑기등으로표현되는시기는세계사적으로보면역사적파시즘체제였다.전세계가파시즘3국동맹이었던독일,이탈리아,일본과반파시즘연합국으로나뉘어져파시즘과반파시즘이세계체제를구축하고재구축하는근간이되었던시대이다.1차세계대전에서시작하여2차세계대전에이르는이시대를파시즘연구에서는역사적파시즘(HistoricalFascism)시대로규정한다.
일제말기의전시동원체제는일본제국이미국,영국에대항한장기전과총력전에대비하여일본,조선,대만에대한체제전환을강제하는과정이었다.전시동원체제에서만주나남방열도등새로운식민지들은‘일본제국’의‘지도’속에새롭게편입되었다.이는국가가주민의노동,재생산,이동,감정까지통제하며전장을중심으로사회를조직하는방식이었고,청년,여성,아동을각각‘황민’으로재규정해전쟁기계의부속으로배치하는총체적동원체제였다.
이책에따르면젠더,인종,세대,지역,계급의차이를적대의기준으로바꾸는것이역사적파시즘체제의핵심이다.전시동원체제에서이적대구조는일상깊숙이스며든다.전쟁은일본제국의적을향해서만이아니라,실질적으로는조선인들내부에서수행되어야만했다.젠더와세대,계급과인종,지역과연령에따라촘촘하게구획된강제적인정체성수행은이러한적대를현실화하는가장중요한방법이었다.적대는‘안과바깥’모두를향해고조되었다.
저자는2010년대이후신자유주의아래온라인환경속에서증오정치가강화되면서,인종,젠더,세대의차이가적대로번역되는구조가다시나타났다고본다.이책은과거파시즘체제가만든감정구조가오늘의혐오정치와어떻게연결되는지를짚어내며,역사적파시즘연구가여전히중요한이유를보여준다.

파시즘체제에대한지지와동의라는환상
파시즘체제나폭력에대한대중의‘지지’,‘동의’문제는꾸준히논란이되고있다.그러나저자가보기에파시즘체제에서볼수있는것처럼사회내부를촘촘하게분할하여적대적으로재배치하고,위로부터부과된정체성역할을강제로수행하도록하는과정은이른바강제와자발사이의경계를모호하게만든다.이것은일종의강제된자발성이자,개별주체의일상적수행이자율이나자발로설명할수없는포획된상태로변형된다는뜻이다.이책은전시동원체제에서식민지조선은,위로부터부과된정체성정치가일상화된준(準)내전적공간으로재편되었다고분석한다.
예를들어친일협력영화〈지원병〉(1941)의서사는중년층인조선인부르주아와청년세대조선인을갈등과적대의구도로두고계급투쟁과세대투쟁의서사를전유한다.그러면서지원병을조선청년의유일한희망직종이자타락한조선에서의탈출구로그린다.계급투쟁과세대투쟁의외관을띤이‘혁신’의각본은자발성을포획하고,강제를자발성으로전도하며,식민주의적노예화를위험성이크지만미래를걸어볼만한‘선택’으로만든다.저자는이영화에대해분석하면서인물들의무표정과무감정이남기는해석불가능한잉여에주목한다.

파시즘의젠더정치
조선을전시동원체제로재편성하려는일본제국과총독부의정책은천황제파시즘에근거한가족국가주의의틀을따라진행되었다.조선인은‘황민’으로거듭나기위해서청년,총후부인,소국민이라는새로운주체위치로배치되었다.이때총후부인은‘여성’에관한담론이지만본질적으로후방이라는총력전하사회체제유지를위한이념과관련되었다.즉남성들이전장에나간상태에서후방의노동력,재생산,방첩,방공,물자동원등과관련되었다.

신여성의몰락
최근전세계극우정치의리더자리에여성이두드러진역할을하면서파시즘과여성에관한질문이다시제기되고있다.그러나저자에따르면우선여성그자체가서로다른차이에의해구성된다는점이젠더사연구의출발점이다.일제시기‘여성’역시마찬가지여서당대여성은신여성,구여성이라는다른명명체계로구별되었고인지되었다.그뿐만아니라신여성은사회주의여성/부르주아여성등으로다시구분되었다.이처럼여성들사이의다양한차이는파시즘의젠더정치에서적대의준거로전유되었다.
여기서신여성의몰락이라는인식,감각,선동은중요한역할을했다.예를들어윤규섭은체호프의「붉은양말」을원용한글(「현대여성의위치」,『여성』,1940년10월)에서신여성을“반(半)남자”로,얻은것은없고잃은것만있는여성적정체성의대명사로명명했다.파시즘의젠더정치는약자의정치학을표방하면서약자의상실감과권력박탈에대한공포를주로자극하고‘약자’를새로운주체로구성한다.조선에서신여성은‘그간많은것을얻은’집단으로,구여성은‘그간얻은게없는’여성집단으로위계화되었다.즉구여성은여성내부의‘약자’로배치된것이다.이렇게여성들내부를위계화하고적대시키면서신여성을‘기득권자’로설정하고신여성의권리를박탈해야한다는공격이진행된다.반대로‘약자’인구여성에게는새로운권력을부여해야한다고주장된다.이렇게정체성집단내부에위계를재설정하고적대를강화하는방식은‘총후부인’의정책과담론,이데올로기를구성하는데매우중요한역할을했다.

총후부인과스파이
총후부인은이위계구조위에서탄생한파시즘적여성상이다.일본부인의‘명랑성’과조선구여성의검소함을결합한이상적인후방주체로,가정과마을,배급과저축,방공과방첩까지책임지는인물로그려진다.조선여성의법적지위는일본과동등하지않았고,더구나처(妻)는법적무능력자에해당했다.그러나총후부인담론에서는이런법적행위무능력자인조선의처(妻)가공적행위능력을부여받는것처럼선전된다.이런‘참가의환상’은여성들에게참여와주체성을약속하는것처럼보이지만,실상은국가의전쟁기계에편입되는것이었음을이책은말하고있다.
1937년후반부터본격적으로등장하는스파이담론에서스파이는여성의특정한정체성과관련되어나타난다.1935년2월29일나치스는두명의여성을스파이혐의로단두대로보내고그머리를광장에걸어놓았다.1937년이‘역사적사건’을소개하는글은이여성들이가정에충실하지못한방탕한생활로인해적에게포섭되었다고기술한다.이처럼특정한여성정체성이적의침투에노출될수있는약점으로간주되면서여성의사회생활과‘사교’는부정적인의미로폄하된다.
사회의‘문란’에대한공포는사회의‘여성화’에대한공포와맞물렸다.1930년대후반조선에서총후부인담론이‘국가에헌신하는이상적여성’을만들었다면,스파이담론은‘통제되지않은위험한여성’을만들어내어여성내부의위계와적대를강화했고,두담론은함께파시즘적사회체를재조직하는핵심장치가되었다.

놀이로서의증오
증오정치(파시즘)는무시무시한폭력만이아니라,쾌락특히즐거움과재미를동반한다.나치와일본파시즘은이런즐거운선전을가장핵심적인‘대중선동’논리로내세웠다.전시동원체제조선에서여자스파이단의신화는바로이런놀이로서의증오의의미를가장잘보여주는사례이다.스파이란유행어이자흥미로운읽을거리이기도했지만,가상의‘소비’를통해가상의적에대한공포를현실화했다.국제스파이단이흥미로운읽을거리로,스파이가유행어로등록된그시점에이미가상의적에대한공포는현실적효과를발휘하고있었다.
일례로이미1932년“괴상스러운중국미인”이라고묘사된여자스파이에대한검거소식이신문지상을장식하는데이는중일전쟁이후본격화된스파이담론의예고편이라할만하다.오히려전시동원체제국민방법정책에서스파이담론은흥미유발을통해적대적인경계심을내면화시켰고,이는적대와공격성을특징으로하는파시즘정치가‘흥미’나‘재미’를어떻게활용하는지전형적으로보여준다.이는오늘날온라인상에존재하는유튜브사이버렉카들의흥행을떠올리게한다.

전쟁기식민지지식인의남방을향한시선
‘암흑기’로표상되는전시동원체제에도모범생들은공부에여념이없었다.아니저자에따르면전시동원체제조선의청년학생들은‘공부’의자리를지정받게된다.저자는당시연희전문학생의메모를사례로삼아논의를확장한다.세계대전의와중인1942년크리스마스를기념해영일대역본에남긴자필메모는당대청년학생의어떤내면을보여준다.이를두고저자는“태평양전쟁기의조선지식인의심리는영어와일어가상호번역되는세계,그세계를학습하고상호번역의원리를학습해야한다는강박관념과불안같은게아니었을까?”라고질문한다.그러면서자기언어가존재하지않는세계,영어와일어만이존재하는세계를바깥에서‘배우고익혀야’한다는의무와열망이야말로,피식민자인조선인의내면이었고,이를선명하게보여주는것이남방(오늘날의동남아시아를말한다)에관한관심이라고분석한다.
남방담론은1938년을전후로급증하여,1941년에서1943년사이에는관련담론이조선의매체를장악할정도로넘쳐나게된다.남방담론은향후의전쟁의승패를예상하고전망하는형식으로도나타나지만,주된형식은종족지와시였다.조선에서생산된남방종족지는오래된식민지로서의조선의위기감과불안감,어쩌면새로운기회가될수도있을남방에대한기대와선망이복잡하게뒤얽혀만들어졌다.
총독부는남방에대한관심을주로일본의대동아성전의혁혁한전과를조선인들이인지하는정도의선으로제한했고남방자원이나남방건설에대한조선의관심을철저히경계했다.그럼에도불구하고조선인들의남방에대한열기는가라앉지않았다.남방점령은중국,동남아시아의여러민족집단,서구의제국주의등의다양한행위자들뿐아니라,기존의일제의식민지였던타이완과조선,만주국등여러행위자들사이의충돌하는이해관계의소용돌이를불러일으켰고이를통해조선의담론공간을들끓게만들었다.동시에남방이라는새로운점령지가부상하면서조선이맡을수도있을미지의역할에대한기대가담론곳곳에서확인되며이는남방을매개로아시아에서의조선의위치에대한‘자부심’이고양되는일단을보여주는것이었다.

중국은‘공기’이자‘위험’이었다
전시동원체제일본제국에게중국적인것은도처에편재하는공포의대상이자,제국을안으로부터오염시키는미지의병균과같았다.저자에따르면이는단지비유가아니다.전시동원체제에서일본제국에게중국적인것은외부의적이지만온전히외부가아닌,내부에잠재된것이다.중국적인것은외부와내부의경계를혼란스럽게하고파괴하는것으로인지된다는점에서역설적이지만외부와내부를가르는모든경계를구성하는인자가되었다.
중국적인것은조선적인것에병균처럼들러붙어있고,일본제국에대한반감을독처럼퍼트리고,일본제국이라는성스러운신체를병들게하는것으로비유된다.중국적인것은박멸하려해도다시살아나는병균이고숨만쉬어도감염되는바이러스이며,공기그자체이기도했다.저자가보기에이러한전파매개적신체성이야말로우리가오늘날정동이라고부르는개념과가장가까운특성을보인다.전파매개적신체성을이런식으로규정하고박멸할대상으로보는방식은2025년현재에도법적개념으로한국사회에현존하고강력하게작동하고있다고저자는본다.
전시동원체제아래에서는조선을중국의파생물이나혼종물로보는담론이늘어난다.조선적인것은중국적인것을향한지향성의운동으로고유성이나원본성을찾을수없는것이다.조선은“지나적조선문화”로규정되기도했다.중국적인것은상해조계,스파이,폐풍의온상으로표상되며가짜와진짜가뒤섞인분열된신체로그려진다.그러나중국을단지병리적전파매개물로만호명하려는시도에도불구하고,중국적인것은여전히지워지지않는‘하위지각적힘’으로조선의감각과상상력을감싼다.일본제국은조선을중국의영향에서떼놓으려고온갖수단을동원했다.사상통제와풍속통제를통해‘정보’와‘비정보’를가르는검열체제는결국무엇을보이고,무엇을느끼지못하게만들것인가를둘러싼정동의정치였으며,그속에서중국적인것과조선적인것은함께인종화되고분할되었다고이책은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