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와 같이 실천했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에서 등불을 밝힌,
고승대덕들의 도저한 수행과 실천의 역사
우리시대의 ‘스타 멘토’에는 스님이 여럿 포진해 있다. 이미 입적한 법정 스님을 필두로, ‘즉문즉설(卽問卽說)’로 유명한 법륜 스님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사회 불안이 가중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요구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스님들이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스님들의 오아시스 같은 말씀은 위안을 주고 위로가 된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일그러진 현실에 브레이크를 걸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고 올바른 삶의 길을 찾게 끌어준다. 스님들의 말씀은 마음의 공기청정기다. 사람들은 그 청정기에 힘입어 마음을 추스르고 궁핍한 시대를 헤쳐 간다. 스님들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어둠이 깊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스님들은 사회의 멘토였다. 사람들은 스님들의 말씀에 의지하며 고단한 현실을 견뎠다. 멘토는 일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님에게도 수많은 멘토가 있었다. 이를테면 멘토가 사랑한 멘토, ‘멘토들의 멘토’가 되겠다. 불교의 전등사(傳燈史)를 환하게 밝히고 있는 기라성 같은 고승대덕이 그들이다. 이름만 대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고승대덕들은 자신의 수행을 통해 부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수많은 제자에게 영향을 끼쳤고, 나아가 일반 대중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었다.
“고승들의 행적은 부처의 가르침을 배워 후세에 전하고자 했던 정신문화의 총화다.”-「시작하며」에서
‘인류의 영원한 멘토’, 48인의 고승대덕 열전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는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맞춰 기획된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 중 세 번째인 ‘승(僧)’이다. 첫 번째인 ‘불(佛)’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고(『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두 번째인 ‘법(法)’에서는 석가모니 부처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 내용을 살펴보았다(『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 이번 책에서는 부처의 삶에 감동받아 그 가르침을 따라 산 스님들의 삶을 조명한다. 즉 ‘인류의 영원한 멘토’로 지리매김한 동아시아 스님 48명의 수행과 실천의 거대한 생을 좇는다. 아난과 도안에서 수월과 닌쇼까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쟁쟁한 스님들이 주인공인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나는 동아시아 스님 열전’이기도 하다. 그리고 각 스님들의 수행 이력을 따라잡는 가운데 불교의 특성을 손에 쥘 수 있다.
먼저, 인도 편에서는 아난과 가섭, 마명, 용수, 무착과 세친이 주인공이고, 중국 편에서는 도안, 혜원, 구마라집, 지의, 도선, 현장, 법장, 선도, 혜능, 영가, 마조, 백장, 황벽, 조주, 임제, 설봉, 운문, 영명, 허운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한국 편에서는 자장, 원효, 의상, 혜초, 도의, 의천, 지눌, 일연, 보우, 나옹, 서산, 사명, 경허, 수월이, 일본 편에서는 사이초, 구카이, 호넨, 신란, 묘에, 에이사이, 도겐, 잇펜, 닌쇼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간 사람들이다. 부산에서 서울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듯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이 책은 각 스님들의 생애를 핵심만 뽑아서 소개하되 중심이 되는 일화에, 이와 통하는 옛 그림을 접목시켜 수행의 진리를 진하게 추출해낸다. 마명과 강도의 「화청출욕도」, 용수와 작자 미상의「운룡도」, 도안과 강세황의 「벽오청서도」, 도선과 동기창의 「봉경방고도」, 혜능과 김홍도의 「혜능삼매」, 백장과 대진의 「어락도」, 조주와 두경의 「죽주거」, 허운과 장조화의 「유민도」, 원효와 김홍도의「남해관음」, 의천과 김명국의 「달마도」, 서산과 허련의 「완당난화」, 묘에와 에니치보 조닌의 「묘에쇼닌 상」, 닌쇼와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아타케 대교의 소나기」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한중일의 옛 그림은 불화(佛畵)를 비롯한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사군자, 병풍화 등 동아시아 미술사를 장식한 걸작들이 동행한다(물론 일부는 ‘조각’에 해당하는 불상도 있다). 그것도 스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단순한 보조 자료가 아니라 스님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미술사적인 맥락을 토대로 알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어서 더욱 주목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옛 그림은 스님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스님의 삶은 옛 그림의 이해를 북돋워준다.
“육조혜능부터 임제의현까지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들을 살펴보면 가끔씩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조주종심, 임제의현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시대도 다르고 이들이 교화를 펼친 방법론과 개성도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치 한 사람의 배우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나온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다르되 가르침의 핵심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자를 가르치는 교육방식은 다르지만 그 근저에는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핵심 사상이 흐르고 있다.
형호와 이성, 관동과 범관은 모두 북방 산수화를 대표하는 화가들이다. 그들의 산수화에는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양식이 있다. 웅장하고 험준한 산세, 장송(長松)과 거목(巨木), 높은 산(高山)과 폭포 등이다. 남방 산수화와는 다른 북방 산수화만의 특징이다. 한 눈에 봐도 북방 산수화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징표다. 이런 특징은 형호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범관의 작품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형호의 작품과 범관의 작품이 같은가? 전혀 다르다. 이성의 작품도 범관의 작품과 같지 않다. 마조도일이 백장회해와 다르고 조주종심이 임제의현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한 뿌리에서 났으되 전혀 다른 꽃을 피운 꽃과 같다. 스승과 같아지는 것을 추구하는 대신 스승을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우를 범하지 않고 달을 볼 줄 알았다. 그림에서도 선종에서도 기라성 같은 거장들의 출현이다.”-「한 뿌리에서 났다고 향기까지 같으랴」에서
지은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앞세워 옛 그림 이야기를 펼치거나 옛 그림을 통해서 스님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미술 교양서 저술로 옛 그림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스님 이야기에 옛 그림 이야기를 잇대어서 스님의 수행 역정(歷程)을 옛 그림과 화가들의 삶에서도 확인하며, 양자를 통합해서 더 큰 깨달음으로 현실을 보게 만든다.
고승들의 수행에서 배우는 실천하는 삶
이 책의 힘은 무엇보다도 고승대덕들의 도저한 수행과 실천에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은이의 구도행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를 매력적으로 빚는 강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가 부처님의 생애, 경전 소개, 스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른 책들과 차별화되는 점의 하나도 이것이다. ‘불법승’ 삼보를 이끄는 에너지는 불자인 저자의 구도행이다. 지은이는 그것을 이렇게 토로한다.
“처음에,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부처의 생애만 쓸 예정이었다(『옛 그림 불교에 빠지다』). 내 능력으로는 부처의 생애만 추적하는 것도 벅찬 수준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과유불급임을 알면서도 굳이 부처의 가르침(『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을 좇았고, 결국 조사들까지 연재 범위를 확대시킨 이유는 다음의 문장 때문이었다. / “선의 등불(禪燈)은 가섭의 마음에 켜시고, 가르침의 바다(敎海)는 아난의 입에 부으셨다.” /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됐다. 부처님이 밝힌 진리의 등불이 2559년의 세월을 건너 우리 집 안방까지 붙여졌다. 팔만대장경을 가득 채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내 마음속에서 바다처럼 출렁거렸고, 어둠속에 빛나는 환한 불빛은 신기루처럼 황홀했다. 출렁거리는 바다와 황홀한 불빛에 취해 이끌리듯 오다 보니 불법승 삼보가 되었다. 가섭의 마음에 켠 선의 등불과 아난의 입에 부으신 가르침의 바다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싶다는 열망이 무모하게도 여기까지 오게 했다.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문장의 출처가 바로 『선가귀감』이다.”-「오늘 심은 자비의 씨앗 하나」에서
이런 열정이 각 스님들의 이야기 밑바탕에 흐르고 있다. 그것이 책을 뜨겁게 만든다. 저자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해서 만난 부처의 위대한 생애를 지나 그들의 경전을 거쳐, 마지막으로 48명의 스님들의 수행기를 체화한 것이 이 책인 것이다. 그리고 스님들의 수행을 통해서 실천의 중요성을 부단히 일깨운다.
“팔만대장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 심(心)’ 자라고 얘기한다. 고승대덕들은 그 마음을 알기 위해 수많은 경전을 보고 수행을 한 사람들이다. 선(禪)과 교(敎), 경전 공부와 실천은 불교 수행의 양 날개다. 날개 하나로는 하늘을 날 수 없듯 선과 교 중 하나만 빠져도 수행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천은 독단에 빠지기 쉽다. 실천이 결여된 이론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론은 실천에 의해 검증되어야 하고 실천은 이론에 의해 틀이 잡힌다. 달마대사가 도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이치로 들어가는 것(理入)과 행으로 들어가는(行入) 두 가지를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치를 알아야 행으로 들어갈 수 있다.”-「시작하며」에서
“수행은 내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위해주고 챙겨주는 것이 수행이다. 경전 한 권을 줄줄 외우는 것보다 한 문장이라도 삶으로 실천하는 것이 수행이고, 그 수행을 이어나가는 것이 보림이다. 그 시작은 지금 바로 이 자리다. 내가 여자든 남자든 젊든 늙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현재 있는 자리에서 상대방을 위해 정성을 다해 거안제미를 하는 것이 수행이고 보림이다. 수월 스님의 삶이 그렇게 말한다.”-「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수행 시작하기」에서
“한 사람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