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진 창문 - 시와 소설, 그림 사이를 거니는 저녁 산책

불이 켜진 창문 - 시와 소설, 그림 사이를 거니는 저녁 산책

$17.35
저자

피터데이비드슨

저자:피터데이비드슨(PeterDavidson)
스코틀랜드에서태어났다.케임브리지대학에서문학과미술사를공부하고요크대학에서비교문학으로석사학위를받은뒤17세기잉글랜드의시인이자번역가리처드팬쇼경에대한연구로케임브리지대학에서비교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워릭대학과레이던대학을거쳐애버딘대학에서르네상스시대의문학과미술사를가르쳤다.현재옥스퍼드대학의캠피언홀르네상스·바로크연구책임연구원이자큐레이터로일하고있으며,옥스퍼드대학영문학과미술사학객원교수로지내며16세기예수회성직자로버트사우스웰의작업들을편찬하고그랜드투어(18~19세기)당시소실된도감들을복원하고있다.지은책으로『북쪽이란TheIdeaofNorth』(2005),『마지막빛TheLastoftheLight』(2015)이있다.
이책은초기낭만주의회화에서부터현대소설에이르기까지예술작품에등장하는어둑한밤,어렴풋한불빛과장소로우리를안내한다.

역자:정지현
스무살때남동생의부탁으로두툼한신디사이저사용설명서를번역해준것을계기로번역의매력과재미에빠졌다.대학졸업후출판번역에이전시베네트랜스전속번역가로활동중이며,현재미국에거주하면서책을번역한다.옮긴책으로『스파숄트어페어』『창조적행위』『버드나무에부는바람』『예술가의초상』『네이처매트릭스』등다수가있다.

목차


시작하며_옥스퍼드에어둠이깔릴때

1도시의겨울
2런던야상곡
3시골풍경속창문
4북쪽도시풍경과서쪽교외
5여름밤불빛


참고자료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이미지크레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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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시와소설,그리고그림속
불켜진창문

책은회화와사진,문학,그리고저자가친구들과대화하고산책하며마주쳤던‘불켜진창문’의이미지를회상하며전개되는에세이지만회고록과미술사가적절히뒤섞인독특한구조를가지고있다.책에는토머스하디,매슈아널드의시와앨런홀링허스트,버지니아울프,아서코난도일,마르셀프루스트의소설속장면,그리고영국문학에서매우친숙한불켜진창문풍경을다룬다.또한저자는제임스휘슬러,존앳킨슨그림쇼를비롯해목가적인풍경을담아낸새뮤얼파머,19세기와20세기의일본판화,프랑스벨에포크시대화가들과르네마그리트의「빛의제국」,그리고에드워드호퍼와린든프레더릭이그린저녁풍경도함께걷기를권한다.데이비드슨은미술과문학,지리학이유기적으로얽혀일으키는상호작용을불켜진창문이라는모티프를중심으로해석함으로써불이켜진창문이예술가들에게얼마나많은영감을주었는지를섬세하고유려한문장으로전한다.

아름다운문장으로풀어낸
세밀하고꼼꼼한시선

‘불켜진창문’은그자체로멜랑콜리,애틋함,희망,신비로움을불러일으키는묘한매력을품고있다.그러하기에책속그림을들여다보는것만으로도독자는아득한추억을회상하며떠난긴산책길위에선듯한기분에젖는다.여기에저자의세밀하고꼼꼼한시선과아름다운문장은내면의고독을어루만져주는특별한경험을선사한다.

책은옥스퍼드에어둠이깔리는시각,집으로돌아가는길에마주치는풍경속에서과거저자의머릿속에깊게뿌리박힌불켜진창,흔히한번쳐다보고지나칠뿐인도시풍광과어스름,빛이사그라드는광경을떠올리며‘불켜진창문’이미지가지닌여러의미에대해이야기를시작한다.이저녁산책길에서저자는친구들과함께거닐었던해질녁옥스퍼드거리의기억을불러내며창문밖에서바라보는불밝힌실내,그안에자리한따뜻함을상상하며도시의밤,밤을수놓는불빛,불빛에반짝이는고독과외로움,소외,손에잡힐듯한희망을음미한다.

본격적인저녁산책이시작되는「도시의겨울」에서저자는친구와벨기에겐트의거리를거닐며30년전친구가들려주었던실내장식이야기를떠올린다.당시는커튼을거의달지않던시기여서밖에서실내가훤히보였고,친구는창문너머보이는실내장식의역사와기법,문화를이야기해주었다.저자는당시의기억을따라가며불빛이지닌따스함과고독감이라는이중적분위기를카를구스타프카루스,게오르크프리드리히케르스팅,에른스트페르디난트외흐메등19세기드레스덴화가의그림과슈베르트의가곡「사랑에빠진어부의기쁨」과엮어서술하는가하면,고딕양식의오래된성당에서흘러나오는전등불빛앞에서는옛성당안신비로운잔해를포착한체코의사진작가요세프수데크의작품들을소개하면서환상과현실을오가며이야기를이어간다.또한이들이야기사이사이창밖을보며발견한소소한사건들을서술한마르셀프루스트의소설속장면은문학과미술의경계를뛰어넘는전개로독자의감성을붙든다.

이어지는「런던야상곡」에서는시인기욤아폴리네르,화가에릭래빌리어스,소설가G.K.체스터턴과아서코넌도일의작품들을불러내며런던의밤거리를펼쳐보인다.불켜진창은로맨스를암시하기도하지만탐정소설에서는사건의발생지로서사의핵심구축요소가되기도한다.또한버지니아울프의『런던거리헤매기』와화가이저벨코드링턴의작품들을소개하면서여성작가들의눈에비친도시의밤풍경을자세히다루는한편으로,공장연기와안개가뒤섞여뿌옇게보이는불켜진창을그린피에르아돌프발레트의작품을통해서는19세기산업도시가지닌미학에대해언급한다.

상상력과기억이만들어낸
어둠속빛나는창문

옥스퍼드를시작으로런던의밤거리를거닐며사색에잠겼던저자는오래전인적드문중세시골마을을방문했던때로기억을더듬어가「시골풍경속창문」을회상한다.호젓한추운겨울밤거리를친구와함께거닐던저자는이같은전경을그림으로남긴새뮤얼파머의목가적풍경을환기하면서그림속어두운배경에서번져오는밝은빛의이미지를신성함과미스터리,수수께끼와연결지으며“추방되거나떠도는대지주의귀환을기다리는불꺼진집,기다림의세월에따르는부재감과불완전함”에대해이야기한다.“나무들로둘러싸여반쯤숨어있는산비탈마을의고립감”“촛불또는석유램프에서나오는빛일뿐이지만,(……)이작은빛의틈새는귀가의상징이고초저녁에뜬큰별이얽힌커다란나무들은피난처와보호의상징이다.”

이후「북쪽도시풍경과서쪽교외」에서저자는친구들과산책하고대화하며보고들은불빛에대해이야기하면서우리주변,안정감을불러일으키는불빛을바라본다.때로도시의밤거리를거닐다마주치는상점의환한불빛은꿈과현실을착각하게하고이러한도시풍경을화폭에담은화가의시선은붓끝에서번지는고독으로귀결된다.특히린든프레더릭,토드히도,에드워드호퍼의작품의배경이된교외지역불켜진창문의이미지가암시하는적막과멜랑콜리는묵직한감흥을불러일으킨다.

긴겨울이지나고푸른밤이내려앉는여름의불빛을이야기하는마지막장에서저자는어둠속의빛이아닌빛자체가지닌스펙터클을강조하며축제나무대에서기념하고축복하는,신성한것들을환대하는빛의이미지들을언급하며긴산책을마무리한다.이전장들에서는겨울의밤거리와그로부터홀로불켜진창을주로다뤘다면여기서는빛자체를활용한토머스게인즈버러의「쇼박스」,투명화,유리화,그림연극등을소개하면서빛과창이만들어내는과거와현재의달콤하고온화한장면들을계속떠올린다.“나는여전히메아리치는정원과파머의에칭판화속오두막초와난로에서새어나오는불빛,베리먼의격자무늬창문너머반딧불이불꽃과광활한미국내륙의밤에대해생각하고있다.조지올트의외로운교차로에있는가로등불빛,전시(戰時)의어둠속불빛,여름별들을아주정확하게담은시각적운율에대해서도생각한다.하디의시,불켜진저택창문너머에서춤추는대지주의미망인,홀링허스트가상상한전시의옥스퍼드,펙워터쿼드에서언뜻보이는하얀러닝셔츠를입은젊은운동선수에대해생각한다.인생은얼마나아득한가.”(252쪽)

글을쓰는동안9월밤이갑작스럽게찾아왔고책상위램프만이유일한빛이다.조용한휴가에들어간바깥성벽아래좁은길에는목소리도발소리도없다.이제글쓰는것을멈추고정리한후집으로걸어갈시간이다.(……)나는강가의길을따라걷는다.하늘에달이홍수를일으켰고섬에서물흐름이갈라지면서속삭이는소리가들린다.집까지는200보남았다.결국은모든것이잘될것이다.별들은집으로돌아가고우리도그럴것이다._「본문에서」

길고어두웠던여정의끝,상상력과기억이스스로빛나는창문을만들어우리주변을밝히고변화시켰음을발견한저자는독자도그힘을믿고내안의‘불켜진창’을찾아보라고말한다.“이책을읽는누구나추억과상상으로,우리마음에호기심과애수와갈망을불러일으키던불켜진창과인생의빛들을떠올릴수있을것이다.”
이로써긴산책이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