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16.00
Description
질병과 낙인 너머,

공동의 우울에 관한 가장 치열하고 다정한 탐구
불안과 우울의 파편을 모아
2030 여성들의 언어로 ‘우울증’을 다시 쓰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 2017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우울증’은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꾸준히 사회문제로 호명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2~30대 여성이 많아지고,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하미나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모든 질병 서사는 그 자체로 귀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우울이 자꾸 한 사람의 경험으로만 비춰질 때,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우울증이 개인의 고통으로만 비칠 때, 그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2~30대 여성들은 대체 왜 우울할까? 저자는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진단받은 당사자로서, 우울증을 앓는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당사자의 이야기로 직접 답하고자 한다. 조울증을 진단받고 살아가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겪었던 어딘가 불편한 경험들,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에서 활동하며 마주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그에 맞서 싸우다 자주 분노하고 무력해지고 우울해졌던 순간들, ‘우울증 측정 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며 공부했던 정신의학 지식들,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긴밀히 소통하여 그러모은 이야기들. 2년에 걸쳐 진행한 이 모든 작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당사자들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 나간다. 파편화된 우울의 조각을 공동의 경험으로 복원하여 우울증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을 마련하고, 보다 평등한 관점에서 우울증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앤 보이어는 “질병의 역사는 의학의 역사가 아니라 세상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미나 작가는 의학적 질병과 사회적 낙인 너머,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여성들이 증언해 준 고통과 폭력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해 치열하고 사려 깊게 풀어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김희경의 추천의 글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저자

하미나

작가.프리다이버.하마글방의글방지기.무언가되고싶어아득바득살았는데막상좋아진건내가아무것도아님을알려준것들이다.글쓰기와바다가그래서좋다.『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을썼고,함께지은책으로『상처퍼즐맞추기』,『언니에게보내는행운의편지』,『걸어간다,우리가멈추고싶을때까지』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우울증이야기에대한이야기

1부.나의고통에도이름이있나요
1장.엄살?의사는여자의말을믿지않는다
여성환자가대부분인턱관절장애|기-승-전-여성호르몬|몸의문제?마음의문제?|미친년의역사|히스테리아,여성혐오의역사|아무도믿어주지않는고통
2장.진단?우울증이라는말에먹히는것같아요
이해하는방식에따라다르게존재하는세계|다양한문화권증후군|지극히미국적인병,우울증|우울증자가검사테스트:21점이상은우울증?|진단하나에다담을수없는고유한감정들|병명의힘은크다|의료화?약료화?그게뭐든고통의인정이라면|해방과억압,우리의진단이야기
3장.치료?우울은병일까병이아닐까
우당탕탕약의역사|우울증을팝니다|정신의학의두흐름:역동정신의학과생물정신의학|정신의학은누구를병리적으로규정하는가|“쓰기”는치료가될수있다|자기몸의전문가로서치료에참여하는여자들|영적인존재들

2부.죽거나우울하지않고살수있겠니
4장.가족-엄마를지키는게내일이라고생각했어
기억나지않는어릴때부터:우울은생존전략이었다|알아서잘하는착한딸로살다가|엄마를미워하고또이해해|상처를남기지않는모성애가가능할까|가족안에서나의쓸모를증명하기|사랑이있는가족은드물다
5장.연애?제눈에는다동아줄이에요
제눈에는다동아줄이에요|이게아빤가?|돌봄이필요한여자들|보호자역할은내가해줘야하더라고요|사랑은구원이될수있을까
6장.사회?가난하고취약한여자들에게상어떼처럼달려들잖아
스스로바라는삶과사회가강요하는삶사이|9시부터6시까지,아플수없는사람들|엄마아빠한테돈달라고하기가무서웠어|가난한내가자격이있을까|가난때문에성적으로취약해지는여자가너무많아|성희롱은숨쉬듯이겪었어요|내가예민한걸까|가난은호혜를두렵게만든다|나,연애,가족그리고사회로나아가기

3부.이야기의결말을바꿀수있다면
7장.자살?정말로사람들은죽고싶다는생각을하지않는단말이에요?
자살을말할때의난처함|‘우울증끝에자살’이라는말의함정|자살의다양한형태|개똥밭에굴러도이승이좋다는말|사회적타살로서의자살|그래서우리는무엇을할수있을까|그리고남겨진사람들
8장.돌봄?각자의짐이줄어들면돕는게어렵지않거든요
돌봄의주체인환자|서사를정리한뒤에도병은남아있다|다빈과우용의이야기|보호자와감시자사이|통제는지배가되지않을수있을까|타인을돌보는것의무게|돌봄공동체로서의페미당당
9장.회복?내가약할그때에,오히려내가가장강하기때문입니다
회복으로가는길|이야기의결말을바꾸는여자들|상처는자긍심이될수있을까

에필로그:우리의이야기는이제막시작되었다
추천의글

출판사 서평

여성의우울은어떻게‘질병’이되었나?
세상은누구의고통을어떻게인식하고있을까?
“우리는우선자신의고통부터믿어야한다”

‘우울증에걸린여성’은오랫동안일방적인치료와분석의대상이었다.하미나작가는이오랜일방통행의관계에반기를들고,‘우울증에걸린여성’으로서‘우울증’이라는거대한의학지식이만들어져온역사를파헤친다.모든지식이그러하듯,우울증을비롯한정신의학역시특정한사회적맥락안에서만들어지고구성되었기때문이다.
『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은우울증과자주동반하여나타나는신체형장애의뿌리인‘히스테리아’를다시검토하는것에서시작한다.여성환자들이대다수였던‘히스테리아’라는병명의어원은‘자궁’이다.고대이집트고문서에서는“마비증세를보이며신체질환을호소하거나그원인을찾지못하는여성의질병”을“자궁의굶주림”으로진단했다는내용이적혀있다.정신의학이라는학문의문을연장마르탱샤르코와정신분석학의창시자지그문트프로이트역시히스테리아의원인을탐구했지만,그들에게여성환자는연구를위한‘재료’에지나지않았다.이들은여자들의고통을‘믿지않았다’.『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의1부는정신의학의역사에서출발해우울증을진단·측정·치료하는시스템에는자본,전문가집단,지식의생산자였던백인·남성들의고정관념이고스란히새겨져있다는것을차례차례짚는다.
그렇다면객관적이고합리적일것이라기대되는현대의학은여성의우울을어떻게설명하고있을까?정신의학교과서는여성우울증의원인으로‘호르몬’을꼽는다.여성은남성과달리호르몬변화에따른월경주기를가지기때문에기분변화도더심하다는것이다.이러한설명방식은우울을경험하는여성의구체적인사회문화적맥락을지운다.여성은감정관리를잘하지못하는취약한존재가되고,의학적설명외에자신의고통을둘러싼배경을살피기어려워진다.하미나작가는호르몬은충분한답이될수없다고지적하며,여성을비롯한사회적약자들의유병률이높은질병은현대의학안에서제대로다루어지지않고,이런상황에서제대로된병명을진단받지못해우울과불안이나타날수있다고말한다.세상에는엄살로여겨지고침묵을강요당한,여전히제대로논의가이루어지지못한고통들이있다고주장한다.
여성의우울증을들여다보는일은,그동안우리사회에서이해받지못했던고통에다시금이름을붙이고자리없는아픔에새로운공동체를만드는일이다.우리는누구의관점에서누구의아픔을어떻게들여다보아야할까.『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은이러한질문에질병당사자로서,동시에연구자로서연대하며답하고자한시도가응축된기념비적인첫저작이다.

환자가아닌행위자로,대상이아닌주체로
우리의경험을지식으로만들어가는시도
우리없이우리에대한것은없다

『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속우울증여성당사자들은누구보다열심히자신의경험을해석하고서사를만들어가는사람들이다.하미나작가는당사자들이어떤방식으로질병을받아들이고회복해나가는지를조명한다.여성들은의학적자원의한계를누구보다잘인지하고있으며,이를적절히활용하여자기몸의전문가로서치료에참여한다.이책은가장대중적인약물치료부터종교,무속신앙,정신분석학에기반한상담치료등인터뷰이들의다양한치료경험을전하며,우울증연구와치료의‘대상’으로만그려졌던여성환자들의주체성을되살린다.
인터뷰이들의질병서사가한자리에모일때,우리들‘사이’의이야기가두드러진다.저자는“우리의고통을해석할자원이부족하다면,그것은우리에의해서다시쓰이고말해지고발견되어야한다”라는말에서출발해,그간진료실에서충분히다루어지지않았던,한국사회에서2~30대여성들이우울을겪게되는배경을구조적으로짚어나간다.
2부에서는당사자들이추적해나간우울의원인을〈가족〉,〈연애〉,〈사회〉로나누어소개한다.하미나작가가만난여성들은,“가부장제의가족제도안에서엄마를지키기위해어린시절부터필요이상의노력을하며자신의쓸모를증명하기위해애써”왔고,“가족이나친구로부터내몰려진여자들은당장필요한돌봄을받기위해남성연인을동아줄이라여기며관계를맺었지만,오히려그들에게신체적·정신적폭력을입고고립”된경우도많았다.또한,“사회가강요하는규범과스스로추구하는가치의균열사이에서가난하고취약해질수밖에없는구조에놓이며,이사회의‘표적’이되어성적인폭력에노출”되기도했고,“보상이따르지않는사회에서고립감과무력감”에빠지기도했다.
여성들이고통을마주해야만했던배경과맥락이유사하다면,그것은개개인의사적인서사를넘어보다넓은장에서논의되어야할것이다.“피해자가자살한게아니라,사실은그여자의손을빌려행해진타살”이라는인터뷰이의말처럼,여성의우울은개인적인문제로치부되어왔지만명백한사회의현상이다.『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에담긴사회적자원을통해우울증이라는고통에접근할때,이전과는다른방식의치유와회복이가능해질것이다.

삶과죽음사이에서끊임없이탐구하고
새로운공동체와돌봄관계를발명하는
이야기의결말을바꾸는여자들

하미나작가는치열하게자신의아픔을들여다보는여자들의이야기에서배우자고말한다.“일상에서연약함을치워버리고골칫거리로여기는”사회에서,고통에서부터다시시작해삶을살아가는방식을완전히바꿔보자고제안한다.3부에서는우울을안고살아가는여자들이어떤고민과어려움을마주한채회복의길에들어서고자고군분투하는지를보인다.
인터뷰이들은자신의고통을설명하기위한자원을찾고자,고통에서벗어나고자,아픔을겪는타인을돕고자끊임없이시도하고또시도한다.“죽음이가장논리적인선택지”라고생각했던시기를지나,살아야만하는이유를치열하게고민한다.혼자서아픈연인을돌봐야한다는무게감에짓눌리면서도,돌봄의현장에머물며여러선택앞에서흔들릴지언정도망치지않는다.스스로를통제할수없을정도의중증우울증에시달리는연인을돌보며그가자신의고통을조금더다양한언어로표현할수있도록새로운언어를만들어내고,보살핌이통제가되지않도록끊임없이소통하며서로를돌본다.이들은누구보다열심히타인과의관계를성찰하며앞으로나아가는사람들이다.
우리는삶과죽음의경계에놓인이들을어떤방식으로도울수있을까?(〈7장.자살〉)기꺼이자신과타인을돌보는일은어떻게하면가능해질까?(〈8장.돌봄〉),과거의상처를묵인하거나부정하지않고,나를이끄는새로운동력으로만들어낼수있을까?(〈9장.회복〉)하미나작가는이들의이야기에위와같은질문을덧대고답하며,자기삶의결말을바꾸어가고있는여자들의이야기를지식으로만들어간다.
이책은우울증에관한사회적·과학적자원을제공하여우울증당사자들이‘의사-환자’라는전통적인관계에만의존하지않고,자신의상태를스스로정의하고이해할수있도록돕는다.더많은여성이자신의이야기를직접쓰고,우리사회가그이야기의옹호자가될때,고통을이해하는보다평등한관점이세워질수있다고힘주어말한다.『미쳐있고괴상하며오만하고똑똑한여자들』은연구자가연구실에서써내려간보고서가아니며,환자개개인의경험을담은수기또한아니다.우울의조각을연결하여찾아낸가장적확한언어로우울증을탐구하는이책은,질병이후의삶을함께일궈나가기위한뜨거운선언문이될것이다.