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양자컴퓨터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초전도 물질, 극저온 원자, 이온, 빛(광자) 등 다양한 후보들이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장래 상용 양자컴퓨팅 시스템이 되고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책 『빛의 양자컴퓨터』에서는 그중에서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을 소개한다. 광자는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성질을 살려서 양자통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양자컴퓨터의 플랫폼으로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주목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지은이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상온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빛만이 궁극적으로 상용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믿고, 빛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를 이끌 양자컴퓨터 그리고 광양자컴퓨터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7월, 일본에서 IBM이 제작한 상용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가 가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도쿄대학교와 도요타자동차 등 12개 업체는 이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소재 개발 프로젝트 등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상용 양자컴퓨터가 가동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뿐 아니라 그보다 먼저인 2017년 5월, 중국과학기술대학의 판젠웨이(潘建偉) 원사가 상하이(上海)에서 중국 과학연구팀이 개발한 광양자(photon)컴퓨터로 기존의 양자계산 능력을 초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기존 컴퓨터의 양자계산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세계 최초의 광양자(photon)컴퓨터가 중국에서 탄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연구 및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자컴퓨터 그리고 광양자컴퓨터는 과연 무엇일까?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量子力學)을 이용하는 양자컴퓨터는 연산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 ‘꿈의 컴퓨터’라고 불리기도 한다. 슈퍼컴퓨터보다 수억 배 빠른 양자컴퓨터는 각종 소재 연구나 금융 상품 개발·분석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향후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IBM,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중국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세기 초 뉴턴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던 원자 세계의 질서를 밝혀낸 학문적 혁명을 1차 양자혁명이라고 한다면,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 量子重疊)’과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라는 양자의 물리학적 속성이 컴퓨터, 통신, 센서 등 실제 기술에 적용된 것을 2차 양자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중첩은 0과 1의 두 신호가 섞여 있는 상태인데, 이를 구현한 양자비트(quantum bit), 즉 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연산단위)로 컴퓨터를 만들면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 막강한 연산 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된다. 양자얽힘은 원자나 이온 등 양자 2개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서로 연결된 것처럼 행동해 하나의 상태가 바뀌면 나머지 하나도 바뀌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양자컴퓨터에서는 원자나 이온, 초전도, 스핀을 양자비트로 사용했다. 반면,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즉 광양자컴퓨터의 최대 특징은 양자비트로 빛의 양자인 광자(photon, 광양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광자는 당연히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정지형 양자비트’가 아니라 ‘비행형 양자비트’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광자를 사용한 양자컴퓨터를 구별하여 ‘광양자컴퓨터’라 한다. 실온이나 대기 중에서도 동작하기 때문에 중첩 상태나 양자얽힘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데 거대한 냉각 장치나 진공 장치가 불필요하여 실용성이 높다는 점, 빛은 공간을 광속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정보 통신에도 그 상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양자, 광자, 양자중첩, 양자얽힘, 양자텔레포테이션……
슈퍼컴퓨터를 훨씬 뛰어넘는 저소비전력과 고속 계산
복잡하고 불가사의한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는 무엇?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자’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양자란 간단하게 말하면, 원자나 분자, 전자, 광자 등의 아주 작은 물질이나 에너지의 단위이다. 이 세계의 물질을 끝까지 잘게 분해하면 분자에서 원자, 원자에서 양성자나 중성자, 그리고 전자, 광자 등의 소립자에 도달한다. 이러한 아주 작은 세계에서는, 에너지가 연속적인 값이 아닌 이산적인(띄엄띄엄 떨어진) 불연속 값을 취한다. 이것을 ‘양자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양자 특유의 물리현상을 기술하는 것이 양자역학이다.
양자컴퓨터를 실현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앞서 말한 ‘양자중첩’과 ‘양자얽힘’이다. 이것들은 양자 특유의 아주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양자역학이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여겨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양자중첩이란 한마디로, 하나의 양자가 여러 상태를 동시에 취하는, 즉 중첩된 현상을 가리킨다. 양자얽힘이란 중첩 상태에 있는 양자가 2개 이상인 특수한 상태에서, 그중 하나의 양자 상태를 관측(측정)하면 다른 양자에게도 ‘순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양자역학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한 것이 바로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와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살아 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의 중첩 상태에 있는 고양이가 관측으로 인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20세기 초반에 탄생한 양자역학은 당시에는 사고실험에 지나지 않아 학문적인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1980년 즈음에는 양자역학과 정보과학이 연결되어 새로이 ‘양자정보과학’이라는 분야가 출현했고, 그에 의해 실용적인 응용 예가 제안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는 것이 바로 양자컴퓨터이다. 통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전에는 케이블을 사용해서 전화를 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훨씬 빠른 광섬유로 대체되었고, 인터넷도 더욱 고속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빛을 이용함으로써 주파수 대역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선 통신의 경우에는 주파수 대역이 10기가헤르츠(GHz) 정도인 것에 비해, 광통신의 경우에는 대략 10테라헤르츠(THz)나 되어 약 1,000배나 빠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격이 다르게 빠르다. 이렇게 생각하면 통신이 전기에서 빛으로 바뀐 것과 같이, 컴퓨터도 전자에서 광자로 바뀌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개발의 선두에 선 연구자가
원리와 이론, 그리고 그 실현의 과정을 이야기하는 양자컴퓨터 교양서
그리고 『빛의 양자컴퓨터』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이러한 양자컴퓨터 연구와 개발에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 앞서 말한 ‘광자’이다. 광자, 즉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의 선두에 선 연구자 중 일본 도쿄(東京)대학교의 후루사와 아키라 교수(古澤明)가 있다. 일본의 물리학자로, 도쿄(東京)대학교 공학부 물리공학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공학계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후루사와 교수가 직접 연구한 양자컴퓨터 개발의 전모를 밝히며 친절히 양자컴퓨터에 대해 원리와 이론, 그리고 실제 연구 과정을 생생히 소개하고 있는 책이 바로 동아시아에서 출간된 교양서 『빛의 양자컴퓨터(원제: 光の量子コンピュ?タ?)』이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양자컴퓨터의 ‘춘추전국시대’이다. 초전도 물질, 극저온 원자, 이온, 빛(광자) 등 다양한 후보들이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장래 상용 양자컴퓨팅 시스템이 되고자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중에서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연구 개발을 소개한다. 광자는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는 성질을 살려서 양자통신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나,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양자컴퓨터의 플랫폼으로서는 다른 경쟁자들보다 주목을 덜 받아왔다. 하지만 지은이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상온에서 작동시킬 수 있는 빛만이 궁극적으로 상용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믿고, 빛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은이 후루사와 교수는 빛을 이용하여 양자텔레포테이션과 양자얽힘에 성공한 본인의 연구를 소개한다. 양자텔레포테이션이란 양자얽힘을 이용하여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양자정보를 전송하는 현상으로, 양자통신의 핵심 기술이다. 지은이는 2개의 양자비트의 양자얽힘 상태를 이용한 양자텔레포테이션뿐만 아니라, 다수의 양자비트(광자)가 얽혀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의 양자텔레포테이션에도 성공했다. 또한, 광펄스를 양자비트로 채택하여 시간 차원을 이용함으로써 100만 개 양자비트의 얽힘 상태 구현에도 성공했다. 이는 초전도물질이나 이온 등을 이용한 양자컴퓨터가 수십에서 수백 개의 양자비트를 다루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획기적인 숫자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양자컴퓨터의 양자비트 개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기에 유명한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에도 소개되었다.
지은이는 이 책의 목적을 “세계 최초의 양자텔레포테이션이나 다자간 양자얽힘의 제어 등, ‘빛’을 이용한 여러 실험을 성공시켜온 연구와 양자컴퓨터에의 도전을 독자들이 현장감 넘치게 맛봤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빛을 이용한 양자컴퓨터가 양자컴퓨터 개발의 세계에서 큰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날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차세대 컴퓨터로서 주목을 받았다. 1980대에 이론적으로 제시된 이후 지난 40여 년 동안 양자컴퓨터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상이었으나, 최근 10여 년 사이에 눈부신 도약이 있었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한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여러 벤처 기업들까지 양자컴퓨터 개발을 내세우는 기업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중 일부 기업들은 원격으로 자신들의 양자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무료 혹은 유료로 수 양자비트의 양자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다. 학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