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짓는다는건우리인생에서어떤의미일까?’
집을지으며생각한것들
건축가인저자는평생많아야한두번경험하는큰사건으로‘결혼’과‘집짓기’를꼽는다.일면식도없는누군가가자신의집을설계해달라고찾아오고,함께집을만들어가는과정은결혼에버금갈만큼특별한경험이라는것이다.특히다양한건축주와집에관한이야기를나누며집을짓는일이우리삶에서어떤의미를갖는지깊이고민하게된다고말하는저자는그과정에서찾은세가지답을들려준다.
첫째,집짓기는‘과거의성찰’이자‘나를알아가는과정’이다.설계도면앞에서빈공간을채워나가려면자연스럽게지나온삶을돌아보게된다.‘나는어떤공간에서가장편안한가?’‘우리가족이서로눈을맞추며가장행복했던순간은언제였을까?’같은질문을던지다보면공간에대한취향을넘어내가어떤삶을살아왔고무엇을중요하게여기는지발견하게된다.좋은집을짓기위해서는먼저그집에서살아갈나자신을이해해야한다.
둘째,나만의집을짓는일은‘더나은삶을향한능동적인의지’다.집은과거의기억을담아두는공간에머물지않는다.내가앞으로어떻게살고싶은지를구체적으로그려보고,그삶을향해나아가기위한출발점이된다.창의크기와방향,가족이함께머물식당의모습처럼집에담긴선택하나하나는결국내가원하는삶의모습을공간으로표현하는일이다.주어진환경에수동적으로적응하는대신,스스로바라는삶을만들어가는과정인셈이다.
셋째,집짓기는‘나’를넘어이웃과자연,미래를생각하는일이다.집은개인과가족의사적인안식처인동시에자연위에지어져주변의풍경과이웃을함께공유하는공간이다.내집이주변환경과조화를이루고자연에폐를끼치지않기를바라는마음은자연스럽게지속가능성에대한고민으로이어진다.언젠가내가사라진뒤에도집은남아누군가의삶을담을수있다.결국집을짓는일은개인의욕망을넘어이웃과사회,자연과미래를함께생각하는일로확장된다.
삶을담는공간을넘어
삶을바꾸는집이야기
책에는저자가건축주와함께만들어온여덟채의집이담겨있다.저마다다른삶을살아온건축주들은자신이원하는삶의모습을집에담았다.가족과함께하는시간을중요하게생각하는사람,혼자만의시간을필요로하는사람,자연과가까이살아가고싶은사람등각자의바람은집의형태와공간에고스란히새겨졌다.그래서저자는집을완성하고나면“진짜건축가는집주인”이라는생각을하게된다고말한다.건축가가공간의틀을만들었다면,그공간에삶을불어넣고집을완성하는사람은결국그곳에서살아가는사람들이기때문이다.건축가가설계한것은집이지만,그집을완성하는것은그안에서살아가는사람의시간과경험이다.
나만의집을갖는과정은수많은선택의연속이지만,동시에미처알지못했던나와가족을새롭게발견하는배움의과정이기도하다.집을짓는동안우리는지나온삶을돌아보고앞으로의삶을그려보며,가족과우리가중요하게여기는것이무엇인지다시확인한다.결국집을짓는다는것은인생을짓는것과크게다르지않다.책에실린여덟채의집에담긴서로다른삶의이야기는아직집을짓지않은이들에게미래의집을상상하는작은씨앗이되고,이미집을지은이들에게는지금살고있는집과자신의삶을다시바라보는계기가될것이다.이책을덮으며내가앞으로살아가고싶은삶을그려보기를바란다.그리고그삶을담아낼나만의집,나의우주를상상해보자.당신의집은어디입니까?
책속에서
설계는의뢰인의생각에서부터실재하는집을만들기위한도면을완성하는과정입니다.그과정의조율자역할을건축가가맡았다고할수있지요.그래서건축가는어떤면에서는무색무취의물같은마음으로사안을바라볼필요가있습니다.언뜻흐르지않는듯한물도자세히보면아주작은방향성을갖고흐르고있음을알수있죠.느리지만어떤방향으로흐른다는감각을포착하는것이중요한데,그런미묘한범위안에서설계의방향이조정될때좋은집이만들어지지않나생각합니다._21쪽
우리에게집은뭘까요?누군가에게는지친육체를쉬게하는단순한숙소에불과합니다.하지만또누군가에게는나와함께가는살아있는유기체이기도합니다.집을유기체로느끼는누군가에게는복도한구석에놓인오래된의자가,또는비오는날처마밑작은테라스에앉아듣는빗소리가그런요소가될수있겠지요.중요한건그런것들이각자‘나만의규칙’으로집곳곳에채워질때의미가생긴다는점입니다._37쪽
집에서의도된빈공간들은미래의사유가스며들자리입니다.말하자면정신의여백이지요.우리는집안의이런공간에서타인의시선에쪼그라들었던본연의모습을다시일으키고마주합니다.책장어딘가에있는들추다만소설의중반부를다시펼치거나,쓰다덮은노트를펴고다시뭔가를쓰는것처럼요._39쪽
주택에서벽과담의의미를탐색하다보면,집은단순한거주공간이아니라우리의심리를반영하는반사체라는생각이듭니다.어떤벽을세울것인가,어떤담을쌓을것인가하는선택에도각자의성향과삶의태도가반영되기마련입니다.완전히닫힌벽을선호하는사람은안정감과고독감사이에서고민하고,열린담을선호하는사람은관계와소통을중요하게여깁니다.가변적인벽을좋아하는사람은고정된생활을따분해하고변화있는삶을선호합니다.움직이지않는벽을좋아하는사람은예측가능성을선호하고불확실한미래보다현실에집중하는경향이강합니다.물론벽하나로사람심리를다설명할수는없겠지만요._72~73쪽
저는빌라파티오가효율과기능없는공간의유용함을실행하는집이길기대했습니다.살기위한기계가아닌‘놀기좋은은신처’를상상하며도면을그렸죠.중정을빙글빙글도는동선은기능적으로보면비효율적입니다.안방에서아이방으로가려면바로가로지르는대신복도를따라돌아야하니까요.하지만돌아가는길이아이에게는일종의트랙이됩니다.때로는술래잡기의공간이되고새로운놀이의무대도되지요._109쪽
단독주택에서지하실은‘자아의창고’라불릴만합니다.지하실에로망을갖는이유는그곳이내면깊숙이잠재해있는온갖사적인것들―꿈,기억같은―을담는창고가될수있다고믿기때문입니다.꿈은미래이고기억은과거입니다.그러니지하실은현재를벗어나미래나과거로가기위한장소가되는것이죠._121~122쪽
집에개성을부여하는요소는거주자의취향과건축가의의도입니다.그둘이잘결합만하면그집만의특징적공간이탄생하게되죠.아파트가효율을위해방크기와위치를규격화한다면단독주택은거주자가집안에서무엇을보고,어떤소리를듣고,어떤기분을느낄지에집중합니다._144쪽
무엇이좋은지잘모르더라도싫은게무엇인지말할수있다면그런방식으로도설계방향은꽤만족스럽게조율될수있습니다.기분에따라,날씨에따라,용도에따라선택해서즐길수있는실외공간이여러군데있으면일상의선택지가많아집니다.연주가의실내면적은60평이채안됩니다.크지않지만막상둘러보면작은집처럼느껴지지않습니다.좋고싫고가분명한영준씨취향대로지어진집이니까요.움츠린듯펼쳐진집,가려진듯열려있는집,튀는듯주변과잘어울리는집……나를불편하게하는걸하나씩빼다보면괜찮은것만남은집이될수있음을연주가설계를통해배울수있었습니다._161~162쪽
완공된순간부터집은늙기시작합니다.벽에붙어있는재료는비바람에삭고,색은바래며,문짝은삐걱거립니다.하지만집이나이든다는건외형적퇴색만을의미하는건아닙니다.집이나이들수록그집에살던아이들은어른이되어가고집에는한가족이그곳에서보낸역사가쌓여갑니다.벽지의낙서와문틀에새겨진키재기눈금들은집이거쳐온시간을웅변합니다._188~190쪽
몇식구가함께사는가는늘가장처음에하는질문입니다.단순히숫자만궁금해서묻는건아닙니다.왜집을지으려는건지,누구와,어떻게,어떤이유로함께살려고하는지를탐문하는것이야말로설계의출발점이라할수있죠.엄마와아빠,자녀둘로이루어진4인가족은평범한집이필요할수있습니다.고양이와함께사는1인가구에게는다른형태의집이필요할수도있겠죠._223쪽
다양한집을다양한생각을가진분과만나함께설계하다보면집도집주인을잘만나야한다는생각이듭니다.애정을담아집을아끼고바라봐주면집은점점빛이납니다.반대로애를써서잘지어놓은집이라도정없이살며보듬어주지않으면금방빛이바래고볼품없게되죠._271~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