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맛 (회화적인 매력으로 감상하는 조선민화 80점)

민화의 맛 (회화적인 매력으로 감상하는 조선민화 80점)

$25.52
Description
머리와 가슴이 함께 하는 민화 맛보기!
80점의 작품으로 민화의 회화성을 밝힌 『민화의 맛』.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을 대상으로 전시 기획과 비평을 해온 미술평론가이자 한국 근대미술 연구자 박영택이 현대미술작품을 분석하듯이 80점의 민화를 품어서 회화적인 매력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오랫동안 상징체계를 위주로 논의되어 온 민화를 회화작품으로 보면서, 그 위에 상징성을 고명처럼 뿌린 저자의 작업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맛보는 민화는 화려한 궁중민화가 아니라 소박한 서민민화다. 민화를 구분하는 용어는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흔히 궁중민화는 직업화가인 화원(畵員)이 그린 정형화되고 엄격하며 화려한 채색의 완성도가 높은 민화를 말하고, 서민민화는 무명의 화공(畵工)이 그린 지극히 자연스럽고 어눌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민화를 일컫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민민화의 회화적 특질과 조형적 특성에 집중하는데, 옛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이 함께 해 분석적이지만 건조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서정적이다. 무명의 화공이 선묘와 색채로 표현한 마음을, 선묘와 색채의 화음에서 공 들여 읽어낸 저자의 시선이 몰입감을 높여주고, 민화의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저자

박영택

서울에서나고자랐다.대학원에서미술사를전공하고뉴욕퀸스미술관에서큐레이터연수를마쳤다.1990년부터1997년까지금호미술관에서큐레이터로일을했다.1999년부터현재까지경기대학교에서교수로재직중이며,전시분석,미술비평,큐레이터십,이미지읽기,현대미술의이해등을강의하고있다.1991년부터미술평론을시작했다.그동안수많은전시리뷰와서문,신문칼럼등을썼고,50여개의전시를기획했다.『예술가로산다는것』(2001),『테마로보는한국현대미술』(2012)을비롯해모두16권의저서와4권의공저가있으며,논문으로는「식민지시대사회주의미술관의비판적고찰」「한국현대동양화에서의그림과문자의관계」등23여편이있다.현재국립현대미술관운영자문위원,서울시립미술관운영위원,한국미술품감정연구원이사,정부미술품운영위원,아트페어평가위원,2020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자문위원을맡고있다.

목차

시작하며
회화성으로서민민화를즐기다

1.회화로본화초도
화초도1대숲에서불쑥만난대나무
화초도2거대한에너지의흐름을보여주다
화초도3세상에이런풍죽화가있다니
화초도4파초에깃든놀라운생명력과상상력
화초도5무심히자연계의순환을일깨우다
화초도6불국토사찰을장엄한괴석과모란의이중주
화초도7바람에뒤척이는‘풍모란도’의멋
화초도8착하고순한,화분위의‘탯줄코드’
화초도9대칭형구도로품은자연의이치
화초도10파초를가까이하며,파초를그린뜻

2.회화로본화조화
화조화1‘소상팔경’의유전자를간직한화조화
화조화2탁월한솜씨로숙성시킨선과색채의묘미
화조화3한쌍의새를보필하는괴석과나무와기물
화조화4순박하고착한범신론적인세계관
화조화5한쌍의새와꽃나무의담대한합창
화조화6화면가득방목한자연의생명체들
화조화7관찰과묘사가압권인새와나비의자태
화조화8대충그린듯한그림의오묘한맛
화조화9거미가오동나무사이에거미줄을친까닭은
화조화10꽃과새가연출한‘이상한긴장감’에빠지다
화조화11수양버들이나부끼는마음의유토피아
화조화12풍경화이면서화조화같은소상팔경도
화조화13장끼와까투리와꺼병이가함께하는꿩가족도
화조화14인물과화제가어우러진화조인물화의재미

3.회화로본문자도
문자도1새우로디자인한오묘한문자도,‘충’
문자도2구체적이면서단순한새우와대나무가있는문자도,‘충’
문자도3채색이화려한‘충’자문자도
문자도4초서체와함께한‘충’자문자도
문자도5‘대나무가족도’같은‘충’자의매력
문자도6‘의’자로편집한집과새,꽃의조화
문자도7기하학적으로디자인한‘의’자의조형성
문자도8‘의’자를검은색과붉은색으로연주하다
문자도9두마리새가있는혁필문자도
문자도10풍부한색채와이미지로가득찬‘신’자문자도
문자도11단색조에가까운‘신’자의은근한매력
문자도12일탈과파격의미,제주문자도‘염’과‘충’
문자도13붉은색점박이제주문자도,‘예’와‘신’
문자도14회화적인기교가가장돋보이는제주문자도,‘효’
문자도15앵두나무와할미새가빚은,‘제’자의우애

4.회화로본산수도
산수도1선적인풍미가득한,블랙홀같은산수도
산수도2문기진한민간의산수도
산수도3먹으로만조율한관동팔경도
산수도4‘낙산사’와‘총석정’으로본관동팔경
산수도5진경산수의에너지가느껴지는산수도
산수도6이른봄의풍경같은‘강천모설
산수도7포구로돌아오는돛단배가있는유기적인풍경
산수도8석인으로둘러싸인불심의바위산
산수도9이땅의아름다움을그린옹골찬산수화

5.회화로본책가도/책거리
책가도1기하학적패턴으로마감한추상화같은책가도
책거리1정물과함께한,세심한포즈의책거리
책거리2보라색가지와시원시원한파초를품은책거리
책거리3책거리의유전자를간직한,화조화같은책거리
책거리4한덩어리수박이매혹적인무심한책거리

6.회화로본어해도
어해도1선미를풍기는화조어해도
어해도2물고기세마리와‘독서삼여’의교훈
어해도3어류도감의세밀화같은물고기그림의회화미
어해도4쏘가리와자라가노니는물속풍경
어해도5선맛이인상적인‘무장공자’의초상

7.회화로본인물화
인물화1무심한선으로포착한,꽃구경하는남녀의한때
인물화2‘구운몽’을그린,어눌하고바보같은선묘
인물화3무속화같은,누각과인물표현의매력
인물화4거문고타는선비와기녀들의시선
인물화5파초잎을쥔,살구나무밑의공자

8.회화로본작호도/감모여재도
작호도1까치와호랑이도상에숨은뜻
작호도2두송이의영지와까치호랑이
작호도3금빛눈동자를한표범무늬호랑이의초상
작호도4강하고진한먹선의호랑이같지않은호랑이
작호도5발이큰호랑이와까치두마리
감모여재도1유불선이혼연일체가된,신주를모신사당도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민화는맛있는회화다!
화초도,화조화,문자도,산수도,책가도·책거리,어해도,인물화,작호도,감모여재도
미술평론가박영택이맛보고권하는,‘집밥’같은서민민화의회화성

이책은실로40년여만의수확이다.1970년대하반기,민화컬렉터이기도한작가이우환(1936~)은“민화는사실을직시하고그회화적특성을찾아내어,그속에서뛰어난예술성을갖춘것을골라냄으로써그회화적성격을밝히는일”(이우환,『이조의민화』,1977)이필요하다고지적한다.그후다수의민화관련서가출간되었고,논문들이나왔지만민화의회화적성격을밝힌단행본은없었다.이런상황에서80점의작품으로민화의회화성을밝힌『민화의맛』이출간되었다.이우환의지적이있은지40년여가지난시점의의미있는첫결실이아닐수없다.

서민민화의슴슴한회화성에주목하다

『민화의맛』이맛보는민화는화려한궁중민화가아니라소박한서민민화다.민화를구분하는용어는연구자마다다르지만흔히궁중민화는직업화가인화원(畵員)이그린정형화되고엄격하며화려한채색의완성도가높은민화를말하고,서민민화는무명의화공(畵工)이그린지극히자연스럽고어눌하면서도자유분방한민화를일컫는다.궁중민화가일류셰프들이만든고급요리같다면,서민민화는어머니가정성껏지은소박한‘집밥’같다.전자는선묘와구성이탄탄하고,채색이시각적인피로감을줄만큼강렬하다.반면에서민회화는길들여지지않은솜씨가,소박하고천진하기그지없다.처음보면낙서같아슴슴하지만볼수록정이가는그윽한맛이있다.“얼핏봐서는,아니자세히봐도미완성이자‘무지하게’못그린그림같은데,볼수록은근한매력이감돈다.”(44쪽)

한국근대미술연구자이기도한저자는동시대한국현대미술을대상으로전시기획과비평을해온미술평론가다.그런저자가현대미술작품을분석하듯이80점의민화를품어서회화적인매력을다각도로짚었다.민화는오랫동안상징체계를위주로논의되어왔다.순수하게조형적인차원에서,민화를보고이해하려는시각이매우드물었다.이같은현실에서민화를회화작품으로보면서,그위에상징성을고명처럼뿌린저자의작업은돋보이지않을수없다.

“이책은민화를철저하게회화작품으로보려는시각을견지하면,그것이지닌회화로서의맛,조형적인매력등에방점을찍고,그안에담긴한국의미감과민화의상징성등을얹어놓았다.”(7쪽)

조선시대후기에유행한민화는이야기그림이자특정텍스트를도상화한읽는그림으로,소재를과감하게단순화하거나형태를과장해서미적효과를낸기묘한추상성이매력이다.따라서민화는수박=다산,모란=부귀,파초=검소같은개별도상(圖象)들의상징성을몰라도작품의회화성자체를감상하는데지장이없다.발상이기발하고,묘사와구성이독창적이다.화면에표현된이미지만으로작품의회화적인묘미를얼마든지즐길수있다.저자역시“내게뛰어난민화는결국그림자체가탁월해서지,도상이지닌상징성때문은아니다”(8쪽)라고한다.

전체8장으로구성된이책은먼저,장문(長文)의「시작하며-회화성으로서민민화를즐기다」에서민화의전반적인이력에관해자세히언급한다.민화의태생에서부터민화의다양한명칭,민화연구의현실,그리고책의무게가실린서민화화와민화의뛰어난조형성에관한생각을곰비임비풀어놓는다.민화에관한기초적인배경지식을숙지한상태에서본문으로들어가면,각장의입구에는해당민화에관한소개글이배치되어있다.적은분량이지만각장르에관한핵심적인정보를쥐어준다.이어서‘화초도(花草圖)’에서부터‘화조화(花鳥畵)’‘문자도’‘산수도’‘책가도’‘책거리’‘어해도(魚蟹圖)’‘인물화’‘작호도(鵲虎圖)’‘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까지,민화의여러장르가펼쳐진다.각장르의작품들은서민민화답게자태가수수하다.못그린것같으면서도기이한매력을풍긴다.“같은도상일지언정저마다다르게그렸고,화면의구성도독특하며형언하기어려운드로잉의선맛과색채의조화가있다.”(22쪽)어슷비슷한소재나작품의미묘한표정이익살맞고재미있다.저자는민화의관상(觀相)을섬세하게읽는다.마치화공의작업과정을곁에서지켜보는듯한작품설명도압권이다.

“우선먹선으로대담하게,한번에그어완성한대나무줄기와괴석의처리가압권이다.거침없이먹선을휘두른,일필휘지의단호함이보인다.붓을위에서아래로힘차게긋다가대나무밑동부근에서잠시멈춘후이내힘껏내리누르고문지른다음,왼쪽에서오른쪽으로돌려가며괴석의윤곽선을리드미컬하게처리했다.마치알파벳‘W’자를쓰듯이말이다.산봉우리나능선을닮은바위의윤곽선이매우풍만하다.”(화초도,41쪽)

붓질과채색의생생한표현은감상에날개를달아준다.한작품에집중하는민화읽기가그리는과정만큼이나꼼꼼하다.세심한관찰은맨눈으로는스치기쉬운미세한부분과이면의연관성을흥미롭게밝혀낸다.상징성위주로감상할때보지못했던작품의체형과체질이구석구석인지된다.작품읽기는그리는과정,소재와소재의관계성,각소재의상징성등을챙기는가운데깊어진다.

이미지의,끈끈한‘내연의관계’를밝히다

민화는행복을부르는,유쾌한그림임에도비현실적인이미지의조합과낯선표현은독자를적이당혹스럽게한다.저자는이지점에서이미지와이미지간의창의적인‘내연의관계’를일목요연하게정리해준다.그결과,꽃과꽃,꽃과잎,꽃과나무,꽃과새처럼하나의주제를위해같은화면에편집된이미지들이어떻게서로에게기대고,서로를북돋우며상징성을발산하고더큰조형미를획득하는지,그관계의혈맥이손금처럼드러난다.

“아래쪽에자리한,대지에밀착된화분에서부터위로하염없이상승하는기운이최종적으로작은봉오리에귀결되어격하게진동한다.따라서이그림은보는이의시선을화분에서부터쭉밀고올라와작은봉오리에맺히게하는,대단히치밀하게계산된구도를내장하고있다.”(66-67쪽)

“생각해보면,맨하단에자리한두권의책에서투명한유리그릇에담긴수박이피어나고,이는다시위쪽의다양한책과두개의접시로이어진다.파란접시안에서붉은색접시가꽃처럼피어난다.이는유리그릇에자리한수박과동일한형태를반복한다.이접시위로다시책이배치되어있고,이는옆쪽에자리한화병같은기물에서두루마리와꽃과붓,은장도를피워낸다.이렇듯서로가연결되어모종의관계망을형성하고있다.”(285쪽)

언뜻보면,서로무관한듯한이미지들이실은선이나색,형상등으로긴밀하게연결되어있음을알수있다.서로의빈곳을채워주고에너지를받으면서,상징성이상의조형성까지실하게충전한다.민화는서민들의마음과화공의마음을품은하나의유기체다.잘나면잘난대로,못나면못난대로완전한조형세계인것이다.

조형미에서옛사람들의마음에감응하다

저자의작품읽기는조형미추출에만그치지않는다.민화에스민옛사람들의마음에‘사유의찌’를드리운다.그래서“민화에서묻어나는개인들의소박하고타고난품성이좋았다”(10쪽)고한다.화공이누구인지는알수없지만작품을통해그곳에깃든솜씨와개성,타고난마음에감응하는것,그것이민화감상의참맛임을곳곳에서토로한다.

“아름다운괴석과모란이다.(중략)색채감각이탁월하고대상의배치와조화가우수하다.보는순간마음에착착감겨드는맛이있다.온화하고부드럽고따스하다고표현하면부족할까?이런작품은결국그러한마음이있어야만가능한그림이라는생각이다.그림과마음이반드시등가관계를이룬다고기계적으로말하기는조심스럽지만그래도그림은결국그리고자하는대상을어떻게바라보느냐하는,그림을그린이의안목과마음이우선하는것임을부인하기어렵다.결국이런그림을그릴수있는것은그만큼자연을깊이있게바라보고주어진세계안에서자신의자리를찾는이의천진한태도와관련이있다.”(54쪽)

“나로서는이런담담하고소박한그림이더없이감동적이다.착하고순한마음으로세상을보는작가가전하는진솔한감동말이다.이는그림이솜씨의문제가아니라결국마음의문제임을알기에그렇다.이그림에는현학적인현대미술이진즉에잃어버린순결하고투명한마음이선연히있다.”(67쪽)

이책은서민민화의회화적특질과조형적특성에집중하지만건조하거나딱딱하지않다.분석적이지만서정적이다.머리와가슴이함께한다.서민민화처럼이야기가차지고곰살궂다.옛사람들의마음을헤아리는저자의따스한시선이동행하기때문이다.무명의화공이선묘와색채로표현한마음을,저자는선묘와색채의화음에서공들여읽어낸다.저자의맵싸한감동은독자의감동을자극한다.작품을사이에두고벌어지는마음과마음의공명이몰입감을높여주고,‘민화의맛’을더욱특별하게한다.

“그길들여지지않은아이들의그림과유사한담담한그림,소박한그림은그래서감동적이다.이는솜씨의문제가아니라결국마음의문제다.착하고순한마음으로세상을보는이가그린진솔한감동이민화가주는핵심적인맛이다.오늘날현학적이고논리적이며난체해야하는현대미술이진즉에잃어버린,순결하고투병한마음과소작한감각이민화에는울창하다.”(12쪽)

민화는알려고하지않는사람에겐결코제비밀을드러내지않는다.민화도“자세히보아야/예쁘다//오래보아야/사랑스럽다”.(나태주시「풀꽃」중에서.)이책은그렇게민화를감상하고편집한,묵은지처럼푹익힌‘서민민화첩(庶民民畵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