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다중의 웅성거림 (전 지구적 예술, 정치 그리고 포스트포드주의)

예술적 다중의 웅성거림 (전 지구적 예술, 정치 그리고 포스트포드주의)

$27.00
Description
글로벌 예술 현장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완벽한 생산 단위인가, 아니면 새로운 공동체를 창출하는 다중의 웅성거림인가? 이 책은 포스트포드주의 시대 전 지구적인 예술 현장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파스칼 길렌은 오늘날의 예술 세계가 유연한 노동, 프로젝트 기반 작업, 끝없는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이상적 모델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비엔날레는 비물질노동을 위한 ‘탈제도’가 되었고, 예술가들은 불안정한 유목적 삶을 미학화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러나 길렌은 이러한 분석에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 개념, 미셸 드 세르토의 창조 이론을 경유하며, 예술적 실천이 지닌 저항과 자율성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예술 작품의 저자성은 개인이 아닌 집단적 ‘웅성거림’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다중의 창조적 에너지는 자본주의적 포획을 넘어설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길렌의 탐구는 예술적 사건과 예술적 흐름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전 지구적인 움직임 속에서 ‘친밀함’과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이번 세 번째 개정판은 예술의 정치적 차원, 자율성, 예술과 윤리, 그리고 민주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길렌의 최신 통찰을 반영하여 대폭 개정되었다. 이 책은 예술사회학의 고전이자 오늘날 창조 노동을 사유하는 필수 텍스트다. 1부 ‘전 지구적 예술과 포스트포드주의’에서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속 예술의 결정, 비엔날레의 제도적 변화, 예술 현장의 경제적 착취 구조를 분석한다. 2부 ‘억압적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예술의 정치’에서는 세계화 시대 예술적 자유의 조건, 공동체 예술의 정치성, 상황적 윤리를 논한다.
저자

파스칼길렌

PascalGielen,1970~
벨기에출신의예술사회학자이자문화이론가이며,현재벨기에앤트워프대학교사회과학대학의예술사회학교수로재직하고있다.또한동대학교연구소인‘문화적공통장연구실’(CCQO)의소장을맡고있다.흐로닝언대학교예술사회학교수를역임했으며,틸뷔르흐폰티스예술대학교의‘사회속의예술’연구석좌교수로활동하며현대예술의사회적역할에관한논의를주도해왔다.예술사회학,문화정책,그리고문화적유산과정치를주요연구분야로삼고있으며,특히포스트포드주의체제에서예술노동이어떻게자본주의에포섭되거나혹은저항하는지를분석하는데탁월한역량을보여준다.최근에는‘공통장’개념을바탕으로예술적자유와민주주의,그리고지속가능한문화적생태계를위한제도적상상력을검토하며대안적인사회모델로서의예술정치를부각하려고시도한다.또한다작의학자이자편집자로서시각예술에서현대무용에이르기까지다수의책과논문을저술했다.주요저서로는『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CommunityArt(공동편집),TeachingArtintheNeoliberalRealm(공동편집),InstitutionalAttitudes(편저),Commonism(공동편집),TheArtofCivilAction(공저),SensingEarth(공저),Trust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지은이서문7

1부전지구적예술과포스트포드주의
1장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16
2장전지구적네트워크에서‘결정되는’예술53
3장비엔날레:비물질노동을위한탈제도111
4장예술현장:경제적착취를위한생산단위?130
5장노마데올로지:유목적존재의미학화140
6장타율성을경유한자율성161
7장제도적상상력:평평하고유동적인세계에서예술을다시정착시키기178

2부억압적자유주의,민주주의그리고예술의정치
8장민주주의의예술214
9장예술적자유와세계화238
10장세계화시대의예술정치학258
11장억압적자유주의280
12장공동체예술지도제작315
13장상황윤리:예술적생태학345

감사의글382
‘사회속의예술’시리즈385
옮긴이후기387
참고문헌395
인명찾아보기406
용어찾아보기410

출판사 서평

벨기에출신의세계적인예술사회학자,파스칼길렌
파스칼길렌(PascalGielen,1970년생)은벨기에앤트워프대학교산하앤트워프예술연구소(ARIA)에서문화·정치사회학정교수로재직하는문화사회학자이자저술가다.앤트워프대학교에서‘문화적공통장연구실’를이끌며,예술제도와공공성,공통장(commons),창의노동을둘러싼조건을비판적으로연구해왔다.또한발리츠(Valiz)출판사에서출간되는국제시리즈‘사회속의예술’시리즈의편집장을맡고있다.
파스칼길렌은이미국내주요미술관의초청으로몇차례방한을한바있다.2018년에는국립현대미술관서울이주최한국제심포지엄‘수직에서수평으로:예술생산의변화된조건들’에서‘신성한미술기관에서공유하는미술기관으로’를주제로기조발제를했다(링크).그보다앞서2016년서울시립미술관에서열린SeMa비엔날레미디어시티서울에서는‘창조적도시와예술:예술,정치,도시의삶’을주제로워크숍을진행했다(링크).
길렌은이번에한국에소개되는첫단독저서『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2009/2015[2026])을비롯하여동시대예술,문화정치,창의산업과비물질노동,공통장에관한다수의저작을통해국제적으로알려져있다.그의저작은영어,중국어,러시아어,스페인어,터키어등여러언어로번역되어,동시대예술이처한노동,제도,정치의조건을탐구하는주요참고문헌으로읽히고있다.

웅성거림의두얼굴
이책의제목에포함된웅성거림(murmuring)이라는낱말은사전적으로는“나지막한숨소리에섞인불명확한발화”를뜻한다.저자는책의1장「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에서이단어의어원을따라의미를넓힌다.murmuring은그리스어mormurein에서파생된단어로반짝임(sparkling),쉬잇거림(fizzing)까지포함하는것으로확장될수있다.길렌이보기에중요한점은웅성거림은어떤경우에도무의미하다는것이다.웅성거림이무의미해보이는것은,그것이어떤‘외부의실재’를가리키지못해서일수도있고,반대로의미가너무과잉되어또는모순과역설이겹치고서로상쇄되어발화가표류하기때문일수도있다.웅성거림은“비어있음”이기도하고“너무가득참”이기도하다.
길렌은이양가성을예술의현재조건과연결시킨다.오늘의예술은의미를요구받지만,그의미는고정되기어려운다성적소리들로분산된다.그렇게웅성거림은동시대예술이살아움직이는방식을드러내는개념이된다.

신자유주의시대에중심부로이동한예술
우리시대에예술이‘주변부의낭만’이아니라,도시경쟁과산업전략의‘중심부’로이동했다는점에대해이의를제기할사람은없을것이다.이책에따르면1980년대이후“예술가”의수는비약적으로늘었고,예술을바라보는사회적시선역시뒤집혔다.한때예술대학진학은의아함과조롱,연민을불러왔지만,이제창의성,혁신,진정성,엉뚱함마저기업과정책의어휘로흡수되었다.
길렌은근대예술이중심부로나아가는길을스스로닦아왔다고주장한다.초기근대예술계는포스트포드주의적노동윤리가처음시연된일종의실험실이었다.탈산업경제가요구하는것은프로젝트기반사고,불안정한계약(혹은무계약),유연한시간,신체와정신의이동성,그리고소통능력과창의성이다.한때예술현장이자부하던가치가이제는자본주의축적을가동하는운영코드가되었고,신자유주의적노동체제를지탱하는장치로활용되고있다.그리고이는예술가들의지위,삶,예술비평의역할,미술관의기능등예술계에광범위한영향을미치고있다.
신자유주의시대에우리가마주하고있는체제는길렌의표현에따르면‘억압적자유주의’이다.이체제는자신이말하는자유를불신하며그것을통제하고측정하고관리하려든다.숫자(통계,성장곡선,이윤폭)가신성시되고자유는확대되기보다정밀하게조정된다.예술역시예외가아니다.예술가는기업가로재정의되고,관객은수치로환원되며,보조금은‘개입’으로낙인찍힌다.효율과경쟁의언어가모든영역을장악하는동안“무엇이상실되고있는가”를묻는질문은점점더희미해진다.

동시대예술은웅성거림으로존재한다
이책의1장「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은‘소유의이데올로기는저자,창작자,작품을개별화해고립시키지만,실재하는창조는사방으로흩어지고증식하며무리지어들끓는다’는프랑스철학자미셸드세르토의문장으로시작한다.길렌은세르토에공감하면서창조는원래부터하나의고정된대상이아니라,여기저기서솟아오르고섞이며확장되는운동에가깝다고본다.
도처에들끓고약동하는삶이존재하지만,그것은박물관의벽안에갇히는순간역설적으로정지되고만다.1970년대에세르토는문화는아직공인되지않은주변부에서증식한다고말했다.세르토에따르면이러한창의적활기는정의하기어려운어떤집단적주체(acollective),끊임없이이동하며한순간나타났다다음순간사라져버리는무리(swarm)에속해있다.그러나소유의이데올로기가이를추격하여예술적대상이나상품으로탈바꿈시키는순간창의적인활기는증발해버린다.이때웅성거림은경제적,정치적,그리고무엇보다미디어가소비하기좋은방식으로회수되고포착될수있도록이해가능한어휘와고정된의미로응고된다.
길렌에따르면오늘날의예술계는종사자의숫자가과거와비교할수없을만큼늘어났다는면에서나작동방식의면에서나세르토가말한바의예술적다중,또는무리로형성되어있다.1970년대에문화의변방에서포착되었던창의적활기는오늘날예술및경제생활의중심이되었다.그결과문화및창조산업이번성하고있다.오늘날의예술계는끊임없이서로를부정하고침식하며동시에소환하는역설적인의미들로가득찬장이다.집단적인시각적,청각적웅성거림이야말로오늘날예술계의모습이다.그리고중요한점은웅성거림은의식적이든아니든경제적혹은미디어적논리에포섭되기를거부하는태도를표명한다는것이다.즉,예술적다중의웅성거림은억압적자유주의의잠재적인창조동력이되기를원치않는다중의태도를표현하기도한다.

포스트포드주의도시에서예술“씬”(현장)은어떻게기능하는가?
작은갤러리,실험극장,대안영화관,무용학교,라운지바같은공간들이높은밀도와유동성을가진구역에모이면‘예술씬(현장)’이형성된다.길렌은포스트포드주의경제(유동적근무,높은이동성,초연결성,유연성,창의성과성과집착)에서씬이특히기능적인결속장치가되는이유가무엇인지묻는다.‘현장’(scene)이라는말이예술,연극,퀴어,마약,범죄처럼“상식적인것”의바깥을가리킬때주로쓰인다는점은,씬이혁신과이단성을나타내왔음을보여준다.
하지만오늘의씬은더이상‘대안의피난처’만이아니다.변두리였던담론이중심으로진출하면서‘대안/독립/아방가르드’는도시가스스로를판매하기위한브랜드가되었고,현장혹은씬역시품질보증마크처럼기능한다.그럼에도현장은폐쇄적회원제그룹과달리느슨하고유연한관계의자유를제공하며,암묵적규범(분위기,언어,취향,연결방식)을통해소속감을만들어낸다.세계화된도시들에서현장은낯선곳에서도통하는준거틀이되어“충분하지만지나치지않은친밀감”을제공하는임시적안식처가된다.
동시에씬은‘보는것과보이는것’의무대이기도하다.보이지않으면씬에속하지못하고,아이디어는공개된자리에서수행되며,목격자와평판속에서교환된다.그래서표절과가로채기에대한편집증이상시화된다.비엔날레,미술관같은준공공인프라는현장을더가시화하고지속시키지만,그대가로예술노동은프로젝트,임시계약(혹은무계약),밤샘과열정을‘자유’로포장한채정상화되기쉽다.길렌이경고하는지점은바로여기다.현장의자유는“자유가노동을만든다”는윤리로쉽게전환되고,도시정책과기업논리가이를흡수하는순간씬은낭만이아니라착취의생산단위가될수있다.이점에대해서는4장「예술현장:경제적착취를위한생산단위?」에서집중적으로서술된다.

시장에맡길수록감시와규제는늘어난다
11장「억압적자유주의」는네덜란드문화정책을사례로,유럽전역을휩쓴긴축담론이어떻게예술활동에대한더많은규제와감시로이어지는지보여준다.예산삭감과공공서비스민영화는“자연스러운해법”처럼선전되지만,길렌은그중립성자체가특정한정치적전환을정당화하는이데올로기라고지적한다.위기는“어쩔수없다”는언어로오래준비된변화(시장화,탈정치화)를밀어붙이는구실이된다.
핵심은자유시장을확대할수록규제가줄어들기보다는오히려규제,감사,인증,평가를수행하는위탁된관료장치가더크게팽창한다는역설이다.정부는물러나는듯보이지만,실제로는‘감시의민영화’로통제의외주화를확장하며불신과관리의기술을정교화한다.그래서‘자유’는약속되지만,그자유는늘조건부로만주어진다.
이과정에서문화예산은줄어들뿐만아니라용처가달라진다.창작과공공서비스에쓰여야할자원이관리,평가,보고,컨설팅같은파생적규제서비스로흘러들어간다.동시에문화내부의언어도바뀌어‘지원’은‘정부개입’으로,관객은고객으로,예술가는(창의적)기업가로재정의되며근본적비판은‘비현실적’이라는이유로밀려난다.길렌은문화가전례없이소유되고통제가당연시되는시대에,실용주의적언어와선의의실천마저체제에전유될수있음을경고하며,예술이시장의‘절대적진리’에맞서는다른가치와대안적모델을적극적으로구상해야한다고촉구한다.

측정과효율의세계를깨는예술가들
13장「상황윤리:예술적생태학」은아감벤의도발적명제,즉수용소가오늘날정치공간의원형이라는가정을출발점으로삼는다.예외상태의일상화속에서국가는헌법같은안정적규칙보다위기대응용“조치”를앞세운다.그결과사적공간과공적공간의경계가흐려지고,정치는시민의권리보다“순수한생명”을관리하는삶권력으로축소되는방향으로기운다.
길렌은이흐름이거시적인정치의문제에만머물지않는다고본다.포스트포드주의노동조건은집과직장,휴식과노동의구분을무너뜨리고,특히프리랜서와지식노동자들은항상연결된상태로살아가며자신의삶을스스로노출한다.온라인에서의자기공개는누구나쉽게타인의삶에접근하고그것을평가하고통제할수있는상태를만든다.이때개인은“타자의눈에나는어떤대상인가”라는불안을상시적으로떠안고대체가능성에대한공포와히스테리같은병리도사회전반으로번진다.
길렌이제안하는대안은예술이오래축적해온“상황윤리”를지금의생태위기와통제의시대에다시활용하는것이다.여기서상황윤리란상황에적응해살아남는처세가아니다.오히려예술가가전시,공연,서사,연습과반복같은표현수단을통해“상황자체를생산”하는능력이다.즉,측정가능한수치와효율의언어가현실을한가지방식으로만고정할때,예술은그고정을깨는다른시간감,다른규칙,다른관계맺기방식을실제로만들어보여준다.길렌이과타리를끌어오는이유도여기에있다.생태윤리는과학적지식만으로는사람들의삶을움직이지못하고,예술적상상력과형식이결합될때비로소감각적기준과실천의리듬으로“작동”할수있다.
이미억압적자유주의의수용소에맞서는데익숙한예술가들은이때능력을발휘할수있다.예술은단수적인아이디어를집단적토대위로옮겨(길렌의표현으로는제도화,함께제도화)지속가능한습관과관계로번역하는기술을갖고있다.이기술을오늘의조건에적용하면,예술은위기의속도에끌려가며임시조치만반복하는세계에맞서,느림,반복,리허설,서사화같은방식으로책임의범위를다시설정할수있다.예술은상황에순응하는것이아니라새로운상황을만들어내고,자연과사회와정신을함께다루는생태학적윤리를훈련하는방식으로작동한다.예술적상황윤리는위기와통제의흐름에맞서다른가능성을상상하고실험하는능력으로서,오늘의정치와삶을다시설계하기위한하나의방법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