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미술품감정의대모(大母)가들려주는미술품감정이야기
『미술품감정과위작』은세스타작가의작품감정이야기만으로도관심을끌기에충분하지만몇가지의장점이더있다.
하나는저자의역량이다.1982년부터(사)한국화랑협회와(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주)한국미술품평가원등의감정기구에서감정위원과감정위원장으로40년간감정에참여했던저자(현가람화랑대표)가한국근현대미술품감정의산증인이라는점이다.미술품감정에오랫동안참여한만큼감정현장을잘알고있는저자가직접진작과위작을비교하며연구한경험을토대로위작의이유를가감없이들려준다.
다른하나는일반인이접하기힘든위작들을도판으로직접보여준다는점이다.이들위작은실제감정했던작품들로서,저자는도판을보여주되원작(기준작)과대조하며일일이설명을붙여왜위작인가를자세히짚어준다.이는일반독자는물론미술품감정에관심을가진이들이나미술애호가들에게생소한감정의세계,진작과위작의차이,진작의참다운가치등에눈뜨게해준다.기준작과감정대상작(위작)의비교는사람들이미술품감정에흥미를갖고더밀착할수있게한다.
소개하는작품의다양성도장점이다.세작가의진작(원작,기준작)은물론위작도유화,수채화,판화,드로잉,풍경과인물과동물,그리고구상과반추상,추상까지재료와소재,형식이다채롭다.그래서독자는각작가의작품을재료별,소재별,형식별로보는가운데진작과위작의특징을더분명히알수있다.특히감정대상작을감정할때도,여러차례전시회에출품되고전문적인도록에실린확실한자료를기준작삼아비교·분석하고,기준작이없을경우에는참고가될만한자료를찾아서기준작으로삼았다고한다.그만큼신뢰할만한내용이다.
이책에실린풍부한위작사례도장점으로꼽아야한다.사실위작은미술품감정관계자들외에그림을좋아하는사람들이볼기회는전무하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저자는이‘기울어진운동장’같은감정현실에서위작을양지로끌어내안목을키우게하고,감정의지침을제공한다.
“나는이책이진작과위작을비교·분석하고감정경위를소개함으로써독자가진품에대한안목을벼리는데도움이되기를바란다.비전문가들도이해할수있게쉬운언어로자세히쓰고자한것은이때문이다.나아가감정분야를공부하는사람들에게지침이될만한자료를제공하려는뜻도있다.”(「여는글」에서)
그래서저자는자신이참여한감정의오류까지도고스란히드러낸다.예컨대진품을위작으로판정한후다시바로잡은사례를밝혔는데,이경험이더욱단단한미술품감정을가능하게했기때문이다.
사례로본박수근이중섭김환기작품의위작세계
우리나라근현대미술품감정의역사는길지않다.1982년한국화랑협회에서감정을시작하였다.당시에는전문적인화집이나도록이드물었고,감정대상작과관련된기본적인자료나지침서가없었다.이런감정의불모지에서없는길을만들며수많은시행착오를거친결과,현재는사정이크게개선되었다.미술사가들의연구나전시회도록같은자료들이있고,그동안축적된데이터와미술관아카이브,카탈로그레조네(전작도록)등의참조자료가많아서위작여부를보다쉽게파악할수있는단계에와있다.특히이중섭과박수근의경우는카탈로그레조네가만들어졌고,김환기도환기미술관에축적된자료가구축되어있어서얼마든지진위여부를확인할수있다.그럼에도이들작가뿐만아니라유명작가의위작은끊임없이제작되고있다.
이책의구성은「추천의글」(오광수,미술평론가)와「여는글」,그리고「프롤로그」를통해서우리근현대미술품감정의여정과현실을간단히살펴보고,본문에서본격적으로세작가의작품위작을다룬다.
그과정도,먼저작가의삶과작품세계에관해소개하여독자가전체적인맥락을숙지하게한다.더불어유익한정보도슬쩍끼워넣는다.“그동안감정의뢰된김환기의작품은시류를탔던것같다.백자·달·여인등이등장하는구상성을띤작품의거래가활발할때는이런작품이감정의뢰의주를이루었고,근래에는우리현대미술의경향인‘단색화(Dansaekhwa),한국식모노크롬’바람으로,뉴욕시절의작품에관한감정의뢰수가늘었다.”(319~320쪽)이어서각작가의작품을몇개의카테고리로나눠서집중적으로다룬다.
박수근의작품감정을다룬「1부.위작에는향기가없다」에서는여인과나무,마을풍경,드로잉과판화등으로나눠서진작과위작을비교분석한다.이중섭의작품감정편인「2부.비슷한것은가짜다」에서는자화상과소그림들,풍경화와아아들,드로잉과판화등을다루고,김환기의작품감정편인「3부.진작은산처럼높고바다처럼깊다」에서는반추상의서정적이미지와뉴욕시절의반추상과점화등으로정리해서독자들이일목요연하게음미할수있도록했다.
이과정에서저자는1974년화랑(문헌화랑)에첫발을들여놓은시절부터박수근의작품(「고목과여인」)을만나고유작전을열고,또이중섭의소그림을판매하면서갤러리스트의길로들어서기까지의개인사와저자가경험한위작관련사건(2005년‘김용수의이중섭박수근위작사건’,2007년‘박수근의「빨래터」사건’등)이야기,작품과의인연,작가들과유족이야기등을녹여내흥미를더한다.
“10주기박수근유작전이열리도록동기를부여한김종학이그중약20여개의이미지를선별하여한지에먹으로찍었다.작은이미지들은50장정도찍어서5,000원에팔고,큰이미지들은30장정도찍어1만원정도에판매했던것같다.그리고작가사후에제작한판화라서작가의사인대신작가가남긴‘수근’이라는도장을찍었다.또10/10이라는숫자표기는판화를제작한고유의일련번호가아니라전시오픈날짜인1975년10월10일을의미한다.왼쪽아래에연필로작게적은‘金’이라는글씨는,김종학이판화를찍었다는표시다.”(박수근,52~53쪽)
「부록」으로,세작가의서명을연도별로정리하고편지글을수록하여작품감정에참조할수있게했다.
기준작과위작의비교,일반독자를위한눈높이설명
위작은유명작가의숙명이다.위작이많다는것은그만큼작품이고가이고작가가유명하다는뜻이다.대부분의위작은하나의작품을그대로베끼거나변형하는경우,두서너점의작품중일부를취해서하나의작품으로만드는경우,심지어그림속의그림을확대해서그리는경우등다양하다.유명작가의작품위작은도록이나카탈로그에실린작품을보고베낀것이많다.그래서작품을구매할때는감정대상작이도록에실려있다고해서무조건진품이라고믿어서는안된다.위작자들은이런함정을노린다.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자료(『한국근현대미술감정10년』,2013)에따르면,2003년부터2012년10년동안이중섭의작품감정건수는총187점으로,그중진작이77점,위작이108점,감정불능이2점이라고한다.세작가중위작이가장많은이중섭은2점을감정하면1점이위작인셈이다.박수근은감정한작품이247점이었고,그중94점이위작이었다.김환기역시미술시장에서인기가치솟으면서위작이증가하고있다.이처럼위작은작가의위상이높아지고미술시장에서고가로팔리면서본격화되기시작한다.
위작은음지식물과같다.사람들은전시회나경매등에서작가의진작을볼기회는많지만위작을볼기회는거의없다.위작은음지에서태어나음지에서유통되기때문이다.그래서위작이어떻게생겼는지,어떤경로로어떻게유통되는지를일반인은모른다.저자는이런현실에빛을준다.음지의위작들을지상(紙上)에전시하여사람들이작품의진위를판단하는데도움을주고자한다.저자의노력은단순히보여주는선에서그치지않는다.때로는화랑에서거래한기록도첨부하고,시대별로변해온그림가격의변동사항도덧붙여입체적인이해를돕는다.
미술품감정에서는안목감정이우선한다.더불어작품의소장경위와출처에관한정보도중요하다.작품이유전(流轉)하면서생긴이력은안목감정의한계를보완해주는보약이된다.때로는과학적인분석을통한과학감정도필요하다.이런점들은진위판별의중요한단서를제공한다.이책에작품의소장경위와출처에관한이야기가곳곳에등장하는것은이때문이다.
미술품감정의과정은일단해당작가의특장이깃든기준작(基準作)부터정하는데서시작한다.기준작의특징을제대로알아야위작을구별할수있기때문이다.작품감정이의뢰되면,먼저해당분야의전문가들로감정위원을꾸린다.때에따라서는유족이나제자들도참여한다.의뢰된작품은제작시기와재질,서명,소장경위와출처부터살피고,기준작과비교하면서내용과형식을분석한다.이모든것을종합하여최종적으로감정결과를낸다.
저자는감정현장의생동감을지면에살린다.감정대상작을기준작과나란히배치하고,기준작의특징을참조하면서감정대상작에대한설명을덧붙여서독자가감정현장에서참여하는것처럼구성한것이다.이과정에서손에잡힌듯한자세한설명이현장감을높인다.
“화가의노련하고숙련된기법인몇번의붓질만으로해부학적으로정확한소의형상을잡아낸그림이다.앞의「소」와자세는같다.전진하려는움직임의순간을그렸다.차이는앞의그림이검은색선묘로형상을그렸다면,이그림에서형상을빚는것은흰색계열의선묘(터치)다.이「소」가앞의「소」보다더골격이드러나보인다.선묘위주로그린소그림이기도하고,서예의필법처럼빠른붓놀림으로다채롭게구사한터치의강약과굵기의차이등이버무려진조형미가돋보인다.”(이중섭,201쪽)
“서체의꼴또한김환기의기준서체에서벗어나있다.1913년생인김환기는한자나서예에능숙한사람으로,한자를순서에따라물흐르듯썼으나감정대상작의경우특히‘煥’(빛날환)자에서부수인‘火’를‘夭’로쓰고‘奐’도알수없는한자로표기했다.본인의이름을잘못쓰는예는어디에도볼수없다.”(김환기,321쪽)
권말에「부록」으로수록한세작가의서명비교와편지글도주목된다.작가의서명은그림의중요한요소중하나로서,좋은작품일수록서명은한치의소홀함이없어서작품에무게를더해준다.미술품진위감정에서도서명은감정작품의출처와소장경위재료등과더불어중요한근거가되는데,여기서는재료별,시대별로서명의모양을확인할수있다.이와더불어세작가의서체를알수있게편지글도더했다.
40년걸린,우리모두를위한미술품감정길잡이
이책은미술인들뿐만아니라미술애호가나일반인을대상으로하고있다.세상에잘알려지지않은감정의진수를공개하여,미술에관심이있는사람이라면누구나감정하듯이작품을자세히톺아볼수있는길을열었다.평소무심히봐넘긴작품들을저자의설명에귀기울이다보면,작품의체형과체질이비로소보이기시작한다.위작에비춰,진작의아름다움을재발견하는셈이다.그리고미술품감정에관심이있었지만눈밝은길잡이책을만나지못한이들에게이책은수량이풍부한마중물이되어준다.
이책이나오기까지40년이걸렸다.한국근현대미술품감정이낳은첫결실이기도하다.이로써우리근현대미술품감정연구의발판이마련된셈이다.나아가우리근현대미술은애호가들의더많은지지를얻을수있게되었다.이제미술품감정은소수만을위한세계가아니라우리모두를위한세계로거듭났다.
“나는이책을통해소수감정인의전유물처럼여겼던미술품감정이신비스러운작업이아니며,누구나배울수있다는점을일깨워주고싶었다.그렇다고미술품감정을책한권으로마스터할수있다는뜻은아니다.지속적인관심을갖고의문점이있으면자료를찾고분석연구한다면,누구나감정의세계에한발짝더다가설수있다고생각한다.이책이미술품을사랑하는사람이알아두면좋은감정길잡이가되길바라는마음도있다.사례로든다양한진작과위작을통해화가와진작의가치를재발견하고그림을자세히관찰하는자세가갖추어진다면,그것만으로도감정의기본은마련되었다고할수있다.덤으로,위작을통해비로소진작의탄탄한진가를재확인하는뿌듯함을맛볼수도있을것이다.”(「프롤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