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국회의남겨진과제,연금개혁
총선이후도출될최초의시민참여연금개혁안
길고지난한개혁논쟁에참여해온연금연구자3인의목소리
22대국회를꾸릴채비가한창이다.국회성원을뽑는치열한선거가끝나고나면새국회가열리기전남겨진과제들을처리해야한다.그중하나가바로연금개혁이다.21대국회의임기절반을넘긴2022년7월국회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구성됐고,2023년11월연금개혁특위가설치를합의한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가올해1월출범했다.위원들사이에좀체좁혀지지않는의견의간극을민의를통해수렴해나간다는것이산하기구의출범취지다.표심을잡기위한열띤선거열풍속에서공론화를위한작업이두차례이루어졌다.여러이해관계집단의대표자로구성된36명의의제숙의단이토론에부칠의제를선정하여공론화위원회의검토를마쳤고,이의제를갖고토론할시민대표단500명이선정됐다.4월13일부터21일까지4차례에걸쳐공영방송에서진행될시민대표단과의공개토론회는시민이참여하는최초의연금개혁논의라는점에서의미가크다.가입자이자수급자인시민500명이숙의를거듭해어떤결론에이르게될지귀추가주목된다.
25년간연금개혁의장에서꾸준히목소리를내온연금연구자제갈현숙,주은선,이은주는이런뜻깊은공론화과정에전국민이함께할수있는기회를마련했다.2023년기준10명중6명이가장중요한노후소득보장수단이라고지목한국민연금의개혁은특정세대나계층,성별에만국한된문제가아니다.이책은시민공개토론회에서다뤄질주제들,구체적으로연금개혁방안의의미와사회적효과,더나아가공적연금인국민연금이진짜‘전국민연금’이되기위해필요한개혁방향과그를달성하기위한방법들까지망라하여다루고있다.길고지난한연금개혁논쟁에참여하면서치열하게고민하고논쟁하고연구해온세여성학자의날카롭고진지한통찰이그어느때보다빛난다.
‘2054년연기금고갈론’이불러온사회분열
많이내고적게받을지모른다는공포가낳은불신
국민연금을바라보는프레임전환이시급하다
이책에담긴논지는간명하다.국민연금개혁을바라보는두가지관점중하나인재정중심론을비판하고국민연금의노후소득보장기능을강화하자는것이다.그렇다면현재우리사회에팽배해있는연기금고갈에대한우려는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현세대의노후소득으로연기금을다써버리고나면미래세대의노후소득보장은불가능한것이아닌가?
저자들은우선한국의연기금적립규모가세계적인수준이라는점을강조한다.2021년OECD연금보고서에따르면한국처럼일정수준의준비금을보유하면서부과방식을취하는국가들(스웨덴31.8%,일본33.0%,캐나다25.6%,미국13.4%)과비교했을때한국의GDP대비연기금규모는45.1%로압도적으로높고,기금의규모차원에서봤을때세계연기금중3위를차지할정도로거대하다.이런객관적인지표에더해저자들은사연금과다른공적연금의재정운용방식에주목할필요가있다고주장한다.상품을계약한제한된가입자로만재정을운용하는폐쇄적인사연금과달리공적연금으로서의국민연금은가입자수를늘리고,보험료외에국가재정을투입하고,보험료를부과할수있는기반을넓혀운영할수있다.즉사연금과달리국민연금의재정수단은사회적합의를통해다양화할수있는것이다.연기금고갈론을앞세워재정의규모를늘리려는재정중심론은공적연금이활용할수있는이런다양한수단들을배제한채오로지보험료를내는가입자규모만을근거로제도에대한불신과세대간반목을조장하고있다.초저출생·초고령사회로진입하고있는지금,국민연금개혁을둘러싼대표적인논의지형이제도와사회를각각어떻게바라보고있는가를진지하게묻고성찰해야한다.국민연금을바라보는프레임전환이그무엇보다시급하다.
거대한연기금과모순되는사회지표들
세계최고수준의노인빈곤율과세계최저수준의출산율
연금개혁을말하면서말하지않는것은사회구조변화에걸맞지않는국가의책임이다
이보다모순되는지표가또있을까?세계최고수준의연기금규모를자랑하는한국의노인빈곤율은OECD회원국평균(14.2%)보다무려세배나높은40.4%이다.미래의연기금고갈을우려하면서현재의노인빈곤문제를그대로방치하는일이한국에서버젓이벌어지고있다.문제는이뿐이아니다.여성한명이가임기에낳을것으로기대되는출생아수를나타내는지표인합계출산율이지난해0.72명으로하락했다.출산율이1명을밑도는이례적인초저출산현상이한국에서벌어지고있는것이다.열심히살아온베이비붐세대는왜이렇게가난한노후를보내고,정력적인경제활동으로활력이넘쳐야할청년세대의삶은왜이렇게팍팍한것일까?이제막연금을받기시작한노인수급자는눈치가보여적정수준의노후소득보장이란말을입밖에꺼내지도못하고,연금에가입할청년들은많이내고적게받거나혹은못받을수있다는불안심리때문에제도의무용성을주장하는단계에이르렀다.도대체왜이런일이벌어진것일까?
이사태에대해누군가가무엇을숨기고속이는문제라는관점으로접근한다면해결의실마리를찾을수없다.연금개혁을말하면서말하지않는것은연기금의고갈이나미래세대가짊어질과중한재정부담같은것이아니다.세대간계약을기반으로운영되는공적연금에서기금소진은발생할수있고,이런사정을고려해서5년마다재정추계를통해보험료율과소득대체율조정을논의해오고있다.곧있을시민대표단과의공개토론회도바로이런논의의일환이다.그런데후세대가부담하게될가중한보험료를내세우면서현세대에게더많은기여와더적은연금급여를감당하라고주장하는것은아랫돌빼서윗돌괴는식의임시변통적인대안에불과하다.연금개혁을말하면서말할수밖에없는것은,사회구조는급격하게변하는데국가의역할이그를따라가지못하고있다는문제일것이다.급변하는사회구조에걸맞는국가의책임이필요하다.
1000조원을넘긴연기금
안정된미래를위해‘지금’써야할사회적재원
재정이아닌제도의안정을위한사회구성원의연대
삶의질을높이기위해서는국가와사회가개인의삶의무게를덜어줘야한다.가정내노인의소득보장을사회가부담하지않는다면,결국개인과가정이그부담을져야하고이런순환으로는삶의질을개선할수없다.저자들은이를신화속인물에빗대어다음과같이말한다.
“보험료인상일변도의접근은연금재정문제에서는굴러내리는바위를끊임없이밀어올리는시시포스의수고와도같다.연금재정의불안정성이면에있는저출생,고용,성장,분배의문제와우리사회의삶의질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지못한다면사회적고통은지속되고바위의무게는더욱무거워질뿐이다.…연금재정의안정성문제를해결하는주체는시시포스한사람이아니라우리공동체이다.사회구성원이힘을합친다면언덕의경사를바꾸는것은불가능한일이아니다.”
사회적으로인간답게살수있는기준선을만들어가는길위에모두가서있다.1000조원이넘는연기금을천장의고등어가아니라사회구조변화에대응하기위해지금써야할사회적재원으로인식할때시시포스의부질없는몸짓을멈출수있다.미래세대를위한진심은사회적으로부담하는몫을줄여주는것이아니라사회적으로공존할수있는기반을우리세대가만들어놓는것이다.이대로라면굴러내리는바위의무게는더욱커지고시시포스는허약해진다.언덕의경사자체를바꾸는일이지금우리에게필요한진짜대안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