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친 면의 대화 :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펼친 면의 대화 :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25.00
Description
책의 가장 깊은 곳에서 펼쳐지는 열 편의 대화
우리 앞에 놓인 한 권의 책, 그 형태를 만드는 사람들
2010년대 이후 한국 출판의 지형을 책-디자인으로 그리다
한국의 북디자이너 인터뷰집

시각 문화 연구자 전가경이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북디자이너 열한 명(열 팀)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쓰고 엮은 대담집 『펼친 면의 대화: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가 출간되었다. 2022년부터 2년간 진행한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책과 디자인에 관한 저자와 디자이너들의 대화가 골자를 이루고, 사이사이 삽입된 저술이 출판의 역사와 책의 형태를 둘러싼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하우스와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두루 아우르며 상업 출판부터 미술 출판에 이어 독립 출판까지, 다양한 분야와 언어권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방법론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열한 명의 작업자를 한데 묶는 주제는 다름 아닌 종이책이다.
그래픽디자인을 연구하고 대구에서 출판사 사월의눈을 운영하는 디자인 저술가 전가경은 사진책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디자인 간의 관계를 오랜 시간 모색해왔다. 이 책에서 그의 관심사는 이 시대의 북디자인이 무엇인지 가려내거나 책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인터뷰에 참여한 디자이너를 향한 깊은 애호를 바탕으로 그들 작업의 자취를 면밀히 살피고, 이를 시각 문화와 디자인사의 관점으로 꿰어내어 아직 단단히 정립되지 못한 한국 현대 북디자인사의 계보를 조각조각 그려낸다. “매끄러운 세계가 반강제되는 시대에 지문의 존재 이유를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종이책”(279쪽)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펼친 면의 대화』는 책을 향한 헌사이자,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작업자들의 노동을 여실히 조명하는 한편으로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책의 뒷면으로 우리를 데려가, 책의 표정을 짓고 글자의 자리를 마련하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저자

전가경

저자:전가경
그래픽디자인에대해연구하고글을쓰고강의하며,대구에서‘사월의눈’이라는이름으로사진책을기획하고만든다.갈수록짧아지는그래픽생애주기의현장과공백으로놓여있는한국그래픽디자인역사를출판기획및저술을통해연결짓는데관심이있다.『세계의아트디렉터10』『세계의북디자이너10』(공저)등을썼고,『아파트글자』『작업의방식』『정병규사진책』과『한국의90년대전시도록xyz』를기획했다.

인터뷰이:김다희(민음사디자이너)
김다희는홍익대학교시각디자인과에재학하는동안한글꼴연구회및한울활동을했고,활자공간에서글꼴디자인작업을진행했다.2007년부터현재까지민음사출판그룹미술부에서황금가지,민음인,판미동브랜드의북디자인과출판관련디자인업무를담당하고있다.‘파운데이션’‘스페이스오디세이’‘듄’시리즈,『이갈리아의딸들』『시녀이야기』개정판,『부자아빠가난한아빠』20주년특별기념판,켄리우단편선등을디자인했다.『출판문화』『기획회의』등에북디자인관련글을쓰기도한다.

인터뷰이:조슬기(문학과지성사디자이너)
조슬기는동국대학교에서광고학과신문방송학을전공했고,우연한기회에편집디자인을알게되어디자이너로일하고있다.여러출판사를거쳐문학과지성사에입사해11년째근무중이다.

인터뷰이:박연미(프리랜서디자이너)
박연미는시공사,민음사를거쳐현재프리랜서로활동하고있다.시각디자인을전공한후하필책을선택했고,아직책을디자인하고있으며,언제까지만들고있을지상상해본다.2022년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수여하는제52회한국출판공로상디자인부문을수상했다.

인터뷰이:신덕호(더플로어플랜운영,프리랜서디자이너)
신덕호는단국대학교시각디자인학과와함부르크예술대학교(HFBK)그래픽디자인과를졸업후,프리랜서디자이너로활동하고있다.출판사더플로어플랜의공동설립자이자디자이너로활동하며,프로파간다프레스,현실문화,아트선재센터,백남준아트센터,바라캇컨템포러리,쿤스트할오르후스(KunsthalAarhus),리드바젤(LIEDBasel)등문화·예술관련기관과주로일해왔다.'물질적매체로서의책’의형식적특성에주목하는작업을즐겨한다.

인터뷰이:전용완(외밀운영,프리랜서디자이너)
전용완은열화당,문학과지성사등에서디자이너로일했고,2018년부터프리랜서디자이너로활동중이다.kimnuiyeon.jeonyongwan.kr

인터뷰이:이재영(6699프레스운영,프리랜서디자이너)
이재영은6699프레스를운영하는그래픽디자이너다.6699프레스는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이자출판사로,2012년부터기업,미술관,출판사,예술가등과협업하여시각문화전반에서다양한그래픽디자인작업을지속하고있다.『뉴노멀』『1-14』가‘한국에서가장아름다운책’에선정되었으며,『서울의목욕탕』『너의뒤에서』『한국,여성,그래픽디자이너11』등을기획하고출간했다.〈타이포잔치2019〉에작가로,〈타이포잔치2021〉에큐레이터로참여했으며,2015년부터2018년까지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출판국장을역임하며『글짜씨』를기획하고디자인했다.현재대학에서타이포그래피와북디자인을강의한다.6699press.kr

인터뷰이:김동신(동신사운영,프리랜서디자이너)
김동신은돌베개출판사디자인팀팀장으로근무했으며2020년2월부터동신사라는이름의디자인스튜디오를운영하고있다.디자인,강의,글쓰기등의일을하면서2015년부터는‘인덱스카드인덱스’라는연작물을만들고있으며,2018년과2019년〈OpenRecentGraphicDesign〉의기획자및작가로참여했고,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전시〈젊은모색2023:미술관을위한주석〉에작가로참여했다.

인터뷰이:박소영(열화당디자이너)
박소영은동아대학교공예학과,한국예술종합학교미술원디자인과예술전문사를졸업했다.공책디자인그래픽스,601비상을거쳐2013년부터열화당에재직중이다.

인터뷰이:오혜진(오와이이운영,프리랜서디자이너)
오혜진은서울에서활동하는그래픽디자이너다.2014년부터오와이이를운영하며여러시각매체작업을아우르고있다.네덜란드얀반에이크아카데미의워크숍‘매지컬리소’(2016)와미국오티스미술대학교의디자이너레지던시프로그램(2018)에초청받은바있다.영국웹진「잇츠나이스댓」(2020),『월간디자인』(2021)의주목할만한디자이너로선정되었고세계다수의매체에작업이소개되었으며,캐나다〈PosterShow〉(2018),한국〈타이포잔치2019〉(2019),〈도시건축비엔날레〉(2021),〈Unparasite〉(2021),〈젊은모색2023〉(2023),네덜란드〈POST/NO/BILLS#5〉(2024)등여러전시에참여했다.ohezin.kr

인터뷰이:굿퀘스천(프리랜서디자이너)
굿퀘스천은대전과서울에서활동하는디자인스튜디오로,다양한분야의구성원들과함께좋은질문을발굴하고새로운질서를만들기위해노력한다.최첨단변화구파신선아는대전페미니스트문화기획자그룹보슈와비혼여성커뮤니티‘비혼후갬’운영을병행하고있다.대담무쌍강속구파우유니는페미니즘출판사봄알람운영을병행하고있다.FDSC열심회원들이다.

목차


들어가며

‘장르’를디자인하기
김다희의책

출판사직원하기,디자이너되기
조슬기의책

놀라지않을정도의새로움
박연미의책

책의최소요건을고민한다
신덕호의책

어떤최선의세계
전용완의책

서사를구축해주는가장적합한도구
이재영의책

한번쯤해보고싶은것
김동신의책

세상에해가되지않고오래남는책
박소영의책

한계에서시작하는아름다움
오혜진의책

페미니스트실천으로서의북디자인
굿퀘스천의책

출판사 서평

예술출판과상업출판의사이
개척자이자노동자로서의디자이너

그간시각디자인업계가일컫는아름다운책은소규모디자인스튜디오나프리랜서디자이너의예술출판물에치우치는경향이짙었다.하지만오늘날일정수준이상으로발전한국내북디자인의조형을면밀히살피기위해서는상업출판에종사하는수많은디자이너와그들이만드는다종다양한책을안팎으로조명하는작업이필요하다.이책의첫대화「‘장르’를디자인하기」에서민음사출판그룹의황금가지와민음인,판미동의책을10년이상만든디자이너김다희는장르문학의범주로묶여평가절하되었던SF와공포소설,추리소설디자인의계보를그린다.그의북디자인은“소설과비소설,순문학과장르소설간의조형적구분짓기가와해되는과정”(16쪽)을보여주며,나아가아름다운책을겨루는심사대상에도오르지못하는실용서,자기계발서,경제·경영서디자인의가치를들여다보게한다.다음장「출판사직원하기,디자이너되기」에서만나는문학과지성사의디자이너조슬기는조판자와관리자의역할을도맡는인하우스디자이너의시선으로업계의현실을전한다.그는탈네모꼴의빨간색로고,사각형프레임과아이코닉한일러스트의한국시인선디자인등,문학과지성사의전통적인시각정체성을계승하되매번새로운디자인을선보여야한다는이중과제를달성하는베테랑디자이너의노련함을보여준다.다음으로시공사,민음사를거쳐프리랜서로활동하는디자이너박연미는「놀라지않을정도의새로움」에서클라이언트들과의사려깊은협력경험을나눈다.이는최선의디자인이다수의협업자와의부단한소통과타협과정으로빚어진다는것을보여주는대목이다.그의디자인은“예술출판의새롭고도전적인북디자인만큼이나,관습에벗어나면서도대중성을겸비하려는상업북디자인의시도역시또하나의실험이될수있다”(100쪽)는것을증명하는사례기도하다.

책의본성에파고들며
다시금열리는접촉점의세계

사물로서의책을바라보는새활로를제시하는것또한『펼친면의대화』의가치다.늘종이를다루는디자이너로서이들은책의형식에대한저마다의화두를품고있다.독일을근거지로두고문화·예술계클라이언트와주로협업하는프리랜서디자이너신덕호는「책의최소요건을고민한다」에서자신의논문주제를소개하며책을책이게하는최소한의조건을묻는다.인쇄공정을거치지않았지만각기다른재질로제작되어그자체로정보를가지는담배종이100장을제본한다면,우리는이를책이라고할수있을까?책이라는매체가가진형식적특성에주목하는그의질문은,영상의시퀀스를책의언어로번안하는작업처럼상이한문법의매체를지면에성공적으로안착시키며거듭된다.열화당과문학과지성사등을거쳐프리랜서디자이너로활동하는전용완은「어떤최선의세계」에서표지를북디자인의중심으로보는일반적인잣대로인해후위에서는본문조판을집요하게탐구한다.그가섬세하게직조한낱말과글줄사이,빈틈없이다듬은여백과정렬은경제성에가리어등한시되곤하는책의몸체인본문을본연히밝힌다.그의타이포그래피적탐구에서글자와단어,문장과글은“언제든새롭게조립되어새로운의미망의세계로진출할”(169쪽)가능성을얻는다.이어지는「세상에해가되지않고,오래남는책」에서열화당의인하우스디자이너박소영은간결한타이포그래피와종이의질감을온전히전하는표지등,열화당의디자인정체성을장인적감각으로계승한다.웬만하면표지에별도의후가공을하지않는다는그가만든책에서는지질의물성이즉물적으로느껴진다.종이가가진무한대의백색,그면면을매만지며펼쳐지는접촉점의세계는다량의데이터가무수하게쏟아지고휘발되는현시대에종이책의가치를다시상기하게한다.

책에서의아름다움이란무엇일까
불명확한가치를향한열한가지조형

『펼친면의대화』는아름다움이라는첨예한주제에대한열한가지입장을책으로보여주는사례기도하다.대한출판문화협회의주관으로2020년부터시작된‘한국에서가장아름다운책’은북디자인이드물게공적제도아래다루어지는반가운시상이지만,매해심사기준과선정작에대한크고작은반론이제기된다.출판사돌베개의디자인팀장으로근무했고프리랜서디자이너로활동하는김동신은「한번쯤해보고싶은것」에서그간자신이선보인단행본디자인을되돌아보며“디자인에서의아름다움이란무엇일까.꼭아름다워야만하는가에대해자주생각했다”(232쪽)고회고한다.그의북디자인은그동안좋은것이라고자연스럽게습득한조형의장치에반문하며,우리에게뿌리깊이내재된미의잣대와그를만드는규범의정치성을재고하는계기가된다.반면아름다움이라는가치가주관적이라는것은다시말해저마다아름답다고여기는분명한상이있음을뜻하기도한다.김다희에게는“내용을완벽하게숙지하고독자에게필요한정보를일목요연하게정리해보여주는노련함”(32쪽)이,신덕호에게는“이내용에왜이런책이나와야하는지,개연성을잘설명해주는책”(136쪽)이,박소영에게는“기발하거나큰소리로주위를집중시키는디자인보다작업자의노동이여실히보일만큼치밀하게짜놓은본문”(274쪽)이,이재영에게는“낱자와글줄이만들어내는유기적이고역동적인대비”(205쪽)가그것이다.

한편디자인스튜디오오와이이를운영하며다양한분야의그래픽디자인작업을아우르는디자이너오혜진은책의아름다움을빚어내는과정에보다집중한다.책이라는형태와형식이라는제약이결코결과물의아름다움을저해하는요소가될수없다고단언하는그는「한계에서시작하는아름다움」에서그래픽디자인방법론으로서의북디자인을선보인다.설정된조건에서도출되는다양한변수,그로부터구축한맥락으로인해그의디자인은특정양식이나분류에포섭되지않고매번다른대답을보인다.

디자인이세상을바꿀수있다는믿음
한국북디자인사에아로새겨진분투의장면들

디자이너가출판으로사회를개간(開墾)할수있을까?이책이던지는어쩌면가장뜨거운질문은6699프레스를운영하는디자이너이재영에의해힘을얻는다.그에게책은발언권을빼앗긴이들에게마이크를쥐여주는무대이며디자인은그들의서사를구축하는가장적합한도구다.변칙적인타이포그래피운용과다채로운색지사용이돋보이는그의자체출판물은비인격적인잣대에눌린이들에게고유한자리를찾아준다.다양한처지와배경,직업,국적의사람들이저마다의이야기를넌지시풀어내는그의책에서는경청할줄아는디자이너의사려를볼수있다.각각봄알람과보슈라는인쇄물기반페미니스트커뮤니티의일원으로활동하는우유니,신선아디자이너가공동운영하는디자인스튜디오굿퀘스천은2017년디자인계의페미니스트모멘트를이끈장본인이다.그래픽디자이너이자운동가이기도한그들의사례는“지고지순한기록보관소임과동시에급진적언어가기입되는대항적매체”(358쪽)이기도한책의생명력을,그리고메시지의확산이라는출판의본령을일깨운다.

열한명의디자이너와의대화에서시작하여시각문화에대한풍부한배경지식으로한국북디자인사의장면을되짚는저자의노련한저술은디자인으로출판의역사를읽는흥미로운관점을제공한다.한시대를보여주는아카이브로서『펼친면의대화』가인터뷰집이상의가치를갖는이유다.평균10년이상그래픽디자인을수행한인터뷰이들은2000년대중반시각디자인계의지각변동을몸소겪으며현재국내출판디자인분야의주축으로자리매김한세대다.그렇기에이들과의대화는한국의북디자인을공시적·통시적으로조망할원자재가된다.나아가단편의대화들은서로를두둔하거나때로경합하며북디자인의여러소주제에관한치열한토론의장으로독자를이끈다.펼쳐진지면위에서첨예하게다루는책,그리고북디자인에관한이야기는책을바라보는시각을확장하게한다.

마지막으로,인터뷰지면이끝나며시작되는화보지면에서는해당디자이너의북디자인사양을도판과함께실었다.지종(재킷?표지(싸개)?띠지?면지?본문)과본문및표지의서체,후가공과제본방식등서지사항을최대한자세하게수록했다.화보지면에실린책의실제판형을가늠할수있도록『펼친면의대화』와비교한상대적인크기를사각형으로보여주는것또한이책의사려가돋보이는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