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18.00
Description
치열하게 기록된 과거의 한 장면은
나를, 그리고 내 삶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개인적이고 역사적인 나만의 미술관
역사서의 한 장을 연구하듯 그림을 읽다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사적(史的)인 나만의 미술관

『사적인 그림 읽기』는 역사적 사실과 나의 일상을 통해 그림을 치밀하게 들여다보고 쓴,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이가은은 언론학과 서양사를 공부한 새내기 연구자이자 세상의 여러 기준에 맞춰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30대의 한 개인으로서, 하나의 그림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독특한 미술 에세이를 썼다.

“역사를 공부하기 전에는 그림이 나의 글감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역사학에 뛰어들면서부터 미술 감상을 즐겼다. 처음에 그림은 내게 유용한 사료였다. 역사서의 한 페이지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었다. 아는 만큼 보였고, 보이는 만큼 그 안에 나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내 것’으로 사랑하게 되었다.”_「프롤로그」에서

지은이에게 그림은 감상의 대상을 넘어 역사 연구의 재료다. 파리 기념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 베로의 그림에서 가정에 귀속되었던 19세기 여성들의 활동 반경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공적 공간으로 확대되었는지 돌아보고,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서재의 성 제롬」을 보며 중세에서 근대로 이어진 ‘읽기’의 역사를 살피는가 하면, 얀 마테이코가 그린 코페르니쿠스 그림에서 신성과 과학이 어색하게 공존하던 시기, 태양중심설이 촉발한 ‘세대 갈등’을 흥미롭게 짚는다. 그러나 각 이야기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고민에 대한 작은 해답을 이끌어내는 과정과 매끄럽게 얽힌다. 먼 나라와 여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미술작품을 살펴봄으로써 지은이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삶의 의미’이다. 마차 운전석에 앉아 파리의 신작로를 내달리는 여성, 책에 몰입하는 성 제롬, 프톨레마이오스에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그리고 뉴턴으로 이어진 세계관을 바꾼 과학자들 등, 지은이는 그림 속 인물과 상황에 자신을 대입해 ‘고요히 치열했던’ 시간의 의미를 길어올린다.

저자

이가은

의미있는메시지를전달하는사람이되고싶었다.그래서인지어릴적부터소통의도구인언어와미디어에관심이많았다.점차‘무엇’이의미있는메시지인지고민하기시작했고,이는곧‘의미있는삶’에대한고민으로확장되었다.그때부터지나간인생들이남긴흔적을즐겨좇았다.역사와미술을향한애정은그여정가운데탄생했고,깊어졌다.축적된시간속에서다양한삶을탐색하고,감정과철학을읽어내는작업이좋다.어제의정답이오늘의오답이되는일이반복되지만,그럼에도새로운의미를찾아가는과정자체를가치있게여긴다.

연세대학교신문방송학과를졸업했다.동대학원석사과정을마쳤고,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브런치스토리’에글을쓰고,인문학지도사로서온·오프라인역사강의를진행해왔다.현재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일하고있다.

인스타그램@leeegenna

목차

프롤로그-고요히치열했던나의하루에게

1부외롭지않은고독
비오는날의무기력함벗어나기-오귀스트르누아르,「우산」
인생이노잼일때운전대를잡았다장베로,「샹젤리제의원형교차로」
때때로고독을즐기는사람들에드워드호퍼,「밤을지새우는사람들」
나돌아갈래,다시책으로안토넬로다메시나,「서재의성제롬」
그냥,어쩌다,멀어진너에게에드가르드가,「디에프의여섯친구들」

2부아름답게치열할것
그시절우리가스우파를사랑한이유주세페카데스,「아이아스의자살」
46킬로그램이라도김고은은안되더라고요-안티오크의알렉산드로스,「밀로의비너스」
관종시대의자기표현법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자화상」
우리들의행복한덕질을위하여요제프단하우저,「피아노치는리스트」
자꾸‘라떼’를권하는꼰대들에게-얀마테이코,「천문학자코페르니쿠스,신과의대화」

3부고요히바라보는시간
남의나라를자주그리워하고는해-클로드모네,‘런던템스강’연작
이사갑니다,더나은삶을희망하며-조지프말러드윌리엄터너,「쾰른,정기선의도착-저녁」
봄은언제나눈을맞으며온다빈센트반고흐,「아를의눈덮인들판」
첫기억을두고온곳으로자꾸나아갑니다-존컨스터블,「플랫포드물방앗간」
죽음과함께춤출수있다면-생제르맹성당의「죽음의무도」

참고자료

출판사 서평

고요한매일,조금씩쌓인치열함으로
삶의균형을잡으며써내려간그림이야기

이책에는우정,경쟁,다이어트,관종,세대차이등공감을불러일으킬만한주제로쓴개인적이고역사적인열다섯편의글이실려있다.일상의균형추가되어준그림과과거의이야기가적재적소에서글에힘을실어준다.1부「외롭지않은고독」에서는외로움을순순히인정하면서도자신을오롯이세우는태도를보여주고,2부「아름답게치열할것」에서는매일치열하게경쟁하면서도숭고함을잃지않으려는노력을미술작품을통해전한다.3부「고요하게바라보는시간」에서는어쩔수없는변화앞에서지나간것과다가올것을가만히생각해보는시간에대해풀어냈다.

비가오는데도사람들은왜웃음을띠고있을까?피에르오귀스트르누아르,「우산」
지은이는비오는날을좋아하지않는다.특히걱정거리가산더미같이쌓인시기에는날씨가조금만흐려져도기분이가라앉는다.그런데르누아르의「우산」속사람들의표정은묘하다.화면을정면으로바라보는여성은옅은미소까지띠고있다.18세기이전까지대중은값비싼우산을소유할수없었고세간의인식또한부정적이었기에우산을쓰는게구경거리가될정도였으나18세기후반부터값싼재료로만든우산이개발되고편견도개선되어우산이흔하게사용되기시작했다.그때,‘행복의화가’르누아르가‘비’보다는우산쓰기를기다리던사람들의‘설렘’을포착해화폭으로옮긴그림이바로「우산」이다.지은이는이그림을보면서인생의우기(雨期)에도설렘이찾아드는순간이있다는깨달음과삶의모든단계를꿋꿋하게마주할용기를얻었다고말한다.르누아르의부드러운붓터치너머에서인생을대하는단단한태도를읽는다.

“르누아르가그때의내삶을관찰하고그린다면아예다른작품이되리라확신한다.그는분명비오는날에도의외의설렘과즐거움을찾아내그것을더신경써서그릴테고,완성된그림을보여주며‘봐,네시간들이그렇게울적하지만은않았다니까?’라고말할것이다.”(28쪽)

경쟁에서지는것은곧비극이되는걸까?주세페카데스,「아이아스의자살」
고대그리스에서경쟁의목적은‘아레테’즉,신이부여한능력을갈고닦아탁월함에다다르기위함이었다.소포클레스는이러한정신이변질될것을우려했는지희곡『아이아스』를통해패자가파멸에이르는과정을적나라하게보여주어경쟁이비극이될수있음을경고했고,이후카데스를비롯한여러화가가이비극을그림으로남겼다.지은이는「아이아스의자살」속아이아스와TV프로그램「스트리트우먼파이터」참가자들의태도를비교하며경쟁의의미를고찰하고,경쟁에서지더라도그노력을당당히인정함으로써존엄을지킬수있어야한다고말한다.그리하여경쟁의진짜의미는승패가아니라경쟁에참여한이의마음가짐에달려있다는깨달음을전한다.

“그리스인들은경쟁이모두에게희극이되길바랐고,「스우파」라는TV속가상현실도경쟁이얼마나아름다울수있는지에대해말했다.그것이너무나유토피아적망상이고연출된쇼라할지라도나는그이상의실현가능성을믿어보기로했다.나의꿈을위해묵묵히최선을다할때,내가임하는모든경쟁이아름다울수있음을믿기로했다.”(127쪽)

젠틸레스키는왜신화적인물에자기얼굴을그려넣었을까?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자화상」
지은이는글쓰기를시작하면서‘관종’의길에들어섰다.독자가있어야자신의메시지에도힘이실리기때문이다.다만독자를의식할수록자기검열이작동해고민이깊어져갔다.그때젠틸레스키의자화상과그의삶이답을주었다.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는여성화가가드물었던17세기에능력하나만으로인정받았던실력파화가였다.하지만공고한남성중심의예술가사회에서젠틸레스키는능욕당했고모함받았다.그러나그는굴하지않고자신의능력을내세워살아남았으며특히르네상스에부상한초상화장르를효과적으로이용했다.「홀로페르네스의목을베는유디트」「엘렉산드리아의성카타리나모습의자화상」「회화의상징으로서의자화상」에서볼수있듯특정인물의이미지를빌려강인하고대범한여성,혹은전설적인여성으로서자신을그렸다.이렇게‘나를화가로서기억해달라’고외치는젠틸레스키의자화상들이그의위대함을알린가장확실한증거가된것처럼,지은이도자신보다더오래,더멀리나아갈자신의글에진심을담겠다고다짐한다.

“좋든싫든모든창작자는자신을팔아얻은관심을먹고산다.자신의재능,생각,경험,매력,그모든것이창작물에담겨창작자를표명한다.작품속나는현실의나보다더오래살아남아더많은사람을만나고다닐테니그만남이허황되지않도록가능한한‘진짜나’를가장멋진방법으로새겨넣고싶다”(172쪽)

짧은글,화려한이미지가주목받는시대
자신만의속도로그림과삶을엮는시간

“휘청거리는길끝에무엇이기다리는지알수없었고,막막한안개가짙어질수록더욱균형을잃고허우적댔다.줄아래를내려다볼때마다스스로작다고느꼈다.이미성공한사람들,여유를부려도되는사람들,안정된발판을딛고선사람들로북적대는세상.그곳의떠들썩함과달리나의하루하루는참고요하고치열했다”_「프롤로그」에서

다른사람들은알아채지못하더라도자신만의노력으로‘고요히치열했던’시간이누구에게나있을것이다.지은이는학업과진로고민으로방황하던시기에하나의자구책으로써미술과역사,자기성찰을엮은글을브런치스토리에올리기시작했다.그과정에서얻은새로운지식과관계덕분에흔들리더라도자존감을지키며나아갈수있었다.이책에는제자리에서숭고함을잃지않으려고군분투한모든이에게어떤방식으로든힘이되기를바라는지은이의마음이가득담겨있다.

전시와웹콘텐츠의양적질적팽창으로어디서든쉽게그림을볼수있는시대다.미술작품을보는것이부유한이들의고상한취미로여겨지던때를지나적극적으로작품을감상하고더나아가서는작품을소유하는이들도점차늘어나고있다.다양한방식과시각으로그림을감상하고자하는이들또한늘고있는요즘,이가은의『사적인그림읽기』는그림을‘개인적역사적’으로읽는방법을제시하고,다층적읽기를통해하나의그림을진정‘내것’으로만드는경험을해보라고넌지시권한다.『사적인그림읽기』가더깊이있는그림감상으로나아가고싶은독자들에게든든한다리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