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다 (건축을 마주하는 태도)

집을 짓다 (건축을 마주하는 태도)

$22.00
Description
“나를 가르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인 최초,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최연소 수상자
건축가 왕수의 건축문화 에세이
중국인 최초,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최연소 수상자 건축가 왕수(王澍, 1963~ )의 책 『집을 짓다』가 아트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중국 사회에 중대한 변혁이 발생한 1980년대 혼란기 속에서 자신만의 독보적인 건축관을 구축하고, 오늘날 중국미술대학교 샹산캠퍼스, 닝보박물관 등의 건축물을 통해 중국의 자연과 역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건축가 왕수. 그의 인생과 건축관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바로 ‘Delight in Disorder(부조화 속의 조화, 멋진 무질서)’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언뜻 형용모순으로 들리는 이 말은 건축사 왕수(王澍)의 건축 인생을 한마디로 대변할 수 있는 용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건축수필집을 표방하고 있는 이 책은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한 일종의 도도한 잡설집(雜說集)이다. 수필, 회고록, 논문, 인터뷰, 사진, 산수화 등 다양한 읽을거리와 볼거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왕수 자신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각종 에피소드를 펼치면서 그의 기저를 이루는 사색의 깊이와 자연에 대한 사랑도 드러내 보인다.
마치 주변의 원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점점 그윽하고 깊숙한 산속의 비경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심오한 철학 세계를 거쳐 현실 세계로 비로소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랄까? 이 책은 마치 풍부한 차이를 모아 살아 숨 쉬는 집을 지으려는 그의 건축 유형학과 닮아 있다.
저자

왕수

건축가이자중국미술대학교교수.둥난대학교와퉁지대학교의겸임교수로활동하며,홍콩대학교와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객원교수이다.1997년그는아내루원위(陸文宇)와‘아마추어건축사무실’을설립하여,중국현대건축연구와작업을새롭게구축하는일에힘쓰고있다.
왕수의건축물은지역고유의역사와문화,현대건축을절묘하게결합한독특한작품세계를드러낸다.전통적재료인회색전돌과대나무등을건축자재로많이활용하며,지붕부분의기와등도시지역에서철거된옛건물의재료를재활용하기도한다.
자신의건축관을구현한대표작으로는닝보박물관,중국미술대학교샹산캠퍼스,상하이세계박람회닝보텅터우전시관등이있다.2011년프랑스건축과학원에서금상을수상했으며,2012년건축부문최고영예인프리츠커상을중국인최초,최연소로받으며세계의이목을끌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ㆍ송백의푸른빛을떠올리다

머리말
ㆍ소박함을집으로삼다

의식
ㆍ원림만들기와사람만들기
ㆍ자연형태의서사와기하
ㆍ허구의도시를향해나아가다
ㆍ‘공간’이출현하기시작할때
ㆍ영조잡기
ㆍ순환건축의시정-자연과유사한세계를짓다
ㆍ강언덕을사이에두고산에게묻다-풍부한차이를모으는건축유형학
ㆍ단면의시야-텅터우전시관
ㆍ폄하하고억압해온세계를드러내기위해
ㆍ수석의세계로들어가다

언어
ㆍ중국미술대학교샹산캠퍼스
ㆍ우리는내부에서알아챈다-닝보미술관설계
ㆍ중산로-길의부흥과도시의부흥

대화
ㆍ반역의노정
ㆍ다른세계의가장자리와접촉하다
ㆍ정신산수
ㆍ자연의길로회귀하다
ㆍ문답록-한사람이얼마나큰집을필요로하나?

맺음말
ㆍ그날

옮긴이의말
ㆍ왕수의집짓기-일상속원림경영

출판사 서평

중국건축계의아이돌왕수가들려주는
‘나의작품,나의건축관’

프리츠커상자체가‘반역’이란말로유명세를치르기도했으니,왕수가건축을대하는태도역시프리츠커상의수상자로손색없다.그는대학2학년때“나를가르칠사람은아무도없다”라고호기롭게선언하며독학을결심했고,스물네살에논문「현대중국건축학의위기(當代中國建築學的危機)」를써서중국근대건축계와건축사를비판했다.그가이논문에서비판한대상은지도교수는물론이거니와톈안먼광장의인민영웅기념비와중화인민공화국휘장을설계한,량치차오(梁啓超)의아들량쓰청(梁思成)도예외가아니었다.논문은심사위원의만장일치로통과되었지만,학위는끝내받지못했다.

왕수의대표적인건축물로는중국미술대학교샹산캠퍼스,닝보박물관,중산로등이꼽힌다.물의도시항저우에살고있는왕수는서양건축의4대요소로꼽히는지붕·울타리·토대·화당(火塘)중에서화당대신에“물을중국건축의핵심”이라고생각한다.물의물성은텅비어있으므로건축물이물을배경삼아배치되어있으면자연속에융합되어보인다는것이다.자연보다아름다운건축물은없다는얘기다.그의작업방식도특이하기는마찬가지다.“나의이상은‘마음내키는대로일을하고마음내키는대로일을하지않는’것이다.나의작업상황에대해말하자면,나는사무실을때때로한달이나몇주간비워두기도한다.나는이것을기본적인자유라고느낀다.”(290쪽)

왕수는도서관사서인어머니와극단연기자인아버지를둔덕에문학과예술로기본기를다질수있었기에자연스레어릴때부터문인기풍을몸에익혔고그것을건축에연결할수있었다.“건축사가되기전,나는먼저문인이었다.”“집을짓는일은작은세계하나를만드는일이다.”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며한말이다.

왕수는‘건축’대신‘영조’라는용어를,‘설계’대신‘흥조’라는용어를내세운다.또‘건축가’대신에기술적인측면을강조하는‘건축사’를사용한다.일반적인건축이라함은‘창조력’이필요한활동이다.여기에는,건축사의자아가표현되어야하고,시대의흐름도놓쳐서는안되며,전통과역사도계승해야한다.하지만‘건축’이라는용어에는‘집짓기’만을중요하게취급하는경향이숨어있다.따라서왕수가내세우는‘영조’와‘흥조’라는말에는건축사개인의경험과태도를중시하고건축활동이언제나순수한흥미에서시작됨을의미한다.‘영조’와‘흥조’모두중국의건축전통에서가져왔지만왕수는여기에내포된능동적이고주체적인의미를되살려근대건축의차갑고형식적인성격을넘어서고자한다.

전통과역사,지역성을현대적으로재해석하다!

1.중국미술대학교샹산캠퍼스-건축주의시(詩)세수에캠퍼스로답하다

샹산캠퍼스는왕수스스로만족하는작품으로,단기간에저렴한공사비로완공하였다.약50미터높이의작은항저우샹산(象山)에자리할중국미술대학교샹산캠퍼스를설계하면서왕수는방대한캠퍼스가그작은샹산과공존할수있을까를먼저고민했다고한다.캠퍼스가주변산세와자연스럽게어우러질수있게하는게최대목표였다.그고민을중국전통식건축구조인대문에서행랑채,안채,뒤채로이어지는대합원(大合院)형식에서답을찾았다고한다.
재료를선택하는데있어서도왕수는남달랐다.그땅에뿌리내리고있는재료를사용한다면자연환경에미치는장기적영향이적을것이라고생각했다.일종의본토인문의식의출발점이라고할수있겠다.예컨대이런식이다.철거지의전통가옥에서나온폐기된기와를재활용하고,연결고리와빗장은시골의대장장이가직접만들어준것을사용하였다.주류건축관과는차이가두드러지는왕수만이새로이구현한작업이라고할만하다.지역성과역사성,하나도놓치지않은실험이라할수있겠다.
캠퍼스와샹산사이에는공터를두어농지와시냇물,연못을그대로보존케하여샹산이위치한?탕이라는도시의자연과부합하는경관을만들어냈다.건축물이중국서예의글자흐름과비슷하도록,건축사가마치서예작품을일필휘지로써나가듯찰나적으로위치를정하여샹산에대한방향성을드러내보였다.샹산캠퍼스를설계하는과정에서도원림(園林)은중요하게작용한다.여기에서원림은자연과도시사이를사고하는과정에서반(半)건축,반(半)자연의형태를드러낸다.
왕수는샹산캠퍼스를설계하면서건축주인학장과얽힌에피소드를전하는데이는눈여겨볼만하다.건축주는구체적인요구사항없이전통시대문인이시를읊조리는방식으로시세수만을설계자이자건축사인왕수에게적어주었다고한다.왕수는시세수에대한답시를대신해샹산캠퍼스를완공해주었으니허(虛)를실(實)로바꾼셈이다.“‘이것은설계가아니라하나의세계를만드는것이다.또한중국인의미학과관념을담은살아숨쉬는실물을건조하려는것이다.’‘볼만한것’을제외하고도‘하나의세계’의핵심은바로캠퍼스내의생활방식을변화시키는것이다.”(295쪽)

2.닝보미술관-본래의의미를재발견하고닝보사람들의기억을되살리다

닝보미술관은폐기된지오래된항운터미널을재개발하여만든건물로,왕수는이건물이완공되기까지100여차례현장을찾았다고한다.대중에게잊힌항운터미널에서‘진실한감각’을읽었기에가능한일이었을것이다.왕수는건축부지를선정할때도이미파괴된장소이거나심지어한도시에의해버려진장소에서비로소그본래의의미가분명하게드러난다는점을포착하였다.그곳에서사람들의분주한발걸음소리와공장의소음등일상을경험하기때문이다.
닝보미술관에서도왕수특유의천상천하유아독존(?)적인자세와독특한건축관이또드러난다.중국에는“아직진정한의미의미술관이없고예술박물관만넘쳐”난다.“예술박물관은과거의유물인경전적작품을진열할뿐이다.하지만미술관의예술은목전에서발생하고예술활동이발생하는그순간을”포착해야하므로‘공장’과유사해야한다는것이다.예술에서의현장성을중시하는개념을도입한것이다.이를테면화강석과대리석을치우고바로,지금,실제로발생하는예술만이영생불멸하니,“진정한미술관의전시실은현장제작이허락되어야하고,전시준비면적이심지어전시면적”보다넓어야한다는것이다.

이것이바로내가낡은항운터미널의내부구조를바꾸지않은원인이다.공사가시작된후나는리노베이션방식으로는치러야할대가가너무크고,본래의전체조립식구조로는현행내진설계기준을만족시키기어렵다는사실을발견했다.하지만나는여전히오래된목재구조를보수하는것처럼무너진기둥을다시수리하여끼워넣는방식을견지했다.항운터미널과연관된특정공간구조를변경하면수많은사람의기억이바로사라질것이기때문이었다.그러나내가시도하려한것은여기에그치지않았고내가만난사람들도이런부류에그치지않았다.이곳이암시한것은더욱광활한범위와시간을초월했다.(234쪽)

3.중산로-항저우중산로프로젝트의몇가지원칙

중산로프로젝트역시길의부흥과도시의부흥에역점을두었다.지난20년간중국의전통건축물90퍼센트이상이훼손되었는데,이는그만큼도시가재개발되었음을의미한다.이지점이건축사왕수의입장과태도가힘을발휘하는순간이다.항저우중산로는중화민국시대쑨원(孫文)의방문을계기로폭12미터로확장한이후,역사적으로번영을구가하며도시중심지역할을해왔으나,그후로20년이상찾는이없는망각된구역으로남아있었다.
이에왕수는항저우중산로프로젝트에임하면서철거대상에서살아남은10퍼센트역사거리에중산로를재개발하기로하면서몇가지원칙을세운다.옛건물을철거하고새건물은새로짓지않는다.강제철거와이주는시행하지않는다.보행구역을만들어여기에원림과전통가옥의뜰을거리에개방한다.노변에는지방색이드러나는상록수를심는다.건축물에필요한재료를선택함에있어서도지방성을우선하고,조각이나등불,우체통등을제작하는데예술가의손을빌려도시부흥에참여시킨다.

1.오랜시간만들어온차이성을보존하는방법으로일을해나가고진실성의원칙을강조한다.
2.건축물보호와동등하게생활방식유지를중요한사항으로간주한다.따라서파괴하고보호하는일을위한것이아니라항저우의‘도시부흥’운동을시작한다는마음가짐으로일을한다.
3.도로는보행구역,교통서행구역,혼합교통구역의세단계로나눈다.보행구역에는일종의경관시스템을끌어들인다.
4.이거리의역사구조를다시짜기위해방과항의경계처길위에방을나타내는담장일부를만들고,전체거리는10여곳의방담장을통해거리와전통가옥식의정원이합쳐지는공간을조성하여전체거리가중국전통장회소설식서사구조를갖추게한다.
5.이미확장된거리에는부분적으로인도를향해짧은기루시스템을만든다.7미터좌우의2층높이로만들어전체거리의폭은12미터를회복하게하고,2층의역사적건축물과6~8층의새로운건축물사이에건축규모의과도적성격을드러내게한다.
6.지방성(地方性)이란입장에서건축물의주요재료선택을고려한다.
7.노변의플라타너스는모두보존하고부분적으로지방의특성을나타내는상록수를심는다.거리옆연못이나원림의연못에는갈대·창포·연꽃처럼물을좋아하는야생식물을심어서항저우특유의산야분위기를만든다.
8.예술가를거리로불러들여조각에서등불,우체통등각종방식으로도시부흥에참여하게한다.
9.건축사그룹을조직하여상세한조사보고와지도원칙아래공동으로설계를완성하게한다.
10.기왕의1년기한의시장(市長)주도의프로젝트는시행하지않고,더이상건축외부만중시하는공사도진행하지않는다.종심(縱深)이있는도시를만들려면3년의기한이필요하다.(268쪽)

중국전통산수화에서자신의원림을발견하다

왕수는생활과밀접하게관련되어있는건축,즉중국원림(園林)에관심을두고자신의건축물은모두원림이라고이름한다.원나라4대화가로꼽히는예찬(倪瓚,1301~74)의산수화「용슬재도(容膝齋圖)」에서전형적인중국원림의구도를발견하여“사람이이그림과같은장면속에서생활하면서내무릎만을들일정도로집을작게만든다”라는인간의‘태도’를강조하면서중국원림건축학을정의한다.산수화속의“테두리안에포함된모든사물이바로원림건축학의모든내용”이되어야한다고강조했는데,이는서양인의관점과는정반대이다.서양건축물은완성한후에이른바조경을하기때문이다.“한세계를만들때면가장먼저그세계에대한인간의태도를결정해야”한다는것이다.
겉보기에원림과비슷하거나혹은전혀그렇지않거나와상관없이원림은다양한형태로왕수의건축속에진입해있다.왕수는또한중국원림의일상성과지속성을강조한다.예를들어“건물이완공됨으로써건축행위가끝나는것이아니다.이는결코원림이지향하는바가아니다.원림의주인은끊임없이시공간을‘경영하고(營)’경관을‘지음(造)’으로써원림을완성해나가고일상적인삶을이루어나가는것이목표”가되어야한다고역설한다.

왕수는“집은하나의우주이다.그런고로집을짓는행위를하나의작은세계를창조하는일”이라고말한다.때문에그는책제목에도건축대신‘집을짓다(造房子)’라는용어를사용한다.이에따르면그가지은집은크든작든모두원림인셈이다.예로부터정취를아는문인이야말로진실로정원을만들만한능력이있으니,오늘날에도문인과건축활동을결합하는대학교육이필요하다고주장하고있다.원림과건축은사물을관조하는일종의정취이며,뜻밖의장소에서자연의이치를바라보는경쾌한시선이기때문이다.

기본적으로나는소박하고,단순하고,순수하며,자신의유래와근원에대해끊임없이질문하는생활과예술을추구한다.항상스스로성찰한다.지금까지우리는모두아직어떤것에는도달하지못했고어떤것은실현하지못했으며그것은모두자신의수양과관련되어있다.(22쪽)

나의입장에서신화가직접지향하는것은바로원림이다.원림은신화의땅일뿐이다.2001년봄,나는학생들을데리고쑤저우유원(留?)을찾았다.그곳은거의암기할수있을정도로익숙한원림이었지만그중하나의정원이갑자기처음본것처럼느껴졌다.아마도너무평범하여어떤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