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것들과부딪히며온몸으로체득한생경한감각,
그수련의여정
“뉴욕에서의매순간이내겐수업이었다.학교도다니고크리스티에듀케이션과정도밟았지만,교실밖에서도많은걸배웠다.오페라를보고,여행을하고,혼자사는생활을잠시멈춰룸메이트들과함께살고,미국사회의이모저모를숙고하고,다양한문화체험을하면서결국은‘나란어떤인간인가’를배웠다.”(12쪽)
지은이가뉴욕으로떠날때마음속에품은이미지는독일화가티슈바인이그린「창가의괴테」였다.“여러대상을접촉하면서본연의나자신을깨닫기위해”이탈리아로떠난요한볼프강폰괴테가로마에막도착했을때,창밖을바라보며미지의세계에순수하게몰입한모습을티슈바인이화폭으로옮긴그림이다.지은이역시자기자신을교육하겠다는의지로떠나온해외연수에서괴테를롤모델삼아호기심어린눈으로몰두해낯선환경에적응해간다.그모습은분명「창가의괴테」와닮아있었으리라.
그렇지만괴테처럼되겠다고결심하고머무른뉴욕에서정작만난건괴테보다는호퍼였다고지은이는훗날고백한다.매일써내려간일기속자신의모습이점점호퍼의그림을닮아갔노라고,그것은마치뉴욕특유의풍경속을거닐고정지하는그림속얼굴들사이에서자신을발견하는것과같았다고말한다.대도시의고독,어쩔수없는이방인으로서의감각이자주어깨를움츠러들게할때도있었지만,결국매일온몸으로마주하는그러한생경함이글을쓰도록추동했다.그렇게스스로를재료삼아써내려간뉴욕일기는자신을위한훈련이자‘나’를알아가는과정이되었다.
“뉴욕에서의1년동안나는매일썼다.낯선환경,새로운것들과부딪히며온몸으로체득한생경한감각을,모조리붙들어글로표현하고싶었다.(……)‘나’를재료로한그집필의과정에서‘나’라는사람은점점또렷해졌다.손에잡힐듯구체적으로내것이되었다.”(12쪽)
난생처음해외에서살며모든계급장을떼고뉴욕이라는거친도시와,그리고스스로와한판붙으며겪은좌충우돌의견문록은이렇게완성되었다.
그리운친구를만나러가듯미술관을거닐며
그림속얼굴들을만나다
소련의한미학자가말했다.“아는그림을보러미술관에가는건그리운친구를만나러가는것과같다”고.책에는미술사를공부하고일간지에서미술담당기자를맡기도한지은이의이력답게일상속에침투한미술의흔적을더듬어보는에피소드가가득하다.특히뉴욕에서생활하면서특별해진호퍼의그림이야기와호퍼의자취를따라가는시간의기록은매일보는풍경,매일다니는길을다르게보이게했다.가끔은호퍼의그림이보고싶어아침일찍부터미술관으로달려갔다고말하는지은이는소리없는위로를전해주는호퍼의그림속얼굴들,풍경들,순간들을마주하면서일상으로스며든호퍼의자취를더욱또렷하게각인한다.
현대미술의중심지라일컬어지는뉴욕의미술세계를경험하고기록한내용또한흥미롭다.뉴욕대학교인스티튜트오브파인아츠에서방문연구원으로있으면서알브레히트뒤러의판화작품을보며연구하고,세계굴지의미술경매회사인크리스티산하교육기관‘크리스티에듀케이션뉴욕’에서아트비즈니스서티피컷과정을수강하면서체험한아트비즈니스의현장이야기는미지의세계를탐험하는기분을들게한다.이밖에메트로폴리탄미술관,모건라이브러리,뉴욕현대미술관,브루클린미술관등도시곳곳에자리한미술관들을다니며작품을감상하고체화한이야기는읽는이로하여금뉴욕을그림처럼그려보게한다.
내가되기를공부한시간,
더욱선명해진‘나’를만나고돌아오다
낯선세계를경험한다는건내안의또다른문을여는열쇠를손에쥐는일인지도모른다.그문을열면익숙한일상을살아가면서잠시잊고있던내면의목소리가들려오고문너머웅크리고있던‘나’와직면하게된다.그렇기때문에사람들은익숙하지않은곳을찾아자꾸떠남을꿈꾸는지도모른다.더욱선명해질나자신과조우하기위해.
“사람들은내게물었다.뉴욕에서혼자외롭지않았느냐고.그렇지않았다.나는혼자가아니었으니까.나는1년간죽나와함께있었다.내가짊어지고있는내가너무나크고무거워서종종버겁기도했지만,그덕에나는나를좀더잘알게되었다.내가나를데리고다닌1년이었다.”(9쪽)
곽아람은뉴욕으로떠나기전에는타인의기준에자신을맞추려아등바등하며살았고,항상남의시선,타인의눈뿐아니라자신안에스스로를감시하는존재를두고살았다고말한다.하지만뉴욕에서돌아온후에는더이상그러지않는다.내가되기를공부한이후에는그저나답게살고있다고말한다.내안의강한나를탐색하고기록한『나의뉴욕수업』은,그리하여호퍼의작품처럼어디에나있으면서도어디에도없는이야기이자,혼자만의이야기이지만독자와함께하면더좋을이야기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