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조건을넘어서미래의더나은형태의생명/삶을위하여
생태위기,경제위기,정치위기라는삼중위기로대표되는오늘의세계는이른바인류세의파국적국면으로불린다.이국면에서가장두드러지는사태는“흑인의생명도소중하다”라는구호가표상하듯이인간이든비인간이든대다수형태의생명/삶이너무나하찮게여겨지는것처럼보인다는것이다.특히인간이든비인간이든생명은자주계산가능한자원이나관리대상으로취급된다.
보통‘인류세’라는용어는인간활동이초래한기후변화와생물대멸종의지질시대를뜻한다.그러나주카우스카이테가보기에인류세는기술적이고공학적인진보와정량적사유에의해규정되는인식및가치체계도함축하는개념이다.화석자본주의체제아래에서인류세는도구주의적기획으로나타난다.이기획은생물이든무생물이든자연의잠재력을,무한정활용가능한‘자원’으로환원한다.인류세는생명/삶을통제하고조절하며착취하고도구화하는생명정치를수반한다.
또인류세는순전히기술적인프로젝트이다.인류세는지구공학같은물리적이고기술적인수단의도움으로생태위기가해결될수있다는믿음을수반하기때문이다.그러나지구공학적해결책은인류세의파국을넘어서는길이되기어렵다.인류세의파국은인간이자신과다른생명체들의존재조건을훼손해온결과이다.그런데지구공학은그결과를낳은논리를다시반복한다.생명을수량화하고,계산하고,관리하려는정량적논리를되풀이하는것이다.그러므로우리가인류세조건을극복하고새로운형태의생명/삶을고안하기위해서는질적변환을이루어낼수있는잠재력을갖춘새로운사유방식과실천양식을정립하는것이급선무이다.
‘유기체지향존재론’이라는새로운사유방식
이러한맥락에서아우드로네주카우스카이테는‘유기체지향존재론’이라는새로운사유방식을제안한다.이사유의출발점에는두가지통찰이있다.하나는“스스로원인이자결과”로서의유기체가자연목적을갖추고있다고본칸트의주장이다.다른하나는“생명권력에저항하는것은생명자체이다”라는푸코와들뢰즈의통찰이다.주카우스카이테에게서유기체는창조성,우연성,관계성,변화를위한잠재력으로특징지어진다.실체들에기반을둔존재론들과대조적으로유기체지향존재론은유기체를발달하고진화하는존재자로,여러모양과형태를갖추는존재자로본다.또한변화를위한잠재력을품은존재자로검토한다.
이사유는공생체와통생명체,혼종과키메라를존재론적조건으로개념화한다.그럼으로써우리가어떤형태들의생명/삶이살만한가치가있는지변별하고분류하며결정하는생명정치적권력에저항할수있으리라는전망을제시한다.유기체지향존재론은기술도새롭게이해한다.기술은외부에서인간을위협하는적대적인것이아니라오히려우리내부의기관들과유기체들의확장된투사물들로서이해된다.이책에서저자는과정성,다수성,잠재성이라는세가지개념들을우선시하는유기체지향존재론이인류세조건을넘어서미래의더나은생명/삶을위한조건을창조하는데도움이되는사유방식이라고주장한다.
주카우스카이테의이책은대륙철학의전통안에서유기체개념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살피며,유기적사유가어떤방식으로전개되어왔는지에대한이론적개요를우리에게제공한다.특히이책은현대프랑스생명사상의유산을오늘의문제와연결하는데도움을준다.저자는현재프랑스생명사상의유산이우리가유기적체계를사유하는방식과어떻게교차하는지를제시하면서,현시대의몇가지중대한정치적교착국면,예컨대생명정치의현황과인류세개념의처리방식과관련된교착국면을타개하기위해그것은갱신되어야한다고주장한다.이처럼이책은지구가점점더생명/삶에부적합한장소가되어가는시대에,더바람직한생명/삶의미래를사유할실마리를제공한다.따라서인류세이후의생명/삶을고민하는독자에게,또프랑스생명철학의간략한변천사를접하고자하는독자에게이책은좋은안내서가될것이다.
유기체지향존재론의개관
기계론은유기체의현상을물리학의법칙과작용으로환원한다.반면생기론은그현상을어떤초월적이고불가사의한생기력에귀속시킨다.기계론과생기론의대립을극복하고자현대대륙철학의여러사상가는생명/삶의현상들을물질의상호작용속에서스스로질서를만들어내는자기조직화의관점에서해석하고자했다.
예컨대,20세기초에제안된‘유기체론’은생명/삶현상이유기체조직의층위들과형태들을살펴봄으로써설명될수있을뿐이라고주장했다.전후에전개된‘사이버네틱스’와‘체계이론’은유기체를재귀적인과성을통해서발달하고변화할수있는자기조직화체계로서검토했다.시몽동과스티글러같은사상가들은인간기관들과그기능들의연장으로이해되는기술의발전과정을개체발생의일반과정으로서술하는‘일반기관론’을제시함으로써생물학적기관들과개체들,기술적객체들과사회적조직들을모두유기체들로서포괄했다.들뢰즈와과타리는유기체를하나의회집체로이해할수있도록유기체개념을재구성했다.이러한관점은공생,공동생성,통생명체같은개념들과도이어진다.러브록과마굴리스의‘가이아이론’도이흐름에놓인다.이들은상호작용하는유기적체계들과무기적체계들의회집체로서지구가하나의거대한유기체와도같은자기조직화체계로간주될수있다고보았다.도나해러웨이는생물학적회집체로서공생하는혼종유기체의존재양식을‘공동생성’이라는개념으로설명했다.유기체지향존재론은,자기조직화체계로서의유기체개념을실마리로삼고서현대철학과체계이론에서비롯된다양한가닥을자기생성과공동생성의개념들및생명철학과함께하나로엮어내는이론이다.
유기체지향존재론과객체지향존재론
유기체지향존재론은다양한형태로발달하고진화하고변화하는유기체의개념에기반을두고있으며,과정성,다수성/다양체,그리고잠재성(질적변화를위한잠재력)을우선시한다.반면객체지향존재론은모든관계로부터물러서있고명확한경계를갖춘것으로서의객체개념에기반을두고실체성,개별성/단일체,안정성(비관계성)을우선시한다.
‘안정성’을규범으로삼는객체지향존재론에따르면,비관계적실체가관계속에서이루어지는행위와과정보다우위에있다.그리고객체는변화와우연성을압도하는본질을지니고있다.또객체들은서로연결되어있기보다는오히려서로분리되어있으며,다중적인것이라기보다는오히려단독적인것이다.따라서객체지향존재론은또다른판본의실체형이상학을제시한다고간주될수있다.
반면에,변화의여지를품고있는‘준안정성’을규범으로삼고있는유기체지향존재론에따르면,행위와과정이실체와본질에우선한다.유기체는끊임없이진화하고변화하는것으로여겨진다.유기체는장기적으로안정적인경계를갖추고있기보다는오히려이런저런발달단계의결과이다.유기체는어떤순간에도그존재에의해규정되지않고오히려끊임없이유기체를변화시키고유기체에의해변화되는환경과맺어진관계에의해규정되기때문에영원한본질을갖추고있지않다.유기체는결코개별적인것도아니고자기동일적인것도아니다.유기체는그밖의유기체들과끊임없이뒤섞이고,다수의공생적관계를확립하며,자신의환경에적극적으로영향을미치기때문이다.
유기체지향존재론의의의
유기체지향존재론은우리시대의이론이여전히유기체로부터배울것이있다고주장한다.유기체지향존재론은인간존재에관한우리의이해를변화시킨다.우리가다른종들과맺은관계들뿐만아니라기술적객체들과맺은관계도재고하는새로운방식을제공한다.인간을다른종들과관계맺는존재로,기술적객체들과도얽혀있는존재로보기때문이다.나아가유기체지향존재론은행성적규모에서이루어지는유기적체계들과무기적체계들사이의복잡한상호작용을설명할수있다.그뿐만아니라생물학적회집체로서공생하는혼종유기체의공동생성적존재양식도설명할수있다.
유기체지향존재론이시사하는바는,과정과발달과잠재력에초점을맞출뿐만아니라변화와우연성에도개방되어있는유기체중심의사유모형이우리로하여금생명/삶의통제,조절,착취,도구화를일삼는생명정치적권력에저항할수있게하고기후변화와인공지능같은인류세현상들을더잘이해하고극복할수있게하는데도움을줄수있다는것이다.유기체지향존재론에따르면,창조성,우연성,가소성을갖춘유기체의특질덕분에우리는인류세의파국적국면을벗어나서더바람직한형태의생명/삶의미래,인류세너머의생명/삶을희망할수있게된다.
책의구성과개요
현대대륙철학,특히시몽동에서뤼예,들뢰즈와과타리,스티글러,말라부에이르기까지프랑스생명사상의역사를개관하는이책은서론,일곱개의장,그리고결론으로이루어져있다.
「유기체지향존재론을향하여」라는제목의서론에서주카우스카이테는,이책을저술하게된동기와지향점을서술한다.여기서주카우스카이테는,인간및비인간생명체들의존재조건을파괴하고생명/삶의해체를가속화하는인류세의파국국면에서기술적진보와정량적사유가사회적으로바람직한질적변화를만들어내지못했을뿐만아니라현시대의생태위기와정치위기에도제대로대처하지못하는현실을지적한다.그리하여이책에서저자는,자기조직화와자기생성의역량을갖춘유기체에기반을둔유기체지향존재론이생명정치적권력에저항하고최근의도전에대처하면서질적변화를모색하는데유용할수있는지를묻고자한다.특히이책의목적은“질적변화를만들어낼수있는과정성,다수성,그리고잠재성에의거하여유기적가소성을재고”하고위해유기체지향존재론을규정하는것임을밝힌다.
1장「질베르시몽동:존재론에서개체발생으로」에서저자는시몽동에관한논의로시작하면서시몽동의개체화이론을강조한다.특히,저자는‘변환’이라는시몽동특유의개념,즉차이와불균등성을부정하거나환원하지않고오히려하나의체계또는구조로재구성함으로써유지하는절차로서의변환개념에집중한다.이장에서는시몽동의개체화이론이생물학적개체화의독특한궤적을규정할뿐만아니라,기술적개체화역시생물학적개체화에깊이뿌리박고있음을보여준다는논점이제시된다.
2장「레이몽뤼예:유기적의식」에서는뤼예가개진한생명철학이논의된다.여기서저자는질료와형상의덫을회피하는것에대한시몽동의관심과전성설및목적인설의교착국면을회피하려는뤼예의시도사이의유사성을주장하는데,시몽동과마찬가지로뤼예는경계지어진개체들에관심을기울이지않고오히려과정들과생성들에관심을기울인다.이장에서는유기체를동등잠재성과자기살핌의역량을갖추고있는일차의식으로규정하는뤼예의정의가고찰됨으로써인간의식이어떤생물학적연속체의한국면이라는논점이제시된다.
3장「질들뢰즈와펠릭스과타리의생명철학」에서는유기체에관한들뢰즈와과타리의작업이집중적으로논의된다.특히,저자는들뢰즈와과타리가뤼예와시몽동에게서관념들을차용하여변형시키는구체적인논점들을짚어낸다.이장에서는들뢰즈와과타리가유기체론에적대적인자세를견지하면서유기체를공생과비자연적참여에열려있는하나의회집체로구상할것을제안하는동시에공생을공-작동과다중상호작용으로규정되는하나의다양체로해석한다는논점이제시된다.
4장「카트린말라부:이성의가소성」에서는생명의주요특질로서의가소성이라는개념에대한고찰이이루어진다.여기서저자는말라부의작업을생명형태의잠재성과연관시키며,신경적인것과심리적인것의관계를강조한다.말라부가‘대뇌적무의식’이라고일컫는것은뇌와마음사이의간극,사유의생물학적기원과논리적기원사이의간극을개방한다는논점이제시된다.이장은“생물학적가소성덕분에우리는생명[삶]과주체성의상이한형태들을구상할있”게되고,“규범성의압력에서벗어날수있게된다”는도발적인주장으로마무리된다.
5장「일반기관론:유기체와기계사이」에서는시몽동,르루아-구랑,깡길렘,베르그손,스티글러,후이등의사상가들에관한논의를통해서유기적인것으로서의기술적객체들에관한이론,즉일반기관론이검토된다.여기서저자는,신체적기술적사회적기관들의절합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