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만든역사를쓰다
2015년6월15일빅토리아시대에지어진링컨성감옥에서열린강연에서라인보우는자신의스승인E.P.톰슨,그리고『미국민중사』의저자하워드진같은역사가들의작업으로널리알려진‘아래로부터의역사’라는표현대신자신은‘목이만든역사’(historybytheneck)를더선호한다고말한다.그이유는‘아래로부터’라는표현에높이의위계가남아있기때문이다.왕은높은왕좌에앉는다.판사는높은법대에앉는다.장교는높은말위에오른다.폭격수는하늘에있다.라인보우는이런높이의감각이우리의언어와사고를감염시킨다고본다.그래서그는“아래”가아니라“목”의역사를쓰려한다.(출처:유튜브링크)
그의첫책『목매달린자들의런던』(원서초판출간년도는1991년)은바로그런작업이었다.2025년에『목매달린자들의런던』한국어판을위해보내준지은이서문에서라인보우는자신의작업이“배경은런던,시대는18세기,주제는사형,논제는계급투쟁”이며,“목”에서출발했음을다시강조한다.이때“목”은은유만이아니다.그것은실제로교수형당한사람들의목이다.『목매달린자들의런던』에서라인보우는18세기런던타이번교수대에서목매달린가난한사람들을연구했기때문이다.그곳에는잉글랜드인만있지않았다.아일랜드인,아프리카계미국인,스코틀랜드인,웨일스인이있었고,그들은액자같이생긴삼각나무교수대에매달렸다.라인보우의시각에서그들은범죄자이기보다는이후노동계급이될프롤레타리아트의일부였다.그들의삶과죽음은자본주의의형성과맞물려있었다.
사형과자본
라인보우는책의서문에서사형을뜻하는영어표현‘capitalpunishment’에자본을뜻하는‘capital’이들어있다는점에주목한다.형법과형벌의맥락에서capital은죽음을뜻한다.그래서‘capitalpunishment’는국가가법의이름으로인간의생명을박탈하는형벌이다.반면경제학에서capital은축적된부와생산수단을뜻한다.하나는죽음이고,다른하나는부의토대다.라인보우는이모순적결합이단순한우연이아니라고본다.
라인보우는사형과자본의관계를추적한다.『목매달린자들의런던』은산노동에대한조직적인살인인사형(capitalpunishment)과산노동에대한죽은노동의억압인자본의처벌(punishmentofcapital)사이의관계를탐구하는책이다.18세기런던의교수대는새롭게형성되는자본주의적재산질서가노동하는빈자들에게자신의법을각인시키는현장이었다.노동자들이작업장과부두와배에서관습적으로“취했던”생계수단은점차절도와범죄로규정되었다.
라인보우는또한“죽음통치”(thanatocracy)라는개념을제시한다.죽음통치란생명을빼앗을수있는권력으로통치하는체제다.라인보우에게근대법과자유주의의토대에는사형의권력이놓여있다.그러나그는사형을법률적처벌로만보지않는다.자본주의는임금과생계수단의가치를낮추고,인간의노동과생명을죽음에가까운상태로몰아간다.그런점에서18세기타이번교수대는자본주의바깥의잔혹한예외가아니었다.그것은산노동을죽은노동의지배아래복속시키는자본주의형성기의폭력적언어였다.
밧줄끝에매달린런던의가난한사람들
18세기초런던은스스로인구를유지할수없는도시였다.사망이출생을훨씬초과했다.그래서라인보우는18세기초런던은“살인마”였다고본다.런던은도시로의이주를통해유지되어야했고계속해서사람을빨아들였다.농촌에서밀려난사람들,아일랜드의기근을피해온사람들,과부와버림받은아내와미혼모들이도시로들어왔다.그리고그들중일부는타이번의삼각교수대에매달렸다.
라인보우는1703년부터1772년까지타이번교수대에서교수형에처해진남성과여성1,242명의생애사를분석한다.이1,242명의생애사를가능하게한자료는18세기정기간행물『타이번에서처형당한악인의품행과고백그리고유언에대한뉴게이트교회사의이야기』에실린짧은전기들이다.이정기간행물은뉴게이트감옥의교회사(敎誨師),즉사형수에게종교적훈계를하고마지막고백과유언을기록하던성직자가작성해출간한것이다.이전기들은사형수의죄목과마지막말만이아니라출신지,직업,도제살이,가족관계,이동경로를담고있었다.라인보우는이를교구기록과도제기록같은다른사료와대조했다.그리고그안에서교수형당한사람들이단지“범죄자”가아니라런던의노동하는빈자였음을밝혀냈다.라인보우는자신의연구를‘타이번학’이라고지칭하면서그들이어떻게살았고,왜‘범죄자’가되었으며,그들의행위가어떻게지배질서를바꾸도록압박했는지를추적했다.
어떤사람들이어떤죄목으로교수형을당했을까?몇몇예를들어보자.시골지역크로이던에서태어난존버튼은런던에서식사제공없이,생계를꾸리기에턱없이빠듯한주당4실링을받고일했다.그는모직모자두개를훔친혐의로교수형에처해졌다.1722년3월14일일명애플비,또는존도우로불린제임스애플턴은가발세개를훔친혐의로교수형에처해졌다.엘리자베스폭스는한주택에서9파운드와포르투갈동전다섯개를훔친혐의로교수형에처해졌다.메리더튼은피커딜리에서시계를훔친혐의로1742년교수형에처해졌다.메리스탠포드는손수건과4기니를소매치기한혐의로교수형에처해졌다.메리화이트는6펜스상당의앞치마를훔친혐의로교수형에처해졌다.이책을빼곡히채운이사례들을읽다보면가장먼저다가오는것은죄목의크기와형벌의크기사이의압도적인불균형이다.18세기런던의법은가난한사람들의생존의몸짓을범죄로만들었고,이들을교수대에세웠다.세인트제임스의가난한여성레베카하트는석탄을훔쳤다.치안판사앞에서그녀는이렇게말했다.“부자를강탈하는빈자에게죄는없어요.”
교수형은계급전쟁의무기였다
E.P.톰슨은18세기를“한편으로는타이번,감옥선,브라이드웰(감옥)의관점에서,다른한편으로는범죄,폭동,폭민행동의관점에서계급전쟁이벌어진시기”라고썼다.교수형은바로이계급전쟁의중심에있었다.18세기런던의노동하는빈자들은살기위해작업장에서,부두에서,배에서제품이나생산재료를‘취했다.’이‘취하기’는단순히훔치는것과는다르며생산과정에서노동자들이해당물품을전유하는행위를가리킨다.라인보우는런던의형사재판관할권기록보관소와중앙형사법원에서발간된『재판기록』을토대로‘취하기의역사’를이끌어낸다.
런던의빈자들에게절도는단순한일탈이아니었다.생존의문제였다.당시노동계급은먹고살기충분한임금을받지못했다.일을해도생계를꾸릴수없었던이들은배에실린통에서담배를‘취해서’팔고돈을나눠가졌다.양복장이는천을‘취하여’‘양배추’로전유했다.양배추는옷감을작업하다발생한자투리천조각들을둥글게모아부수입으로챙긴것을가리킨다.보석상하인은가게바닥을쓸어귀금속을‘취했다.’이책에는이러한전유행위와전유된물품을가리키는은어가아주다양하게등장한다.이러한‘취하기’는작업장에따라허용된것이거나관습적인것일수있었지만늘투쟁에의해서만창조되고유지되는것이었다.그래서‘취하기’는늘공격받거나범죄화되면서계급투쟁의중심에있었다.바로이러한계급전쟁에서교수형은단순히범법자를처벌하는하나의형식이아니라관습적권리를범죄화하고‘사유재산을존중하라’는교훈을되풀이하는극적인장치였다.
책의제목과부제에대하여
저자가이책의제목을‘런던교수형’(즉지배권력의행사)이아니라‘런던에서교수형에처해진사람들’(이책의원제TheLondonHanged를옮기면이런뜻이된다)로지었다는것은그가국가권력보다는목매달린자들에초점을두고있음을보여준다.이러한관점에서그는푸코가“대감금”의시대로표현했던18세기를계급적시각에서풍성하게펼쳐보인다.물론이책에서자세하게서술되는것처럼노역소,감옥,공장,배등다양한감금시설이그시기에두드러졌던것은사실이지만,감금은언제나탈감금이라는대항실천을불러일으켰다.노동하는빈자들은갇혀있기를거부하고탈출하며지배질서를교란했다.책의1장에서등장하는탈출의대가잭셰퍼드는탈감금을예증하는인물이다.
한국에이미소개된저자의다른책『마그나카르타선언:모두를위한자유권들과커먼즈』(갈무리,2012)는중세잉글랜드를배경으로숲공통장이어떻게민중의안전망으로작동했는지,관습적으로인정되던그권리(공통권)는어떻게공격받고와해되고다시지켜졌는지,즉계급투쟁을통해산출되고유지되었는지보여준다.잘알려진것처럼그러한전(前)산업시대공통장은16세기에본격적으로진행된인클로저를통해크게사라지고위축되었다.
이책에서가장흥미로운대목중하나는다섯가지생산양식,즉수공업,선대제,매뉴팩처,플랜테이션,배(선박)를중심으로도시작업장공통장이어떻게노동하는빈자들에의해창출되고유지되었는가를살피는지점이다.‘취하기’는바로그러한도시공통장을만드는활동을가리키는명칭이다.이활동은보편적이지않았으며노동과정에따라,지형에따라다양했고상황적인실천이었다.그에따라이‘취하기’,즉관습적전유는임금이라는경제적언어로환원될수없었으며맥락에따라매우다양한언어로불렸다.“양말하기”“쓸기”“럼프하기”“양배추”“쉐이킹”“럼보”“포킹”“토끼”“플러시”“블레싱”“잘라내기”“던지기”...이제는거의잊힌이다양한단어들은모두특유의상황에서특유의방식으로이루어진‘취하기’를가리킨다.이렇게취해진것들은임금으로는충분하지않았던노동자들의생계를뒷받침했다는점에서이는새로운도시작업장공통장이라고말할수있다.라인보우는이것이관습적인권리였으며,시골공통장의관습(공통권)과어느정도유사하다는점을상기시킨다.또한그것은태곳적부터있던권리가아니며살아있는투쟁에의해서만창출되고유지된다는점에서도그러하다.이것이이책의부제를‘18세기영국노동계급공통장의죽음과삶’이라고붙인이유다.
이책의현재적의의
그렇다면18세기런던의사형수를다룬이책이21세기한국의우리에게갖는의미는무엇인가?가장중요한의의는이책의핵심논지와연결된다.노동하는빈자는애처로운역사의제물만이아니라역사를변화시키는세력이라는점,즉이들의투쟁으로부터지배질서의대응으로이어지는역사의변증법이형성된다는사실이다.이러한점에서18세기목매달린자들의역사는21세기우리에게도중요하다.우리역시그들처럼단지무기력하고수동적인‘피해자’나‘희생자’만이아니라역사를이끄는세력일수있다고계속해서우리에게알려주기때문이다.이책은제도정치의진부함에신물이난독자들에게다른정치와역사의가능성을보여줄것이다.
두번째의의는이책이공통장에대한새로운시각을열어준다는데있다.이미많은연구자들이잘보여준것처럼공통장은고정된사물이아니며우리의존재론적조건으로서늘새롭게창출된다.이책은그동안잘알려졌던자연자원공통장과는다르게산업도시에서어떻게비화폐적인방식의공통장이만들어졌고기능했는지구체적으로보여준다.물론이책이보여주는도시공통장은중세장원의공통장이그랬듯사라졌지만,18세기런던이라는구체적인시공간에서그랬던것처럼공통장은늘새롭게구성된다는사실자체를이책은매우설득력있게보여준다.우리는이러한이야기를쫓아21세기우리의도시에서도새로운공통장을이야기할수있고함께만들어갈수있을것이다.
책의구성
이책은18세기런던의교수형을네개의시기로나누어살핀다.첫번째시기는금융자본주의가부상하던1690~1720년이다.여기서는잭셰퍼드의탈출,로크의주권론,타이번교수대의사회학이다뤄진다.두번째시기는중상주의가강화되던1720~1750년이다.이시기에는노상강도,선원,양말하기,통,소비세같은문제를통해상업과범죄화,교수대의관계가드러난다.세번째시기는매뉴팩처가확대되던1750~1776년이다.라인보우는이시기런던의다양한직종을따라간다.푸주한,하인,제화공,방직공,석탄운반부,아일랜드이주민등이등장한다.이들은단순한범죄자가아니라작업장과거리,부두와시장에서생계를만들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