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미유 클로델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여기, 카미유 클로델 (생의 고독을 새긴 조각가)

$16.27
Description
“비극으로 보이는 삶이더라도
나는 내 삶을 완수하고 싶었다.”

사랑에서 폐허까지
카미유 클로델, 조각가의 초상
오귀스트 로댕이라는 이름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한 예술가의 이름. 비극적인 사랑과 인생을 살았으나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시대의 높은 벽을 직면해야 했던 여성이자, 돌을 깎아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던 조각가. 남들과 달랐기에 이해받지 못했던 생을 살았으나 확실한 예술세계를 남기고 떠난 카미유 클로델. 이 책 『여기, 카미유 클로델』은 고독과 고립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도 예술적 소명과 자취를 남긴 한 인간의 내면을 더듬어보고자 쓰였다. 전기이자 회고록의 성격을 지닌 책에는 로댕의 연인 혹은 뮤즈가 아닌,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의 카미유, 그 창작세계와 고된 삶을 들여다본 시 쓰는 이운진의 영혼의 문장들이 가득하고 ‘왜, 지금, 카미유인가?’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누구의 삶이든 다를 바 없겠지만, 카미유의 삶에는 예술가, 여성, 그리고 병과 소외, 사랑과 실패, 급변하는 시대의 풍경이 더 큰 물살로 어우러져 소용돌이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것은 공적인 사건들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 사소한 감정들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진짜 삶을 설명한다고 믿기에 그녀에 대한 남아 있는 기록으로 몇 가지 풍경의 빈틈을 상상했고, 그 부분을 나의 상상력으로 채우고 싶었다.”_이운진, 편집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저자

이운진

1971년경남거창에서출생했다.1995년시인이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톨스토이역에내리는단한사람이되어』『타로카드를그리는밤』『모든기억은종이처럼얇아졌다』를비롯해청소년시집『셀카와자화상』을펴냈다.산문집으로는『시인을만나다』『고흐씨,시읽어줄까요』『세상에서가장아름다워질너에게』가있다.

목차

시작하며그녀와의슬픈왈츠
그녀…
파리를향해
운명이시작되다
로댕,나의로댕
약속은배반을담고있다
몇개의풍경속진실1
애원하는여인
완전한결별
홀로선여자그리고예술가
파괴의나날
1913년,파리,봄
병원에서보낸편지혹은발송되지못한편지
몇개의풍경속진실2
30년간의고독
모든것이끝나고
(있었을지도모르는)그녀의마지막일기

카미유클로델
카미유클로델의주요작품
참고문헌
작품보기

출판사 서평

예술적기질의발현,
파리로의이주
1864년12월8일,등기소공무원이었던루이프로스페르클로델과의사집안의딸이었던루이즈아타나이즈세르보사이에서카미유클로델이태어났다.한해전카미유보다먼저태어난사내아이는보름만에이름이지워졌고,15개월후세상에나온카미유는먼저간아이의몫까지사랑과축복을받기는커녕외면받으며컸다.
그때문이었을까.카미유는작고조용한마을빌뇌브쉬르페르에서유년기를보내면서자연의이야기에귀기울이고진흙을만지며엄마의냉대를견뎠다.진흙은자신이주무르는대로형태를만들어냈고,이를통해카미유는생각과감정을표현해냈다.
이미열세살때부터조각에서재능을보인카미유는1879년에조각가알프레드부셰를만난다.카미유의습작을보고그녀의천부적인재능을알아챈그는카미유의첫조언자이자예술에대한기초지식을가르쳐준스승이된다.그리고카미유의아버지에게그녀를예술가로키워줄것을설득하여파리로가는길을열어준다.이후엄마의반대에도불구하고클로델가족은1881년,파리로간다.

1800년대세계어느곳과도비교할수없는세련됨으로사람들을빨아들이던파리는전통과현대,자유와향락,사치와가난이뒤섞인도시였다.한적한시골에서생활하던클로델가족에게는낯설고불편한곳이었으나예술의향기에굶주렸던카미유는처음부터파리가좋았다.무엇보다본격적으로조각을배울수있다는점에서자신이있을자리를찾은양행복했다.부셰의소개로에콜데보자르의교장을만난카미유는자신의작품「다윗과골리앗」을보여주었고,학교장폴뒤부아는그녀의조각실력에놀라며묻는다.“로댕에게배웠습니까?”
하지만어쩌면그것은불행의신호탄이었을지도모른다.들어본적도없는낯선이름이자신의인생을덮어버리리라고는카미유자신도전혀예상하지못했으리라.훗날“예술적소명이우리가족중에나타나,끔찍한불행을가져올까봐두려웠다”는폴클로델의예감은반은맞고반은틀렸다.


차별의시대
열정과야망을품었던여성,예술가
카미유와폴클로델남매는각자미술과문학에서뚜렷한예술적재능을드러내며조각가로,시인으로자신들만의분야를개척해갔다.그러나한가지,카미유가여성이라는사실은그녀의아킬레스건이었다.19세기라는높고견고한벽으로둘러싸인시대에여성은참고억눌러야할것이많았다.“사회가정의한여성다움은가정과희생의다른이름이었다.여성스럽지못한감정들은억누르는게미덕이라고가르쳤다.”(96쪽)
클로델남매앞에펼쳐진세상은더욱달랐다.날때부터엄마의냉대를견뎌야했던카미유는죽는날까지엄마의애정어린눈길한번받지못했다.또한당시여학생은미술학교에입학허가조차받을수없었기에개인아틀리에에서도제생활을겸한교육만이허락되었다.한편폴클로델은시인으로활동하면서훗날외교관이되어부와명성을얻었으나카미유에게는조각하는여자에대한편견과수근거림이끊이지않았다.더욱이로댕의공방에서는수련생이나제자가아니라제작조수의역할이주어졌으나공동작업을한사람들의이름은작품어디에도남길수없었고,익명으로처리되었다.그러니로댕의작품중에서카미유가만든것이무엇인지정확히알길은없다.그저이른새벽부터늦은밤까지작업에몰두했다고하니그녀의손길이닿은작품이생각보다많을것이라고짐작할뿐이다.

물론카미유는파리로이주한후1883년부터거의해마다쉬지않고여러전시에자신의작품을출품했을만큼의욕적이었고,또그작품성을인정받기도했다.로댕의공방에서일하면서도절대자기작품을손놓는법이없었고,로댕을존경했지만단순한경외심을넘어그의이름옆에어깨를나란히하고싶어할만큼야망도있었다.단지세상이여성예술가의야망을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지않았을뿐이다.사람들은카미유의이름앞에자꾸로댕을언급했고,로댕의부도덕한행실과까마득하게어린소녀에게보내는끈질긴구애는비난하지않으면서카미유의사랑은손가락질했다.로댕과카미유두사람사이의일이었으나마치둘중한사람에게만책임이있다는듯이힐난했다.

바깥세상에서는그녀와로댕의이야기가나날이커져가고있었다.사람들은곧잘남녀의추문은곱절로부풀려듣고확대경을쓰고보는법인데,그이야기의주인공이세계의주목을받는거장과아리따운제자였다면어땠겠는가.누군가는은밀하게누군가는노골적으로두사람의사생활을떠들었고모두가그이야기를신속하게믿었다.반면그것의숨겨진사정과이면을알게하는일은산을옮기는것만큼어려웠다.(65쪽)


그럼에도살아남아
생을완수하다
카미유에게결혼까지약속했던로댕은오랜세월자신에게헌신하며곁을지킨여인로즈뵈레를떠나지못하고결국카미유를외면했다.로즈가자신의예술이나감수성을이해하기에는부족하지만“선하고충실한영혼”이라는그럴싸한변명만을남긴채.1898년카미유는로댕과의관계를완전히청산한후,이듬해케드부르봉19번지로이사하여정착한다.이곳은카미유가파리에서마지막으로거처했던곳이다.이후카미유는어떤전시에도참가하지않고고립된생활을했고,1901년부터는공들여만든작품을하나둘파괴하기시작했다.이러한행위는점점강도를더해가1905년무렵에는피해망상징후들을보이며광적인모습을보였다고전한다.1913년,아버지가사망하고8일뒤,카미유는갑자기들이닥친사람들의손에이끌려빌에브라르정신병원에억류된다.그리고이후30년을세상에서완전히잊힌채시들어갔고,그곳에서생을마감했다.

어느누구도그녀에게그런식으로늙어가라고선고를내릴권리가없는데,그녀는앞으로도수십년을벽을보고지내야했다.세상끝에서또끝인곳에서지금보다훨씬더외로운상태가되었다.그녀의사라진꿈,꺾여버린야망,희생당한재능을걱정해주는사람은없었다.(149쪽)

그녀의삶을되짚어보노라면몇가지의문이남는다.왜카미유는정신병원에억류되어있던30년동안작업을전혀하지않았을까.왜폴클로델은어머니사후자신의누이에게다시자유를줄수있었음에도그러지않았을까.왜모두카미유의불행을외면했을까.왜…….카미유클로델의인생에는숱한의문과그로인한안타까움이짙게배어있다.그럼에도카미유는마지막까지자신의삶을절대포기하지않았다.“비극으로보이는삶이더라도나는내삶을완수하고싶었다”라는말은카미유가작가를통해꼭전하고싶었던메시지가아닐까.

예술과사랑에몸바쳤기때문에피할수없었던그녀의고독,희망이없다는사실을알고나서도희망을기다리던그녀의의지를목격할때는힘들고도따스한위로가되기도했다.특히인생의커다란상실을겪고아픈시절을보내야했던때,그녀에게뻗은손길은나를달래고다시무릎을일으켜세워주는듯했다.(9쪽)

비록나와전혀상관없는사람의이야기일지라도,신마저외면한삶을포기하지않고완수한이를목격하면우리는그사실하나만으로도위로와용기를얻는다.한때빛났고,수없이외로운낮과밤을보낸한예술가의삶.생이불운했다고는하나,결코그생이카미유의예술을퇴색시키지못했고,현재까지남아감동을전하고있으니그것만으로도그녀의삶은충분히아름답다.이책『여기,카미유클로델』은절대적고독속에서도‘생의완수’를추구한예술가의집념,모든삶의가치와그의미를되새기고자쓰였고,이는모든독자를위한것이다.

사랑이더이상엄두를내지못하고희망마저부서진순간에도삶은이어진다.그녀도되돌릴수없는불행과끝까지함께했다.
최초의숨결과최후의한숨사이에있는삶의모습은모두다르고결국같다.(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