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장을역임한박물관전문가의‘좋은박물관,나쁜박물관,위험한박물관’이야기
사람들은나쁜박물관이있다고는생각하지않는다.그냥그저그런시원찮은박물관이있다는정도로만생각한다.규모가크고시설디자인이화려하면좋은박물관,작고허름하면시시한박물관으로보는사람도있다.그러나세상에는분명나쁜박물관,위험한박물관도꽤있다.
무엇보다좋은박물관은외형보다는전시·교육내용이믿을만하다.객관적사실에기초해서학계와충분히소통하며전시를기획하고교육프로그램을개발한다.좋은박물관은사회변화에민감하게반응하며앞날을함께고민한다.지역사회와끊임없이소통하면서모두를위한길을찾아내고만들어가려고애쓴다.
좋은박물관에는다양한전문가직원이많다.다양한문화유산과미래유산을직접관리하고조사·연구하고전시·교육하기때문이다.
선진국일수록박물관이많다는데,한국은왜아직도박물관이부족할까?
-물질문화가정신문화를압도하는사회분위기때문
-박물관은이해폭을넓히고사회갈등을줄이는역할담당
유엔산하기구인유네스코의조사결과에따르면,2022년초전세계의박물관은총104,000개이다.그중33,082개는미국에있다.무려33%에달한다.두번째로박물관이많은나라는독일로서6,741개이다.세번째일본은5,738개이다.한국은1,102개로서18위에해당했다.조사당시미국인구는3억3천5백만명이었으니,미국은인구1만명당박물관을1개씩세운셈이다.독일인구는8천4백만명이었으므로1만2천명당박물관을1개씩세운셈이다.이런식으로인구와박물관수를대비시키면,박물관1개에프랑스1만3천명,캐나다1만7천명,이탈리아1만8천명,영국2만1천명,일본2만1천명꼴이었다.
이처럼선진국의대명사인G7국가에는박물관이많다.그런데대한민국은박물관1개당4만6천명으로서,여전히신흥국수준에머물고있다.왜이런차이가나는것일까?저자는선진국일수록박물관사회교육을통해사회갈등을해소하고시민의식을고양하기때문이라고분석한다.특히개인의자유를중시하는유럽중심의서구사회는학교에서의노골적인이데올로기교육대신사회교육을통해공동체의식과사회구성원의공감대를높여서사회적갈등을해소하려노력해왔는데,경험이같을수록,지식을공유할수록사람의생각과태도가비슷해진다는관점에서박물관을많이지었다는것이다.시민들이박물관에서선조들이남긴유물을보고그에담긴이야기를들으며간접체험함으로써사회적공감대를넓히고,박물관의다양한프로그램을통해인류사회는경쟁할때보다협력할때더욱발전했다는역사적경험을공유하고있다는것이다.그런데대한민국은경제적으로는이미선진국으로성장했지만,정신적으로는여전히빈곤한미성숙사회이므로박물관과사회교육의중요성을아직제대로인식하지못하고있다고저자는분석하였다.물질적풍요와정신적빈곤이한국사회를능력주의,불평등,사회갈등,사유없는교육등의후진적수렁에빠뜨렸으며,사람들이치열한경쟁에익숙해져공공의이익과무형의가치를별것아닌것처럼만들고있다는것이다.
저자는책에서역사박물관과미술박물관(미술관)의사회적기능이전혀다르다는사실을특히강조한다.개인의미술작품을전시하는미술관에비해공동체의역사자료를전시하는박물관은세대간공감대를넓히려고노력하는곳인만큼보수적이고이념적인성향을띠게되는데,이때문에공동체의가치관을부담스러워하는자유분방한젊은이일수록상대적으로탈이념적인미술관을선호하는경향이있다는것이다.미술관은작가의독특하거나진취적이며개척적인미술작품에더환호하는경향이있으며관람객의감성을자극하고영감을계발할수있는주관적감상을매우중시한다.전시품에특별한정답이있는것이아니므로작가와관람객의상호소통을중시하며관람객이작가의의도를정확히파악하고직관력을높일수있도록전시하려한다는것이다.반면,박물관은앞선시대의자료를통해역사흐름과사회변화상을이해하는곳이므로객관적사실과관람객의공감대형성을매우중시한다.그래서전시방식도관람객이과거사실에대해분석적,논리적,종합적으로이해할수있는방식을선호하며,관람객이전시물을통해사실을직시하고통찰력을배양함으로써그지역과사회의정체성이무엇인지잘이해하고가치관을공유하도록유도한다는것이다.
저자는최근한국국공립박물관들의공적기능이약해지고있다고우려하였다.박물관에서전시·교육·자료관리·조사연구등을담당하는학예사가되려면치열한경쟁시험을통과해야하는데,그경쟁률이갈수록높아지고있지만,공정성을높이려는채용방식의한계때문에정작박물관학예사들의전문성은점점더낮아지고있다는것이다.
대학에서한국사를강의하던저자는20년전서울시의박물관건립사업에참여하게되면서학예사의길을걷기시작했으며,한성백제박물관전시과장및관장,경기도박물관장등을역임하였다.일하는동안겪은특별한경험과안타까운실수,후회등을에피소드방식으로책곳곳에서진솔하게밝혀두었는데,읽는재미가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