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생활청산,
새로운희망에대한기대
1890년5월16일,빈센트반고흐는담장으로둘러싸인생폴드모졸요양원을나와파리행기차에몸을실었다.바깥세상과는1년만의조우였다.밤기차를타고파리로향하는동안빈센트는무슨생각을했을까?당장은몇시간후만나게될테오와그의가족을떠올리며기쁨과설렘이공존했을것이다.그럼에도요양원에서고립된생활을막마치고나온터라다소두렵기도했으리라.하지만걱정과달리요하나는빈센트의첫인상을다음과같이기록했다.“아픈사람을예상했으나그는건강하고넓은어깨,미소를띤혈색좋은얼굴의남자였다.아주확고해보이는모습이었다.”빈센트가요양원을퇴원하던날담당의사였던페롱박사는소견서말미에“치료되었다”라고썼다.이에대해연구자들사이에서는페롱박사가지나치게낙관적인관점으로빈센트의완치를판정했다고추정하고는하지만요양원기록을보면이카테고리에들어간환자는거의없었다.그런점을감안하면빈센트의상태는1년전에비해상당히회복되었던것으로보인다.
5월17일이른아침파리에도착한빈센트는자신을마중나온동생테오와약2년여만에재회한다.반고흐형제는애틋함과안도감이교차하는마음으로함께집으로돌아왔고,빈센트는처음으로테오의아내,생후3개월된조카와만났으며,아파트벽을가득채운자신의그림을살펴보았다.이후반고흐형제는국립미술협회전시,일본판화전시,그리고아방가르드미술수집가이자딜러인쥘리앵탕기의상점에차례로들러변화하는미술의기운을흡수했다.과연고립된생활을벗어나새로운희망을기대하기에더할나위없는시간이었으리라.
오베르에서의마지막시간,
그리고높아가는예술가의명성
책은이처럼요양원을나와독립적인생활에대한기대와도전을준비하는빈센트의새로운출발로시작한다.총3부로이루어진구성에서가장긴부분을차지하는1부「마지막70일,70점의그림」에서는빈센트가오베르에서보낸10주라는시간과놀라운성과에대해다룬다.특히의사이자아마추어미술가였던폴가셰박사와의만남이빈센트에게미친정신적·예술적영향을비롯해대형풍경화및초상화에집중하는예술가의도전적면면을깊이있게살펴본다.
2부「종말」에서는빈센트의죽음을둘러싼사건에집중한다.한때불거졌던빈센트의죽음에관한논쟁을포함해,그럼에도왜여러연구자들이빈센트의죽음을자살로보는지반고흐의병력및여러자료를근거로살핀다.또형의죽음이후너무나도빨리빈센트를따라간동생테오의죽음에대해서도자세히다루고있다.빈센트가사망한후약3개월이지났을무렵매독이원인인마비성치매진단을받은테오는그로부터12주만에형의뒤를따르고만다.대부분의반고흐관련문헌에서는대체로빈센트의질병과죽음에초점을맞추는경향이있었으나마틴베일리는연구과정에서찾은반고흐가족의질병이력을비롯해테오의건강상태를빈센트도알고있었는지,이것이빈센트의고뇌의원인중하나가되었을지에대해서도추론한다.
3부「명예와부」에서는결혼2년만에홀로남겨진테오의아내요하나봉어르가빈센트의모든작품을관리하게되면서작품목록을어떻게정리하고,반고흐의삶과예술을세상에어떻게알리는지,예술가의탄생에쏟은노력등을세세하게다룬다.미국의미술사가존리월드의말처럼반고흐가명성을얻어가는과정은“현대미술사에서가장감동적이고놀라운장중하나”라고일컬어질만큼극적인장관을이룬다.생전에작품을단한점밖에판매하지못했던반고흐가사후미술계에미친유례없는영향과작품가격의상승,그에따른수많은위작의제작및거래등이제시대를초월해세계에서가장유명한화가가된반고흐를둘러싼흥미로운이야기가전개된다.
반고흐의‘진짜’마지막그림
미술애호가들은종종위대한화가의마지막그림이무엇인지몹시궁금해한다.빈센트의경우,마지막그림을확인하고분석할수있다면그의삶,마지막순간의마음상태를통찰할수있으리라는희망에더욱매혹적으로다가오는지도모른다.그렇다면그의진짜‘마지막’그림은무엇일까?_149쪽
반고흐의마지막작품으로가장많이언급되는그림은「까마귀나는밀밭」이다.무겁게내려앉은하늘과밀밭위를나는검은새떼가그림에불길한기운을드리우고있어상징적관점에서파국을의미한다는해석이많았다.「까마귀나는밀밭」이실제로반고흐의내적고뇌를반영하고있을지도모르나마지막작품이아닌것은분명하다는주장도팽팽하게맞선다.반고흐사후열린몇몇전시에서‘거장의마지막작품’이라소개한것을시작으로,어빙스톤의1934년소설『빈센트반고흐―열정의삶』과이를각색해영화화한「열정의랩소디」에서결정적장면에그림을그리는화가와까마귀를묘사함으로써「까마귀나는밀밭」이반고흐의마지막작품이라는인식에지대한영향을끼쳤다.하지만그림을자세히보면곡식은아직추수되기전이고,반고흐의편지를참고할때이그림은그가7월6일의힘들었던파리방문직후완성한‘소용돌이치는하늘’아래밀밭풍경을그린그림중하나일가능성이크다고저자는말한다.마지막작품으로좀더가능성있는후보로는「오베르인근농장」과「나무뿌리」를들수있다.이는반고흐의유작을관리하고작품목록을정리한테오의아내요하나와처남안드리스가남긴자료를근거삼는데,훗날안드리스는좀더구체적인설명을덧붙이며총기사건이일어난날아침에그린것은「나무뿌리」라고주장한다.두그림중어느것이‘진짜’마지막그림일까?이에대한연구는앞으로도계속되겠지만,분명한것은예술가가떠난지130여년이지난오늘날에도우리가반고흐에대해여전히알아갈것이남아있음을시사한다.
예술가의발자취를찾아서떠나는여행
오베르쉬르우아즈는파리에서기차로약한시간정도떨어진곳에위치한다.놀랍게도시골역사는반고흐시절이후거의변하지않았고,역에서중심가를따라5분정도걸으면반고흐가머물렀던여인숙오베르주라부가나온다.1987년도미니크샤를얀센이여인숙건물을구입한후세심하게복원하여일반에게개방한것이1993년.이후해마다5만명이상의관람객이이곳,예술가의마지막안식처를찾아와네덜란드암스테르담의반고흐미술관다음으로많은관람객이찾는‘반고흐순례지’가되었다.
2023년은반고흐미술관이개관50주년을맞이하는해이다.이를기념하기위해미술관은첫전시로<빈센트를선택하다,가족사의초상(ChoosingVincent.PortraitofaFamilyHistory)>을개최했다.전세계에서반고흐의작품을가장많이소장하고있는이미술관이건립될수있었던데에는반고흐라는예술가가그림에전념할수있도록뒷바라지를한동생테오와반고흐형제의죽음이후작품을알리고보존하는일에평생을바친요하나봉어르,그리고그녀의아들빈센트빌럼의노력이크다.이들이아니었다면,형빈센트가언젠가베토벤과비교될만큼위대한예술가로이름남기리라장담한테오의예언은이루어지기어려웠으리라.반고흐미술관은이번전시에대해한명의예술가가탄생하기까지테오와그의가족이기울인노력과결코쉽지않았던선택의과정을담고있다고밝혔다.그리고그들의이야기는마틴베일리의책『반고흐의마지막70일』에서도깊이있게다루고있으니,예술가의삶,커가는명성과숨은조력자들에대해탐구하고싶은독자에게는분명선물과도같은책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