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극장 (사진의 순간들, 기억의 단편들 | 양장본 Hardcover)

기억 극장 (사진의 순간들, 기억의 단편들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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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 사진가 이갑철이 1979년 제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자는 우연히 마주친 이 사진을 예사로이 보고 지나치지 못했다. 바다, 그것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이 가려던 그곳, 제주에서 찍은 사진이라서다. 『기억극장』은 사진가 이갑철이 1980년대에 찍은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기억에 관해, 결국에는 그 기억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오늘 우리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사진을 매개로 벌어지는 일종의 심리극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갑철의 1980년대 사진을 한 장씩 꺼내어 보여주면서 거기에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하나씩 털어놓는다. 사진을 보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독자들 또한 자신의 기억을 겹쳐놓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는 죽어 있던 마음들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새로운 시간이 만들어지는 희망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

김은산

저자김은산은대학에서사회학을공부하고,대학원에서영상이론과문화연구를공부했다.사회적인분석과미학적인시선이교차하는영역에서작업을해오고있다.지은책으로『비밀많은디자인씨』(양철북,2010),『대한민국부모』『애완의시대』(이상공저,문학동네)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1굽은다리로걸어가는사람들
-오래된집
-소의행방을묻다
-소실점의자리
-고궁을나서며

2시대를기억하는세가지방식
-어떤몸짓
-의상을입어라
-시대의공기

3옛날여자와옛날남자
-가족이라는형식
-어른과아이
-해변의가족

4유년의유원지
-어항이부서지던오후
-서정시를배우는시간
-운동장조회
-멀리서들리는사이렌소리

5가면,얼굴들
-가면들
-TV속의남자
-한낮의퍼레이드
-얼굴들,헐벗은

6징후들
-서울역에서만난어머니와아들
-기억나지않음
-서부영화의첫장면
-론리스트레인저
-미래라는낱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삶은사진을닮아갔다”
흑백사진속,묻어둔시간을찾아서

우비를입은사람들이먼바다를하염없이바라보고있다.사진가이갑철이1979년제주에서찍은사진이다.무언가혹은누군가를기다리는사람들의뒷모습.이책의지은이는우연히마주친이사진을예사로이보고지나치지못한다.바다,그것도돌아오지못한아이들이가려던그곳,제주에서찍은사진이라서다.우리도마찬가지다.2014년4월의그날이후우리는이사진에30여년후에일어난다른사건을겹쳐볼수밖에없게되었다.

“사진은어떤전조같았다.우리가맞게될삶을예견했고,삶은사진을닮아갔다.또다른시간,또다른항구에서돌아오지못한사람을기다리며바다곁을지키는사람들이있었다.우리역시또다른시간,또다른장소에서그해봄바다와마주쳤다.우리도그바다를떠나지못했다.”_「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이사진과소설가조세희가1980년광주이후에“슬프고겁에질린사람들을위”해쓴책(『침묵의뿌리』)에이끌려이책을썼다.사진은아픈기억을건드려책을써야겠다는동기를제공해주었고책은그러한글쓰기의전범이되었던셈이다.그리하여지은이는사진가이갑철이1980년대에찍은사진들을찬찬히살펴보며기억에관해,결국에는그기억이축적되어만들어낸오늘우리의모습에대해이야기한다.

“사진과기억이시간에저항하면서우리에게되돌려주는것은무엇일까.그것은추상적이고,물리적인‘시간’도,우리를짓눌렀던‘시대’도,무정하게흘려보낸‘세월’도아니다.우리가버려두고돌보지않은시간,우리자신에게일어난일이지만,결코그순간깨닫지못했던이야기들,바로우리자신이다.”

과거의사진이현재를소환하고,과거의기억이현재의사건과중첩된다.이국적으로느껴지기까지하는흑백사진들은그러나기묘하게도우리의오늘과연결되어있다.그도그럴것이,이것은우리가잊고자했지만끈질기게되살아난우리자신의모습이기때문이다.이렇게과거의사진이자꾸오늘의현실을환기하는이유는무엇일까.그것은이모든과거가제대로종결되지않았기때문은아닐까.결국이사진들을통해지은이는눈돌리지말고제대로바라봄으로써앞으로한발나아가고자하는소망을투사하고있는것은아닐까.

기억과감정을증언하는사진들
이책에수록된사진들은대체로‘타인의땅’이라는제목으로묶인1985년부터1990년사이에찍힌사진가이갑철의작품들이다.이갑철은이연작에대해다음과같이말한다.

“1985년부터1990년까지‘타인의땅’을찍던기간은개인들뿐만아니라한국사회전체가엄청난변화를겪던시기이기도했다.서울올림픽을전후로하여단기간에도시의외관이바뀌었고,외형적변화외에도기존의관습과인습등많은것들이흔들렸다.나는이과도한시절을통과하는중이었고,사진기라는눈을하나더가진목격자였다.”
_『타인의땅』(열화당,2016)서문에서

이갑철의카메라는날카롭다.그는우리가망각으로이끌려들어가기직전의순간을카메라의셔터를눌러포착한다.콘트라스트가강한그의사진을보고있으면어딘가모르게불편해진다.그불편함의정체는무엇일까.지은이가지적하듯그의1980년대사진이우리앞에들이미는것은기록으로서의역사가아니다.“그의사진은과거의파편에가깝다.프레임으로잘려버린,파편화된조각들.우리에게닥친그무엇으로인해조각나버린시간들.파괴된이야기,직면하고싶지않은이야기의조각들”이다.이갑철의카메라는‘사건’을기록하지않았다.그는한국인의정서와감정의목격자이며,그의사진은기억과감정의증언이다.
이갑철의사진에얹힌글들은한편으로는지은이의자서전이면서우리각자의초상이되기도한다.책은영화「곡성」에서본듯한낡고곧허물어질것같은오래된집에서출발한다.우리가오래전떠나온이집은황급히치우고묻어버린우리자신의기억,과거,역사의상징물이다.이갑철의사진을바탕으로그시대의풍경을묘사하던글은지은이자신의존재를가능하게한가족의탄생,어린시절이야기,또성인이된후겪은몇가지소소한에피소드들로이어진다.그러나글은개인적인이야기에만머무르지않는다.과거와현재가겹치고개인적인것과집단의기억이섞여들어간다.
결국묻어버린기억을파헤쳐진실을마주하는것,그것이이책을관통하는문제의식이자주제다.세월호는전국민에게트라우마를안긴거대한재난이었지만,그사건과그이후일어난일들은과거에일어난일들의반복이라기시감마저들정도였다.한시인이말한것처럼“앞으로달려온줄만알았더니제자리에서선뜀박질”이었던것이다.
『기억극장』은사진을매개로벌어지는일종의심리극이기도하다.이갑철의1980년대사진을한장씩꺼내어보여주면서지은이는거기에자신의기억과감정을하나씩털어놓는다.사진을보고그이야기를들으며독자들또한자신의기억을겹쳐놓게된다.그과정에서어쩌면우리는“죽어있던마음들이조금씩되살아나”는것을느끼고“새로운시간이만들어지”는희망을꿈꿀수있을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