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 사람 (한 정신과 의사가 진단한 우리 화가 8인의 내면 풍경)

그림, 그 사람 (한 정신과 의사가 진단한 우리 화가 8인의 내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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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림은 사람이다!
이중섭-박수근-진환-양달석-김영덕-황용엽-신학철-서용선
미술품 컬렉터인 현직 정신과 의사가 작성한 한국 근현대화가 8인의 그림 진단서
“그림이 나무의 결실인 열매나 꽃이라면 사람은 나무의 근원인 뿌리나 줄기다. 그러므로 그림의 양식, 내용, 미감 등의 열매나 꽃에 관해 기술하는 방식이 그림의 결과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그림을 그린 그 사람의 기질, 환경, 태도 등의 뿌리나 줄기를 탐지하는 방식은 반대로 그림의 원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략) 그림은 화가 그 자신의 무의식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내적 심연의 반영이다.”(「머리글」에서)

정신과의사가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진단하면 어떻게 될까? 대상 화가는 이중섭(1916~56), 박수근(1914~65), 진환(1913~51), 양달석(1908~84), 김영덕(1931~2020), 황용엽(1931~), 신학철(1943~), 서용선(1951~)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이들 작고 화가와 생존 화가 8인의 작품세계를 현직 정신과 전문의가 들여다봤다. 지금까지 미술계에서 보지 못한 시각이다. 호흡도 길다. 평균 원고지 90매에서 200매 안팎의 평문이다. 각 글은 화가들의 작품세계를 직시하되, 작품의 근원이 되는 화가의 ‘정신역동’을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추적하고 재해석한다. 정신역동은 인간 행동의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무의식적인 힘을 일컫는다. 따라서 8편의 글은 정신의학적인 접근을 기본으로 화가들의 개인사와 시대사, 미술사의 맥락을 품으면서 작품의 심연을 환하게 밝힌다.
저자

김동화

金東華

의학박사,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다.연세대학교의과대학정신과학교실외래교수로재직중이며한도한방병원(구한도정신병원)진료원장으로일하고있다.대한신경정신의학회,대한기독정신과의사회정회원이며「종교적회심경험과자기애성인격성향사이의상관관계」(1999,연세대학교),「소의뇌미세혈관내피세포의일차배양에서과산화수소에의한치밀이음부단백질의변화」(2004,연세대학교)등의논문을발표했다.

오랫동안한국의근·현대기문화전반과이시기의한국미술에대해깊은관심을가져왔으며,세브란스병원에서정신과레지던트로근무하던시절인1990년대후반부터한국근·현대기작가들의드로잉수집을통해자신의관점에서바라보는한국근·현대미술사를구현해내고자하는거시적기획하에,약20년이상의세월에걸쳐오직한분야만의컬렉션을일관되게구축해왔다.그과정에서『화골(畵骨)-한정신과의사의드로잉컬렉션』(2007)이라는수장기(收藏記)형식의책을출간했고,전체컬렉션중200여작가의드로잉300여점을선별,소마미술관과의협업을통해〈소화(素畵)-한국근현대드로잉〉전(2019)을기획하고전시도록을펴내기도했다.

2000년대후반부터는국·공립미술관및여러화랑의기획전시에다수의평문을기고하면서이들원고를모아미술평론집『줄탁(啐啄)』(2014)을출간했고,인디프레스의전시〈쓰리스타쑈〉(2015)와〈FROMPOINTTOPENTAGON〉(2016)을기획하면서전시명과같은제목의평문집2권을함께펴냈다.또한『국립현대미술관연구논문집』(2016,2017)에는한국근대미술사관련논문들을여러편기고했다.

목차

머리글

1부.시대의봄을꿈꾸다
이중섭/사랑하는대상의상실,그뿌리깊은두려움
박수근/인고의겨울나무와비바람을이긴돌
진환/기독교의존재론적관점으로본회화
양달석/낙원을꿈꾸는소와목동


2부.시대의상처를그리다
김영덕/민중미술의선구자,그새로운자리매김
황용엽/인생의험산에서체득한‘인간’이야기
신학철/다시모더니스트,신학철
서용선/시대에서소외된‘아버지’라는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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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정신과의사이자컬렉터·전시기획자·평론가인‘그사람’

저자의‘본캐(본캐릭터)’는정신과의사이지만‘부캐(부캐릭터)’는20년넘게미술품을수집해온컬렉터이자전시기획자,미술평론집을낸평론가다.이는이책의평문들이한정신과의사의단순한여기(餘技)로만볼수없는,엄정한시각과미술사에대한깊은이해,정치한해석이뒷받침되었음을의미한다.저자의미술에대한내공과전문성은미술사전공자를방불케한다.‘부캐’가‘본캐’같다.

그동안‘한국근현대미술드로잉미술사’라할작품수장기(收藏記)『화골(畵骨)-한정신과의사의드로잉컬렉션』(2007)과평문을모은평론집『줄탁(?啄)』(2014)을출간한바있고,전시〈쓰리스타쑈〉(2015)와〈FROMPOINTTOPENTAGON〉(2016)을기획하면서동명의평론집(『쓰리스타쑈』,『FROMPOINTTOPENTAGON』)을출간하기도했다.2019년에는자신의드로잉컬렉션중300여점을선별하여소마미술관과협업으로〈소화(素畵)-한국근현대드로잉〉전(2019)을기획하고작품설명을붙인전시도록을펴냈다.이들단행본과도록의글들은컬렉터이자미술애호가로서기존에볼수없었던,개성적인미술평론의진수를보여준다.작품을직접품고,보고,생각하고,느끼고,화가들을만나고,현장을답사하고자료를찾는등의경험이뒷받침된작품이해와해석에는미술과미술평문읽기의즐거움이함께한다.그리고저자의전문성은국공립미술관기획전에서화가에관한글을요청하는데서도알수있다.정신의학적인관점과미술사적인관점을겸비한만큼,저자에게는기존의평론가나미술사가의접근을왜소하게하는저자만이쓸수있는글이있다.이책은이런강점이발휘된사유의진수성찬이다.저자의글쓰기만큼우리미술은깊어지고넓어진다.갈무리한8편의글가운데6편은기존의평문을가다듬었고,2편은미발표평문(박수근,진환)이다.


뿌리(사람)를통해본꽃(그림)

책의방향은제목에압축되어있다.‘그림,그사람’이라함은‘그림’은곧‘그사람’이라는뜻이고,사람(화가)을통해그림을본다는뜻이다.저자는그림과화가의관계는인과적필연성에근거한다며,결과인‘그림이꽃’이라면원인인‘사람은꽃의근원인뿌리’라고말한다.그래서각화가의“영아기와유년기의체험들,부모의관계양상및전반적인가족사,교육의과정과종교적배경,개인사적역경과트라우마,이들과인과적으로연결되는예술세계의형성과정등을살피면서화가들의정신역동과작품세계”(「머리글」에서)에밀착한다.즉저자는화가의무의식과일체가된내적심연의반영체로서그림에대한것이상으로,화가가어떤사람이었는가를구체화하는쪽에역점을두고있다.

“그림은과거의어디에서출발해지금의여기에도달하게된것일까?그림도무언가의귀결이라면거기에는그귀결의연유가되는‘어떤것’이존재해야하지않겠는가?그림은사람의드러남이고사람은그림의비롯됨이다.그래서이둘은서로분리될수없는실재-사람-와표상-그림-의관계가된다.‘그림’이라는것이물감과화포가만나어우러진물적결정체그이상의고유하고독특한정신의산물이라면,그림을그린바로‘그사람’이야말로정확히그결과물의연원이되는‘어떤것’에해당하며,그림을이해한다는것은그림을그린그사람의어떠함을확인해나가는미지의여정이라할수있다.”(「머리글」에서)

저자는그림의원인에초점을맞춰서8인화가의작품세계를탐사하며기존의평문에서볼수없던득의의결실을끌어낸다.본래화가의내면세계는칠흑같이어두운곳이어서,이해의단서를찾기가쉽지않다.그럼에도저자는타인이개척한길을따라가지않고정신분석이라는랜턴을들고스스로길을낸다.

“화가의정신적문제에접근하는순서를설정함에있어,우선발병전후의시기를먼저꼼꼼히살펴보는것이무엇보다가장편리하고효율적인방편이될수있다.왜냐하면,발병전까지현실의갈등과자아의방어가팽팽한긴장속에서서로평형을이루다가,즉자아가현실의갈등을최대치까지감내하다가,마침내현실을도저히감당할수없는지경의시점에이르러그당자의특이적취약성(specificvulnerability)을타격하는직접적촉발인(precipitant)에의해일어난자아붕괴적징후나현상을일러우리는증상(symptom)혹은정신병리(psychopathology)라칭하기때문이다.그러므로증상과유발인자를유심히살펴보는일이야말로바로그사람에게가장결정적으로취약한(vulnerable)문제가무엇인가를가장빠르고정확하게파악할수있도록돕는첩경이자왕도인것이다.”(20-21쪽)

책은전체를1,2부(部)로구성하여,각부에는4개의장(章)을배치하였다.각화가가하나의장이되는데,장뒤에는해당화가의일생을옛사진과현재사진으로편집한‘사진으로본○○○’을배치하여서재미와의미를높였다.


결핍과억압이쏘아올린그림들

‘1부.시대의봄을꿈꾸다’는“일제강점기타율적근대화의체험을공유하면서그로부터해방이후의시기에이르기까지일관되게성실한작업을진행”(「머리글」에서)한화가들이다.내면적인표현이두드러진경우로,이중섭,박수근,진환,양달석이대상인데,모두작고화가이다.

이중섭이간절히그리워한대상은아내너머어머니//이중섭은기존의시각에서한걸음더들어간다.그동안이중섭이그리워한대상은6·25전쟁으로생이별한아내와아이들이었다는시각이었다.“결국화가의발병에가장결정적인인자로작용한것은가족,특히그중에서도사랑하는대상인아내와의이별과그녀와의향후재회에대한가능성이전적으로좌절된때문이었다.”(31쪽)저자는발병의인자가이것뿐일까라며의문을품은뒤,그밑바탕에는어머니를향한근원적인그리움이있다고진단한다.저자는이를위해먼저이중섭의가족사와생애등을일별하면서정신분석적인기재를적용한다.그리고이중섭에게결핍된요소로서사랑의원형인어머니를찾아낸다.“요컨대이중섭의비극은‘사랑하는대상과의이별,즉대상상실에대한두려움(separationanxiety,fearoflossofobject)’에대해남다른취약성을지니고있었다는점에서연유했고,이것이바로그의정신적문제의근원이자핵심이었다.사랑하는대상의원형(archetype)은바로누구에게나자신의일차적양육자(primarycaregiver)인어머니다.그렇다면그의비극의근원에는어머니와의관계의문제가아내와의문제이전에먼저자리를잡고있었을공산이매우크다.”(31-32쪽)이중섭의정신질환이발병할당시,어머니는북에있어서만날수없었고,일본으로간아내는어머니의유일한대체자였다.

205매의긴글임에도이중섭의심리를분석하고증명하는과정이추리소설처럼흥미를돋운다.정확한역사적인사실에근거해서심리분석과작품해석의밀도를높인다.특히저자는이중섭의삶을추동한무의식적인핵심역동이인생역정과작품들속에어떻게표현되는지를깊이들여다본다.여기서작품의‘원형구도’에대한해석이돋보인다.저자는아내와나아가어머니와의분리불안을해소하기위한조형적인처방이원형구도임을읽어내고,이는결핍으로인한불완전한자신을완전하게복원하려는도저한마음의표현이라고적시한다.

“이중섭은군동화를포함하는상당수의다른작품에서도이같은원형구도를즐겨차용하고있는데,「세사람」은그의현존작품중이러한원형구도가가장완벽하게구현된최초의작품이라할만하다.이세명의인물은각각분열된(splitted)자기표상의상징으로보이며,이자기표상은어머니를상실한고아의식으로가득채워져있다.이자기표상을서로연결된원형의이미지로표현한것은결국훼손된자기표상을완전하게복원하고자하는내적열망의투사인것이다.”(52쪽)

이중섭에게아내는어머니의다른모습이었다.그래서저자는이중섭이죽음을앞둔심리적퇴행상태에서아내보다더간절히원했던사람은근원적인모성이었을것으로본다.

“그는마지막죽음의순간(1956년9월6일)과점점더가까워질수록만날수없는어머니에대한본능적인그리움에목놓아우는,어찌할줄모르는어린아이-작품「소년」속에등장하는-가되어버렸던것이다.(중략)그는마지막순간에자신의사랑이자전부였던어머니,그어머니를물끄러미바라보았던것이다.결국,생의마지막지점에이르러도달한궁극적원망(願望,wish)은그의핵심역동이었던어머니와의결합,즉‘한덩어리’가되는것이었다.”(71쪽)


기독교적존재론으로본박수근의나무와돌//정신역동을통해작품을깊이이해하기는박수근편에서도마찬가지다.박수근의타고난기질과생애를살피면서,무의식과의식에반영된‘억압’이라는방어기제를찾아내고그것의동향을추적하며그림을읽는다.(이과정에서‘겹’,‘막’,‘굄’이라는세가지키워드로톺아본박수근회화의미학적핵심도주목된다.)

“HTP검사를통해밝혀진박수근나무그림의특징은작품표면에서드러나는단조롭고,차분하고,은은하고,메마른‘함묵’의화면분위기와는정반대인강렬한생명력,타오르는야망,풍부한감수성,적극적목표지향성등의‘절규’로나타나고있다.처해진상황을그저참고견디면서아무리표면의‘함묵’으로내면의‘절규’를지우려애써도,무의식적인내면에잠재된강렬한감정의에너지는자신이그린나무의형상과패턴을통해고스란히그자신의민낯을드러내고야만다.”(106-107쪽)

그리고박수근이독실한기독교인이었다는점에착목하여그림이기독교적인상징요소와어떻게연결되고,그심층적인의미가무엇인지를진단한다.특히박수근의작품세계에서가장중요한소재인‘나무’와마티에르로표현된‘돌’에깃든기독교적인영성을,성경을참조하며찾아낸다.그결과,나목으로대표되는나무에서그리스도의자기비움을추출한다.

“박수근의작품에등장하는‘나무’는일견천상의표징이나종교적상징과는너무나도거리가먼평범한일상의도상처럼보이지만,그헐벗은겨울의나목은이세상을사랑하사사람의몸을입고가장낮은곳에임하신-마치나무가자신의영광스런이파리를바닥에다떨군채쓸쓸히서있는모습처럼,가장낮고초라한모습으로잠잠히십자가에못박힌-그리스도의케노시스(κενοσι?),자기비움를그대로재현하고있다.”(132쪽)

다음으로나무와짝을이루는돌에서도예수의굳건한성품을확인한다.

“박수근이감명을받았던돌의원형은경주등우리나라각지에서마주쳤던고색창연한석물이었지만,그의내면은변함없이영원하고어제나오늘이나한결같은예수그리스도의돌과같은성품을그려내고자하는심정을품고있었다.장차메시아를보내겠다는하나님의굳은언약을부동하는바위표면의질감으로표현한독특한박수근의회화형식은내용에있어서의나목의형상과서로짝을이루고있다.”(135쪽)

박수근은유복한환경에서태어났으나펼쳐진삶은고난의연속이었다.그는자신이직면한무수한어려움을억압이라는방어기제하나로시종일관대응해나갔다.힘든상황에도불구하고부단히참을수밖에없었다.그래서“그는그리스도의인내,그진짜인내를바라봄으로써자신의인생에맡겨진고난을오래참고견딜수있었다.”(138쪽)그것은작품으로숙성되었다.요컨대나무와돌은형상과질감으로표현한그리스도의인격이었다.

“그가즐겨그렸던앙상한겨울나무의형상과비바람에씻긴바위의질감은이제영원한박수근예술의아이콘이되었다.그것은나무와돌의형상과질감으로표상된그리스도의인격을그대로닮고자했던그의선하고진실한의지와밀레와같은화가되기를소원했던어린시절간절한기도에대한하나님의신실하신응답이었다.”(138쪽)

기독교적존재론의관점은진환의작품에도적용된다.진환은‘소의화가’로알려져있다.남아있는작품의대부분이소그림이거나소관련그림일정도다.요절하는바람에그존재가널리알려져있지는않지만생전에도소그림으로주목을받았다.우리에게는이중섭이‘소의화가’로유명하나그전에진환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