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읽는새로운방법
기상학과미술사의경이로운만남
푸른하늘을수놓는구름은지구대기의움직임을가장생생하게보여주는자연의언어이자,수천년동안과학자와예술가모두를사로잡아온아름다운연구대상이다.그런만큼구름에관해쓰인책은많다.하지만『구름들』이기존의책과뚜렷이구별되는특징은구름을바라보는인간의시선이어떻게변화해왔는지를과학과예술의역사를따라가며보여준다는데있다.
19세기초영국의기상학자루크하워드는권운,적운,층운이라는이름으로오늘날까지이어지는구름분류체계를정립하며하늘을감상의대상에서관찰의대상으로바꾸었다.그의연구는과학계에만머물지않았다.영국의풍경화가존컨스터블은하워드의분류법과명명법을교본삼아수없이많은구름습작을남겼고,독일의대문호요한볼프강폰괴테는하워드의글을읽은뒤평소알고지내던화가들에게야외로나가풍경을스케치하려거든하워드의책부터정독할것을권했다.또한영국의평론가존러스킨은화가라면먼저구름을이해해야한다고말했고,J.M.W.터너를비롯한수많은화가는변화무쌍한하늘을단순한배경이아닌자연의질서와감정을담아내는주인공으로그려냈다.하워드의학설은구름의본질을해치지않으면서설명할수있게했고,이러한새로운시각은많은풍경화가의공감을얻었다.물론,이러한대세에휩쓸리지않는이들도있었다.그중프리드리히처럼낭만주의기질이유달리강한예술가들은구름을여전히본질적자유의상징으로남겨두기를고집했다.책은이처럼과학이예술을어떻게바꾸었는지,그리고예술이다시자연을바라보는우리의시선을어떻게넓혀왔는지를다채롭게들려준다.
명화속구름의비밀
그림으로읽는하늘
네덜란드의해양화가소(小)빌럼판더펠더는1680년대에런던에서햄프스테드히스공원을드나들며구름스케치연작을그렸다.화가스스로는이러한활동을가리켜“하늘하기(skoying)”라고표현했다.책에는이같은‘하늘하기’의결과물인풍경화140여점이풍성하게실려있다.하지만이것은단순히감상만을위한삽화가아니다.에드바르뭉크의「절규」속붉게물든하늘,빈센트반고흐의「별이빛나는밤」에그려진소용돌이치는밤하늘,라우리츠안데르센링이그려낸겨울풍경은모두서로다른구름과빛,대기의표정을기록한관찰노트가된다.
“「별이빛나는밤」에그려진소용돌이의크기에관한최신연구에서는문제의소용돌이들이‘난류캐스케이드’이론을정립한러시아의과학자콜모고로프가예측한패턴에거의완벽하게부합한다는사실이밝혀졌다.마치반고흐가콜모고로프보다한참전에고급이론물리학을본능적으로깨친것처럼말이다.”(271쪽)
이처럼저자는각작품에담긴하늘과구름의형태를과학의관점에서풀어낸다.화가의눈에비친자연을과학자의시선으로다시바라보는경험은,예술을이해하는또하나의언어가된다.
저자는흥미로운질문도던진다.왜우리는수많은구름가운데적운만을'구름다운구름'이라고생각하게되었을까?왜수세기동안거의변하지않던구름의명명법은새로운관측기술이등장하면서비로소확장되기시작했을까?무지갯빛구름과얼음결정이만들어내는후광은어떤원리로탄생할까?책장을넘길수록평범한하늘은놀라운이야기로가득한풍경으로바뀌기시작한다.
기후변화시대의하늘읽기
구름은오랫동안화가들의영감의원천이었지만,오늘날에는지구환경의변화를읽는중요한지표가되었다.오늘날구름은더이상아름다운배경으로만존재하지않는다.기후변화는하늘의모습마저바꾸고있고,우리가바라보는구름은지구가보내는가장섬세한신호가되었다.저자가말하듯,“좋든싫든우리는구름을만든다”.인간의활동은대기의성질을바꾸고,그변화는다시구름과비,폭염과폭우의형태로우리삶으로되돌아온다.『구름들』은구름을관찰하는방법을알려주는한편,우리가살아가는지구를새롭게읽는방법또한제안한다.스마트폰화면보다하늘을더오래바라볼때비로소보이는것들,자연을이해하는일이곧우리가살아가는세계를이해하는일임을조용하지만깊이있게일깨운다.
오늘하루쯤은손바닥위작은화면에서잠시눈을떼고머리위하늘과변화무쌍한구름을바라보면어떨까.구름의종류와이름을알게되는순간,하늘은더이상익숙한배경이아니라날마다다른이야기를들려주는이야기꾼이되어우리의외출을한층즐겁게해줄것이다.
책속에서
미술사에서대체로하늘은그저움직이는캔버스이자모사의대상정도로만여겨졌다.하지만변화는어느새성큼다가왔다.1844년평론가겸화가존러스킨이“화가라면응당모든종류의바위와흙과구름을지질학및기상학적관점에서정확히이해해야한다”라고선언할무렵,풍경화작업은박물학현장연구를방불케하는활동으로바뀌어있었다.그런흐름의단적인예로,존컨스터블은1836년어느강연에서다음과같이비범한주장을펼쳤다.“회화는과학으로,자연법칙을탐구하는학문으로다루어야합니다.그렇다면풍경화를자연철학의한갈래로보지않을이유가없지않겠습니까?그림은결국학문적실험이나마찬가지니까요.”_10쪽
구름은결코(셰익스피어가『한여름밤의꿈』에서묘사하는)“공허한비존재”가아니다.온라인상에서온갖‘이야기들’이순식간에소비되는디지털시대에는오히려하늘풍경이현실세계의모습을매일스물네시간내내재방송없이생중계함으로써대기물리학의법칙을적확하게보여주는독자적이고도생동적인매체로서주목받을여지가있다._21쪽
『국제구름도감』은2017년에간행된온라인최신판에서무려열두가지에달하는변종,보충형,부속구름의명칭을새롭게채택함으로써첫출간이래가장많은변화를단행했다.이는당대의사회분위기가반영된결과였다.21세기의첫스무해동안시민과학운동의활기와맞물려스마트폰및디지털영상기술의급속한발전이두드러지면서,그때껏베일에싸여있던각지의희귀하고특이한구름들과인간의활동에서비롯한구름들이뚜렷하고명백한증거를바탕으로세상에존재를알리게된것이다._41쪽
구름이무엇인지모르는사람은없을것이다.그러나이문제의본질은,정작구름을명확히정의하는과학적개념이부재한다는사실에있다.아닌게아니라,구름방울이나얼음결정이‘구름’이라는다소모호한용어에부합할정도로밀도높은덩어리로뭉쳐지는시점을과학이요구하는결정론적인명확성까지갖춰가며단정하기란사실상불가능하다.설령그것이가능하더라도여전히우리앞에는다른수많은질문이던져진다.문제의구름덩어리는얼마나크게뭉쳐져야할까?얼마나오랫동안지속되어야할까?반드시눈에보이는물체여야할까,아니면그저지각되기만해도괜찮은걸까?_56쪽
구름,하면누구나가장먼저적운을떠올린다.어린아이가서툴게끼적인낙서도,기업임원이서버와데이터베이스의위치를설명할때파워포인트자료에등장하곤하는‘클라우드’의관념적그래픽도,하나같이적운을연상시킨다.갓생성된적운특유의환하고몽실몽실한꼭대기가비교적어둡고평평하면서도균질한밑면으로부터뭉게뭉게피어오르는형상은온라인환경곳곳에서기호로사용될뿐아니라거의모든날씨애플리케이션에서예보의내용과관계없이구름의아이콘으로활용되고는한다._116쪽
하늘에떠있는구름들은끊임없이진화하고또전화한다.1803년에루크하워드는구름들이한유형에서다른유형으로바뀔수있다는사실을일찍이간파하고는,자신의유명한논문에서이러한구름들을‘변형’이라고일컬었다._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