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의 시선과 시각

한국 고대의 시선과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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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사학은 인간의 경험에 바탕을 둔다. 모든 사태에는 그를 경험한 당사자가 있다. 경험 주체는 그가 개입한 사건에 대해 가장 직접적인 설명자가 될 수 있다. 이미 발생한 사태라는 점에서 그것들은 기억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떤 사건이든 문자로 기록되기 전에는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형성되고 보존되며 또 변전할 수밖에 없다. 경험은 감각수단에 의존하며, 그에 대한 기억은 정서적 맥락에 좌우된다. 경험 주체의 기억이란 동시대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의미를 내재한 것들이다. (『한국 고대의 경험과 사유 방식』, 2020)

이 책도 저와 같은 나름의 定言 몇마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음미의 대상 자료 또한 고려사회가 낳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이며, 경험과 기억과 설명과 기록과 인식 따위의 층위를 따지고 가른 귀결 역시 의구하여 다름이 없다. 두 문헌은 한국의 고대를 시공간으로 삼는 한편, 후대사람들의 눈과 손으로 정돈된 知的이자 시대적인 산물이다. 이는 문헌들의 본래적 속성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제목 가운데 ‘시선’이 대상 중심의 방향성을 이끈다면, ‘시각’은 대상에 대한 설명과 기록의 주체가 설정하는 인식 틀과도 같은 것이다.

고대 삼국의 구성원들이 경험한 바를 고려 왕조의 빈약한 기록물들이 옳게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야 다시 이를 나위가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분량보다 내용일 것이다. 물론 문헌 정보의 본질은 경험한 사실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 사실들이란 오늘의 독자들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 유의한 대답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경험된 사건의 복원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경험적’ 정보들이 태반이다. 그러한 정보들은 미처 충분히 독해되지 못한 채 방기되어 있기도 하다.

경험된 사건의 구체적 시공간과 행위 주체가 제대로 갖추어진 정보들이라 할지라도 의혹은 멈추지 않는다. 특정 사태가 경험된 후 그에 대한 기억과 전승과 채록의 굽이마다,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못한 착종과 변용의 개입이 거듭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은 문제의식들은 충분히 오래전에 발아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지속적이었으되 새롭지 못하다. 한 세대를 견지할 만큼 의젓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았다.
사료 비판이란 그러므로, 저와 같은 병리적 요소들을 헤아리고 드러내고 옳게 정돈하는 작업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진단은 너무도 당연한 바라 누구라도 수긍하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각성의 정도와 수용하는 방식에서는 연구자들 사이에 편차가 제법 큰 것 같다.

설화적 설명의 저류에 잠복해 있는 ‘비경험적 역사성’을 간과하지 않기 위하여 착안한 이 역설적 정보들의 사료적 자질과 가치 그리고 설명력은, 여러 방향의 비판력과 상상력을 디딤돌 삼아 새롭게 획득되거나 회복되리라고 믿는다.
저자

이강래

고려대학교문과대학사학과를졸업하고,대학원에서한국고대사를전공하여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고대사학회회장을역임했으며,전남대학교사학과교수로있다.한국고대사관련기본자료들의성격과형성과정,그리고그를통해본한국고대구성원들의사유방식등,주로사학사적맥락과지성사적관점에서문헌연구에집중해왔다.

대표적저술로는『삼국사기전거론』(1996),『삼국사기형성론』(2007),『삼국사기인식론』(2011)등『삼국사기』에대한점층적연구성과3부작과,역주서『삼국사기』ⅠㆍⅡ(1998)및교감서『原本三國史記』(1998)가있다.고대의사태를직접경험한이들의정서와사유를중심에두고자한최근의저술로는『『삼국사기』읽기:고대의경험과중세의인식』(2017),『고대의풍경과사유:한국고대사의경험과인식』(2019),『한국고대의경험과사유방식』(2020)등이있다.

목차

서론-정보비판의전제
1장.『삼국사기』‘정보’비판을위한제언
1.논의의발단과전제
2.사료비판의문제적시각
3.동사‘거느리다’의표기분포
4.주요표기의빈도와경향
5.정보가치판별의준거

2장.『삼국유사』‘정보’비판을위한제언
1.정보의사료적자질문제
2.오인(誤認·引)과오각의분별
3.정보서술의유기적맥락
4.파편정보의역사성회복

1편-고대사정보의이해방식
1장.고구려멸망론의설화적파생
1.고구려멸망의역사성
2.羊皿의개소문환생담
3.楸南의김유신환생담
4.평양만월성의망국담
5.普德의이암과망국담
6.멸망론설화의일상성

2장,백제멸망론의설화적파생
1.고대적설명의보편성
2.반월과만월의상징해석
3.원혼의환생과설분의논리
4.권위의이탈과기억의왜곡
5.신성성의파탄과세속화

3장.고대의익산에대한후대의인식
1.익산의역사적경험
2.마한과정통의맥락
3.백제와일통의맥락
4.기억과설명의파생

4장.한국고대혼인의사회사적함의
1.논의범주와전제
2.고대혼인의속성
3.혼인규범의양상
4.사회경제적맥락

5장.한국고대사회물의문화적맥락
1.고대의사유와물
2.물의관리와이용
3.물의상징과의례
4.치자의권능과물

2편-문헌자료의형성과성격
1장.『삼국유사』‘후백제견훤’조의자료분석
1.문제의소재
2.자료의계통과범위
3.「三國史本傳」과「古記」
4.찬자의인식과의도

2장.『삼국유사』기이편의자료수용방식
1.기이편의설정의의
2.자료의인용방식
3.자료의활용방식
4.기이편의서술맥락

3장.『삼국유사』의사서적성격
1.本史와遺事
2.자료의수용
3.활용의맥락
4.편찬의주체
5.사서적위상

4장.『삼국유사』편찬의유기성문제
1.검토의시각
2.지시와호응
3.분재의맥락
4.논증의기준
5.오류의적용

참고논저

출판사 서평

1편‘고대사정보의이해방식’에서는,먼저고구려와백제의왕조멸망에서파생된설화들을고대인들의보편적사유방식과정서를근거로분석하고비교하였다.기록자와해석자의설명에우선하여,사태를경험한행위자들스스로가‘여기고있는진실’의설득력을웅변하는적실한사례들이었다.‘익산’에대한인식문제는,특정의역사공간이마한의왕과백제의왕,그리고보덕국과후백제등실제전개된경험과그에대한기억과설명사이의착종에그치지않고,‘마한정통론’과‘일통삼한론’같은당대적명분이개입하면서변용이무성하게파생하는현상을예증하기에적합하였다.
하나의보편적제도로서‘혼인’은구체적정치단위의생태조건,경제전략,남녀비율,전투역량,행동양식,계층분화,사회규범등의요소들이누층적으로교차하는주요결절점[노드]이라고이를만하였다.게다가고대인들의행위와관념의저층에자리한감성적동인을가늠하여고대의인간관과세계관을헤아리는데매우유효한분석영역이었다.한편‘물’은지극히일상적요소이면서도건국신화를비롯한다양한설화가운데신성성과지배자의권능을표상하는상징물이기도하였다.그로말미암아조화로운강우와절기를누리기위한의례와조치들에는고대의정서와사유가스며있게마련이었다.

2편‘문헌자료의형성과성격’부분은『삼국유사』의서술자가선택하고활용한자료의문제와편찬의문제를아우르고,그사서적성격을분석한글들로갖추었다.‘후백제견훤’조는고려이전왕조단위서술의마지막이자백제사의종결이기도하여,기이편구조의내재적이해와서술의인식을탐색하기위한지침으로삼기에적절하였다.이를바탕으로기이편전체서술에기여한자료들의인용과활용방식을분석하였다.그과정에서기이편의구조가종족적연계와정치체의계기성에근거하고있으며,그전개과정은고려의‘일통’으로귀일하도록서술되었음을확인하였다.
그와함께『삼국유사』에는불교신앙의홍포에대한열망못지않게,관념속의승리라는신비적사유가강요되고있던13세기후반의현실이상당한규정력으로작동하고있었음을각성하였다.이점은『삼국사기』가12세기중엽의점증하는왕조위기에대한하나의정치적대안이었던사실과도유사한것이다.

끝으로『삼국유사』의편찬과정에어떤유기적서술방식들이원용되었는지를추적해보았다.이로써,‘증명되지는않았으나배제할수도없는’가필자의역할이란,애초편찬자의방식과인식에공감한위에서극히제한적으로간여하는데그쳤다고여기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