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은어디에나존재한다
우리에게필요한것은그것을제대로볼수있는눈이다
“사회학과물리학은‘세상물정’이라는질문을통해만났고
그만남은설레었다”
『세상물정의사회학』노명우추천사
『세상물정의물리학』과『세상물정의사회학』의만남
몇해전한사회학자(『세상물정의사회학』저자노명우는『세상물정의물리학』추천사를썼다)가앉았던,‘세상물정’이라는질문이놓인테이블에성균관대물리학과김범준교수가마주앉았다.물리학자와사회학자가마주앉은테이블,침묵이외의다른사건을상상하기어려운이자리에서대체어떤이야기가오갈까?사회학과물리학의연구대상을떠올려보면,언뜻두학문의접점이보이지않는다.
하지만사회학적고민과물리학-통계학적철학과방법론이만났을때우리는세상을다른방식으로볼기회를얻게된다.김범준의주요연구주제들은‘지금여기’사회와정의를향해있다.빅데이터를이용해민주주의사회의소통방식을논하면서‘뒷담화를권’하고,연결망과학으로메르스사태를분석하면서초기방역실패와정부의‘비공개’원칙을상황악화의주범으로‘과학적으로’비판한다.영호남지역감정이‘의도된잣대’때문에빚어진오해혹은잘못된행동이라고발언한다.SNS의영향력이어디에서빚어지는지,그성공을좌우하는요인은무엇인지‘연결중심성’을이용해파악해SNS의전략적인활용방안을제안하기도한다.
개미는알고정치인은모르는비밀,집단지성의가능성이라든지학교와병원,공공성과경제효율의딜레마를논하는글을보면‘지금여기’좋은삶,풍요로운사회를이야기하던사회학자와공명하는물리학자김범준의면모에반하지않을수없다.
세상을바라보는다른눈
“사회학적질문의대상이되는인간과물리학의질문의대상이되는인간은서로다르지않다”(노명우)는사실을상기해보면,학문간만남과자극,그리고수없이주고받는통찰『세상물정의물리학』은‘세상물정’의깊은속사정을들여다보고지혜롭게이해하는기회다.
“융합은방법론의나열이아니라,해결해야하는문제가놓인테이블주변에전문가들이모인형상에가깝다.‘세상물정’이어찌사회학자만의관심분야이겠는가.‘세상물정’이라는질문이놓여있는테이블엔물리학자도앉을수있다.‘세상물정’에대해공통적으로던지는질문의귀중함에주목한다면,분과학문사이의경계를따져묻는일은부질없기만하다.”(노명우추천사중)
자연과학과인문학의통섭(consilience지식의통합),융합이라는유행어가학계와사회를뜨겁게달군지10년지만우리는여태껏그것을물리학도알고사회학도알고철학과문학까지한인물이다알아야한다는의미로이해했다.융합은방법론의나열이아니라,해결해야하는문제가놓인테이블주변에전문가들이모인형상에가깝다.김범준과노명우,물리학자와사회학자가마주한테이블처럼.
메르스와체질량지수와B형남자를말하다
『세상물정의물리학』의1장은한국사회와민주주의,정의에대한물리학자의‘과학적인’의견제시가,2장은복잡한세상의사건들에대한재미있는‘통계적’분석과의미발견이,3장은예술,아름다움,뇌,체질량지수,자연스러움에대한문학적감성이묻어나는물리학자의말들이담겨있다.‘세상물정’과동떨어져연구실에만갇혀있을것같은물리학자가보여주는특이하다못해톡톡튀는관점과방법,글솜씨를보면풍성한융합-통섭의잔치에초대된느낌이든다.매꼭지글의서론은솔깃하고,유머와일침을잊지않는결론에는경쾌한맛이있다.추천사를쓴정하웅카이스트석좌교수의멘트처럼“과학콘서트의심화과정”이라는표현이썩어울린다.프로야구구단이원정경기를다닐때발생하는이동거리격차를최소화할경기일정수립방법은?‘몬테카를로방법’이라는물리학계산법을이용해에너지-이동거리가낮은상태를찾아내면된다.혈액형과성격의상관관계(B형남자신드롬)는또어떻게알수있을까?결혼한남녀377쌍의혈액형특정패턴과심리검사자료MBTI와혈액형으로분석해보면그실체를파악할수있다.
세상물정의중심에선물리학자
『세상물정의물리학』의저자김범준성균관대교수가사용하는복잡계네트워크과학은우리가사는세상의작동원리를설명하는매력넘치는학문이다.정치인이라면네트워크를알아야사람들의투표성향을예측하고판단할수있다.메르스와같은전염병네트워크의속성을알면그걸차단할방법을찾아낼수있다.네트워크와밀도의관계성을이해하면명절의교통체증에서벗어날수있는합리적인행동도알수있다.리스트는끝도없이늘릴수있다.
물론복잡계과학에서말하는‘복잡한(complex)'의의미는일상에서의그것과다르다.복잡성은조직되어있다는것을말하고(self-organization),사람이나뉴런같은개체가상호작용하며스스로다양한패턴을엮어낸다는것을의미한다.복잡계과학은그패턴에주목한다.다시말해복잡계과학은한현상의복잡하게얽힌다양한결을하나씩풀어서알기쉽게이야기하는‘사회-물리학’,‘통계-물리학’의형태로불린다.
과학으로부터위안받고싶다면이융합의테이블에
“사회에서벌어지는일들을보면황당하게일어날일들이많아요.그것들을합리적이고이성적으로바라볼수있어야하는것이죠.과학이라는내용을배우는것이아니라과학적인사고를배우는것이중요합니다.사람들이합리적으로생각하는방법을배웠으면합니다.얼마전이런질문을받았어요.과학자도시집을읽느냐고.과학책읽는시인에게왜읽느냐고묻나요?세상은알면알수록더잘보이고더아름다워보이잖아요.”(한국대학신문2014.08.18.)
세상과의소통을강조하는저자김범준은한대학신문과의인터뷰에서이렇게말했다.그의말처럼『세상물정의물리학』은인문학적상상과발상을과학을통해풀어가는매력을품고있다.예술과인간의속내는인문학의소관이아니라어쩌면과학일지모른다.과학으로부터위안받고싶다면이융합의테이블에앉아볼일이다.
*책의속사정을더알고싶다면
<인터스텔라>와허니버터칩의흥행원인
전대미문의스코어가나오는영화의흥행요소를두고여러전문가가한테이블에모여논의를시작한다.<수요미식회>나<속사정쌀롱>같은분위기에서원인분석이수없이쏟아진다.흥행요소를영화내에서찾든(연기와연출이빼어나다),사회적맥락에서찾든(사회적요구와욕망이반영되었다)이들모두가공감하는가정하나는흥행한영화는흥행하지못한영화보다흥행요소가수십배는될거라는점이다.‘세상사와담쌓은’부류로여겨졌던물리학자김범준교수가이대화에끼어들어흥행원인을한마디로정리하겠다고한다.“영화시장에서정말로결정적인변화는‘소비자가연결된방식’에서일어난다.”
이게무슨소린가.손에들고있던통계와그래프,네트워크지도라는도구들을슬며시내밀며시작하는그의말을받아쓰면이렇다.많은사람이연결된네트워크에서아이디어는전염된다.일정한수이상이어떤생각과의견을공유하면그때부터서로가서로에게영향을주면서아이디어가퍼져나간다.핵심은‘일정한수이상’이다.이걸‘문턱값'이라고부른다.
절대다수의아이디어는이문턱값을넘기지못하고네트워크에서소멸하지만서로가서로를강화하고파급하는피드백의값을넘긴극소수아이디어는네트워크를타고끝없이증폭한다.그러니까이런얘기다.그것이영화든(<인터스텔라>),과자든(’허니버터칩‘),재미가있든없든,맛이있든없든관계없이,문턱값을넘길만큼만좋으면된다는말.
김범준이라는렌즈로정의와민주주의를조명하다
그런데물리학자김범준은단순히현상을과학적도구로분석하는데에서그치지않고한마디보탠다.그는‘문턱값’의위험성을한국사회와시민의선택에빗대어,비판적이며지혜로운시각의필요성을이야기한다.
예를들어,한국사회의미래를좌지우지할중요한어떤선택의문턱값을생각해보자.한사회의문제에대해이야기할때,대체로다수가합의한해결책이주어진문제의가장효율적인해결책인경우가많을것이다.실제로현실의민주주의도그런사회적합의에의해세워지고유지되고있다.하지만집단의구성원들이자의든타의든서로너무눈치를보는바람에그선택이오히려사회적인해악이되는경우가있다.
‘집단지성’과‘우매한대중’은한끗차이라는말이다.어떤문제의해결책이문턱값이넘어가는순간그것의옳고그름은뒷전이되고,또한목소리큰집단이목소리작은다수를억압하는상황이발생하게된다는점을김범준은지적한다.총서른꼭지로구성된과학과사회의끈끈한융합콘서트의장은세상을다른방식으로또한합리적인눈으로보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