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양장)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양장)

$14.00
Description
예술에 대한 탐색의 열정
세잔에게 바치는 색채의 언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문학적 아름다움의 구축!
한트케가 스스로 발견한 스승, 폴 세잔
그의 예술적 영감이 된 생트빅투아르산을 찾아서

23세에 발표한 데뷔작 『말벌들』 이후 커다란 센세이션을 몰고 온 희곡 『관객모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래 줄곧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라는 비밀을 자신의 문학의 중심으로 삼아오며 현대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페터 한트케. 하지만 그의 이름과 작품은 세계적 명성에 비해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그런 그가 2019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세계뿐만 아니라 국내 독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문학적 성취를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시, 소설,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온 한트케이지만 특히 그의 초기 작품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중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매우 느슨한 형태의 4부작으로 탄생시킨 ‘느린 귀향’ 프로젝트는 삶과 글쓰기 양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느낀 작가의 존재와 예술의 의미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떠난 여정을 마치고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오는 과정을 작품으로 남긴 것이다.
여정을 시작할 무렵 한트케는 프랑스 화가 폴 세잔에 매료된다. 1978년 파리의 주드폼미술관에 걸린 세잔의 작품 「팔짱을 낀 남자」에 깊이 사로잡히며 그림 속 인물을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삼고, 1979년에 『느린 귀환』을 발표한다. 이후 세잔의 예술적 행보에 감화된 그는 특히 화가의 ‘생트빅투아르산’ 연작에 이끌린다. 마치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그를 끌어당긴 세잔의 작품을 마주한 한트케는 지금껏 무엇에도 이끌리는 경험이 없던 자신이 이토록 사로잡혔다는 사실만으로도 신비한 경험이라고 고백하면서 생트빅투아르산을 직접 보기를 열망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79년 두 번에 걸쳐 생트빅투아르를 찾은 후에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을 완성한다.

“똑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엄청나게 흥미롭고 그만큼의 다양성을 갖춘 연구대상으로 변하므로, 나는 지금 고개를 더 오른쪽으로, 그리고 다시 더 왼쪽으로 돌리는 행동만으로도 이 자리를 전혀 떠나지 않은 채 최소 몇 달 동안은 분주할 수 있을 것 같다.”_폴 세잔

대체 생트빅투아르산의 무엇이 이 두 예술가를 매혹했을까. 실제 생트빅투아르는 텅 비고 앙상하며 척박한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행 초기 한트케는 실제 산의 모습과 화가가 그린 산의 모습이 다르다는 데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산을 오르면서 세잔이 실제 산을 달리 그린 것이 아니라 더 절묘하게 표현했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깨달음은 문학적 전환을 갈망하던 한트케에게 대단히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된다. 보여지는 것들에 사색이 더해져 탄생하는 예술이야말로 한트케가 탐색하고 열망하던 문학에의 열정이었고, 작가는 세잔의 산을 통해 그 해답을 얻은 것이다.
늘 무지를 두려워하며 스승을 갈망하던 한트케는 비로소 스스로 세잔을 인류의 스승이자 자신의 예술적 스승으로 삼고, 세잔의 회화가 사물을 현실화한 방식을 따라가면서 글쓰기 미학의 깨달음을 얻는다.
선정 및 수상내역
-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저자

페터한트케

저자:페터한트케PeterHandke
현대독일문학을대표하는작가다.1942년오스트리아그리펜에서태어났다.그라츠대학에서법학을공부하다첫소설『말벌들』(1966)이출간되자학업을중단했다.그해전후독일문학계를주도하던‘47그룹’모임에서파격적인문학관으로거침없는독설을내뱉으며문단의주목을받았다.소설『페널티킥앞에선골키퍼의불안』(1970),『긴이별을위한짧은편지』(1972),『소망없는불행』(1974),『느린귀향』(1979),『아무도없는만(灣)에서보낸나의1년』(1994),『어두운밤나는적막한집을나섰다』(1997),희곡『관객모독』(1966)『카스파』(1967),이외에도예술이론에세이『나는상아탑의거주자』(1967),『어느작가의오후』(1987)등현재까지80여편의작품을발표하였으며,빔벤더스감독과영화「베를린천사의시」의시나리오를공동작업했다.그의작품들은유명영화감독들에의해영화로만들어졌으며,자신이직접연출하기도했다.게르하르트하웁트만,실러,게오르크뷔히너,프란츠카프카등독일의저명한문학상을휩쓸었으며2019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여러장르를넘나드는그의글쓰기는여러곳을여행하듯살아가는그의삶과결코무관하지않을것이다.『세잔의산,생트빅투아르의가르침』은그의문학인생에서특별한영감을얻은순간과여정을기록한에세이이자,그의문학관을엿볼수있는작품으로평가받는다.

역자:배수아
소설가이자번역가.1993년『소설과사상』에「천구백팔십팔년의어두운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푸른사과가있는국도』『훌』『올빼미의없음』『밀레나,밀레나,황홀한』『뱀과물』,장편소설『일요일스키야키식당』『부주의한사랑』『에세이스트의책상』『북쪽거실』『서울의낮은언덕들』『알려지지않은밤과하루』,산문집『처음보는유목민여인』등을발표했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의『불안의서』,프란츠카프카의『꿈』,W.G.제발트의『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로베르트발저의『산책자』,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달걀과닭』『G.H.에따른수난』등이있다.

목차

커다란아치
색채의언덕
철학자의고원
늑대의점프
뽕나무길
그림들의그림
차가운들판
팽이의언덕
커다란숲

해설

출판사 서평

사물과언어의매개자,
한트케문학세계의뿌리

책에는물론생트빅투아르산을찾은두번의방문에대한기록이담겨있다.하지만책을세잔의그림에관한미술에세이,혹은세잔의주요모티프였던생트빅투아르산을여행하며기록한여행기라고규정하기는어렵다.책의형태가무엇인가에관해서는평론가와연구자들간의여러논의가있었다.그리하여대체로일치된의견은,자전적인1인칭화자를내세우고는있지만그가작가자신과완전히일치하지는않고에세이와유사한형식을일부갖추고는있으나근본적으로픽션이라고정의한다.이에한트케자신은이작품을어느정도는매니페스트(표명,선언)의성격이있는것으로보았다.

한트케는책에서자신의글쓰기에대해,글쓰기의방법에대해,글쓰기가어떻게외부와내부,인식된현실과보여진현실,사물과언어,개인과주변,작가의개인적경험과독자,아이디어의서술과실현가능성,그두가지극사이에서연결과전환의역할을하고조화와화합을이룰것인지에대해서생각한다.예술가는외부와내부의중재자이자,사물과언어의매개자이며,보는것과보여지는것사이의전환을이루어내는자가되어야한다고보았다.이처럼책에는예술에대한성취와문학을통한실현이가로놓여있다.이러한관점에서볼때한트케는이작품을통해‘예술과문학의아름다운교차’를일궈냈다고볼수있다.

한트케는책에서화가의‘현실화’과정을거꾸로추적한다.가장먼저세잔의그림을발견하고,그림의주변환경을거슬러화가의작업장소인아틀리에를방문하고,마지막으로그림의대상인산으로간다.물론이러한과정이순차적으로정돈되어서술되지는않는다.한트케의다른작품에서와마찬가지로책전체에서사유와사색의향기가진하게흐른다.치열한작가정신이곳곳에서번뜩인다.조심스럽게독자를생트빅투아르산으로인도하다가도멀어지게하고,다시금뛰어들도록한다.그리고어떤사물의선명한실체는결국자신안에서인식한것이며이렇게인지한사물의형상은결코사라지는법이없음을역설한다.

페터한트케문학의향취를살린
14년만에전면개정출간

“나는번역을하면서개인적으로이책의가장흥미로운점중의하나가예리한언어로커다란아치를그리며느리게,하지만동시에논증이나설명을생략하고직접화살처럼사물안으로꽂히듯핵심으로진입하는특유의서술방식,그것을통해아름다움을구축해나가는기술이라는생각을했다.”_옮긴이의말에서

2006년에출간되었다가(당시출간명『세잔의산을찾아서』)14년만에전면개정되어출간하게된『세잔의산,생트빅투아르의가르침』의번역은소설가배수아가맡았다.그는지금까지유수의독일문학을소개하는데앞장서서원문의의미를수려하고적확한한국어로독자에게전달해왔다.한트케의사색적인문장과합치를이루는배수아작가의번역을살펴보는것역시이책을감상하는또하나의즐거움으로기억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