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전쟁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피카소의 전쟁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33.00
Description
현대예술은 언제, 어떻게, 그리고 왜 뉴욕에 왔는가

피카소를 둘러싸고 벌어진, 가히 전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치열했던 혁신과 저항, 시도와 실패가 맞버텨온 예술의 대서사
반짝이는 유리와 검은 강철 벽으로 드넓은 부지를 둘러싼 뉴욕 현대미술관(MoMA). 미국에서 가장 탐나는 땅 위에 선 이 미술관의 중심에 한 예술가의 작품이 있다. 바로 스페인 출신으로 파리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끈 리더, 파블로 피카소와 그의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이다. 놀랍게도 그는 생전에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새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의 60개 전시실에는 유령과도 같은 그의 존재감이 유유히 흘러다닌다. 하지만 그가 미국 대중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인정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20세기 초 뉴욕에서 생존 예술가에게 관심을 가진 컬렉터는 소수에 불과했고 동시대 현대예술은 가치 없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그 새로운 색채와 기법을 혐오하거나 심지어 전복적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당시 현대예술은 조롱의 대상이었고, 외면당했다. 그러니 이런 예술작품과 예술가에게 초점을 맞춘 미술관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의 가치를 알아보고 최신 예술을 미국에 들여오고자 노력한 이들이 있었다. 비록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쟁과 경제위기, 회의적인 대중에 의해 끊임없이 방해를 받았고 거의 실패할 뻔도 했지만, 혁신적인 예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그 소수의 결의와 결단력이 없었다면 미국은 결코 오늘날과 같은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휴에이킨

저자:휴에이킨
『뉴욕리뷰오브북스』의수석편집자이자,『NYR데일리』의창립편집자.현재는『포린어페어스』의선임편집자를맡고있다.『피카소의전쟁』은그가수년간에걸쳐수집한방대한자료를바탕으로20세기초미국사회와미술계의움직임을촘촘하게재구성한역작이다.책에서저자는“현대미술의이야기,즉작품을수집한컬렉터,연구한학자,전시한미술관,그리고관람을위해긴줄을선관람객”에대한생생한이야기를한편의소설과도같은유려한문장으로풀어낸다.『뉴요커』『뉴욕타임스』등미국유력매체의찬사가끊이지않는『피카소의전쟁』은피카소로대표되는유럽현대미술이어떻게미국대중의인식을바꾸고그들의문화속으로스며들어갔는지,그리고결국오늘날미국을미술의중심지로우뚝서게만들었는지를이야기한다.퓰리처상수상자마크스티븐스는이책에대해“타고난설득력을가지고소설가의눈으로글을써내려간다.저자는구체적인사실과능숙한인물묘사,극적인장면을버무려미술사를‘새롭게정리했다’”고평가했다.

역자:주은정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미술사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미술비평』『다시,새롭게보기』『자화상그리는여자들』『호크니와게이퍼드가말하는그림의역사』『봄은언제나찾아온다』『뒤샹딕셔너리』『나는왜정육점의고기가아닌가?』『다시,그림이다』『내가,그림이되다』등이있다.

목차

서문
프롤로그

PART1
1미국이아닌
2어느회화작품의반생
3파리,동쪽
4프랑스의교훈
5스치듯지나간여인
6의회의입체주의
7체스선수와흥행사
8전원시의최후
9크나큰환상
10전쟁중의입체주의자들
11새로운시작
12내가아는사람이맞나?
13피카소의정원에서
14KKK비평
15위험한접촉
16퀸의만찬
17최후의전투

PART2
18그가사라지다
19매우현대적인앨프리드바
20그가10년만더살았더라면
21그만의미술관
22파리프로젝트
23피카소가모든경주에서승리하면
24힘의균형
25실패
26예술창작……다시독일
27멋진코네티컷
28작업을위해목숨을걸다
29그림에손을놓은해
30스페인의분노
31이런그림을가질기회는
결코다시오지않을겁니다
32파리의최후
33전쟁보다중요한
34탈출

에필로그
감사의글
옮긴이의말
참고문헌

저작권허가
이미지크레디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이책에쏟아진찬사※

“휴에이킨은복잡하게얽힌미술사의산더미같은자료를날카로운통찰과예리한판단력으로훌륭하게재구성했다.이책은살아있는역사위에우뚝섰다.”
-『뉴욕타임스북리뷰』

“탄복을금치못하는가운데흥미롭다!『피카소의전쟁』은인상깊은전기적세부정보를탄탄히엮어만든대단히훌륭한이야기다.
-『뉴요커』

“휴에이킨은명쾌하고섬세하며유려한문장으로20세기초,변화하는예술의지형도와간과되었던미술사의이야기속으로빠져들게한다.”
-『배니티페어』

20세초미국은현대적이지도선도적이지도않았다
1913년뉴욕에서열린〈아모리쇼〉는현대미술을미국에소개한기념비적인전시회로알려져있다.하지만실상을들여다보면〈아모리쇼〉이후수년이지나서야현대미술관이겨우문을열었고,약30년동안대중과미술계는이새로운예술을외면했다.일반대중은물론이고,부유한미국인들역시미술에관심이없었다.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장직을맡았던은행가J.P.모건같은인물은유럽거장들의작품만이진짜미술이라고여겼다.심지어시카고미술관에서열린마티스전시에대한대중과미술계반응은가히폭동수준이었다.마티스그림의복제본을만들어불에태우고가짜재판을열어마티스의작업은예술적살인이라며유죄판결을내렸다.그런시위를벌인이들은다름아닌미술과학생들이었다.
또한레오와거트루드스타인남매를통해피카소가미국에폭넓은관심을얻어냈다는‘전설’이인구에회자되지만이에대해서는논란의여지가있다.남매는미국에현대예술을확산시키는데기여한바가거의없고,특별히관심을기울이지도않았다.그들은파리에살면서파리의예술가들과교유하는미국인들이었을뿐,자신들의조국에현대미술을알리는데는무관심했다.그러니남매가수집한피카소의놀라운초기작품들은파리에단단하게안착했고수십년간보존되었다.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기직전에도거트루드는미국에서개최되는전시에자신의컬렉션을빌려주려하지않았다.게다가스타인남매가피카소의주요후원자로있었던기간은매우짧았다.과연미국은현대미술의불모지였다.
하지만이런상황에서일찍이동시대미술의가치를알아보고대중의인식을바꾸고자노력한인물들이있었다.존퀸(JohnQuinn),그리고앨프리드H.바주니어(AlfredH.BarrJr.).이낯선이름의두사람은생전에서로만난적없고,교류한적도없지만20세기초,거대한소용돌이가휘몰아치던전환의시대에현대미술을미국에들여오고자헌신한인물들이다.저널리스트출신의작가휴에이킨이존퀸과앨프리드바를중심으로20세기초부터중반까지의복잡다단한현대사와미술사,그방대한자료를촘촘하게엮어풀어낸『피카소의전쟁』은세계문화사의변화를미술이라는키워드로읽어낸역작이다.

세계문화사의지각변동을일으킨두사람
앞서이야기했듯이책의중심축을이루는인물은존퀸과앨프리드바다.총2부로구성된책에서전반부는존퀸의이야기를,후반부에서는앨프리드바의이야기를다룬다.책을우리말로옮긴역자의말처럼단순히‘다룬다’라는표현으로는부족할만큼작가는문화사적변천과정을조밀하게속속들이훑어서술한다.
아일랜드계미국인인존퀸은놀라울정도로에너지넘치고교양있는뉴욕월스트리트의변호사다.문학에도조예가깊었던그는윌리엄버틀러예이츠와T.S.엘리엇의시를미국에소개하고“참신한시인과예술가를발굴하고,실험적인작가들의작품출간을”도왔으며,“논란이무성한연극무대를후원하고,새로운아일랜드시에대해논쟁을벌이며긴밤을보내곤했다”.퀸은대부분의미국인이현대예술을매우의심쩍게여기던시절에도아방가르드회화작품과모더니스트산문을열정적으로지지했는데그가소개한예술가와작품중에는루마니아조각가콘스탄틴브란쿠시의「포가니양」,프랑스예술가마르셀뒤샹과그의「계단을내려오는누드」등이있다.또한법정에서금기를위반한소설들을변호했을뿐아니라,현대예술에부과되는가혹한수입관세를없애고자의회를상대로로비활동을펼치기도했다.최신의예술은사회진보와별개일수없다는것,최신의예술을대중에게폭넓게소개하는일이미국문명을현대세계의선봉에서게하리라는것이그의주장이었다.예술에대한열정을혼자누리는데만족하지않은퀸은오랜시간공들여수집한자신의컬렉션을바탕으로현대미술에전념하는새로운미술관의설립을바랐다.불행히도그는자신이그토록원하던일을완수하기전1924년에간암으로사망했고,그의컬렉션대부분은유럽으로되돌아가흩어졌다.
퀸사망2년후,이스트56번스트리트에자리한2층짜리전시장에짧은기간이나마세계에서가장특별한한개인의예술품컬렉션을훑어볼수있는드문기회가마련되었다.퀸의소장품중약100여점을전시한그전시를관람한이들중에는20대중반의앨프리드바도있었다.그리고이를계기로바의인생은완전히새로운전환의길로접어든다.퀸의소장작품에서영감을받은바는미국최초의현대미술사학자가되고자결심했고연구에매진한다.물론그과정에서실패에낙담하고좌절하기일쑤였지만,훨씬더특별한기회,존퀸이이루지못한유산의핵심이라할만한기회가그를찾아온다.

“자네,현대예술에만오롯이집중하는새로운미술관을운영해보고싶지않은가?”(269쪽)

MoMA,그역사의시작
뉴욕의세친구,릴리블리스,메리퀸설리번,그리고애비앨드리치록펠러는가장모험적인미술관창설의원동력이된인물들이다.전설처럼전해지는모마의기원에대한이야기는접어두고라도이세여성이없었다면모마는탄생할수없었다.넉넉지않은초기자본으로뉴욕미드타운헤크셔빌팅12층을임대해처음문을연모마는현대미술에취약한미국미술계에서새로운활력을불어넣을인물을애타게찾았다.그리고그들에게적임자가나타난다.“매우현대적인앨프리드바.”이제막27세가된바는고대세계의폐허속에서최신의예술을위해설립된모마의초대관장직을맡는다.이후시작되는앨프리드바의분투기는제2차세계대전,경제위기같은급변하는세계정세의파도를뚫고대양을건너유럽에서미국으로예술의지형도가변화하는과정을고스란히담고있다.특히현대미술의상징이자부적과도같은피카소의작품을전시하기위한그의노력은가히전쟁이라고불러도좋을,맹렬하고치열한시도와실패가뒤얽힌대서사다.

책에는퀸과바,두사람외에도예술이라는무대를종횡무진누빈다양한인물들이등장한다.현대미술에대한야망의동력을제공한피카소를비롯해유럽과미국을오가며현대미술의씨앗을뿌린전설적인미술상폴로젠베르그와다니엘헨리칸바일러,그밖에미술계안팎의인물들이모이고흩어지기를반복하면서거대한역사를만들어냈다는사실이벅차게다가온다.역사가매력적인것은,그리고예술이매력적인것은결국사람의이야기이기때문이라는그말의의미를곱씹어보게한다.그과정에서휴에이킨은수많은자료를완벽하게이해하고,능숙하게종합해역사와미학을엮어내고있으며,이를통해독자는문화의지형도가변화하는그생생한현장을입체적이고생동감넘치게바라볼수있다.

“오늘날문화헤게모니를장악한뉴욕현대미술관은한때살아남기위해몸부림쳤다.마침내피카소의거대한힘이깨어났을때,무엇도그것을막지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