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여기, 아르테미시아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22.00
Description
강인한 여성 영웅 이미지로 현대 대중을 사로잡은
‘21세기 슈퍼스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그가 창조한 세상 속 대담한 여성들의 힘과 용기를 보다!
2018년 9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가 확실한 근거가 있는 성추행 비판을 받았음에도 인준된 일이 있었다. 이후 남성 국회의원들은 피해자이자 증인을 조롱했고 이를 접한 대중은 소셜미디어에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우피치미술관 버전을 공유하며 비판했다. 아르테미시아의 이 그림은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성추행 저항운동 연대의 상징이 되었다.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의 작품이 수백 년 후의 여성들과 이토록 강한 연결고리를 갖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저자

메리D.개러드

MaryD.Garrard
미국의미술사가이자워싱턴D.C.아메리칸대학의미술사학명예교수이다.개러드는페미니스트미술이론의창시자중한사람으로인정받고있으며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연구자로널리이름을알리고있다.지은책으로『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이탈리아바로크미술에나타난여성영웅의이미지』『브루넬레스키의달걀-르네상스이탈리아의자연,예술,그리고젠더』등이있고,이탈리아르네상스·바로크미술에대한괄목할만한연구와저서를꾸준히발표해왔다.2005년에는‘예술을위한여성단체(WCA)’에서평생공로상을받았다.

목차

시작하며

1장.아르테미시아와작가들-초기근대유럽의페미니즘
2장.섹슈얼리티와성폭력-수산나와루크레티아
3장.허구적자아-뮤지션과막달라마리아
4장.여성과정치적힘-유디트
5장.젠더간대결-여성우위
6장.분열된자아-알레고리와실제
7장.모계승계-그리니치천장


참고문헌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이미지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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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초기근대유럽의젠더평등을주장한
아르테미시아와작가들
아르테미시아가살았던17세기유럽은견고한가부장제그늘아래서여성억압이팽배한사회였다.당시여성은그저집안남자들의소유물이자재산으로분류되어물질적재산은물론,자신의신체에대한소유권조차갖지못했고,중매결혼이나수녀원의경제적볼모였다.그러한시대였음에도아르테미시아는뛰어난재능으로일찍이화가아버지오라치오의공방에서도제생활을시작했고,예술가로서경험을쌓아간다.그러던중아르테미시아의미술수업을맡은아버지의동료화가아고스티노타시가수업을빙자해어린아르테미시아에게접근,거칠게저항하는그를강간한사건으로아르테미시아의삶은전환기를맞는다.하지만결코수동적피해자로머물기를거부한아르테미시아는로마를떠들썩하게만들었던강간재판을견디고살아남아강인하고독립적인여성화가로서피렌체,베네치아,나폴리,잉글랜드등에서활동하며당대여성지도자들과교유했다.또한그가남긴여러유의미한작품은재발견되고연구되면서현대에전해지고있다.

이책『여기,아르테미시아』는총7장에걸쳐최초의여성주의화가로불리는아르테미시아의삶과작품,그리고비슷한시기활동했던문학작가들의페미니즘텍스트를다룬다.책에는여성혐오글을아무검열없이발표하는남성작가들에맞서반론의글을발표한용감한여성작가(루크레치아마리넬라,크리스틴드피장,모데라타폰테,라우라체레타등)들의목소리는물론,시각이미지로페미니즘을전파한아르테미시아의작품을함께묶어초기근대유럽의미술과문학작품을재조명한다.

이책전반에걸친주제는‘아르테미시아’이다.오늘날학자대부분은이화가를아르테미시아라고부른다.나는이화가에대해글을쓸때내가그를성이아닌이름,아르테미시아로부르는것은(종종여성을얕잡아보는행동으로보기도한다)단순히그의아버지와그를구분하기위해서라고설명하곤했다.그런데아르테미시아가21세기의슈퍼스타에가까워지면서미켈란젤로,라파엘로,카라바조처럼그도이제하나의이름으로인식되는것이맞는다.어쨌든그의묘비에는그저“여기,아르테미시아HaecArtemisia”라고만새겨졌다고한다.그의시대에도아르테미시아라는이름만으로그의명성을증언한것이다._11~12쪽

아르테미시아가창조한세상속
강인한여성영웅
1장에서는아르테미시아가거쳐간지역과시기에따라그의삶과작품을나눠살펴본다.1593년에로마에서태어난아르테미시아는아버지에게서회화수업을받았고열네살이던1607년부터도제생활을시작했다.「수산나와장로들」은그가처음으로제작연도와서명을남긴작품으로그의숙련된예술적재능을엿볼수있다.1611년아고스티노타시의성범죄피해자로서자신의결백과타시의범행을증언해야했던아르테미시아는상당히공개적이었던당시재판과정을견디고가해자타시의유죄를이끌어낸다.하지만타시의유죄선고는아르테미시아의합리적인변론보다는타시의나쁜평판에서기인한것으로,여러악행에대한형식적인벌주기였을뿐특별히형을살지는않았다.결국판결직후로마를떠난것은아르테미시아였다.1612년말피렌체의약제사와결혼을한아르테미시아는이듬해초에피렌체로거처를옮긴다.

젊은시절아르테미시아는화가로서여성동료없이고립되어있었다.초기근대유럽에서겉보기에는여성화가숫자가늘고있었으나남성미술세계에예외적존재로만머물렀을뿐,여러제약과편견이뒤따랐다.그나마로마보다는피렌체가화가로서전망이좋을것이라고판단한아르테미시아는1613년부터1620년까지피렌체에머물면서남성귀족들과인맥을형성하고그들을통해후원자와고객에게다가갔다.일종의동업자역할을하던남편의도움을받으며아르테미시아는기업을운영하는방식으로일을했고,그과정에서위상을높여갔다.특히메디치가와소小미켈란젤로부오나로티(조각가미켈란젤로의종손자)와연결되면서작품제작의뢰와명성을쌓는데주요한후원을받았다.
이후아르테미시아는돌연다시로마(1620~26)로돌아갔다가베네치아(1627~30)에서짧게생활하는데,이즈음에그가창조한인상적인작품중에는현재디트로이트미술관에소장되어있는「유디트와하녀」「아하수에로왕앞의에스더」를꼽을수있다.

후원자와자신의작품판매를위한시장을물색하며이탈리아곳곳에서경력을쌓은아르테미시아는나폴리시기(1630~36)를거치면서마리데메디치와연결되었고,1638년에는마리데메디치의딸이자잉글랜드왕비였던헨리에타마리아의초청을받아잉글랜드에머물면서그리니치퀸스하우스의천장화를그렸다.잉글랜드교회의승인을받지못하고,정치적으로도갈등을빚었던헨리에타마리아는퀸스하우스완공과내부장식을완성함으로써자신의정체성을문화·예술후원으로확립해나가고자했고,이곳을여성들을위한권력기반으로활용하는한편,문화적유산을이어가면서모계계승의상징을확립하고자했다.이들여성지도자와아르테미시아의관계,작품제작에관한자세한이야기는7장에서다루고있다.

1장에서아르테미시아의삶과초기근대유럽의페미니즘을개괄적으로다루고있다면,2장부터는「수산나와장로들」「루크레티아」「막달라마리아」「유디트」등아르테미시아가창조한세상과그속의여성들에주목하면서작품이품고있는의미를해석하고분석하여최초의여성주의화가로서의아르테미시아를깊이있게조명한다.무엇보다책에는국내에거의알려지지않은아르테미시아의작품30여점을컬러로실음으로써독자들의이해와감상을돕고자했고,비슷한시기활동한여성작가의초상,다른화가가그린아르테미시아의초상등70여점에달하는시각자료는책의재미를더한다.

유디트,유디트,유디트!
아르테미시아가정치적자주성이라는관점에서매우강렬하게묘사한성서속인물인‘유디트’는화가를대표하는작품의주제중하나다.가장널리알려진우피치버전외에도책에는같은주제를시간과상황에따라다르게묘사한두가지버전도함께실어아르테미시아가‘유디트’를어떻게해석하고상상하여화폭에담아내고자했는지면밀히살펴볼수있다는점에서의미가깊다.
아르테미시아는자신의‘유디트’가미래에반가부장적도전의영웅적주인공으로인식되리라고는상상하지못했을수도있지만,그럼에도그는명백히그계보를이해하고있었다.그는유디트주제그림세점모두에자기주체성을지닌용기있는여성영웅의표식과흔적을심어두었다.
우피치미술관에소장된「홀로페르네스의목을치는유디트」가적장을참수하는장면을묘사하고있다면,이주제의두번째버전인피티궁팔라티나미술관의「유디트와하녀」는참수후광경을묘사한다.아르테미시아이전과이후에도거사를치른후의유디트를그린화가들은많았지만아르테미시아처럼유디트와아브라를민족수호라는공동목표를지닌대등한동지로표현한그림은없었다.그림에서유디트와아브라는홀로페르네스의머리가담긴바구니를들고그의텐트를떠나며함께몸을돌려오른쪽을바라본다.이는그들의탈출이위험할수있음을암시하지만두여성은검은배경을바탕으로서로몸을마주하여단단한결속을이루고있으며,유디트가보호하듯아브라어깨에올린손길은두사람사이연대감을더욱강화한다.

현재미국디트로이트미술관에소장되어있는아르테미시아의세번째유디트는이전두작품과는또다른방식과기법을보여준다.아르테미시아는이그림을로마에서그렸는데,당시로마는카라바조스타일이지배적이었던곳이라그러한경향이반영되어있음을확인할수있다.외부의강렬한빛이유디트와아브라를비추며과감한명암을이루고선명한그림자들을빚어낸다.이그림에는마치무대공연을보는듯한과장된연극적느낌이있는데,홀로페르네스막사의육중한붉은커튼도그런장치의일부다.
적장의목을치고몇분지나지않았을때의장면을그린세번째버전은여전히폭군의검을들고있는유디트와적장의잘린머리를천으로싸는아브라의모습을묘사하고있으면서위험을감지한유디트가늠름하게손을들어보이며주변을살피는모습을포착하고있다.유디트의이러한행동은상황전체를장악한여성영웅을극적으로표현한것이라하겠다.
성서에서유디트가홀로페르네스를처단한것은자신의민족공동체를대신한정치행위이지만,아르테미시아그림에서의‘공동체’는여성이다.행위의주체가남성을제압하는강인한육체의여성들이었기때문에이그림은남성권력에맞선여성저항을상징하는은유단계로올라선다.이처럼아르테미시아의유디트는전투를또다른개념의차원으로가져간다.‘탁월하게강인한여성’이‘탁월하게강인한남성’을전복시키며남성중심세상에경종을울리는것이다.그리고그는말한다.자신의그림을통해“여성이무엇을해낼수있는지를”보라고.

“아르테미시아가창조한세상에서는대담한여성들이엄청난힘과용기를보이며,결국현명한여성이승리한다!”_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