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과 사랑에 빠진 경제학자,
한국의 아름다움과 컬렉션을 이야기하다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 그 힘과 에너지, 눈에 익어 있고 몸에 배어 있으되
정작 우리 자신은 모르고 있는 느낌이나 율동 같은 것. 나는 그 아름다움에 대해
딱딱한 서술이 아닌 따뜻한 감성으로, 즉흥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
고미술과의 만남, 오래된 것들과의 대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매혹의 컬렉션 여정
지은이는 우연한 기회에 한국 고미술에 매료된 후, 25년 넘게 그 아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는 데 열정을 쏟았다. 이 책은 고미술과 사랑에 빠진 열정의 컬렉터가 그의 오랜 화두인 ‘우리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찾아 헤맨 여정에서 얻은 사유와 체험의 기록이자, 고미술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자, 또한 그 오래된 아름다움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며 내미는 따뜻하고 다정한 유혹의 손길이기도 하다. 생업은 경제학과 교수로 비록 고미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히려 고미술을 향한 그의 자유롭고 애정 가득한 시각과 해석은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고 열린 마음으로 고미술, 그리고 고미술 컬렉션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책의 전반부는 ‘고미술 컬렉션’에 대한 지은이의 인문학적 접근이자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고미술이란 무엇이며 고미술 컬렉션은 어떠한 속성과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미의 원형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이를 통해 우리 고미술에 내재된 미의식과 조형적 특징을 알아보고,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컬렉션’의 참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했다. 책의 후반부는 고미술 컬렉션의 실전 편이다. 고미술 컬렉션 시장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보고, 현장을 움직이는 시장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는 여정이다. 더불어 좀 더 실질적인 차원에서 고미술 컬렉터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이미 그 길을 걷는 컬렉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은이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고미술품은 새로운 재화의 생산이 불가능한 유한의 존재이고 고가(高價)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저 멀리의 어떤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컬렉션의 세계에서는 고미술품 역시 사고파는 물건이고 그 시장에도 보편적인 경제논리가 통용되는 만큼, 경제학자이자 고미술 컬렉터인 지은이의 시선으로 본 우리 컬렉션 시장의 모습은 이성과 감성, 애정과 미움, 비관과 희망이 교차하는 복잡다단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한 고미술과 고미술 컬렉션의 변화무쌍하고 다양한 특성 때문에 고미술시장은 더욱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컬렉션,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사랑과 본능,
그리고 욕망의 알레고리 또는 변주곡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때 소유하려는 “아름다움”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을 독점하고자 하는 “욕망”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신앙과 삶, 미술이 분리되지 않았던 오랜 옛날부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창작은 시작되었고, 미(美)의 추구와 쓰임의 가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던 이 시기부터 창작과 함께 컬렉션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아름다움의 소유를 컬렉션이라 부른다면, 컬렉션 문화는 권력과 경제력, 자본주의의 흐름과 함께 발달했으며, 미술품의 창작과 거래, 컬렉션 문화는 축적된 자본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풍요를 통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컬렉션의 발전사에서 지은이가 주목하는 부분은 권력이나 경제력, 시장의 논리에 충실해야 할 자본이 컬렉션 세계에서는 비이성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상호 대척점에 있을 것만 같은 탐욕스런 자본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술창작은 컬렉션의 장(場)에서 소통하고 화해하기도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내면에는 미묘한 사연과 감정들이 존재하는데, 때문에 지은이는 미술품 컬렉션을 “차가운 자본의 논리를 넘어 따뜻한 감성과 열정으로, 때로는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으면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 말한다. 또한 그러한 인간의 심리구조와 행태의 본질을 “아름다움을 향한 사랑과 본능, 그리고 욕망의 알레고리 또는 그 변주곡”이라 하며, 이는 컬렉션에 대한 자신의 경험적 정의이면서, 그 의미를 풀어가는 질문과 대답이 이 책의 핵심 주제어이자 화두라고 이야기한다.
한국미의 원형은
자연, 삶, 미술이 하나 되는 자연주의적 미학정신
지은이는 “우리 고미술에 배어 있는 작위(作爲)하지 않은 아름다움, 자연의 본능이 감지되는 아름다움, 평범함 속의 비범함, 무욕과 무관심은 사고(思考)가 시작되기 이전의 아름다움이며, 그 아름다움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고, 만일 인간이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무아지경에 있는 인간을 통해 자연이 스스로 표상된 것을 의미하는 것일 텐데, 그러한 상징적 무작위적 자연주의 미학정신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미술의 토양이 되어왔다”라고 말한다. 즉 한국미의 원형이자 근원은 자연과 삶과 미술이 하나 되는 자연주의 미학정신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 민족이 지금껏 터 잡고 살아온 한반도의 풍토는 이러한 아름다움의 원형을 낳는 모태가 되었고 양육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으며, 그 속에서 우리는 은근함과 여유, 자유로움의 미의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러한 전통과 요소들이 한데 버무려져 들풀과 같은 강한 생명력을 가진 한국의 미가 표출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의 목표가 ‘세찬 힘의 구사’에 있다고 할 정도로 장대하고 졸박(拙樸)하면서도 야성이 넘치는 고구려 미술.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물산, 활발한 해양교류의 영향으로 개방적이면서 본연의 인간미가 살아 있는 백제의 조형양식. 화강석을 진흙 만지듯 만만히 다루며 수많은 불상과 석탑을 만들고, 북방의 강건함(고구려)과 남방의 부드러움(백제, 신라)을 통합하고 거기에 국제적 감각을 수용하여 민족 미술의 초기 원형을 이룩한 통일신라. 도자미술과 불화, 금속공예 분야에서 화려 섬세한 중세 귀족문화의 시대를 열고 궁극의 아름다움을 꽃피운 고려. 중용과 절제의 유교적 미학, 근대적 자각과 실학의 발달로 자연주의 조형정신을 심화, 발전시킨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책에서는 시공을 초월하여 하나의 맥으로 이어져온 한국미의 원형적 요소들과 함께,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변주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생성, 변화, 진화해온 한국미술의 특질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 고미술시장의 명과 암, 그리고 희망
고미술 컬렉션이란 “제작 기록이 없거나 제작된 지 오래된, 그리고 장르 구분도 명확하지 않은 여러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는 일”이다. 고미술품은 수집과 완상(玩賞)의 대상이면서 경제적 가치를 가진 투자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물건을 다루는 고미술시장은 컬렉션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곳이지만, 엄연히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는 현실 공간이다. 다만 이 공간은 상거래의 기본 속성을 따르고는 있지만, 상품의 특성상 일반 제품들과는 다른 별난 거래 행태를 보인다. 고미술품의 시장구조와 거래 행태를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고미술품의 진위 여부는 거래에 있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작품성이 높고 오래된 것일수록 희소성과 가치가 있고, 현대의 일반적인 상품과는 반대로 집안에서 사용하고 감상하면서도 경제적 가치가 상승한다. 공산품이나 현대 생존 작가의 작품들처럼 생산 제작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한된 공급구조 하에서 거래를 통해 손바뀜이 이뤄진다. 지은이는 고미술시장의 주요 특징으로 정보의 비대칭성과 레몬마켓의 속성을 든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거래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데, 이러한 시장에서는 정보력을 많이 가진 사람이 정보력이 부족한 상대에 비해 정보의 왜곡이나 오류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문제점도 있다.
25년 넘게 고미술시장을 드나들며 다양한 고미술계 사람을 만난 지은이는, 고미술계에 대한 사랑과 미움, 기대하고 우려하는 자신의 안타깝고 복잡한 감정을 토로한다. 고미술시장은 차갑고 비밀스러운 분위기, 명품을 앞에 둔 세속적인 계산, 정보의 비대칭성과 느슨한 시장 규율, 컬렉터와 상인들의 노후화, 그런 틈새를 파고드는 가짜와 아류의 범람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의 낭비 등 미묘한 특성과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지은이의 소박한 기대와 희망은 몇 가지 긍정적인 개선책으로 제시된다. 시장 기능의 효율화, 거래 관행의 개선,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정보 공유, 다양한 관련 기록의 데이터베이스화, 경매시장의 활성화, 젊고 새로운 전문 인력의 유입, 거래 당사자들의 책임 있는 행동과 노력으로 가짜가 걸러지고 시장은 건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구성원들이 건전한 양식과 시장에 대한 애정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거래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시장의 자정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아름다움을 독점하는 경제행위,
컬렉터를 위한 컬렉션의 다섯 가지 팁
컬렉션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독점하는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행위이자 개념이면서, 동시에 영역과 대상에 대한 파악, 시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습득, 정보 파악과 자본 관리 등 현실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경제행위다. 마치 정신적 사랑에 육체적 사랑이 조화하여 참된 사랑이 완성되듯, 컬렉션의 세계는 감성의 영역과 이성의 영역이, 또한 관념의 영역과 실행의 영역이 결합된 복잡 미묘한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컬렉션의 길에는 정답도 왕도도 없다고 하지만, 지은이는 이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사람과 이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섯 가지 팁,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한다.
하나. 긴 호흡과 긴 안목, 느림의 지혜와 부단한 끈기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에서 대상은 아름다운 생명체로, 영혼의 반려자로 다가오게 된다. 둘. 미술에 대한 취향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고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