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불평등

시선의 불평등

$17.00
Description
“이미지는 어떻게 여성의 몸을 통제해왔는가”
시각문화에 뿌리내린 여성의 사회적 고정관념에 관한 논쟁
역사적으로 ‘보는 행위’는 모두에게 주어진 기본 권리가 아니었다. 본다는 것, 그리고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권력 및 통제와 관련이 있다. 이는 자신들의 버전으로 이야기를 하는 주체가 누구이고, 누군가를 대상으로 삼는 주체는 누구인가와 연관된다. 특히 지난 수세기에 걸쳐 시각문화 창작을 거의 독점해온 남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여성성의 전형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통제해왔는지 짚어보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의 편향성을 바로잡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이 책을 쓴 영국의 미술사학자 캐서린 매코맥은 소더비인스티튜트오브아트, 덜위치미술관 등 미술계 주요 기관에서 강연과 포럼을 열어 고대부터 현대미술, 또 TV 광고와 영화 속 ‘여성’의 이미지까지 현재 우리가 보는 대다수 매체 속 여성에게 덧입혀진 고정관념을 연구하고 발표해 『시선의 불평등』의 뼈대를 이루는 기본 개념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를 발전시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기출간 도서 가운데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캐서린 매코맥처럼 시각문화 속 여성을 이 만큼 다층적이며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미술사학자이자 여성, 어머니이기도 한 저자의 경험과 심리를 녹여낸 글쓰기는 강렬한 논쟁이 펼쳐지는 책의 바다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한층 깊은 몰입으로 안내한다.
“유명한 이미지들에서 여성과 여성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을 재고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각문화에 뿌리내린 여성과 인종에 따른 사회적 고정관념에 관한 논쟁에 확성기를 대고 “편향된 시각의 바로세우기”를 위해 쓰였다.

저자

캐서린매코맥

미술사학자이자작가,독립큐레이터다.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소더비예술연구소에여성과예술연구프로그램을설립하고그곳에서컨설턴트강사로일하고있다.그녀의글은국제전시카탈로그와학술지,건축평론,『하퍼스바자』등과같은여러매체에실렸으며,교육자로서런던의모든주요박물관에서가르치고강연을이끌고있다.지은책으로는『TheArtofLookingUp』(2019)이있다.

목차

시작하며

1비너스
2어머니
3아가씨와죽은처녀
4괴물같은여성

마치며

감사의말

옮긴이말

출판사 서평

이책에쏟아진찬사
★여성의신체가예술에서어떻게그려지는지를조명하는시선…이경이로운책은독자들에게많은생각을하게할것이다._『퍼블리셔스위클리』
★이책은예술에서여성인물의모티프,고정된포즈,그리고애정에대해민감하고탐구적인비판을가한다._『뉴욕타임스북리뷰』
★가까운미래에우리와함께할문제,역사적맥락및여성에게미치는영향에대한열정적이고진지하면서도흥미로운논지를펼친다._『워싱턴포스트』
★시의적절하고간결하며심미적인탐구._『커커스리뷰』
★서양시각문화의그랜드투어에서이책보다더나은가이드는없을것이다._브리짓퀸(『우리의이름을기억하라』저자)

재현의정치학
그림속여자들,다른방식으로보기

책은네개의장으로이루어져있다.각각의장에서는1)여성신체에관한통제2)정형화된어머니3)수동적여성과성폭력4)여성혐오장치로써의괴물이미지를신화,종교미술,대중문화속시각자료를바탕으로역사적흐름과문화의식을촘촘히엮어진보적관점으로깊이있게다룬다.

먼저1장「비너스」에서는신화속미와사랑의신비너스를언급하면서여성성자체를상징한다고믿고있는비너스의몸이실은수치심,욕망,인종,성에관한토론들이벌어지는일종의전쟁터라고정의하며비너스이미지가문화의식속여성의몸에어떤방식으로투사되어왔는지를살핀다.

서양미술을전시하는미술관이라면전세계어디에나비너스가있다.문화와미술에서비너스의높은위상과존재감은미술사학자그리젤다폴록이말한“문화에깊이뿌리내린남근숭배의식”의징후다.그러나비너스는당신의호주머니속휴대폰의소셜미디어피드에도있다.(……)르네상스회화에서부터빅토리아시크릿패션쇼무대,화장품광고에서부터피카소의그림에이르기까지,비너스는여성의성과아름다움,부와지위와관련된개념을상징하는여성의몸이있는모든곳에존재하고있다._40~41쪽

저자는비너스의신화적이미지를만드는것이무엇인지면밀하게들여다볼것을권하며,문화속여성의몸에투사된억압된욕망과두려움에대해고찰할수있을것이라고말한다.여기서말하는두려움은인간의생리현상,체모,노화로대표되며,체모하나없이백옥같은피부의젊고늘씬한비너스이미지를통해자연의섭리를거스르는거짓아름다움을추앙하며두려움을전복하는재현의정치학으로서의비너스를다룬다.특히여성의몸을활용해천재성과창조성의개념을만들고시각화한주체로서서양백인남성들은자신들이보고자하는방식으로여성의이미지를고착화하고주입하는한편,유색인종여성에대한인종차별적인가정들도조장해왔음을알수있다.그대표적인예가‘호텐토트의비너스’로알려진남아프리카코이코이족출신의사르키바트만이다.저자는이장에서비너스그림이어떻게성적대상화의합법적인구경거리가되었는지를설득력있게개진하면서비너스가상징하고여성들에게요구하는미의교리들이어떤방식으로여전히현대사회에짙은그림자를드리우고있는지상기시킨다.

2장「어머니」에서는비너스와함께‘여성성의전형’을대표하는성모마리아이미지를시작으로이상적인모성의이미지가대중에게각인되는과정과비현실적인미덕을강조하는현대모성의묘사방식을다양한예시를들어설명한다.예컨대천사같은성모자이미지는20세기에유아용품,특히분유광고에많이차용되었다.종교화를연상시키는이미지로광고를만든분유브랜드들은,수백년을이어온기독교의원시의어머니와연관된도덕적교훈들을빌려와‘훌륭한’어머니들이아기에게먹이기위해선택한것이무엇인지강조했다.뿐만아니라기독교미술에서성모마리아는종종도덕적인‘흠’이없는완전함을상징하는깨끗한거울같은시각적소품과함께그려졌다.여기서거울은여성의이상적인본보기로서마리아의역할을상징하며마리아와비교해다른여성들의부족함을보여준다.이같은성모마리아의시각적틀이종교적이미지에서세속적이미지로확장됨에따라,19~20세기널리퍼진아내와어머니의신성화,그리고그들의삶이도덕적으로고결할것이라는위험한기대가강화되었다.한편,여기서도백인남성중심의서양시각문화의고정관념을엿볼수있다.‘어머니의전형’속에서고결,순수,희생,아름다움은모두백인여성이차지한반면,아프리카계,아시아계유색인종여성들은성적매력이제거된다소고집스럽지만유쾌한대리모이자보호자로백인사회주변부에존재한다.그밖에도책에는여러예술가의작품을통해다양한유형의여성들과그들의노동,어머니역할에가치가부여되고부정되는방식에대해생각해보라고말한다.

3장「아가씨와죽은처녀」에서는황소로변신한제우스가에우로페를납치하는장면을그린티치아노의「에우로페의겁탈」을언급하면서16세기에권력과남성다움을과시하기위해제작된수많은그림중강간문화를용인하고나약하고수동적인여성이미지를널리각인시킨문제작들을다룬다.

처녀는미술사와그배경이되는이야기의단골주인공이다―즐거움을위해제작된그림들과정치를위해(혹은간혹둘모두를위해)제작된그림들에자주등장한다.젊고연약한여자의몸은때로잠들어있고때로아프고죽었거나붙잡혀있다.그리고그녀에게무슨일이일어나든상관없이거의항상남성의정체성이나남성다움을강화한다._141쪽

신화를비롯하여수많은문학작품속에서여성은에우로페처럼호색한인신들에게납치되어겁탈당하거나파멸과죽음을맞이함으로써미적쾌감을선사하는장치로활용되었다.그림과무대에서우리가즐기는비극적사랑으로망가진히스테릭한젊은여성들,이를테면셰익스피어의줄리엣이나‘상사병’을앓는오필리아등은종종자살이나자기파괴로스스로를해친다.이러한여자들은미술과문학에만존재하지않고일상의공간에서도쉽게접할수있다.다시말해,그녀의이야기는1유로동전에,유럽연합기구건물들앞에공공조각으로서있다.이러한“공공이미지들은미술관에서보는것보다훨씬은밀하게대중의정체성을형성하기때문에대단히중요하”게검토될필요가있다고저자는강조한다.다수에게노출된그러한이미지들은세심하게검토되지않는경우가많고또눈에띄지않게일상적인삶으로침투해그것이내포한상징적인메시지와함의들이보편적인규범으로받아들여지기때문이다.이처럼여성의고통을고귀하고아름답게포장하고,최악의경우여성에가해지는폭력을문학적,종교적,역사적으로묵인된불가피함으로둔갑시켜그것의일상화에기여하고있는것은아닌지살펴야한다고저자는지적한다.

마지막으로4장「괴물같은여성」에이르러서는앞서다룬비너스,어머니,처녀로불리는이상적인여성상의반대편에위치한메두사,릴리스,스핑크스,마녀등괴물같은여성에대해다룬다.저자는이괴물같은여성이실은가부장제가추구한여성상에저항한여자들에대한남성의공포가만들어낸허상이라고지적하면서,여성의힘을축소하고억누르며소유하려는수단으로서괴물여성이미지가어떻게활용되어왔는지구체적인사례를들어설명한다.

인류학자들은마녀이미지가사람들,주로여성들에게기대되는사회규범들을따르도록만들기위해사용된전략이라는데대체로동의하는편이다.그러한마녀들은시대와지역을막론하고,가부장적제도들이기존의모계제도들을억압하려했던사회들에널리퍼져있다.오늘날,권위가요구되는공적활동을하는여성들에서부터마법을부린다는혐의로박해받고처형된사람들에이르기까지모든문화에여전히‘마녀’가존재한다._227쪽

한국을비롯해전세계적으로젠더이슈는여전히‘뜨거운감자’다.이러한시기에이책의출간은오히려매우시의적절하다.저자캐서린매코맥은미술사뿐아니라대중문화,이미지연구,여성학등에해박한지식을바탕으로고대부터현대에이르기까지방대한여성이미지들을분석함은물론,서양백인중심사회가이룩하고널리퍼뜨린인종차별적시각에도경종을울린다.이는비단젠더문제뿐아니라지역과인종적불평등에대해서도다시금고찰하는기회를제공한다.이를통해우리는우리를구속하는전형들에서벗어나기시작할것이고,한쪽으로치우치는법없이예술과문화를확립해나갈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